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living again RAW novel - Chapter 140
140. 데클라만도 (Declamando, 낭독하듯이) -3
리하르트 리프만은 바보에다가 멍청이다.
이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명망이 높으며 동시에 백금발의 미녀로도 유명한 니엘의 속마음이었다.
니엘은 성현과 만나는 걸 목이 빠지게 기대해왔다.
처음 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아무에게나 곡을 써주지 않는 까다로운 성격으로 유명한 모리스 슈만 콩쿠르에 출전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마침 그해 여름에는 성현과 같은 스튜디오, 같은 학교에 다니다가 왔다는 김민호가 오케에 소속된 상황이었고, 성현에 대해 흥미를 보이자 김민호는 곧바로 기뻐하며 그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성현은 신비롭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모르는 것이 없었다.
학교에서는 매번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였는데, 항상 그 일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서 교직원도 학교의 선배들도 그에 대해 칭찬하기 바빴다고 한다.
사람을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는 연주자.
민호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니엘은 연주자로서가 아닌 성현이라는 사람 자체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그러던 중,
정말 갑자기 귀국을 결정한 김민호.
“성현이가 리사이틀을 연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지금부터 계속 함께한다면 탄탄대로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이 ‘리프만 오케스트라’를 차고 성현을 택한 것이다.
아무리 성현의 팬이 된 니엘이라도 당시에는 김민호를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아이라고만 생각했다.
허나, 그런 그녀의 생각은 한 독주회를 들음으로써 일순간에 변했다.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안 좋은 음질에 녹음된, 그 독주회 말이다.
무려 2시간 40분을 넘는 긴 독주회였지만, 니엘은 성현의 연주에 영혼이라도 집어 삼켜진 듯 매료되었다.
그 후로도 성현은 일반 상식으로는 결코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이어나갔고 결국, 프로 무대에 단 한 번도 출현한 적이 없는 상태로 ‘한국 종합 콩쿠르’의 우승자가 되었다.
독일인인 그녀마저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거대한 무대.
그 믿기지 않는 사실에 놀라는 한편 니엘은 느꼈다.
성현이라면, 분명 자신보다 일곱 살은 더 어릴지라도 그라면, 자신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고독을 알아주리라는 걸 말이다.
그렇게 1년,
이젠 오케의 단원들에게조차 숨기지 않고 성현의 덕질을 이어가던 니엘이었다.
당연히 리하르트 리프만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이번 성현의 방문을 반겼고 동시에 리프만 오케스트라와의 일정이 없음에 안타까워했던 것 아니었던가.
대놓고 시무룩한 표정이 되는 니엘을 보고서, 리하르트 리프만은 뭔가를 결심한 듯 말했었다.
“나만 믿으렴.”
그 밝은 미소에 깊이 감동하기를 삼일.
온갖 기대를 품고 오직 성현이 네덜란드에 방문하는 날만을 니엘은 기다리고 기다려왔는데···.
-자네를 납치하려고 하거든, 자네 생각은 어떤가?
갑자기 납치하겠다니.
대체 이게 무슨 막말이란 말인가.
손님으로 대접해도 모자를 판국에 피아노 대결을 해서 탈출하라고···?
니엘은 자신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겠다는 자신의 고집마저 까맣게 잊고 어떤 생각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 않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어떤 생각만 반복하고 있었다.
‘마에스트로는 바보 멍청이···.’
***
우선,
날이 너무 늦었고, 엄청난 거리를 움직여왔기에 피곤하기도 했음으로 나는 리프만 오케스트라 사람들과 인근의 숙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반전을 맞이하게 되니!
그건···.
어째서인지 함께 아트홀로 들어오지 않던 남준필씨가 공항 근처에 잡았던 숙소에 두고 온 줄 알았던 내 캐리어 두 대를 이곳, 아트홀 인근 숙소로 열심히 옮기는 광경이었다.
“하하, 나 빼고는 다 한 패였구나···.”
믿었던 정석 선배부터 백건오 선생님의 부탁으로 날 돕게 된 남준필씨까지.
아마 나를 제외한 모두가 리하르트 리프만과 이야기가 된 상황이 아닌가 싶었다.
뭐, 짐을 또 옮길 필요가 없다는 건, 이제와서는 좋은 일이었기에 나는 굳이 남준필씨를 걸고넘어지진 않았다.
