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Martial Arts Trainer RAW novel - Chapter (288)
◈ 너구리 사냥 (5)
외현 곳곳을 뛰어다니길 일 각여.
무율은 링링과 함께 벌써 스물이 넘는 나쁜 놈들을 찾아냈다.
하지만 무율의 행보가 워낙 눈에 띈 만큼, 적들도 무율의 존재를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네 발로 지붕 위를 달리다, 다음 지붕으로 이동하기 위해 몸을 날린 순간.
“으힉!”
“우끼!!”
지상에서 기습적으로 날아든 검기 다발에, 무율과 링링이 괴상한 비명을 내지르며 급히 몸을 틀었다.
우아한 허공답보 따위가 아니었다.
무율은 마치 하늘에서 헤엄이라도 치듯 팔다리를 미친 듯이 허우적거리며, 가까스로 지상에서 날아든 검기 다발을 쳐 내거나 피해 냈다.
그리고 중력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지는 와중, 고양이처럼 몸을 틀어 어찌저찌 네 발로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하는 데 성공한 무율이었다.
다른 사람이 네 발로 떨어졌다면 추한 몰골이었겠으나, 기묘하게도 무율의 그 자세는 참으로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무사히 착지했다고 모든 상황이 끝난 건 아니었다.
무율은 자신을 둘러싼 네 명의 흑의인을 바라보며 대담하게 소리를 내지르려 했으나.
“여기 나쁜 놈들이!! 으익!”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달려든 적들의 공격을 피하기 급급했다.
그들은 이번 임무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이들이었다.
장요산을 비롯해, 나름 신천의 중진이라 부를 법한 이들.
외현의 양민들을 지키기 위해 소림과 무당이 이리저리 흩어졌을 때.
각개격파 형태로 그들을 사냥한 뒤. 약조한 시간에 맞춰 빠져나가기로 한 이들이었다.
신천 내에서도 꽤나 실력이 있는 이들이었기에, 무율이 네 명을 홀로 상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쁜 놈들이! 으힉! 사람 살려!”
“우끼! 우끼끼!!”
물론, 다급한 와중에 이리저리 몸을 날리며 고함을 질러대는 몰골이, 어째 위험해 보이긴커녕 자신들을 농락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율의 그 정신 산만한 행동이 빛을 발했다.
“저희가 맡겠습니다! 무율 도우님!”
인근에 있던 이들이 무율의 고함을 듣고 그쪽을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개중에는, 무당의 기재 청수 도장 또한 함께하고 있었다.
청수 도장은 평소의 맹해 보이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검에 취해 눈깔이 돌아간 상태도 아니었다.
그는 어딘가 깊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외현을 돌아다니는 와중, 그는 양민들의 시체를 여러 구 발견하였다.
신천에서 자신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죽인 양민들의 시체.
광서성에서 되찾은 어렸을 적 기억 때문에라도, 무인들이 무고한 양민들을 괴롭히는 것을 병적으로 혐오하는 청수 도장은, 속에서 끓어오는 분노를 억누르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나머지 셋을 맡아 주십시오!”
청수 도장은 함께 무율의 목소리를 쫓아온 이들에게 그리 외치고는, 가장 삼엄한 기세를 풍기는 사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청수 도장을 바라보며, 장요산이 눈을 빛냈다.
그 또한 청수 도장을 알고 있었다.
모르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청수는 지금보다 훨씬 전부터, 무당제일 후기지수라 불렸었으니까.
지금은 소림신룡에게 밀려, 그 이름값이 조금 약해졌지만 말이다.
‘소림신룡이라면 모를까. 무당검룡쯤이야.’
장요산은 자신을 향해 파고드는 청수 도장을 향해 일수를 펼쳤다.
그의 좌수에 쥐어진 검이 빛살을 가르듯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무당이 중시하는 유의 묘리는 쾌검에 약했다.
중검이나 강검. 혹은 화산의 매화검법 같은 환검은, 어찌 됐든 검을 맞대 흘려보낼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상대보다 월등히 빠른 쾌검은, 적이 흘려보내기도 전에 목에 구멍을 내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으나.
“!!!”
챙!
자신 못지않은 속도로 청수 도장이 직선적인 살검을 펼치자, 장요산의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파문이 깃들었다.
그 뒤로도 둘은 마치 살수처럼 싸웠다.
서로 오직 상대의 사혈과 급소만을 노리며 쾌검을 연달아 펼쳤고, 그때마다 허공에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평소, 태극검법을 활용해 상대의 자세를 무너트린 후 살검으로 마무리하던 청수 도장이었으나, 이번에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주변에 지켜야 할 양민이 없었으며, 상대 또한 살려둘 이유가 없는 악인이었기에.
