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living again RAW novel - Chapter 106
106. 리사이틀 (Recital, 독주회) -2
과거 나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우연히 내 이름을 내걸고 독주회를 열게 되었으나, 텅 빈 객석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그런 꿈을.
부끄럽지만,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내 베개는 정말로 눈물에 젖어있었고 어쩌면 그것이 예지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나는 정신을 차린 뒤에도 엉엉 울었었다.
하지만, 그 꿈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눈앞을 빼곡하게 채운 사람들.
1층은 물론이고 2층까지 빈자리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뜨겁게 내리쬐는 스포트라이트.
새로 산 구둣발 소리가 사뭇 경쾌했기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객석을 향해 태연히 인사를 건네드릴 수 있었다.
짝짝짝!
짝짝짝짝짝-!
단순히 박수갈채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객석에 앉아 계신 것인지 아주 잘 느껴졌다.
“후우.”
짧은 숨과 함께 거침없이 피아노로 나아가는 나.
바로 이 순간부터 나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딩-
[C. Debussy – Claire de Lune](드뷔시. 달빛)
푸르른 달빛이 쏟아져 내린다.
나는 먼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온 그 순간에도, 이 곡을 쳤었다.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태양과도 같은 한 피아니스트에게 나라는 연주자도 아주 분명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홀로 빛을 내지 못하더라도 찬란한 그에게 받은 빛을 반사해서라도 옅은 월광을 내뿜는 내가 있다고, 나라는 존재가 아주 분명히 이곳에 있다고 호소하고 싶었다.
그래.
내게 달빛은 호소였다.
늘 위태롭지만, 끊임없이 색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외로움, 연약함.
그리고 갈망이었다.
태양처럼 반짝이며 항상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듣는 김민호를 보며 쌓아온 나만의 소원.
‘너처럼 되고 싶다.’
그래.
이 곡은 변하지 않았다.
내게 ‘달빛’은 과거의 나, 그 자체를 나타내는 곡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가장 첫 곡으로 이 곡을 택했다.
지은이의 프로그램이 자신에게서 할머니를 향해 보내는 기나긴 메시지였다면, 나의 프로그램은 하나의 빛이었다.
남의 빛을 빌려야만 자신을 밝힐 수 있던 달이, 이젠 자신만의 색채와 광택을 얻어 빛을 낼 수 있다는 의미의 프로그램.
그렇기에 나는 ‘변화’에 힘을 주기로 했다.
느린 탬포의 ‘달빛’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솟아오르는 선율.
[Richard Strauss: Eine Alpensinfonie, Op.64](R.슈트라우스 : 알프스 교향곡)
슈트라우스의 마지막 교향곡이자 맨 첫 부분에 칠흑 같은 밤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표현한 음색이 화려하게 대극장을 뒤엎었다.
대극장에 내리쬐던 달빛 위로 밝은 태양이 떠오른 것이다!
***
“…?!”
김백찬 기자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부드러우면서도 애절하고, 절망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음색으로 기나긴 독주회의 포문을 연 성현의 음색이 정말, 너무 갑자기 변화한 것이다.
처음에는 참 성현이답다고 생각했다.
그 어린 나이에도 나이를 지긋이 먹은 중년의 연주자들이나 할법한 무거운 연주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것이 성현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성현이는 주변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그 탁한 이미지조차 정면에서 벗어 던지겠다는 듯 선율을 뒤집었다.
“주법이···!”
이건 예전에 ‘서울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보여준 적이 있던 성현이의 상징적인 기술이었다.
부드럽고 선형적이던 연주는 삽시간에 무겁고 강력한 울림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주법으로 변화했다.
덕분에 조곤조곤한 울림에 마음을 풀고 있던 모든 관객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무대를 바라보게 되었다.
정말,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줄 아는 놀라운 연주자였다.
그 순간, 서주를 마친 성현의 악상은 매서운 바람처럼 더더욱 다양한 기교를 뽐내기 시작했다.
“이건···?”
김백찬은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을 중얼거리고 말았다.
