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12)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11화(12/412)
#11. 165km/h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대의 사내 놈들 수십을 한 곳에 몰아넣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가장 먼저 일어나는 건 서열정리를 위한 힘겨루기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는 하루하루가 숨막히는 경쟁과 기싸움의 연속이었다.
덩치 큰 백인, 흑인들 속에서 나이 어린 동양인 신인선수가 버텨낸다는 건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내가 스스로 실력을 입증하고, 대 놓고 인종차별을 하던 놈들 몇을 박살내버린 후에는 대부분의 놈들이 내 앞에서 눈을 내리깔게 되었지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메이저리그에서의 얘기다.
대대손손 내려오는 유교문화와 군대문화가 지배하는 한국 스포츠계에서 선배의 존재란 저승사자에 가까운 것이니까.
“이쪽으로 와서 서. 안치욱 이 새끼야. 어라, 눈 안 깔어? 왜, 기분 나뻐?”
“···아, 아닙니다.”
잔뜩 겁 먹은 바보 1호의 목소리.
안치욱, 너 오늘 운 좋았다. 내가 여기 없었으면 어쩔려고 그랬냐.
“흠.”
“뭐야, 안에 누구 있어? 누구야?”
내 헛기침 소리에 안치욱을 핍박하던 송기태 놈이 당황하며 더듬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몸에 묻은 물기를 꼼꼼히 닦아 낸 나는 가운을 걸쳐 입고 탈의실로 나갔다.
예상했던 그림이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는 우리 팀의 주전 유격수 송기태, 그리고 기가 완전히 꺾인 채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동기 안치욱이 거기 서 있었다.
“뭐야, 너였어?”
내가 이 팀에 입단한 것에 대해 탐탁치않아 하는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 놓으면 가장 앞에 서게 될 사람이 바로 이 송기태일 것이다.
3년 연속 2할 초반대의 타율과 중요한 순간이면 터져 나오는 클러치 에러로 팬들의 뒷목을 잡게 하면서도 2년 전 송년회에서의 장기자랑으로 구단주의 눈에 든, 그 덕에 분에 넘치는 FA계약을 선물 받은 인간.
사실 난 올시즌 어떤 포지션을 맡게 되던 별 관심이 없다.
내 목표는 개인 성적이 아닌 팀의 우승이기에 그게 어디든 가장 취약한 포지션에 서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내 유격수 기용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니 송기태도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아까 3루에서 날 노려보던 그 눈빛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 화풀이를 안치욱 저 놈에게 하고 있는 건가? 나한테는 뭐라 하기 힘드니, 만만한 놈을 잡고서?
“씻으러 오신 거면 들어가시죠. 온수 잘 나오네요.”
“뭐?”
뻔히 자기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그냥 모른 척 무시하는 태도가 마음에 안든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내게도 할 말이 있었던 건지, 시비조가 가득한 목소리가 날아든다.
흠, 그냥 모른 척 가버릴까도 싶지만··· 저 모자란 놈을 여기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지.
“별다른 일 없으시면 치욱이는 제가 좀 데려가겠습니다. 동기들끼리 할 말이 좀 있어서요.”
“이 새끼가… 선배 알기를 쥐좃으로 아나. 너 아까 안치욱 이 새끼랑 둘이 속닥거린 거 내가 못 들었을 것 같아?”
“제가요?”
“네가 유격수를 하고, 저 놈이 3루수를 하고 뭐 어쩌고, 그거 말이야. 이 새끼야.”
아하, 그거구나. 역시나 내 예상대로 들었나보네.
사실 안치욱 저놈이 무슨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 말을 한 건 아닐 거다.
선배를 밀어내고 자기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아니었을 거고.
그냥 나랑 같이 뛰고 싶다, 뭐 그런 뜻이었겠지.
하지만 기존에 누리던 것들을 하나씩 잃어가며 이제 팀에서 밀려날 일만 남은 송기태에게는 꽤나 위협적으로 들렸을 것이다.
뭐,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전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선배님. 할 말 다 하셨으면 그만 가 봐도 될까요? 허리가 좀 뻣뻣해서 마사지라도 받아야지 싶어서요.”
