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104)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103화(104/412)
#103. 전반기 종료
내가 처음 빅리그에서 투타 겸업을 선언했을 때 한국뿐만 아니라 빅리그, 그리고 일본 야구 팬들까지도 내게 엄청난 관심을 보였었다.
현대 야구에서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투타 겸업에 두 번째로 도전하는, 그것도 선구자인 그 선수와 마찬가지로 아시아인인 나는 여러 모로 호기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기는 했다.
신이 내린 선수라고 불리던 오타니 쇼헤이조차도 2022년까지는 투수와 타자, 양쪽으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낸 적이 없고, 2023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투타 양면에서 완벽한 선수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대가로 그는 팔꿈치 인대를 내놓아야 했고, 결국 부상 후유증으로 예상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해야 했다는 거다.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내 소속 구단이었던 시애틀 역시 마냥 내 편은 아니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투타 겸업이 도움이 되겠지만 그때의 시애틀은 매출보다는 사상 최초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더 관심이 많았던 팀이었다.
심지어 나는 투수와 지명타자로만 출전했던 오타니와 달리 필드 플레이어까지 노리고 있었다. 즉, 투수와 야수, 타자,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했던 것이다.
[동양에서 온 유망주, 투타 겸업보다는 안전한 성장을 우선시해야] [104마일을 던지는 유망주에게 굳이 타격이 필요한가?]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현대야구에서 투수의 타격이 승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그런 여론에 힘입어 미국 내 대부분의 언론들이 내 도전을 무모하다고 비웃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들의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미국 진출 첫 해 빅리그 진입이 확실시되던 나는 어깨 부상으로 인해 2년을 마이너에서 보내야 했고, 재활을 거쳐 빅리그에 올라온 후에도 구단의 관리 하에 제한된 타격 기회만을 제공받았다.
선발 투수로 나선 후 다음 경기는 무조건 휴식, 그리고 출전 경기의 절반 이상은 필드 플레이어가 아닌 지명타자로.
이제 와 생각하면 시애틀이 그만큼 나를 아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철없던 그때의 나는 그런 구단의 간섭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한 이닝이라도 더 던지고 싶었고, 단 한 타석이라도 더 많은 공격을 하고 싶었다. 지명타자가 아닌 필드 플레이어로 당당히 평가받고 싶었다.
결국 시애틀과의 계약이 끝난 후 완벽한 투타 겸업 보장을 약속한 클리블랜드로 팀을 옮겼지만.
음.
그러고는 곧바로 어깨가 터져버리며 투수로서의 생명은 완전히 끝나고 말았지.
생각해보니 진짜 파란만장한 시간들이었다.
그렇기에 두 번째 얻은 이번 기회에서 나는 극도로 내 몸을 아끼고 관리해왔다.
매지션스, 아니, 황성민 그 새끼 때문에 한 번 등판한 것 외에는 투수로서의 나를 완전히 봉인했었다.
조금 더 준비가 될 때까지, 투타 겸업을 하면서도 몸에 무리를 주지 않을 준비가 끝날 때까지.
하지만 이제는 나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9경기만 더 치르고 나면 WBC가 시작된다. 그리고 곧바로 하반기다. 취소 경기까지 합치면 하반기에 진행될 경기수는 대략 48경기 정도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내 단일 시즌 홈런 신기록에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전력을 다해 달려온 워리어스의 동료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 정도까지 해온 것만으로 기적에 가깝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하반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번 브레이크 기간 동안 성훈이 형과 박재철 단장이 트레이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거다.
특히 심각한 건 투수 쪽이다.
만에 하나 주전 투수 중 누구 하나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게 끝이다. 기껏 어렵게 지키고 있는 2위 자리는 물론이고 자칫하면 가을야구 진출까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내 목표인 워리어스의 우승, 그것을 위해서는 한수혁이라는 투수가 필요하다.
“일단 내가 판단하기에는 음… 그래, 이걸 수치로 표현한다는 게 조금 웃기기는 하지만 90% 이상은 밸런스가 조절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군.”
“그 정도면 충분해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닐지도 모르고.”
제이콥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끝까지 나를 설득하고 싶어하는 얼굴이다.
투수와 타자, 거기에 필드 수비까지, 이 세 개의 포지션을 병행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신이 내린 육체를 가졌다던 오타니가 그렇게 일찍 은퇴를 한 것 역시 그 사이의 밸런스가 깨졌고, 결국 그것이 부상으로 이어진 게 원인이다.
