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Martial Arts Trainer RAW novel - Chapter (58)
◈ 지방 분점 (2)
“혹, 법건이를 말하는 것이더냐?”
“예. 제 스승님이시라면, 충분히 제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현광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는 무진의 명목상 스승.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진이 현광을 치료하는 것을 옆에서 가장 긴 시간 지켜봐 왔던 이였다.
실제로 현재 등봉현으로 떠난 무진을 대신해 현광을 치료하고 있는 이가 법건이기도 했고 말이다.
“흐음. 이 일은 우선 법건과 현광 대사형과 먼저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할 듯하구나.”
하지만 법건 또한 현광의 치료로 소림에 묶여 있는 상황이었다.
무진의 말대로 법건이 등봉현을 맡기 위해선, 법건뿐만 아니라 현광까지 등봉현으로 내려가야 한단 소리였다.
그런 연유로, 현천과 현명 그리고 무진과 류지광은 방장실을 벗어나 현광의 전각으로 향했다.
“스승님! 할아버님! 제자가 불민하여 자주 찾아뵙지 못하였습니다.”
“허허허. 등봉현에 내려간 네가 오늘은 어인 일이더냐?”
무진이 오랜만에 뵙는 현광과 법건에게 해맑게 웃으며 반장을 올리자, 현광이 맑은 웃음으로 그를 반겨 주었다.
현천과 현명, 류지광까지 인사를 마친 직후, 현천이 대표하여 자신들이 찾아온 연유를 현광과 법건에게 설명해 주었다.
“제, 제가 말입니까?”
설명을 모두 들은 법건이 당혹스러운 어조로 되묻고는, 무진과 현광을 슬쩍 바라보았다.
무공이라면 모를까. 자신이 무진의 치료법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고, 사조이신 현광을 등봉현까지 멋대로 끌어들여도 되는지도 판단이 서질 않았던 것이다.
그런 법건을 향해, 현광이 자애로운 미소를 내지으며 답했다.
“허허허. 나는 괜찮으니, 한번 맡아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법건아. 그동안 네가 나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해 왔잖느냐. 그러니 이번 기회에 내 사손이 아닌 소림 제자로서의 일을 맡아 보는 것도 좋을 듯하구나.”
법건은 삼대제자가 됐을 무렵부터 현광을 돌봐 왔다. 매일 현광에게 묶여 있는 통에 무공을 수련할 시간도 부족했거니와, 다른 소림의 업무를 볼 시간은 남아 있지도 않았다.
물론 현광을 돌본다는 명목이기에 소림 제자들 모두가 법건을 이해해 주었지만, 막상 법건의 돌봄을 받고 있던 현광으로서는 그런 사손이 안쓰럽기만 했다.
그러니만큼, 이번 일은 그런 사손이 드디어 소림 제자로서 역할을 다할 기회라 여겨졌다.
사조이신 현광의 응원에 힘입어, 법건이 마음을 바로 하고는 현천 대사를 향해 반장을 올렸다.
“소승, 불민한 제자이오나 최선을 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미타불.”
* * *
법건과 현광이 수락의 뜻을 내비친 직후부터는, 구체적인 사안을 정하기 위한 회의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 회의 또한 무진의 주도하에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강서성 분타주와 패도방을 노린 무진이, 미리부터 이 일을 머릿속으로 기획해 두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뭐, 현대에서 했던 거랑 특별히 다를 것도 없으니까.’
서울에서 다섯 개 휘트니스 센터의 사장으로 지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분점을 만든다거나 직원을 뽑아 교육한 뒤, 분점에 파견한다거나 하는 일에는 이미 익숙한 무진이었다.
결국 무진이 제시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토대로 큰 틀은 대부분 정해졌고, 이제 남은 것은 세세한 사항들을 결정하는 일뿐이었다.
“방장 스님. 남창은 흑도나 사파 문파들이 많은 만큼,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등봉현보다 많은 전력이 필요할 듯합니다.”
특히 무진은, 그곳에서 패도방을 비롯해 인신매매와 관련된 흑도 세력을 몰아낼 작정이었기에 전투가 불가피했다.
