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3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33화
지금 래리가 뭐라고 한 거지.
그러니까…….
‘Alien friend’를 그 녀석한테 들려주고 싶지 않냐고?’
의혹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자 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 흔쾌한 긍정에도 쉬이 믿어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꽉 말아 쥔 주먹 안에서 꿈답지 않게 펄떡이는 심장 박동이 선명히 느껴졌다.
일단… 진정하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무릇 차원관리국이란 일을 굉장히 못하는 자식들이 모인 조직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그게 돼?”
나는 침착히 되물었다.
목소리 끝이 조금 떨리긴 했지만 어쨌든 침착함에 가까운 투였다.
“예전에는 시공간의 거리가 워낙 멀어서 그쪽 세계랑은 연락을 주고받는 것조차 어렵다고 하지 않았나.”
“물론 세밀하고 주기적인 연락은 어렵지만, 3분쯤 되는 곡 하나를 단 한 번 전송하는 정도라면 제로가 남긴 코어의 힘으로도 이룰 수 있습니다. 이건 그냥 코어도 아니고, 한때는 신이었던 관리자의 코어니까요.”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정말 가능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귀하고 좋은 코어를 이렇게 사사로운 용도로 써도 되는 거야?”
“사사롭지 않습니다.”
래리가 딱 잘라 말했다.
“귀환자를 각자의 세계에 잘 적응시키는 건 저희에게는 공무거든요. 뭐,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라고 편하게 생각해 주시죠.”
내 시선이 검붉은빛 코어에 꽂혔다.
“마침 올해 안에 저쪽 차원과의 거리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날이 옵니다. 제 제안이 마음에 드신다면 그날 시도하겠습니다.”
마음에 드냐고?
“당연히 마음에 들지.”
‘Alien friend’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완벽했지만, 단 하나.
그 녀석한테 들려주지 못한다는 사실만이 유일한 흠이었다.
“예.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다만 그날 차원 상태에 따라 실패할 수도 있으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런 건 기대하기 전에 말하라고!
* * *
일주일 뒤.
픽하트 이후로 가장 화제가 된 오디션 프로그램인 ‘당신의 소년’ 오르카 출연분이 방송된 이후 자기 모습을 돌아보게 된 묵혜성과 금년도 왓투게더 최고 흥행작 ‘유어 컬러’로 대세 중 대세 배우가 된 한도균을 포함한 지인들을 초대했던 둘째 주 공연까지 모두 끝났다.
국내 콘서트를 엿새나 한 만큼 팬들의 후기에도 기쁨과 행복이 넘쳐흘렀다.
– 1주차에 흑발이었던 라온이 2주차에 금발천사로 돌아와서 앞으로 콘서트 하는 동안 2주에 한 번씩 머리색 바꾼다고 선언
과연 효자인가 불꽃 속성 효자인가……
– 막콘 후기
우리 애들의 기적적인 미모와 무한동력 어게인
– (사진) 뿌앵성하짤 갱신
– 콘서트 끝나자마자 비앱 라이브 켜서 보고 싶다고 하는 아이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체조 라이브 듣고 왔더니 음원으로는 만족 못 하는 귀가 돼버렸는데 시드는 앙콘으로 보상하라 보상하라
선공개된 ‘Alien friend’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 (동영상) 미국 데뷔곡이라는데 그냥 미쳤음
– 와 에.프 진짜 너무 좋아서 울 뻔함
– 원래 영어곡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걸 애들이 영어로 불러줄 거라고 생각하니까 왠지 벌써 좋음
– 스페이스 레코드 정도 되는 레이블이 시드 같은 소형 회사랑 계약한 이유가 있었네
– 선공개곡 뭔가 어린 나이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연습생으로 온 라온이가 자기 스스로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마지막에 웃는데 찡했다
어느새 8월.
일본과 태국을 거쳐 미국에서의 투어 일정까지 모두 마친 뒤.
