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120)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119화(120/412)
#119. 개박살
너무 야구만 생각하다 보면 금세 번아웃이 올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억지로라도 다른 일을 해보려 노력하는 중이다.
일반 사람들이 취미라고 부르는 그런 것들, 예를 들어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거나, 레포츠를 즐기거나, 게임 혹은 독서를 하거나, TV를 보거나, 아이돌 그룹 덕질을 하는 그런 거 말이다.
나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취미라는 것들은 내게 영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중 단 하나, 동물과 자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에는 조금씩 흥미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뭐랄까, 가만히 그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저절로 정화되는 기분이랄까.
얼마 전 본 다큐멘터리의 내용이 떠올랐다.
야생에서 살던 늑대가 어떻게 인간의 손에 길들여졌으며, 이후 어떤 개량 과정을 거쳐 오늘날 수백종에 달하는 반려견으로 진화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거기서 가장 내 흥미를 끈 건 같은 ‘개과’에 묶여 있으면서도 이 개체들 간의 능력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엇비슷한 키와 몸무게, 심지어 그 뿌리가 되는 혈통이 거의 동일한 두 가지 견종이 무는 힘과 근성, 스피드 같은 전투력 측면에서 몇 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는 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었다.
비슷한 무게의 핏불테리어와 골든레트리버 간에 싸움이 붙으면 어떻게 될까?
나는 지금 눈앞에서 그 현실을 직접 관람하는 중이다.
“뒈져! 이 씨부럴 놈의 새끼야!”
“끄어억…….”
콰앙!
장덕수 선배와 거의 체구 차이가 나지 않는 거구의 쿠바 투수 놈, 그러니까 내게 빈볼을 던진 마티아스라는 놈이 공중으로 한번 솟구쳐올랐다가 마운드 위에 처박혔다.
쑤욱
그렇게 마운드 위에 반쯤 심어졌던 놈을 장덕수 선배가 다시 끄집어냈다. 그러더니 그 해머 같은 주먹으로 그대로 턱주가리를 날려버렸다.
뻐어억!
뭔가 심각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내가 장담하건대 저놈 적어도 몇 달 동안은 죽, 아니, 쿠바니까 스프겠지. 그래, 스프 말고는 아무것도 못 먹게 될 거다.
“안 돼! 덕수야, 그만! 그만!”
“야, 그쪽 팔 잡아! 거기, 그래, 다 매달리라고!”
“뒈져!”
“끄르르륵…….”
달려 나온 우리팀 선수들과 쿠바 선수들 거의 십여 명이 달라붙어서야 간신히 폭주하는 장덕수 선배를 멈춰 세울 수 있었다.
장담한다. 저 선배는 일반 인간들과는 종부터가 다르다.
어떻게 나보다 먼저 마운드에 도착한 거지?
게다가 자신과 거의 덩치가 비슷한 놈을 저렇게 장난감 다루듯 피떡을 만들 수 있다니.
어떤 면에서 보면 내가 회귀를 한 것보다 저 선배의 피지컬이 더 미스테리일지도 모른다.
“그만! 퇴장! 퇴장!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들 것! 앰뷸런스 불러!”
“이봐요! 그거 던지면 안 됩니다! 내려와요! 일단 말로 하자고! 그래, 그거부터 끄고!”
선수들이 장덕수 선배에게서 쿠바 투수 놈을 빼내는 사이 심판들이 달려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투수 놈과 장덕수 선배에게 나란히 퇴장 명령이 내려졌고, 저 멀리서 앰뷸런스가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왔다.
1루 측에 앉아 있던 민예린은 구난신호용으로 사용되는 홍염 같은 걸 빼 들고 안전망 위에서 당장이라도 뛰어내릴 듯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흥분한 다른 관중들 역시 그녀에게 동조해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장덕수 선배가 워낙 완벽하게 투수 놈을 박살 내서일까.
빈볼에 치밀어 올랐던 분노가 서서히 사그라지고 대신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는 현실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거… 수습이 가능할까?
* * *
난장판이 되었던 그라운드 정리가 간신히 끝났다.
장덕수 선배와 빈볼을 던진 마티아스라는 잡놈, 그리고 민예린이 퇴장당한 가운데 경기가 재개되었다.
무사 주자 1, 2루 상황.
퇴장당한 놈을 대신해 다른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고 내가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정말 괜찮겠냐,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교체해주겠다는 정윤석 감독을 향해 말했다.
“저놈들 쫄았어요. 제가 끝내고 오겠습니다, 감독님.”
빈 말이 아니었다. 방금 전 벤치클리어링, 아니, 그걸 벤클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무튼 그 일방적인 학살극이 끝난 후 그라운드 위의 공기가 확연히 바뀌었다.