그러기에 지금 난 너무 피곤하거든.
5성급 호텔을 방불케 하는 큰 방을 내 독실로 받은 것도, 무슨 일인지 목욕탕에 온수가 받아져 있고 좋은 향이 나고 있던 것도, 하나씩 생각하기에는 기력이 없었다.
몸을 씻고, 드디어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렇게 길고도 굵직했던 하루는 순식간에 끝을 고했다.
“하아아아아암.”
눈을 뜨자 큰 하품이 나왔다.
조금 열린 커튼 사이로 보이는 밖 풍경이 퍽 어두워, 지금이 이른 새벽이라는 걸 눈치챘다.
그렇게 멍하니 눈꺼풀만 깜빡이다가 지나치게 넓은 방 크기와 이상한 가구 배치를 보고 나서야 이곳이 네덜란드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 나 해외로···.”
정확히 몇 시에 잠이 든 건지 기억나진 않았지만, 스마트폰을 켜보니 현지 시각으로 5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몇 시간 안 잔 거 같은데?”
그런데도 묘하게 몸은 편안하고 피로감은 없었다.
이게 돈의 힘인가?!
잠깐 헛소리를 혼자 했다가 적막한 새벽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
제대로 자고 나니 어제 리프만이라는 독일의 거장이 내게 얼마나 이상한 소리를 했던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거기서 곧바로 ‘까짓거 해보죠. 뭐.’라고 했으니, 정작 나도 니엘 리히터가 보기에는 괴상하긴 매한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
적어도 석 달은 얼굴을 보게 될 것 같은 사이에 첫 단추를 좀 잘못 끼운 것 같지만, 뭐 어떤가. 합동 연습만 할 수 있으면 된 거지.
끼익,
창문을 열었다.
한국과 비교하면 추운 편에 속하는 네덜란드였기에 단순히 여름 바람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퍽 차가운 공기를 나는 단숨에 들이켰고, 확실하게 잠을 깨웠다.
“오늘부터 4일간 10승이라···.”
손이라도 풀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는 니엘 리히터니까 말이다.
그런 생각을 마친 나는 곧바로 옷을 챙겨입고 숙소를 나왔다.
그리고는 어제도 걸어왔던 그 길을 되짚어가며 5분 정도를 걷자.
주차장에 주차된 정석 선배의 차를 발견했다.
“빙고.”
이 길이 맞았나 보다.
나는 곧바로 보이는 거대한 아트홀을 향해 걸었다.
당연히 경비원과 마주쳤지만, 독일어로 리프만 오케스트라 소속이라 말하니 금방 길을 비켜주었다.
그렇게 걸어, 어제는 대충 지나쳤던 거대 아트홀을 둘러보는 나.
관현악끼리 모일 수 있는 연습실부터,
협주곡, 소나타 가리지 않고 연습할 수 있을 법한 피아노 연습실도 여럿 보였다.
아무래도 리하르트 리프만이 피아니스트 출신이기에 피아노를 중시하는 듯했다.
“뭐, 피아노는 용도가 다양하니까···.”
그렇게 1층을 모두 구경한 내가 2층으로 오르자,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피아노 연주 소리.
순간 외국 귀신인가 싶어 몸을 굳혔다가 멀찍이 보이는 불빛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곳으로 다가가자 서서히 커지는 피아노의 울림이 내 귀를 자극했다.
“와아아···.”
그런 감탄사가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올 수준의 연주.
한국에서 늘 듣던 피아노들과는 또 다른 매력의 음색을 가진 연주였다.
나풀나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하늘하늘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뭐가 되었건 수준급의 연주자라는 사실 하나만은 변하지 않았는데, 이윽고 반쯤 열려있던 연습실을 들여다보자 프릴이 이곳저곳에 달린 하늘색 잠옷의 니엘 리히터가 보였다.
분명 나풀거리는 옷이 불편할 텐데도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연주를 이어가는 니엘.
보통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 광경인데, 그녀가 그러고 있으니 무슨 영화라도 보는 것 같았다.
그녀의 연주는 또박또박 음표를 표현했다.
선명한 음들은 허공에 엮여 신선하면서도 강인한 선율을 자아냈고, 이에 나는 또다시 절로 나오는 감탄사를 내질렀다.