한 달 전 미국 팬이 찍어 올린 콘서트 직캠 영상만 위튜브에서 천만 단위 조회수를 달성한 ‘Alien friend’가 드디어 뮤직비디오와 함께 정식으로 발매되었다.
‘Alien Friend’의 뮤직비디오는 데뷔곡 ‘해방’이 그랬던 것처럼 원테이크로 촬영됐지만, 투입된 제작비 비례하는 스케일은 오르카라는 그룹이 이만큼이나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듯 훌쩍 커져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달이 지났다.
“한다!”
미국 데뷔도 미국 데뷔지만, 곧 있을 국내 앨범 컴백을 준비하는 오르카 멤버들이 연습을 잠시 멈추고 에 사무실에 있는 TV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밝은 표정을 한 아나운서의 단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우리나라 아이돌이 단 한 곡으로 해외 음원 차트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인데요. 음악과 우정은 언어도 국적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박한아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르카 ‘Alien friend’…해외 음원 차트 3주째 ‘1위’]“아직도 신기하다. 우리가 이런 일로 9시 뉴스에 나오다니.”
“이번에는 좋은 일로 가서 얼마나 다행이야.”
그동안 투표 조작, 살인 미수, 교통사고 등.
각종 사건 사고의 피해자로서 각종 뉴스에 심심찮게 출석했던 멤버들, 그중에서도 특히 온라온이 머쓱하게 웃었다.
“우리 진짜 성공했네요.”
견성하가 감회가 새로운 얼굴로 말했다.
한없이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궤도에 어느 샌가 올라탄 것을 그들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이제는 세계가 그들을 원했다.
“내년에 사옥도 새로 짓는다며.”
“진짜?”
“어. 고모가 다른 건 없는데 건물 욕심은 있거든.”
“대표님답다.”
“정말 지우 형 말대로 됐네. 성공해서 사옥까지 짓고.”
“어? 내가 뭐라고 했었나?”
“응….”
“결아, 자기가 한 말도 기억 못 하는 바보는 내버려 둬.”
강지우가 서문결을 풀 죽게 한 자신의 기억력을 탓하며 머리를 쥐어뜯을 때.
“형들.”
“어?”
“고마워.”
왜 그러냐고 묻기도 전에, 진동하는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온라온이 외쳤다.
“나 잠깐 요 앞에 나갔다 올게.”
잠시 뒤.
“……막내 연애해? 애가 왜 안 하던 말을….”
“그건 잘 모르겠고 온라온이 연애 얘기 한 번만 더 하면 숙소 나간댔어.”
“내가 연애하냐고 물어본 건 반드시 비밀로 해라.”
“근데 왜 저러는지는 나도 궁금하니까 따라가 볼까?”
여러 의미로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형들이었다.
* * *
팬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회사 뒷문으로 나간 온라온이 깜짝 놀랐다.
이영민의 몸을 한 래리가 서 있었다.
“너 이렇게 나와도 돼? 편한 길 놔두고 왜 직접 왔어.”
“아무래도 마지막이니까요. 얼굴은 비춰 드려야죠.”
“무슨 소리야….”
그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래리를 더 추궁하는 대신 더 중요한 문제를 물었다.
“어떻게 됐어?”
오늘은 두 차원 간 거리가 조금이나마 줄어드는 날이었다.
잠시 뜸들이던 래리가 입을 열었다.
“성공했습니다.”
“진짜?”
“네. 방금 온하제 고객님께 무사히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 약간의 해프닝이 있기도 했지만…….
고객의 심신 안정을 위해 래리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안도한 표정으로 친구의 행복을 소망하던 온라온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너희가 예전에 그 녀석을 설득할 때 그랬잖아.”
“설득이요?”
“하나의 세계 전체가 다른 곳에 있다가 돌아온 영혼을 보면 잃어버린 자식 찾은 부모처럼 끔찍하게 아낄 것이고, 한동안 행운이 따를 거라고.”
“그랬었죠.”