귀로 듣기에 정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기에 눈치채는 것이 늦은 것이다.
“본래 피아노에 관현악 부분까지 커버를 넣었다고?!”
떠올려보면 성현이 자연스럽게 연주를 시작한 곡의 이름은 ‘알프스 교향곡’.
말 그대로 피아노만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관현악의 웅장함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곡이란 말이다.
헌데,
성현은 피아노 소나타로 분류되는 영역을 완벽하게 연주해내면서도 관현악군과 타악기군이 표현해내야 할 폭포의 물줄기, 꽃들의 흔들림 같은 섬세한 표현을 놓치지 않았다!
마치 두 명의 연주자가 함께 무대에 있는 것만 같았다.
한 명은 경험이 많고 여유가 있는 반주자.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자신감과 힘으로 똘똘 뭉친 솔리스트.
어떻게 사람의 열 손가락으로 교향곡의 세밀한 부분을 이토록 짚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서, 성현아···. 너는 대체···!”
김백찬의 떡 벌어진 입은 도저히 다물어지질 못했다.
***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문 교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이전 ‘서울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종적으로 이성현과 김민호 중에서 누가 우승할지를 선택해야 했던 심사위원단의 총 책임자였던 사람이다.
당시에 ‘콩쿠르가 아닌 독주회’ 였다면 김민호가 아니라 이성현의 손을 들어줬으리라 심사평을 적었던 것도 다름 아닌 문 교수였다.
그렇기에 이 단기간에 모리스 슈만 콩쿠르를 통해 이름을 알린 성현의 독주회에 관심 가지게 된 건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었겠지.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성현의 독주회 티켓을 구매하고자 했던 그녀는 경악의 연속을 맛봐야 했다.
과거, 떠오르는 혜성이었던 성현은 이제 피아노 치는 파가니니라 불리는 사내가 되어 있었고, 자신의 제자지만 콧대가 너무 높아 내심 고민거리던 정민주에게 진심 어린 존경을 받고 있었다.
이번 대극장 1층 R석 역시 성현과 함께 모리스 슈만 콩쿠르 결선까지 함께했던 제자 정민주가 미리 구해주지 않았다면 농담이 아니라 정말 3층으로 밀려날 뻔했다.
3층?
12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대극장에서 고등학생의 독주회를 보겠다고 3층을 가야 한다니···.
이런 일은 3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는 M스튜디오의 천재 피아니스트 박정석이 고등학생일 때도 이룩해낸 적이 없는, 대단히 미친 사건이었다.
이성현,
그는 문 교수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져 있었다.
아직 ‘서울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막을 내린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허나, 그 네다섯 번의 경악들이 사실은 튜토리얼에 불과했다는 것을 문 교수는 성현의 연주회를 듣고 나서야 알게 되었고 또 경악했다.
“마···. 말도 안 돼.”
이게 고등학생이 짠 프로그램이라고?
성현의 연주회는 빛.
농담이 아니라 빛 그 자체였다.
시작은 서늘하고 아찔한 달빛으로 관객의 긴장을 이완시키다가 돌연, 분위기를 반전시켜 이 대극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거기에 떠오르는 태양은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되고 다시금 저무는 태양이 되길 반복했다.
고작 1시간 남짓한 연주로 저 아이는 빛을 다각도에서 표현해낸 것이다.
빛에 반짝이는 사물들과 자연, 거대한 달까지. 그러다 광원 그 자체인 태양이 되어 대극장을 뜨겁게 달구더니.
이제는 태양이 저물어 어둑해진 고요한 바다를 표하기에 이르렀다.
대체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해야 이토록 다양하고, 기묘한 곡들을 한대 엮어 단순하고 직관적인 ‘빛’이라는 주제를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당장 문 교수에게 이 정도 수준의 프로그램을 짜달라는 요청이 들어와도 솔직히 1달은 족히 걸릴 것 같은 수준의 구성이었다!
마치, 적어도 10년은 고민하고 고심한 끝에 나올 법한 그런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걸 2주 만에 짜낸 이성현이라는 아이는 말 그대로 천재. 아니, 천재라는 말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는 존재였다.