타격과 수비, 투구, 같은 야구이지만 이 세 가지 플레이를 위해 쓰는 근육이 다르고, 거기에 필요한 훈련법도 다르다.
타격을 위해 강화해 놓은 어떤 근육이 투구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건 내가 투수로 뛰는 동안에는 수비를 아예 하지 않는 거다. 혹은 수비 부담이 적은 외야수 같은 데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당장 내가 빠지면 유인철이 주전 유격수로 뛰어야 한다.
글쎄, 내 생각에 그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닐 거 같다.
어쨌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투수, 타자, 거기에 유격수까지. 그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난 시간 단 하루도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그 결과를 확인할 차례다.
* * *
늦장마와 함께 찾아왔던 태풍이 드디어 완전히 소멸되었다.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쏟아부은 집중 호우에 어려움을 겪게 된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야구는 계속되었다.
팀당 최소 세 경기, 최대 다섯 경기까지 취소된 일정은 하반기 휴식일, 혹은 더블헤더로 편성될 것이다. 안 그래도 WBC 브레이크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KBO에게 또다른 숙제가 안겨진 셈이다.
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다.
팀의 상승세가 중단된 게 아쉽기는 하지만 지난 며칠간의 휴식이 워리어스 선수단에게는 득이 되었다. 한정된 라인업으로 경기를 뛰어온 우리에게는 이번 휴식이 너무나도 달콤했다.
서울 파이터즈와의 홈 3연전에서 우리는 2승 1패로 위닝 시리즈를 기록했다.
어쩌면 우리 팀과 비슷한 사정을 가진, 모기업의 지원 없이 스폰서 체제로 하루하루 야구단을 운영 중인 팀.
그 와중에도 매년 괜찮은 성적을 거두던 파이터즈는 올해 이런저런 일들이 겹치며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운이 없었다고 봐야 했다. 새로운 스폰서는 투자보다는 광고 효과에만 관심이 있었고, 이는 선수단 구성과 용병 선수 영입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쳤다.
선수단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국내 최고의 리드오프라는 이찬호는 부상으로 거의 2달을 날려 먹었다. 어떻게 보면 최하위를 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파이터즈 다음으로 만난 팀은 1위팀 인천이었다.
[단독 1위 인천 레인저스와 2위 서울 워리어스 간의 3연전, 1승 1무 1패로 승자 없이 끝나] [1차전을 지배한 에이스 임준영, 2차전 연타석 홈런으로 반격에 성공한 한수혁] [시즌 38호 홈런 한수혁 “홈런 신기록보다는 팀의 1승이 더 중요”]└진짜 야구는 심장에 너무 해로운 듯. 3연전 내내 위염 약 먹었다…
└타이탄스가 수원에 또 3승 퍼 줬음. 도움 안 되는 새끼들…
└타) 시바, 우리도 한수혁 같은 애 있었으면 이 꼴 안 당하지. 양기철이라도 돌려주던지
└개소리 꺼지고… 그보다 천상진 팔꿈치는 괜찮나 모르겠네. 많이 아파 보이던데
└민주현 그 새끼는 왜 하필 타구를 거기로 날려서 하…
└걔 SNS 폭격당하고 문 닫은 거 같던데 ㅋㅋㅋ
└우리 오빠 내놓으라고 난리 났음
└그나마 WBC 때문에 20일 정도 쉬는 게 다행이다. 저거 아니었으면 진짜 좃됐겠네
└난 그 이후가 더 걱정되는데 취소 경기까지 합하면 일정 완전 지옥일 텐데
└제발 브레이크 기간 동안 선수 좀 데려오자! 이 거지 구단아!
인천과의 3연전에서 민주현이 친 타구가 천상진 선배의 팔꿈치를 강타했다.
다행히 맞는 순간 요령 있게 직격을 피하기는 했지만 천상진 선배는 그 즉시 남은 일정에서 제외되어 병원으로 향했다.
어쩌면 WBC 브레이크 후 곧바로 선발진 합류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전반기 마지막 일정인 매지션스와의 3연전이 시작되었다.
지난번 이만식 선배가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던 당시 불문율을 깨고 기습번트를 시도했던 걸 기억하는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연차가 낮은 선수들은 물론이고, 최고참인 조성오 선배조차 살짝 흥분한 상태였다.
중간계투로 투입이 확실시되는 김두영은 그때 그 자리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타자를 맞추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자기 친정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세상에…….
하지만 1차전 선발로 나서게 된 이만식 선배가 그 모든 흥분을 잠재워버렸다.