하지만, 상대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청수 도장은 장요산을 죽일 목적으로 전력을 다해 쾌검을 펼치고 있었으나, 속도에서 그를 압도할 수 없었다.
챙!
괴랄한 속도로 주고받는 일격 속에서, 서로 검이 맞부딪히며 쇳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하였고.
서걱!
맞닿지 못한 검이 서로의 몸에 옅은 생채기를 조금씩 만들어 내고 있었다.
몸을 트는 것이 아주 조금만 늦었다면, 그대로 급소에 구멍이 뚫렸을지도 모를 일격이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웃어?’
목숨이 오가는 위급한 상황이, 청수 도장을 무아지경으로 이끌어 가고 있었다.
극도의 집중 상태에 빠져든 청수 도장의 눈에, 장요산의 검이 느리게 날아오는 모습이 비쳤다.
실제로 장요산의 검이 느려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는 감각에 빠져든 것일 뿐.
당연히, 청수 도장 본인의 몸 또한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으나.
‘그럼, 이렇게 해 볼까?’
오히려 청수 도장은 느릿한 세상의 흐름 속에서, 미세하게 검의 경로를 틀었다.
자신의 심장을 향해 날아드는 장요산의 검.
그 검을 쳐 내기 위해 움직이던 청수 도장의 검이, 맞부딪히는 대신 스치듯 맞닿는다.
청수 도장의 검은 마치 구렁이가 나뭇가지를 타듯 부드럽게 움직이며 거슬러 올라갔다.
그 과정에서, 장요산의 검로는 미세하게 틀어져 청수 도장의 몸에 닿지 못하였고.
서걱!
장요산의 검을 타고 오른 청수 도장의 검은, 검을 쥐고 있던 장요산의 검지를 잘라 내는 데 성공했다.
태극검법과 살검을 번갈아 펼치던 청수 도장이, 진정한 의미로 두 검법을 한 번에 펼치는 데 성공한 순간이었다.
“…….”
신천의 무인답게 장요산은 고통에 익숙했다. 그렇기에 신음을 흘리지는 않았으나.
그 또한 알고 있었다.
검수들 간의 대결에서, 손가락이 잘린다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부상인지.
그리고 다시금 청수 도장과 장요산이 검을 겨루길 몇 합.
검지가 잘려 나간 장요산은, 결국 청수 도장의 살검을 쳐 내는 데 실패했다.
서걱!
목이 잘려 나가는 그 순간에도 일말의 신음이나 비명조차 흘리지 않은 장요산의 시체를 바라보길 잠시.
쾅!!!
외현 너머에 자리한 자그마한 숲 쪽에서 들려온 강맹한 기의 충돌에, 청수 도장의 시선이 그쪽을 향하였다.
* * *
쾅!!!
위지학이 쏘아 보낸 강기와 무진의 무상신권이 맞부딪히며 폭음을 일으켰다.
그리고 위지학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보법을 활용해 무진과 거리를 벌리며 두 주먹을 번갈아 휘둘렀다.
붕천유성권의 권기 다발을 바라보며, 무진은 침착하게 움직였다.
위지학과 격돌하는 것이 벌써 네 번째였다.
무림맹의 천라지망에 쫓길 때. 종남산에서. 그리고 조금 전 외현에서의 격돌. 마지막으로 이번 충돌까지.
위지학의 붕천유성권을 세 번이나 상대해 봤기에, 무진은 이제 슬슬 그의 권법에 익숙해졌다.
정확히는, 과거에 무당산에서 운허 진인에게 배웠던 것을 실전에 접목하고 있었다.
무당 노검수들에게 손목 재활 운동을 가르치기 위해 찾아갔을 때.
운허 진인은 이야기하였다.
적의 몸의 움직임을 읽고. 적의 마음을 읽고. 적의 기운을 읽을 수 있게 된다면 상대의 공격을 마음대로 흘려보낼 수 있다고.
뭐, 마지막에는 세상을 읽으라는 이상한 소리를 해 댔지만, 무진이 거기까지 닿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무진은 상대의 공격을 흘려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어찌 됐든 그 조언은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네 번째 공격은 강기다.’
위지학의 무공에 익숙해진 무진은, 위지학이 쏘아 보낸 수십 개의 권기 다발 중, 정확히 어느 것이 강기인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무진은 무궁처럼 움직였다.
금구공을 펼쳐 위지학의 권기는 개무시하며 달려들고, 미리 읽어 둔 강기만 피해 내면서 조금씩 거리를 좁혀 나갔다.
처음 일합을 주고받았던 것처럼, 무상신권으로 강기를 깨부수며 나아갈 수도 있겠으나, 이는 내공 낭비가 너무 심했다.