“호오오오.”
드윽-!
그러자, 내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멈춰버리는 연주.
니엘은 백금발 긴 머리카락이 휙, 하고 잠시 치솟을 정도로 힘껏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보았다.
신비로운 연주에 이끌리듯 왔지만, 생각해보니 정작 난 아직 니엘과 말 한마디 나눠본 적이 없었다.
“구, 구텐 모르겐?(안녕하세요?)”
나도 모르게 어색한 독일의 아침 인사를 건네자 니엘은 얼음 조각처럼 굳어버렸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보고 굳어버린 우리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까진 약 10분의 시간이 더 걸렸다.
***
“어제는 우리 지휘자님이 폐를 끼쳤네요. 정말 미안해요.”
약 10분간의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니엘이었다.
그녀는 제대로 씻지도 않았고, 머리도 엉망진창으로 풀어헤쳐 져 있는 데다가 차림새도 잠옷 그대로였던 터라, 성현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머릿속이 아비규환이 되었었지만, 이럴 때야말로 연장자로서 똑 부러지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예? 아, 괜찮아요.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녀의 진심 어린 사과에 곧바로 그리 답하는 성현.
니엘은 솔직히 성현이 허무맹랑한 납치 발언에 화가 나진 않았을까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시원하게 나오는 대답에 조금 놀랐다.
“잘된 일요?”
성현의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니엘이 되묻자, 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저는 안 그래도 지난 반년 동안 혼자 연습하느라. 연습을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거든요.”
“아, 알아요. 저번 콩쿠르 대상을 끝으로 갑자기 활동이 없었잖아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가며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친 니엘.
그렇지 않아도 그녀에게 성현이 반년간 사라졌던 건 가장 궁금했던 사항이었던지라 다소 격한 반응이 나가버렸다.
“알고 계셨군요? 그···. 새로운 선생님이 갑자기 저는 폐관 수련을 해야 한다고 해서요. 의도치 않게 그렇게 돼버렸네요. 하하.”
허나, 다행히 성현은 니엘의 격한 반응에도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하며 그리 말해주세었다.
이에 안심한 니엘은 그간 성현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하느라 한껏 부풀어 올라 있던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성현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해, 해외에 나와서 불안하진 않나요?”
“네? 아아, 오늘이 이틀 차라서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아, 그러네요.”
그리고 다시 잠깐의 침묵,
마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니엘은 그저 자신이 요 1년간 줄곧 직접 만나고 싶어 했던 그 스타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고 느꼈다.
그렇게, 어색하지만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는 묘한 대화를 이어나가던 중.
“…혹시 제 연주를 들은 대신에요. 성현씨의 연주도 들려줄 수 있을까요?”
니엘은 딱히 깊은 생각을 거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피아니스트들끼리니 연습실에 어색히 서 있는 것보단 연주를 해보면 자연스레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흥미.
“니엘 리히터가 평가를 해주신다니, 저는 너무 좋죠.”
그런데 그 제안이 어마어마한 일을 일으킬 줄은, 솔직히 니엘은 짐작도 못 했다.
“방금 연주하신 곡이 쇼팽의 야상곡 2번이었죠?”
정말, 아무런 긴장감도 주저도 없이 그저 원래부터 손이 건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으며 동시에 건반과 닿는 성현의 손끝.
[Chopin – Nocturne Op. 9 No.2](쇼팽 – 녹턴 2번)
그 순간, 니엘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밤길을 산책하는 듯한 가볍고 경쾌한 멜로디, 감미롭게 피어오르는 음색은 그야말로 어둑한 밤하늘을 밝히는 별과 같이 빛나고, 사뿐하게 내려앉는 선율은 마치 니엘의 가슴에 직접 노크하듯, 부드럽지만 치명적인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니···. 니엘···. 니엘?”
“네?! 아, 네!”
어느새 정신줄을 놓고 있었는지.
니엘은 성현의 연주가 벌써 끝난 줄도 모르고 그가 자신을 세 번이나 부를 때까지 멍하니 있고 말았다.
연주가 짧았나?
아니,
그런게 아니었다.
이건···.
‘몰입.’
딱 첫 음부터 세 마디.
