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Martial Arts Trainer RAW novel - Chapter (112)
◈ 소림사승(少林四僧) (4)
‘저, 저, 저게 지금 뭐 하는 짓거리야!?’
비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제갈진희와 류설화가 동시에 떠올린 생각이었다.
그리고 두 여인은, 참으로 놀랍게도 똑같은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하나는 감히 무진에게 꼬리를 치고 있는 당소미에 대한 분노.
나머지 하나는.
‘……나도 저렇게 해야 하는 건가?’
혹시라도 무진이 저런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구애를 좋아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특히 다리에 큰 흥미를 지니고 있는 무진 스님인 만큼, 어쩌면 저 치파오라는 복장은 무진에게 크나큰 자극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만약 이번 비무에서 무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옷을 한번 알아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 두 여인이었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미타불.”
당소미의 노골적인 행동에, 무진이 불호와 함께 몸을 날렸다.
쾅!!
비무대 바닥이 터져 나갈 정도로 맹렬한 돌격.
무진의 몸은 어느새 당소미의 코앞까지 당도해 있었고, 무진은 지체하지 않고 당소미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래도 오대세가의 여식이라는 것일까.
당소미는 무진의 주먹에 가격당하기 직전, 신법을 극성으로 펼쳐 몸을 날렸다.
옆으로 몸을 날리는 와중에도, 그 꽉 끼는 치파오의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암기를 날리는 그녀였다.
하지만 무진의 파산신보는 상대를 쫓는 것에 특화된 신법이니만큼, 그 엄청난 속도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방향 전환이 가능했다.
무진은 그녀가 몸을 날린 방향을 향해 다시금 달려들었고, 그녀가 쏘아 보낸 암기의 경우에는.
팅! 팅!
무진의 몸에 닿자, 쇳소리를 내며 그대로 튕겨 나갔다.
“!!!”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소미의 눈동자가 눈에 띄게 커졌고, 방어를 도외시한 덕에 단번에 파고든 무진은 그대로 정권을 내질렀다.
회피가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당소미는 급히 양팔을 들어 올려 무진의 주먹을 막아 냈으나.
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당소미가 비무대 바깥으로 날아가 버렸다.
장외 패.
꽤나 허무한 결과였지만, 당소미는 엄청난 통증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무진의 정권 지르기를 막아 낸 팔은 벌겋게 부어오르고 있었거니와, 급히 내공을 끌어 올리고도 방어가 뚫린 덕에 기혈 또한 들끓었다.
반면에, 본래 생각해 두었던 물리 치료를 모두 시행하지 못한 무진은 어째선지 경직된 표정으로 당소미에게 법례를 표했다.
“아미타불. 위험할 뻔했습니다. 당소미 시주님.”
무진이 이리 말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설마 그사이에 독을 사용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당소미 시주님.”
파산신보로 몸을 날린 직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이미 독에 당했다는 사실을.
‘처음에 비무대 위를 돈 것이 바람을 등지기 위함이었다니.’
치파오를 통해 드러나는 다리로 시선을 끌어들임으로써, 하독하기 편한 자리를 점한 것이었다.
그리고 짐작하건대, 독을 뿌린 순간은 아마도 등 뒤로 팔짱을 끼고 상체를 내밀었을 때.
옷을 통해 드러나는 몸의 윤곽으로 시선을 끌고는, 등 뒤의 팔짱 낀 손으로 슬쩍 독을 푼듯했다.
그저 단순한 미인계 정도로만 봤거늘, 이런 수 싸움이 섞여 있으리라곤 예상치 못했던 무진이었다.
‘이게 만약 실전이었다면, 난 이미 죽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천당가의 가장 유명한 두 가지는 독과 암기술.
하지만 용봉지회는 비무였기에 극독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다. 실제로 그녀가 사용한 것은 마비 독의 일종이었고, 그 덕에 무진의 몸은 꽤나 굼떠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리 간단히 이긴 것은, 몸의 반응이 굼떠졌다 해도 근력과 내공. 그리고 무공 경지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었다.
사실, 무진이 말한 ‘위험할 뻔했다’의 의미는 자신이 위험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당소미가 위험했다는 의미였다.
마비 독으로 힘 조절이 어려웠기에, 실수로 그녀의 복부에 큼직한 구멍을 뚫어 버릴 뻔했으니 말이다.