‘법강 사숙의 말대로, 이번에는 소림의 힘을 좀 빌려 보겠습니다. 하하하.’
적은 인신매매나 마약 밀매에 손을 쓴 악적들이었다. 세작들을 잡을 때와 달리, 소림 제자들을 얼마든지 끌어들일 수 있단 소리였다.
“그 부분이라면 걱정하지 말거라. 치료를 진행할 제자들 외에, 사마외도에 정통한 아이들을 함께 보낼 것이니.”
무진의 부탁에 현천 대사가 자신만 믿으라는 듯이 답했다.
그런 둘을 잠시 지켜보고 있던 류지광이,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큰 틀은 그럭저럭 모두 짜인 듯합니다. 방장 스님.”
“그렇구려. 상단주 시주.”
“하하하. 계속 무거운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힘들 듯합니다. 방장 스님. 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소만, 혹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허허허. 편히 말씀하시구려. 상단주 시주.”
“만약 소림의 진산제자가 된 이가 불가피한 일로 환속해야 할 경우, 소림에서는 어떤 벌을 내리는지 혹 알 수 있겠습니까?”
류지광의 그 뚱딴지같은 물음에 현천 대사가 묘한 표정으로 류지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류지광은 별거 아니란 투로 웃으며 첨언했다.
“그저 속세에 물든 장사치의 어리석은 호기심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서, 가문의 차남이라 마음 편히 소림의 진산제자로 들어왔다가 장남이 후사가 없는 상태로 죽었을 경우. 가문을 잇기 위해서라도 환속하는 경우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경우가 아주 가끔 있기는 했소이다. 아미타불. 그런 경우에는 우선 속가제자에게 허락되는 기초 무공을 제하고는 무공을 전수하지 않겠다는 약조 후에 환속을 허하고 있소이다. 만약 그 약조를 어길 경우에는 무공을 폐하고 있소이다.”
“그럼 만약 자식들이나 제자들에게 무공을 익히게 하고 싶을 경우에는 어찌하십니까? 소림 제자로서, 자식들에게 소림 무공을 익히게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허허허허. 그야 그 자식이나 제자들을 소림으로 보내면 되지 않겠소이까, 상단주 시주.”
왜 이런 것을 묻는 것일까 하는 속내를 감추며 현천 대사가 답했다.
첫 질문은 그렇다 치고, 두 번째 질문은 오대상단의 상단주쯤 된다면 얼마든지 유추가 가능한 질문 아니겠는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는 현천 대사를 향해 류지광이 또다시 질문을 던졌다.
“하면, 가문을 잇기 위함이 아니라 가문 간의 결합을 위해. 그러니까, 정략결혼에 필요하여 가문이 찾는 경우에는 어찌하고 있습니까?”
“……가문이 찾는 경우든, 혹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을 경우든. 그런 세속적인 연유로 환속을 원하는 경우에는 모든 무공을 폐한 뒤 환속을 허하고 있소이다.”
“하하하. 기분을 언짢게 하는 어리석은 질문을 드려 죄송합니다. 방장 스님.”
더 이상 물을 것이 없다는 듯 그리 답한 류지광은, 이번에는 무진을 향해 묘한 물음을 던졌다.
“무진 동자. 내 전에 듣기로, 동자의 치료법이 가문의 것이라 들었소.”
“그렇습니다. 아미타불.”
무진은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애쓰며 답했다. 혹 존재하지도 않는 자신의 본가를 찾기 위해 묻는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어진 류지광의 말은 무진의 예상을 벗어났다.
“하면, 무진 동자는 그 가문을 이을 생각은 없소?”
“!!!”
무진뿐만 아니라 함께 자리하고 있던 현천 대사와 현명 또한 경악한 얼굴로 류지광을 바라보았다.
저 말인즉슨, 환속할 마음이 없냐는 소리였다.
류지광이 듣도 보도 못한 무진의 가문에 신경 쓸 이유는 없을 터. 결국 류지광의 목적은 하나였다.
‘무진을 노리고 있구나!’
무진을 환속시켜 천류상단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임을 현천 대사가 깨달았다.