“…이 새끼가 점점.”
송기태의 목소리와 눈빛에 힘이 잔뜩 들어가기 시작했다.
풋.
솔직히 말하자면 우습기만 하다.
팔뚝 둘레가 웬만한 여자 허벅지 만한 놈들 사이에서 15년을 버틴 나다.
눈만 마주치면 욕설부터 튀어나오고, 배트 플립 한 방에 100kg이 넘는 덩치들이 서로 주먹을 날리는 그런 무대에서 구를 데로 굴렀다.
고작 180cm 될까 말까 한 왜소한 체구의 송기태가 나를 노려보는데 하마터면 코웃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음, 엉덩이를 한 대 걷어차주고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지라고 말을 해줄까?
······
안 되지.
저런 꼴통도 어쨌든 잘 닦고 포장해서 트레이드 카드로 써먹어야 하는데.
참자. 저건 사람이 아니다. 그냥 말하는 고구마나 감자 같은 거다.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마인드 컨트롤로 극복해낸 나는 송기태를 향해 말했다.
“볼 일 없으시면 그만 나가겠습니다. 가자, 안치욱.”
“···이 새끼가.”
결국 송기태 놈은 내가 안치욱의 등을 밀어 샤워실을 빠져나올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이 구단의 실 소유자가 나라는 것을 떠나, 만약 내가 무난한 선수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그래서 야구판의 선후배 사이에 신경을 써야 하는 보통 신인이라면 이렇게까지는 못하겠지만.
‘내 알 바 아니지’
나는 애초에 워리어스의 우승 외에는 아무 것도 관심이 없고, 다른 팀 선후배들과 억지로 잘 지낼 생각도 없으며, 만에 하나라도 국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생각도 없다.
즉, 송기태나 다른 선배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상관없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렇게 송기태 놈을 내버려두고 샤워실을 빠져나오니 방금 전까지 아무 말도 못하던 안치욱이 또 이상한 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한수혁.”
“왜.”
“너 그러다가 선배들한테 찍힌다.”
“그래서?”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겁먹어서 얼굴이 퍼렇게 질린 주제에.
아직까지도 손이 벌벌 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인데 애써 기죽은 티를 내지 않으려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도 나이를 먹은 건가. 이런 곰탱이 같은 놈이 귀엽게 느껴지다니.
어딘가 모르게 평생 가져본 적도 없는 막냇동생같기도 하고.
“됐으니까 들어가서 자라. 고맙다는 말은 들은 걸로 하지.”
“음.”
“그리고 나보다는 너나 조심해. 그 답답한 말투 오해 사기 딱 좋아.”
왜 자꾸 대답을 안 하고 음음 거리는데?
자꾸 몸에 맞지도 않는 내 폼을 따라하는 것도 그렇고 은근히 속이 터지게 만드는 놈이다.
그나저나 지금이라도 말해줘야 하나?
되도 않는 홈런은 그만 노리고 안타나 제대로 치라고?
내가 한때 저 놈의 타격을 살짝 부러워한 적이 있다고?
열심히만 하면 3할도 노려볼만 하다고?
흠.
관두자. 이놈도 다 생각이 있겠지.
“나 간다.”
“음.”
아마도 같은 ‘음’이라고 해도 각자 여러 뜻이 담겨 있는 거겠지만 굳이 생각하려 하지 말자.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해죽겠는데.
* * *
스프링캠프 이틀째 아침이 밝았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코칭스태프들은 나를 비롯한 새로운 얼굴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는데 주력했다.
가벼운 러닝과 연습타격, 포지션을 돌아가며 진행된 펑고.
오전 동안 이어진 훈련을 끝내고 나니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부터 겨울이면 거의 매년 찾았던 이곳 애리조나 캠프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따뜻한 기후다.
2월에도 아침 최저 기온이 고작 8도, 낮 최고 기온이 22도까지 오르는 만큼 추운 겨울, 부상없이 훈련을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하루 종일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이 조금 문제다.