“엇!”
문 교수는 밝게 빛나던 스포트라이트가 점차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 역시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을 뿐 자리에서 움직이거나 하지 않았다.
“아, 휴지부가 아니라 인터 미션···.”
그 사실을 문 교수가 새삼 인지한 그 순간, 그녀는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찬란한 빛의 무리를 감상하느라 눈치채지도 못했다.
지금이 인터미션, 다시 말해 중간 휴식 시간이 되었다는 것은 즉, 2시간 48분으로 공표되어 있던 성현의 연주가 절반이나 끝났다는 의미였다.
이는 즉,
“벌써 1시간 20분이나 지났다고?!”
나이를 먹고, 점차 음악 감상에 있어 무뎌져 가던 문 교수에게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독주회에 몰입했었다는 건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는 일본의 일류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고도 시간 감각을 잊어본 적이 없던 사람이었으니까···!
***
문 교수가 성현의 눈부신 솜씨에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이, 1층 VIP석에 앉아 있던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가요. 리프만.”
10분 남짓한 인터미션에 무대가 잠시 고요를 머금자 누군가 입을 연 것이다.
“하하. 피아니스트 주혁. 솔직히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중후한 목소리에 답하는 독일계 억양이 짙게 묻어나는 한 남자의 목소리.
그의 이름은 ‘리하르트 리프만’.
일찍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본선에서 열의 넘치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마주혁을 꺾고 결선에 올라 끝내는 1990년도 영광의 우승자가 되어, 세계 꼭대기에 서 있던 남자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리하르트 리프만에게 말을 걸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M스튜디오의 원장 마주혁이었다.
“성현, 그는 내 오케스트라에서 유럽 순회공연에 참여했던 민호, 그와 동급의 천재로군요.”
“동급인가요.”
“하하하. 고작 두 달도 되지 않지만, 민호는 제가 직접 가르쳤습니다. 그런데도 그 민호와 동급이라는 건, 역시 피아니스트 주혁이 잘 가르친 걸까요? 아니면 저 아이가 상상을 초월하는 천재이기 때문인 걸까요.”
뭐가 정답이건 정말, 재미있는 일이 되었군요.
리하르트 리프만은 그렇게 덧붙이며 또 한 번 하하, 웃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만개하고 있음에도 그 본연의 날카로운 외향이 감춰지지 않는 모습.
만약 인상을 구긴다면 정말 마피아가 따로 없는 얼굴이 되리라.
마주혁 원장은 대략 10년 만에 보게 된 자신의 영원한 경쟁자이자 친구인 사람의 얼굴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혹시 성현도 유학에 관심이 있습니까? 아 참고로 저는 대환영입니다.”
“아닙니다. 리프만. 성현이는 유키에 모리의 유학 제안도 두 번이나 거절했던 아이라서요.”
“그러면 주혁이 나를 이 자리에 초대한 이유가 뭘까요.”
마주혁의 말이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그리 말하는 리프만.
마주혁은 아주 당당하게 그런 리프만을 마주 보며 말했다.
“이제 곧 리프만의 제자들과 콩쿠르에서 만날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일종의 소개 같은 겁니다.”
이미 세계급 콩쿠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선보이던 리하르트 리프만의 많은 수제자들.
보통 리프만의 제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피아니스트들인지 아는 사람이었다면 마주혁의 말에는 코웃음을 쳤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세계급 연주자들과 고등학교 1학년을 비교하다니.
말이 안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리프만은 입가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아주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리프만의 중얼거림은 짧았지만, 그 안에 내포된 의미는 거대했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우승자였던 그가 인정한 것이다.
성현이라면 정말로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현실로 만들어버릴지 모른다고.
***
“하아······.”
내 입에서 긴 숨이 흘러나왔다.
이제 남은 곡은 단 두 곡뿐.
인터 미션이 끝난 뒤부터는 획, 획 변하던 음색을 그라데이션처럼 부드럽고 유려하게 흐르게 만드는 쪽으로 기교를 교정해봤다.
그 반응은 격렬했다.