그리고 현천 대사의 예상대로 류지광은 무진을 탐내고 있었다.
단순히 무진에게 여러 번 도움을 받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거라면 그저 돈으로 보답하면 그만일 뿐.
그가 무진을 탐내는 이유.
‘그야말로 상재(商才)를 타고난 아이거늘. 어찌하여 하필이면 소림에 있단 말인가.’
그건 무진의 상재 때문이었다.
처음 의원을 시작하던 당시, 추보당주를 설득하고 의원을 운영할 기틀을 제시했을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리고 의원을 키워 나가는 과정을 보며 다시 한번 놀랐고, 이번 지방 분점을 기획하는 일로 그 놀람은 확신으로 변했다.
‘그 나이대의 아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총명함과 영민함, 그리고 과감함까지. 그야말로 상재를 타고난 아이거늘.’
무진의 상재는, 천류상단 내부의 주요 인사들과 비교해도 넘치면 넘쳤지 부족하지 않았다. 아직 약관(弱冠, 20세)은커녕 지학(志學, 15세)조차 되지 않은 아이가 말이다.
그런 아이가 어찌하여 소림에 있는 것일까.
이미 무진을 만난 것만으로도 행운이건만, 류지광은 자꾸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무진이 천류상단에서 태어났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그래. 저 멀리 사천의 당가에서도 데릴사위를 들인다 하였거늘, 우리 천류상단이라고 못할 이유가 무엇이겠나.’
단지 문제가 있다면, 무진이 이미 소림의 계를 입은 직전제자라는 점이었으나.
‘무공을 폐하는 정도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한 것은 무공이 아니라 그 상재니까.’
이 정도쯤이라면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문제였다.
“크흠. 무진은 우리 소림에서 아주 눈여겨보는 아이외다. 상단주 시주. 말씀이 지나치시구려.”
“하하하. 본인의 뜻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방장 스님.”
“무진의 치료법이 뛰어나다 하나 무공에 대한 재능에 비할 것은 아니외다. 아마 무진이가 십 년만 더 수련에 전념한다면, 능히 칠십이종 절예를 터득하여 천하제일기재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외다. 이를 믿고 있기에, 우리 소림의 보물인 소. 환. 단. 까지 내렸지 않겠소이까.”
무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현천 대사는 웃는 낯이지만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소림을 진일보시켜 줄 기재다. 저 아이를 놓칠 바에는, 차라리 자신의 팔 한 짝을 자르고 말겠다 생각하는 현천 대사였다.
“하하하. 소환단이 소림의 보물이라 하나, 속세에는 소환단 외에도 무수한 보물이 있습니다, 방장 스님. 무진 동자의 능력이라면, 그런 무수한 보물을 필히 얻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보물을 천류상단이 제공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 환속할지 소림에 남을 것인지는 결국 무진 동자의 선택이지 않겠소이까?”
류지광은 그리 말하며 웃는 낯으로 무진을 바라보았고, 현천 대사와 현명 또한 억지로 끌어 올려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한 채 무진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이게 뭐 하는 짓거리지?’
물론 무진 입장에선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다.
류지광이 자신을 영입하려 든다는 사실은 이해했다. 심지어, 매우 유혹적인 영입 제안이기도 했다.
천하오대상단이다. 현대로 치면 재벌가란 소리다.
아마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돈을 물 쓰듯이 쓰며 떵떵거리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반대로 소림은 어떠한가?
무공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제한다면.
‘그냥 스님이지 뭐.’
산에서 불공이나 드리고, 불경이나 외우며 풀만 먹고 사는 삶.
그게 싫어서 무공만 충분히 익히면 소림을 탈주할 작정인 무진 아니었던가.
여러모로 류지광의 제안이 솔깃할 수밖에 없었으나.
‘무공을 잃으면, 흑막을 처리하기가 힘들단 말이지.’
차마 무공을 포기할 수 없는 무진이었다. 흑막과의 싸움도 그렇지만, 내공으로 이적을 발휘하는 무공에 한창 재미를 붙이기도 했다.
‘그래. 무공을 익힐 만큼 익힌 뒤, 소림을 탈주하고 나서 천류상단에 들면 그만이다.’