“그 말이 얼마 전까지도 이해가 잘 안 갔거든. 좀 사기처럼 들렸다고 해야 하나.”
“사기 아닙니다! 귀환자 설득 매뉴얼에 있는 말이라고요!”
온라온은 천천히 말을 골랐다.
“아니, 네 말마따나 온 세상이 날 아끼고 사랑하고 행운이 따르는 것치고는 그동안 온갖 일이 다 있었잖아.”
“그건….”
“물론 제로 때문에 힘들었던 것도 많지만, 제로랑은 상관없는 일도 있었고.”
제로가 사라진 지금도 사생활 침해나 악성 댓글 등의 문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뜻대로 안 풀리는 일도 종종 생긴다.
일하다 보면 가끔 자신에게 악감정을 보이는 사람도 마주친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것도 꽤 많이.
“본격적으로 운을 타고 해외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니 이제는 좀 실감이 나시나요?”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래리는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듯 음원 차트 성적같이 상관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주 상관없는 이야기는 아닌가.’
나도 전에는 저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옅은 미소를 띤 채 온라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잘못 생각했어. 내 행운은 고작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이곳에 오자마자 좋은 사람들이 나한테 먼저 다가와 준 거.”
그 다정한 관심들을 행운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달리 무엇을 행운이라 부를까.
온라온는 비로소 깨달았다.
“내 세계는 멤버들이고, 팬들이고, 또 그 밖에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이고.”
온라온이 햇살처럼 환하게 웃으며 말을 마쳤다.
“그거면 온 세상이 날 사랑한다고 말하기 충분한 것 같아.”
* * *
그리고 어떤 지구에서.
“너도 그거 들었어?”
“그거?”
단 한 번의 방송 출연으로 세간의 미의 기준을 바꿔놓은 미청년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눈을 깜빡이며 반문한다.
“에일리언!”
“아.”
그제야 알아들은 양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세상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한국 시각으로 오후 7시, 전 세계의 TV 화면이 동시에 암전되더니 3분여 동안 낯선 팝송이 흘러나온 것이다.
전 지구적인 기현상을 두고 국제 해커 단체의 소행이니 심령 현상이니 하는 허무맹랑한 말이 진지하게 오가는 가운데 오직 그만이 먼 하늘보다 더 먼 곳에 있는 친구가 보내온 답장이라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 노래하는 사람 중 한 명 목소리가 네 목소리랑 비슷한 것 같은데.”
“하하, 설마.”
비슷한 게 아니라 같다.
“아니, 진짜 비슷하거든. ‘Please be happy’라고 한 번만 말해보면 안 돼?”
우주 너머에서 보낸 친구의 따뜻한 당부를 떠올린 그의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한때는 행복해지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인 줄 알았다.
‘그 애도 같았겠지.’
그랬던 사람이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헤아려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긴 것처럼 평화로운 기쁨이 가슴 안쪽에서부터 가만히 차올라, 이윽고 충만해진다.
온하제는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完
#안녕하세요. 청도복숭아입니다.
무료 연재로는 2020년 9월에 출발한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이 약 2년 10개월 만에 종점에 도착했습니다. 와!
비록 연재하는 동안 너무나 죄송스러운 휴재 기간도 있었고, 그밖에 개인적으로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단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하고 무사히 완결까지 왔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고 행복하네요.
장장 400화가 넘는 긴 이야기의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고로 좋은 독자님들이셨던 여러분의 사랑과 응원 덕분에 온라온이 이만큼이나 행복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날마다 고생해 주신 담당자님들과 연재를 준비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달려온 동료 작가님들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에게도 정말 어마어마한 행운이 따랐던 것 같네요.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지만, 머지않은 날에 또 다른 작품으로 뵐 수 있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더 발전한 모습으로 다시 한번 돌아오겠습니다.
차기작이나 그밖에 좋은 소식이 있다면 트위터 @doraonda에서 전해드릴게요.
그럼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