위지학의 내공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 와중, 내공을 함부로 쓰다간 천라지망 때와 같은 꼴을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야금야금 거리를 좁힌 무진이, 기어코 위지학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순간.
여지없이, 위지학은 강기가 깃든 우권을 휘둘렀다.
종남산에서부터 몇 번이나 반복된 상황이었다.
무상신권을 펼쳐 맞부딪힌다면, 위지학은 또다시 그 반탄력을 활용해 거리를 벌릴 터였다.
그렇다고 저 일권을 무시하고 공격을 감행하자니, 동귀어진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한 단계 발전한 금구공과 옥금강공이라 한들, 강기는 견디지 못하기에.
그렇다고 저 일권을 피하면서 반격을 가하는 것 또한 여의치 않았다.
안 그래도 빠른 공격인 데다 지근거리인지라 피하기도 힘들었고, 애초에 무진의 보법은 방어력을 믿고 폭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특화됐을 뿐.
세밀하게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종류의 보법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무진이 위지학의 무공에 익숙해졌듯, 위지학 또한 무진의 무공을 파악하였기에 선택한 판단이 틀림없었다.
‘쪼개?’
무진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위지학의 입가에 미소가 깃들어 있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는, 충돌에서 오는 반발력을 활용해 튕겨 나간 뒤. 도주할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 잘못 생각한 것이 있었다.
무진이 단순 무식하게 돌진만 해 대기에, 머리를 쓸 줄 모른다는 착각을.
무진 또한, 지금과 같은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무진은 단전에 남아 있던 한 갑자 반 정도의 내기를 끌어모아, 발바닥에 자리한 용천혈로 보냈다.
그리고 용천혈에서부터 시작된 거대한 내기의 흐름이, 혈도를 타고 돌며 중첩을 거듭한다.
본디 무진은 무상신권을 펼칠 때. 한 갑자 이상의 내공은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열심히 갈고닦아 온, 무쇠와 같은 그의 몸뚱이도 그 이상은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진은, 단번에 승부를 볼 작정으로 그 한계를 무시하고 내공을 운용했다.
어쩌면 위지학이 내린 무진에 대한 판단은 맞는 것일지도 몰랐다. 무식하게 돌진만 할 줄 안다는 판단 말이다.
무진은 평소 신념대로, 머리를 쓰는 대신, 더 강한 힘을 사용하기로 했을 뿐이었다.
끼이익!!
그 결과, 무진의 귓가에 쇳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한 환청이 들려왔다.
막대한 기의 해일을 견디지 못한 그의 혈도와, 중첩된 힘을 견디지 못한 근육과 뼈가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다.
하지만, 무진은 개의치 않았다.
이미 오랜 기간 쇠질로 다져진 그의 뇌는, 오히려 근육의 비명을 쾌감으로 느낄 수준에 다다랐으니.
중첩에 중첩을 거듭한 막대한 기운이, 무진의 우권에서 뿜어져 나온 순간.
세상이 금빛으로 물들었다.
그 황금빛 기운은, 봄의 따스함이 눈을 녹이듯 위지학의 강기를 녹여 버렸다.
그러고도 여력이 남은 기운은, 위지학의 손에 끼워진 흑린투갑을 갈가리 찢어발겨 버렸다.
“!?”
순식간에 위지학의 입가에 머물던 미소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의문과 당혹스러움 뿐.
흑린투갑과 함께 위지학의 오른손이 터져 나가는 사이.
무진은 온몸 근육과 뼈마디가 질러 대는 비명을 무시한 채, 위지학의 양 옆구리를 두 팔로 껴안았다.
위지학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몸을 껴안은 무진의 얼굴을 향해 우권을 휘두르려 했으나.
이미 터져 버린 오른손으로 무언가를 이루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뒤늦게서야 위지학이 왼손을 움직이려 했을 때에는.
“!?”
어느새 세상이 뒤집혀 있었다.
쾅!!!!
마지막 여력을 다해, 들배지기로 위지학의 몸을 땅바닥에 메다꽂은 무진에게서 진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으으. 죽겄네 아주 그냥.”
괴력에 의해 머리가 땅에 짓이겨져, 뇌수와 핏물이 흘러나오는 위지학의 시체 옆에 털썩 주저앉은 무진이었다.
“왜 그래?”
어느새 호위 세 명을 모두 처리한 무경이 의아한 얼굴로 다가오며 물었다.
“근육 한 올 한 올이 다 찢겨 나간 기분이야.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다.”
그리 말하며 무진이 팔을 살짝 들어서 보여 주었다.
무진의 말대로, 그의 팔부터 시작해서 손가락 하나하나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무경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그럼, 앞으로 한동안 쇠질은 쉬어야겠네?”
무진은 ‘뭔 개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무경을 바라봤다.
“운동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