쿠바 놈들의 눈빛에 두려움이 일렁거린다. 그것은 눈앞에서 동료가 피떡이 되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본 후유증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장덕수 선배의 괴력을 동양의 무술, 혹은 신비, 뭐 그런 걸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그냥 그건 장덕수라는 사람이 인자강이라서 그런 건데.
뭐 굳이 설명해줄 필요는 없겠지.
부웅
배터박스에서 가볍게 배트를 돌려본다.
그리고 포수 놈을 향해 경고했다.
“자신 있으면 한 번 더 내 머리로 던져봐.”
“뭐……?”
“공이 조금이라도 몸쪽으로 날아오는 순간 네놈 머리통부터 박살 내버릴 거다.”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어차피 쿠바를 떠나 미국으로 망명해 이미 빅리그에서 부와 명예를 거머쥔 놈이다. 지금 이 포수의 머릿속에는 오늘 이 경기를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할 것이다.
그렇기에 노린다.
마운드에 선 저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볼 끝이 더러운 포심과 투심, 그리고 커브볼.
무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저런 놈이 던질 공이란 뻔하다.
오랜만에 대놓고 큰 걸 노려보기로 했다. 사실 이번 대회 들어와서 때린 홈런 대부분이 노렸다기보다는 하다 보니 그냥 나온 결과물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 타석에서 모든 걸 끝내버리고 싶다. 저놈들이 더 이상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그립을 낮추고, 빠른 공에 대비해 타격 포인트를 조정하고.
따아아아아아악!
– 쳤습니다! 이건 뭐 지켜볼 필요도 없습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한수혁 선수가 배트를 지팡이처럼 짚은 채 타구를 바라봅니다! 계속 날아간 공이 좌측, 좌측, 담장을 넘어, 넘어, 으아아! 양키스타디움의 외벽을 넘겨버렸습니다! 장외홈런! 스코어 8 대 5! 한수혁 선수가 쿠바를 침몰시킵니다!
– 진짜 미쳤네요! 개미쳤어요! 장덕수 선수가 주먹으로 쿠바를 박살 내고, 한수혁 선수가 야구로 박살 냈습니다!
* * *
벤치클리어링으로 인한 추가적인 징계를 걱정하는 건 어쩌면 쓸데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내 위치한 오피스, 금발머리의 중년 남자 하나가 빙긋빙긋 웃음을 지으며 오늘 있었던 벤클 영상을 돌려 보고 있다.
“흠, 시원하게 저질러 버렸군.”
한국과 쿠바 간의 8강전에서 한국이 승리했다.
벤치클리어링 이후 곧바로 터진 한수혁의 석점 홈런, 벤클에 홈런에, 완전히 기가 눌린 쿠바 타자들은 마무리로 나선 인천 권길용에게 완벽히 눌리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8 대 5 한국팀의 승리.
2009년 이후 무려 18년 만에 한국이 4강에 진출했다.
전 세계에서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프로야구 시장이 큰 게 바로 한국이다.
이번 대회의 흥행을 위해 총력을 쏟아부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서는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처리해야 할 작은 문제가 생겼다.
경기 중 발생한 화끈한 벤치클리어링.
한국의 괴물 포수가 쿠바 국적의 머저리 하나를 박살 내버렸다.
머리로 빈볼을 던졌다가 피떡이 된 쿠바 놈이 방금 의식을 회복했다는 연락이 왔다.
참으로 병신 같은 놈이다. 어설프게 상대를 맞추려고 하다가 되려 떡이 되도록 두드려 맞았으니 말이다.
어쨌든 사무국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니 수습하기는 해야 한다.
물론 그 모든 과정은 철저히 메이저리그의 이익에 따라 진행되어야겠지만.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브래드? 어디, 그 좋은 머리로 한번 말해봐.”
WBC라는 대회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국제대회이면서 아마추어 협회가 아닌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하는 경기다. 결정권은 전적으로 그들에게 있다.
벤클 처벌에 대한 선례도 없다. 지금까지 몇 차례 벤클이 발생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주먹이 오가지는 않았으니까.
“일단… 메이저리그 규정에 따르면…….”
“따르면?”
“빈볼을 던진 투수는 7경기에서 10경기, 그리고 주먹을 휘두른 타자는 5경기에서 7경기 정도가 적당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걸 그대로 따르자는 건가?”
“네?”
“쯧쯧, 브래드. 잘 들어, 이 친구야. 자네가 앞으로 내 자리까지 오르려면 말이야. 사안을 좀 더 대국적으로 볼 필요가 있어. WBC를 개최하는 목적이 뭐야?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걸면서 무리수를 둔 이유가 뭐냐고? 전 세계 프로야구의 인기를 높이고, 거기서 우리 사무국이 주도적으로 이익을 얻어보자, 뭐 그런 거잖아.”
“그렇죠, 팀장님.”
“거기에 우리가 누구 눈치 볼 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 사고 친 놈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뛸 것도 아니고, 솔직히 지들끼리 싸우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왜 우리가 앞장서서 걔들에게 징계를 내려야 하지?”