한편.
무진에게 당한 당소미는 팔과 단전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을 외면하고는 묘한 미소를 띤 채 입을 열었다.
“치사하다 느끼지는 않았나요?”
“심판이 비무의 시작을 알린 후에야 하독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제 방심으로 독에 당한 것을 어찌 치사하다 말하겠습니까. 오히려 이번 비무를 통해 중요한 것을 배우게 되어 기쁠 따름입니다. 아미타불.”
진심이었다.
용봉지회가 끝나고 나면 소림을 탈출해 무림으로 나설 계획이었다. 그런 와중에, 독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번에 깨닫게 되지 않았는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보이면, 일단 쥐어패고 시작해야겠군.’
무림에 피바람을 몰고 올 법한 다짐을 떠올리고 있는 무진이었다.
그리고 무진이 끔찍한 다짐을 떠올리게 만든 장본인. 당소미는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선지 미소 짓고 있었다.
이번 미소는 지금까지의 지어낸 미소가 아니었다.
‘과연, 이래서 그 무심한 진희 언니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거였나.’
사천당가의 독과 암기에 당한 이들은 하나같이 당가를 욕하곤 했다. 무인이라는 작자들이 치사하고 저열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사천당가의 사람들은 표독스러워졌다.
원한을 절대 잊지 않았고, 악인들을 최대한 잔혹하게 처리했다. 그 누구도 당가를 욕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해.
그렇기에 사천당가의 사람들은 은혜를 잊지 않았다.
독과 암기를 사용하는 치사한 놈들이라는 오명을 씻어 내기 위해. 은혜를 잊지 않는 협객이 되고자 했다.
세간에서는 당가 사람들이 독과 암기를 사용하기에 괴팍하다 여기지만, 당소미의 생각은 달랐다.
세간의 시선 때문에 당가 사람들은 괴팍해지는 것이었다.
하여, 당소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시선과 싸웠다.
남들의 시선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당당하게 구는 것이 그녀만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당당하게 군다 하여 속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닌 법.
자신들의 방식을 무공으로 인정해 주는 상대는 당가 사람에게 있어 귀한 이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자신을 이리 간단히 이겨 낼 정도로 재능 넘치는 후기지수라면 더욱더.
자신보다 강한 남자가 취향이라는 건, 단순히 미인계를 위해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미인계도 별로 통하지 않는 것 같단 말이지…….’
어찌 공략해야 할지 아직은 막막한 상대라는 점이었다.
무진은 스님에게 미인계를 쓰는 그녀를 ‘미친년’이라 정의했지만, 당소미가 들었다면 코웃음을 칠 소리였다.
‘고모는 분명, 젊을 적에 땡중과 말코 도사 여럿을 그렇게 가지고 놀았다고 하셨는데.’
당가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과 도사들은 오랫동안 이어진 금욕적인 생활로 인해 오히려 미인계에 취약하다 하였다.
특히 젊은 도사와 중들 중에는 그 충동을 참지 못하고 탈선하는 이들이 많다 하였으니, 당소미가 미인계를 택한 것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후훗. 용봉지회가 끝나고 나면, 고모께 한번 여쭤봐야겠네?’
저 능력 있고 미인계가 통하지 않는 스님을 유혹할 방안을 찾고 싶어진 그녀였다.
* * *
무진과 당소미의 비무를 지켜보고 있던 제갈진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무진은 노골적인 미인계에 넘어가지 않았다.
‘저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면, 뭔가 다른 방법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무진 스님은 어디까지나 호적수! 이번 용봉지회의 결승에서 만나야 할 상대라고!’
제갈진희가 자기 자신과 논답을 펼치는 사이, 장외 패를 당한 당소미가 오대세가 무인들이 모인 곳으로 돌아왔다.
“괜찮으냐?”
“네. 뼈에는 이상이 없는 듯해요. 그냥 약을 먹고 좀 쉬면 괜찮지 않을까요?”
“흠. 몸이 괜찮다면 다행이구나. 비무 결과는 심려치 말거라. 실전이었다면 네 승리였으니.”
사천당가 장로의 말에 당소미가 옅게 웃었다.