관객들에게 고요한 침묵을 선사했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의 연주는 관객분들이 나의 ‘감정’에 백 퍼센트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대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단순히 한 곡에 일관된 하나의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한 곡에서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게 만드는 새로운 시도를 펼쳐보았다.
발전부까지만 해도 기존의 악상에 맞는 해석을 펼치다가 가장 선율이 고조되는 지점에서 나만의 해석을 부드럽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오직 나만이, 주법이 다양하기에 가능한 세계 유일의 연주법.
당연히 이를 이해해주시는 관객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입을 탁 벌린 김백찬 기자님.
함께 연주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의 유키에 모리.
내가 대견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정석 선배.
누군지 모를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며 무한한 신뢰의 시선을 보내오는 마주혁 원장님.
하나씩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끝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나의 사소한 변화 하나, 하나에 눈과 귀를 기울여주었다.
이건 정말, 내가 그토록 꿈꿔왔던 독주회였다.
내 몸짓에 천명에 달하는 이들이 흥분하고, 내가 잡은 포인트에 놀라워하며 연주를 들어준다.
내가 쏟아내는 빛이 그야말로 객석을 비추는 환희가 되었고, 그들의 밝은 표정 하나, 하나는 다시금 내가 연주에 힘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긴 숨을 내쉬었던 것은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황홀함이라는 감각이 내 전신을 관통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밀려드는 아드레날린에 머리도, 가슴도 뜨거워졌다.
심장이 쿵, 쿵 소리를 내며 내 가슴에 박차를 가했다.
나는 이윽고 마지막, 장대한 2시간 48분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독주회를 열게 된다면 꼭 여는 곡으로 넣고 싶었던 ‘달빛’ 만큼이나 항상 마지막 곡으로 연주하려고 했던 곡이 바로 이 곡이었다.
그렇기에 눈을 감고 쳐도 연주할 수 있고, 호흡이 꼬여도 자세를 바꿔도 자유자재로 쳐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곡.
[C.Debussy – Arabesque No. 1](드뷔시. 아라베스크 1번)
어느 미향예고의 졸업식에서 내 귀를 뜨게 해줬던 ‘김민호의 아라베스크 1번’ 연주.
이 곡은 내 피아노 생의 출발점이었고, 언제나 독주회의 종착점으로 여겨왔다.
전생에는 수없이 많은 꿈을 꿔도 결코 이루어 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 꿈의 최종막이 드디어, 지금 내 손에서 피어오른다.
딩-
내 손끝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선율은,
찬란하고 다채로운 스테인드글라스의 광택이 되어 이 드넓은 대극장을 감싸 안았다.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사라지질 않는다.
너무나도 길었고, 심하다 싶을 정도로 오래 준비해왔던 나의 독주회는 그렇게 끝이 났다.
“하아.”
성취감, 만족감, 승리감 따위가 내 뇌리에서 요동쳤다.
고요한 좌중 앞에 주먹을 들어 올리고 싶어지는 심정이 들었으나 간신히 자제했다.
그런데,
“”와아아아아아!””
환희가 울려 퍼졌다.
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짝-!
천둥을 방불케 할 만큼 끝없는 박수 소리가 내 연주로 인해 반짝이던 대극장을 다시금 가득 채웠다.
“하.”
헛웃음이 나왔다.
왜 끝끝내, 마지막까지 와서도 나는 이 격앙된 감정을 참고 숨기려 했다는 말인가.
이 무대의 주인공은 나였고,
객석에 앉아계신 관객분들은 오롯이 나를 보기 위해 모여주신 분들이었다.
그러니 참지 않아도 되겠지.
나는 여느 피아니스트들이 고개를 푹 숙여 인사를 건네야 할 그 타이밍에 경기에서 승리한 챔피언처럼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쇼맨십에 객석은···.
“”와아아아아아아아!””
조금 전과도 비교가 안 되는 함성을 내지르는 것으로 멋진 화답을 보내주었다.
이렇게 20년에 걸친 나의 꿈, 독주회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남은 목표는 단 하나.
김민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