신분이야 적당히 세탁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무협에 자주 나오는 인피면구라든가. 수틀리면 가면을 쓰고 다닐 수도 있고.
거기까지 계산을 마친 무진은, 자신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바라보고 있는 류지광과 현천 대사를 번갈아 바라보고는 반장했다.
“아미타불. 죄송합니다. 상단주 시주님.”
“크흠. 무공에 뜻을 두었나 보구려.”
무진의 그 말에 류지광이 일그러지려는 얼굴을 가까스로 관리했고, 현천 대사와 현명의 얼굴에는 함지박만 한 미소가 내걸렸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무진의 말에, 현천과 현명 또한 애써 표정을 수습해야만 했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저는 돌아갈 본가가 없습니다. 아미타불.”
“돌아갈 본가가 없다니 그 무슨……. 설마?”
“예. 이미 제 본가는 멸문지화를 당해 사라진 지 오래이옵니다. 아미타불.”
무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장실에 싸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아주 담담하게 거짓을 고한 무진은, 최선을 다해서 표정 관리를 해야만 했다.
무진이 굳이 이런 핑계를 댄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확실하게 소림을 택하는 모습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칼같이 거절해 놓고, 나중에 소림을 탈출해 천류상단에 몸을 위탁하는 것은 모양이 빠지는 일이다. 그런 박쥐 같은 모습은 자신의 가치 또한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존재하지도 않는 자신의 ‘본가’를 이번 기회에 없애 버리기 위함이었다.
괜히 거짓을 계속 늘어놓다 들킬 바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만들면 그만이었다.
그 덕에 무진을 탐나는 눈동자로 바라보던 류지광과 현천 대사 모두 입을 다물게 되었으니.
“큰 틀은 정해진 듯하니, 저는 이만 할아버님과 인사를 나누러 가 봐도 괜찮겠습니까?”
“그래. 이만 가 보거라.”
“세세한 사항은 우리가 정해 두도록 하겠소. 무진 동자.”
이보다 좋은 선택지도 없었다.
* * *
다음 날.
현광이 법건과 함께 숭산을 내려와, 등봉현의 의원에 당도하였다.
“허허허. 오랜만이구려. 연 부인. 아미타불.”
“호호호. 그간 소림을 가지 못해 적적했건만, 설마 이리 찾아와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대사님. 아미타불.”
오랜만에 의원에서 마주하게 된 연가희와 현광은, 오늘도 여지없이 노인 복지 회관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무진은 연가희와 현광의 치료를 주도하면서 동시에 법건과 류설화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그 외에도, 고급 시설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치료하며 각 환자의 특징을 법건에게 인수인계해 주거나.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설화 시주님.”
“하, 할 수 있어요!”
류설화의 운동을 도와주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언제나처럼 의원을 찾아온 노인분들을 돌봐 주고, 새벽에는 외공을, 저녁나절에는 무공을 수련하곤 하였다.
그렇게 달포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오랜만에 류지광이 직접 의원을 찾아왔다. 드디어 강서성에 의원 분점을 만들 채비를 갖췄기 때문이었다.
“무진 동자. 잘 부탁하겠네.”
그런 류지광의 옆편에는, 무려 스물이나 되는 소림 제자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번에 무진과 함께 강서성으로 떠날 인원들이었다.
‘사마외도에 정통하다는 말에 설마 설마 했지만…….’
이번 원정의 총책임자로 뽑힌 인물.
그는 바로 무경의 사조이자 항마불퇴라 불리는 일대제자, 혜관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강서성으로 향하는 이들 중 절반은 그 혜관과 함께 마인들을 상대하던 멸마대 소속의 이대제자들이었다.
“흐흐흐. 상단주 시주님과 인사는 마쳤으니, 어서 출발이나 해 보자꾸나.”
껄렁한 자세로 서 있던 혜관은, 만사가 귀찮다는 듯 그리 말하고는 냅다 먼저 마차에 올라타 버렸다.
그 뒤를 따라서 무진을 비롯해 나머지 소림 제자들 또한 각자 나뉘어 마차에 올라탔다.
이제 드디어 강서성으로 떠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