그 일 순간의 연주에 니엘은 성현의 연주에 흠뻑 빠져 시간개념을 잊어버린 것이 분명했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너무 갑작스러운 일에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정리가 되질 않는 니엘.
성현은 그런 그녀를 이상하다는 듯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어땠나요?”
태연하게 아니, 순진하다고 여겨도 좋을 만큼 순수한 미소로 그런 질문을 던지는 성현.
니엘은 그런 성현을 보며 도리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어, 어때냐니요. 그야 당연히, 말도 안 되죠!”
“말도 안 돼요?”
“아, 미안해요. 말도 안 되게 정말 좋았다는 의미였어요. 나, 정말로 성현씨의 연주가 끝난 줄도 모르고 있었지 뭐예요!”
그렇게 큰 소리를 낸 후에도,
잔뜩 흥분한 어조로 성현의 연주에 대한 칭찬을 이어가는 니엘.
그녀의 눈과 귀에 이성현이라는 연주자는 이미 예전 ‘한국 종합 콩쿠르’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던 그 피아니스트와는 또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그는 활동을 중단했던 이 반년 동안···.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장을 이루어서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그, 어떻게 한 거예요?”
정신없이 칭찬 공세를 이어가던 니엘은 자기도 모르게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자신보다 일곱 살이나 어리고, 이제 막 세계급 연주자로 데뷔한 성현에게, 어디 가서 남에게 말도 잘 걸지 않는 니엘, 본인이 말이다.
“아, 방금 녹턴이요?”
“네, 넷!”
“어려울 거 없어요. 니엘이 연주할 때는요. 저음부를 이렇게 했잖아요···?”
디잉-!
이런 질문마저 예상했던 것인지, 일말의 주저도 없이 직접 건반을 두드려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성현.
분명 성현에게 연주를 들려달라고 말할 때, 니엘은 솔직히 자신이 짚어줄 수 있는 부분은 가볍게라도 잡아주자고 조금은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펼쳐진 광경은 정반대였다.
니엘은 그렇게, 옷차림이나 자신의 몰골 따위는 모두 잊을 만큼 진지하게 성현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
***
이른 아침,
성현을 어떻게든 유혹해 리프만 오케스트라에 흠뻑 빠지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일찍 눈을 뜬 리하르트 리프만.
솔직히 진심으로 성현이 화를 낸다면 곧바로 놓아줄 의향은 당연히 있었다.
허나,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방,
최고의 조율사들이 항시 대기하는 아트홀,
거기에 그 나잇대 소년이라면 도저히 그냥 넘어갈 리가 없는 라이벌, 거기에 미녀이기까지 한 니엘 리히터라는 존재까지.
사실, 성현이 자신의 납치 계획에 동의하는 건 이미 모두 계산되어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구도자’의 제자라도 이 정도로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데, 그냥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없지.”
게다가 성현이 받아들인 탈출의 조건은 무려 니엘 리히터에게 10승을 쟁취하기.
허나, 니엘은 그리 호락호락한 피아니스트가 아니다.
리프만의 예측에 따르면 성현과 니엘의 실력은 거의 동급.
그러니 최소 열흘, 최대 스무 밤은 리프만 오케스트라의 울타리 내에서 지내게 될 거라는 의미였다.
“열흘이면 충분하지.”
성현에게 리프만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맘껏 보여주고 그를 이쪽 소속으로 만드는 거다.
그럼으로써 그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김민호, 최지은도 리프만 오케스트라에 들어올 가능성이 상승하고, 결국.
이 시점에서 미래의 피아노계를 이끌 젊은 천재들을 독점한 리프만 오케스트라는···.
“향후 10년 뒤, 빅쓰리라는 이름이 아니라 세계의 정상에 서는 거지. 그것도 다른 오케스트라들과는 비교를 불허할 만큼 강대해져서 말이야. 흐흐흐, 하하, 하하하하하!”
그렇게 리하르트 리프만이 홀로, 새카만 새벽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사악한(?) 계획을 복기하고 있던 그 시각, 리하르트의 예견상, 성현과 박빙의 승부를 펼칠 거라 예상되던 니엘 리히터는···.
“성현씨! 이, 이건 어떻게 한 건가요?”
절찬리 보석 같은 눈을 반짝이며 성현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