실제로, 그녀가 처음 비무 시작 때 뿌린 독이 마비 독이 아닌 극독이었다면 무진은 큰 부상을 입었을 터였다.
‘뭐, 실전이었어도 잘 해 봐야 동귀어진이었지 않을까 싶지만…….’
마비 독에 당하고도 그 정도였으니, 극독에 당한 와중에도 자신은 얼마든지 제압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이야기를 가문의 어른에게 꺼낼 필요는 없을 터였다.
독과 암기를 다루는 당가의 무공은 비무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렇기에 용봉지회에서 패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사천당가 사람들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그걸 뻔히 알면서 집안 어른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을 터.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장로님.”
“그래. 네 스스로가 당당하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그리고 비무 상대도 나쁘지 않았어요. 제 무공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었거든요.”
“허. 그 꽉 막힌 소림에서 그런 제자가 나왔다니. 참으로 신기한 노릇이로구나.”
걍팍한 인상의 사천당가 장로가 보기 드물게 흐뭇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당소미는 장로와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누며 약을 건네받은 뒤, 자신 곁을 지나치는 제갈진희에게 한마디 말을 건넸다.
“진희 언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뭘 잘 부탁한단 거죠?”
“그런 게 있답니다. 후훗.”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당소미 때문에 왠지 모를 찝찝함을 느끼는 제갈진희였다.
하지만 마냥 그녀의 말을 신경 쓰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가 당소미의 곁을 지나친 이유는 당소미와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 아니었으니까.
다음 비무가 바로 그녀의 차례였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얄궂은 대진표로구나.’
순서상으로는 무진의 바로 다음이었지만, 대진표가 꼬여 결승에서나 무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니, 결승에 오르기 위해서라도 비무에 집중해야만 했다.
그녀의 상대는 이 차전에 오른 이들 중 유일하게 오대세가나 구파일방에 속하지 않은 이였다.
일인전승 검파 출신의 젊은 검수.
하지만, 막상 부딪혀 보니 그 사내의 수준은 오히려 일 차전에서 만났던 홍소일 도장보다도 아래였다.
그러고 보면 홍소일 도장은 대진운이 꽤 나빴다고 볼 수도 있었다. 적어도 이 차전에 오를 실력은 됐다는 소리였으니까.
물론, 그래 봐야 이 차전에서 탈락했을 테니 큰 의미는 없었지만 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가뿐하게 비무에 승리한 그녀가 포권을 취하고는 그대로 비무대를 내려왔다.
그리고 자신과 엇갈려 비무대를 오르는 젊은 남성을 바라보았다.
그 사내가 비무대에 오르는 순간, 비무를 지켜보던 관중들 사이에서 다양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용봉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사내의 비무였으니까.
무심하기 그지없는 표정의 사내. 남궁진천을 바라보며 제갈진희는 전의를 다졌다.
그녀의 목표는 무진이었기에 남궁진천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으나, 하필이면 다음 삼 차전의 비무 상대가 바로 남궁진천이었다.
물론, 남궁진천이 이번 비무에서 승리했을 때에 해당하는 이야기였으나.
“오오오오!”
“과연 남궁세가의 기린아로구나!”
일 차전과 마찬가지로 단 일 합 만에 승리한 남궁진천은, 아주 당연한 일이라는 듯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 * *
‘그래도 주인공의 호적수긴 호적수라 이건가?’
비무에서 승리한 남궁진천을 바라보며 무진은 고향으로 돌아간 도월천을 떠올렸다.
‘그 녀석이라면,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무진이 소설에서 봤던 도월천은 그야말로 노력의 화신이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터였다.
그렇기에 무진은 도월천 대신 당장 걱정되는 인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오늘 열리는 이 차전의 마지막 비무를 장식하게 된 소림 제자, 무경을 향해서.
“무경아. 일 차전 때부터 내가 했던 말 기억하고 있지?”
무진이 이번 용봉지회에서 가장 걱정하는 인물은, 무율이 아니라 무경이었다.
그렇다고 광증이 돌아 비무 중에 상대를 죽일까 저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혜관에게 시달린 덕에, 광증은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게 됐으니까.
문제는, 혜관에게 배우는 과정에서 이상한 습관이 하나 생겨났다는 점이었다. 까딱 잘못했다간, 무림 공적이 되고도 남을 위험한 습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