“그렇다는 건…….”
“그래, 지금 중요한 건 벤클에 대한 처벌 따위가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4강, 그리고 결승전의 흥행이야. 자, 그걸 위해 우린 뭘 해야 할까?”
“…이슈 몰이?”
“맞아. 그 한국팀에 장…….”
“장덕수입니다.”
“맞아, 그 친구. 정말 대단하더군. 멋진 펀치야. 스타성이 있어. 특히 남부의 마초 놈들이 아주 환장을 하겠어. 좋아. 오늘 벤클 영상부터 잘 포장해서 여기저기 뿌려봐.”
이번 일을 관장하고 있는 사무국의 팀장은 장덕수라는 선수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빈볼을 맞을 뻔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적진으로 뛰어든 용사, 그리고 펀치 몇 방에 그 적을 완전히 침몰시켜버린 절대적인 강자.
누군가는 너무 과한 행동이었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이번 대회의 흥행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없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게는 아주 좋은 홍보 카드였다.
무엇보다 그 경기를 지켜본 절대 다수의 미국 팬들이 장덕수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한국팀이 출전할 4강전 티켓 판매와 시청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알겠지? 이만 나가봐.”
“그런데 팀장님, 혹시나… 이번 일로 저희 사무국이 욕을 먹게 되지는 않을까요?”
“욕?”
중년 사내의 얼굴에 한심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브래드, 이 멍청한 친구야. 누가 욕을 할 건데? WBC와 아무 상관도 없는 IOC? 아마추어 야구협회? 아니면 다른 나라 프로협회? 대체 누가 우릴 욕을 한다는 거야?”
생각해 보니 그랬다. 이번 일로 피해를 입은 건 오직 하나, 쿠바뿐이다.
한국과 쿠바를 제외한 나머지 참가국들이야 누가 싸우든 말든 알 바 아니었고, 언론에서는 이번 일을 오히려 이슈화시키며 조회수 올리기에 급급한 상태였다.
쿠바의 항의?
글쎄, 언제나 그렇지만 미국과 쿠바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아쉬운 건 쿠바 쪽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두 선수에 대한 징계는 벌금 정도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하고, 내가 원하는 건 이번 4강전과 결승전 티켓이 매진되고 시청률이 놀라울 정도로 상승했다는 소식이야. 다른 건 필요없어. 다음에 나를 찾아올 때는 꼭 그 소식을 들고 오도록.”
* * *
[한국 야구대표팀, 쿠바를 8 대 5로 꺾고 4강 진출] [머리에 빈볼 맞을 뻔했던 한수혁, 석점 홈런으로 완벽한 복수] [혼자서 2홈런 6타점, 한수혁의, 한수혁에 의한, 한수혁을 위한 경기] [한수혁에게 100마일 빈볼 던진 쿠바 투수 마티아스 로페즈, 안와골 및 하악골 골절] [분노한 장덕수의 펀치, 쿠바를 침몰시키다] [UFC 데본 화이트 회장 “장덕수의 펀치를 보았다. 그가 야구를 하는 건 심각한 재능 낭비”] [국제대회 사상 유례없던 초강력 벤치 클리어링 발생, 메이저리그 사무국 후속 조치 잠시 후 발표 예정] [정대한과 장덕수를 대신해 11년 만에 포수마스크 쓴 민주현 “몸무게가 5㎏은 빠진 거 같다” 고개를 설레설레] [빈볼에 맞은 정대한, 검사 결과 단순 타박상, 4강전 출장 문제없을 것] [벤클 사태에 흥분한 한국 관중들 일부 그라운드로 난입, 그중 유명 연예인도 포함?] [메이저리그 사무국, 한국과 쿠바 전 벤치클리어링 후속 조치 발표 “전례가 없는 일에 고심했지만 최대한 공정한 판단 내렸다. 쿠바 마티아스 로페즈 벌금 10,000달러, 한국 장덕수 벌금 2,000달러 부과]└존나 공정한 판단이다
└레알 지렸다;;;
└다시 한번 황성민에게 경의를 표한다. 저런 괴물을 어떻게 몇 년간 괴롭힌 거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혹시나 그날 벤클 영상 아직 못 본 흑우들 있으면 봐라. https://www.espn.com/watch/collections/12…
└양키들 골때리네. 이걸 방송국 메인에 걸어놨네
└우와… 존나 시원하게 패네
└장덕수 보면 진짜 신기해. 덩치가 지만 한 놈들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는 게 말이 됨?
└그냥 인자강 그 자체임
└종목 잘못 찾은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격투기 쪽으로 가면…
└암튼 이로써 확실해졌다. 워리어스 새끼들한테 절대 빈볼 던지면 안 된다는 거. 쿠바 놈들까지 줘터지는 거 보니 한국에서는 쟤들 막을 존재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