숙소로 돌아가서 샤워를 한 번 할까 하다가 그냥 시원한 그늘을 찾아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려던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내 휴식을 방해했다.
“야, 장덕수. 가서 물 좀 가져와.”
“내 것도, 음료수는 따로 병에 담아서.”
“네,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실눈을 뜨고 옆을 돌아보니 방금 전까지 포스 마스크를 쓰고 땅바닥을 구르던 장덕수 선배가 땀을 뻘뻘 흘리며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었다.
‘또 저 놈들이네’
자신들이 마실 물과 음료수조차 스스로 챙기지 못하는 놈들의 정체는 황성민과 송기태였다.
장덕수를 심부름 보내 놓고 뭐가 그리 좋은지 낄낄대던 놈들과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나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고, 놈들 역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네’
예전 20대 때는 알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관심이 없기도 했고,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예측할 연륜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이미 서른 중반까지 야구판에서 굴러본 사람이니까.
아마 저들 생각은 그럴 거다.
팀 내에서 나를 직접 건드리기는 힘드니 참고 있지만 시즌이 시작하면 다른 팀 동기나 선후배들을 이용해 나를 괴롭히려 하겠지.
예를 들면 경기 중 시비를 건다거나 일부러 빈볼을 던진다거나. 안 좋은 여론을 만든다거나.
어디 한 번 해봐라.
내가 정해 놓은 선을 넘어서는 순간 트레이드 카드고 뭐고 그냥 다 포기하고 그대로 갈기갈기 찢어서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릴 테니까.
“헉헉, 여기 물하고 음료수 가져왔습니다. 선배님.”
“…거기 내려놔.”
“네?”
“거기 놓고 가라고, 이 새끼야. 어유, 진짜 느려 터져가지고.”
내게로 와야 했을 놈들의 짜증이 또 한 번 엉뚱한 방향으로 발산된다.
난감한 표정으로 이도저도 못하는 순한 양, 장덕수 선배를 보니 짜증이 확 치밀어올랐다.
트레이드고 뭐고 걍 반으로 접어서 태평양에 던져버릴까? 성훈이 형이나 박재철 단장이 많이 슬퍼하겠지?
내 머릿속에 인내심의 끈이 툭 끊어지려던 그때 우리 사이로 누군가 끼어들었다.
이 팀에 새로 부임한 1군 투수코치, 잭슨 설리반이었다.
내 목표가 팀의 우승이라고 했더니 그 뒤로 날 챔피언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흠, 챔피언, 휴식하는데 미안한데 부탁 한 번만 해도 될까?”
“네, 코치님.”
“자네가 올 시즌에는 투수를 안 하겠다고 한 건 알고 있어. 계약서에 명시된 것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맞습니다.”
“그래서 이건 지시가 아니고 부탁이야. 혹시 가능하면 자네가 투구하는 걸 직접 볼 수 있을까? 누가 알겠어? 우리가 정말 한국시리즈 7차전에 가게 될지 말이야. 하하.”
거절하려 했다.
연습구 몇 개 던지는 정도로 별 일이 있겠냐 싶지만, 그래도 아직 제대로 된 투구폼이 완성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저 두 먹튀 놈들이 하는 짓을 보니 한 번쯤 몸을 움직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가 어떤 선수인지, 어디에 서 있는 사람인지 한 번 더 보여줘야 할 것 같다.
나나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을 건드리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능합니다. 스무 개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좋아, 그럼 포수는… 황이···”
“아뇨, 저랑 한 방을 쓰는 장덕수 선배가 받아주면 편하게 던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좋아, 헤이, 장. 공 받을 준비하라고.”
“네? 네, 코치님.”
통역을 통해 코치의 말을 전해들은 장덕수 선배가 헐레벌떡 장비를 차고 홈플레이트 뒤에 가서 앉았다.
“좋아, 챔피언. 절대 무리할 필요는 없어. 난 그저 가능성을 보고 싶은 것뿐이니까. 우리가 정말 파이널 시리즈에 가게 되면 자네를 등판시킬 수 있을지 그런 것 말이야.”
“이해했습니다.”