“얘들아, 그리고 성오 형님.”
“네, 선배님.”
“나도 그때 생각하면 좀 화나기는 하는데, 그래도 우리 야구만 했으면 좋겠다.”
“네?”
“나, 마지막 가을야구 한 지가 벌써 6년이나 됐거든. 내가 앞으로 던져봐야 얼마나 더 던지겠어. 올해는 꼭 가을에 마운드 위에서 공 던지고 싶다.”
“…….”
“여기서 저놈들 또 두드려 패면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혹시나 우리 애들 중에 누구 하나라도 다치면 어쩌냐. 수혁이랑 덕수는 WBC도 나가야 하는데. 흐흐.”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러니까 우리 야구만 하자. 응? 지난 경기에 대한 건 내가 다 떠안고 갈 테니까.”
그렇게 선수단 분위기를 진정시킨 이만식 선배는 선발로 나가 5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낸 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3회, 이만식 선배가 던진 공이 상대 팀 베테랑인 고철환의 엉덩이에 맞았지만 그 공을 맞은 타자가 아무 말 없이 1루로 나가면서 양팀 간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어쩌면 저 두 사람 사이에 사전 합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칫 흥분할지 모를 후배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랄까.
그런 것도 모르고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것처럼 흥분한 동기 놈들을 말리며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앞으로 10년 후, 혹은 15년 후, 내가 이 팀의 최고참이 된 후에도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개인의 감정보다는 팀을 우선시할 수 있을까? 후배들을 먼저 걱정할 수 있을까?
글쎄, 지금 생각 같아서는 아마 불가능할 거 같지만…….
그래도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내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니까.
“내가 투수가 아닌 게 진짜 너무 억울하다.”
“뭔 소리야.”
“만식이 형한테는 알았다고 하고 마운드에 올라가서 냅다 맞춰버렸을 텐데.”
음, 서형주 이놈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지.
가만 생각해보니 이대로 이 팀에서 말년을 보내게 된다면, 그때도 서형주가 내 옆에 있다면…….
아무리 내가 참으려고 해도 일은 터지게 될 거다. 이놈도 만만치 않은 또라이니까.
결국 매지션스와의 3연전에서도 우리는 또 한 번 2승 1패, 위닝 시리즈를 가져왔다.
그리고 나는 그 3경기에서 두 개의 홈런을 더 날리며 홈런 숫자를 40개로 늘렸다.
유난히 길고 길었던 7월까지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54승 4무 38패, 승률 0.587, 단독 2위.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유력한 꼴찌 후보로 꼽혔던 워리어스가 기록한 기적 같은 성적이었다.
그리고 올스타전의 아침이 밝았다.
* * *
※ 서울 워리어스 주요 선수들 전반기 성적
중견수 서형주 타율 0.279 / 출루율 0.362 / 장타율 0.398 / 홈런 6개 / 39타점 / 25도루
3루수 안치욱 타율 0.298 / 출루율 0.345 / 장타율 0.401 / 홈런 8개 / 50타점 / 1도루
유격수 한수혁 타율 0.432 / 출루율 0.538 / 장타율 0.914 / 홈런 40개 / 91타점 / 23도루
1루수 조성오 타율 0.317 / 출루율 0.385 / 장타율 0.505 / 홈런 20개 / 71타점 / 2도루
포수 장덕수 타율 0.275 / 출루율 0.348 / 장타율 0.455 / 홈런 15개 / 58타점 / 1도루
우익수 월터 스미스 타율 0.252 / 출루율 0.345 / 장타율 0.461 / 홈런 8개 / 23타점
2루수 이창모 타율 0.277 / 출루율 0.365 / 장타율 0.380 / 홈런 6개 / 38타점 / 2도루
지명타자 김수학 타율 0.267 / 출루율 0.331 / 장타율 0.392 / 홈런 5개 / 30타점 / 8도루
좌익수 최민석 타율 0.284 / 출루율 0.360 / 장타율 0.389 / 홈런 4개 / 35타점 / 15도루
선발 라이언 스타크 평균자책점 3.55 / 10승 6패
선발 브룩스 파커 평균자책점 3.43 / 9승 5패
선발 이만식 평균자책점 3.90 / 8승 7패
선발 천상진 평균자책점 3.72 / 7승 4패
중간계투 홍영식 평균자책점 5.02 / 1승 4패 7홀드 1세이브
중간계투 최정수 평균자책점 4.67 / 2승 3패 12홀드 5세이브
마무리 양기철 평균자책점 2.51 / 4승 2패 21세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