“굿.”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한 번 치켜 들어 보인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투구에 필요한 근육을 풀어준 나는 장덕수 선배의 미트를 향해 몇 개의 연습투구를 던졌다. 아주 가볍게, 어깨가 풀릴 정도로만.
그러자 그라운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집중되었다. 감독부터 코치, 그리고 다른 선수들까지.
궁금할 거다.
얼마나 대단한 놈이길래 메이저리그에서 그렇게 탐을 낸 건지, 그리고 이 꼴찌 팀을 우승시키겠다는 소리를 한 건지.
고등학교 시절 내 투구영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공만 빠르지 이곳저곳 빈틈이 보이는 게 사실이니까.
“준비됐습니다. 코치님.”
“좋아, 챔피언. 어이, 장. 준비됐나?”
코치가 사인을 주자 장덕수 선배가 미트를 팡팡 치며 공을 받을 준비를 시작했다.
저 선배를 보면 조금 안타깝다.
착하고 선후배에게 잘 하고, 야구선수로서 하드웨어도 좋고.
하지만 그뿐이다. 그 착한 성격 때문인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채이고, 스스로에 대한 향상심도 부족해보이고.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에서는 황성민을 트레이드한 후 장덕수 선배를 주전포수 감으로 생각하는 듯한데 솔직히 나는 조금 회의적이다.
‘스륵’
그나저나 이제 정말 공을 던질 순간이다.
오랜만에 정식 경기장 마운드에서 포수미트를 바라보니 심장박동이 조금 빨라진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다.
아직 몸에 완전히 익숙해지지는 않았지만 제이콥과 함께 연습한 프로세스에 따라 어깨 넓이 정도로 발을 벌리고, 양팔을 정해진 위치에 정확히 붙이고.
키킹했던 왼쪽 발을 힘차게 앞으로 내딛으며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하체의 힘을 이용해 힘을 모으고, 다시 허리 스윙을 거치며 그 힘을 전달하고, 마지막으로 어깨와 팔을 통해 그 에너지를 분출시킨다.
그렇게 세 겹으로 중첩된 엄청난 운동에너지가 야구공을 밀어낸다. 포수가 내밀고 있는 미트를 향해.
슈웅
대포알처럼 날아간 야구공이 장덕수 선배의 미트 안에 그대로 틀어박혔다.
퍼억!
“…오마이 갓.”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탄성이 들려온다. 코치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보니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더 크게 들린다.
첫 번째 투구를 받아낸 장덕수 선배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미트를 낀 손을 몇 번 쳐다보았다.
그 순간 누군가의 비명같은 목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퍼졌다.
“163km/h!”
“홀리 쉣…!”
“속도도 속도지만… 지금 공이 떠오른 것 같은데?”
“나도 그런 거 같아. 나중에 포수에게 물어봐야겠군.”
그럴 리 없다. 중력의 법칙이 적용하는 한 오버핸드 투수가 던진 포심이 떠오를 일은 없으니까.
그저 다른 투수들보다 무브먼트가 좋아 떨어지는 각이 적어 발생하는 착시현상이다. 물론 상대하는 타자들 입장에서는 난생 처음 접하는 구종으로 보이겠지만.
퍼어억!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 계속 투구를 이어갔다.
163에 이어 161, 162, 그리고 다시 163.
포수 미트에서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연신 울려 퍼진다. 처음에는 공 하나하나에 탄성을 내뱉던 사람들이 이제는 입을 떡 벌린 채 포수 미트만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네, 코치님.”
연습투구이기는 하지만 오랜만에 공을 던지니 기분이 상쾌하기까지 하다.
저 멀리서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황성민과 송기태, 두 놈의 얼굴을 보니 더더욱.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정말 전력을 다해 던진 공이 포수 미트를 향해 날아갔다.
‘퍼어억!’
“165km/h!”
“미친!”
“이게 한국에서 가능한 속도야?”
“진짜 저러고도 투수는 안 한다고?”
그라운드 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와 스피드건을 번갈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래, 이 맛이지.
사람들이 저렇게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면 비로서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이 실감된다.
흠.
아무래도 나 관심종자인 건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