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145)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144화(145/412)
#144.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이봐요, 박 단장. 우리 좋게 좋게 해결합시다. 이게 외부에 알려져 봐야 서로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그놈이 백번 잘못한 게 맞지만 그래도 한수혁 선수가 먼저 주먹을 휘두른 건 사실이고…….”
“정확히 말하면 먼저 멱살을 잡았죠. 그리고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고 반격을 한 거고요.”
“그게 그거죠.”
“전혀 다르죠. 머리로 날아오는 빈볼을 피한 타자가 투수를 두드려 패면 타자가 먼저 잘못한 겁니까? 아니죠. 애초에 빈볼을 던진 놈이 시작한 일이니까요.”
“…….”
그날 있었던 일의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쓸데없는 시비와 의혹을 피하기 위해 그라운드 위 심판들이 캠과 마이크를 차고 경기에 나서는 시대다.
캠에 문제가 있어 영상으로는 잡히지 않았지만 1루심이 차고 있던 고성능 마이크에 그날 한수혁과 라파엘 호르헤 사이에 있었던 모든 대화 내용이 녹음되어 있었다.
난감한 건 KBO였다.
팬들과 동료 선수들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도 모자라 급기야 월드스타 민예린에 대한 성적 발언까지 내뱉은 라파엘.
턱뼈가 골절되어 최소 한 달은 결장이 불가피하다는 그놈이 이번 사태의 원인인 건 확실하다.
한수혁이 멱살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먼저 주먹을 날린 것도 그놈이다.
하지만 앞뒤 상황과는 별개로 현재로서는 그놈이 피해자로 보인다는 게 문제다.
빈볼이나 태클 같은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선수 간의 말다툼에서 시작된 벤치 클리어링.
과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부산 타이탄스 측에서 원하는 건 외부로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일을 덮는 것이었다.
녹취록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 라파엘이 팀 동료와 팬들, 심지어 상대팀 팬에게까지 헛소리를 해댄 걸 부정할 방법은 없다. 그저 조용히 덮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박재철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가끔 그런 놈들이 있다.
한국야구를 우습게 보는 용병들, 그래 봐야 빅리그 진출에 실패해 낯선 나라에 온 주제에 자신이 마치 메이저리거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는 놈들, 한국 선수들과 문화, 팬들을 얕잡아 보는 등신 같은 놈들.
그런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절대 조용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
물론 더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한수혁의 이미지.
지난 WBC로 인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한수혁의 이미지가 자칫 이번 일로 망가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박재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KBO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해 주시죠.”
“하아, 타이탄스 측에서 워낙 강경하게 나오는 지라…….”
“만약 KBO에서 밝히지 않는다면 저희는…….”
“설마 워리어스에서 직접 공개하겠다는 얘기입니까?”
“아뇨, 뭐 하러요? 그냥 민예린 씨에게 전달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이죠.”
“네에?”
박재철의 말에 KBO 사무총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안 된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차라리 부산하고 척을 지는 게 낫지, 민예린은 절대 적으로 삼아서는 안 될 인물이다.
꿀꺽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박재철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리고 예전에 논의되었던 각종 행사에서 한수혁 선수는 빼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번에는 더 크게 놀랐다.
WBC 우승 이후 한수혁의 인기가 엄청나게 상승하고, 그 낙수 효과로 한국야구와 KBO에 대한 이미지도 점점 개선되는 중이었다.
당장 한수혁을 중심으로 기획 중인 행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당장 이번 휴식일에는 WBC 우승을 축하하기 위한 청와대 방문 일정도 잡혀 있다.
거기서 한수혁이 빠진다고?
안 된다. 그것만은 절대 막아야 한다.
“박 단장님. 그래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흠.”
“최대한 성의를 담아 사후 처리방안을 발표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 * *
[KBO, 타이탄스와 워리어스 전 벤클 후속조치 발표… 한수혁 2경기 출장정지 + 벌금 500만 원, 라파엘 호르헤 10경기 출장정지 + 벌금 1,000만 원] [1루심의 블랙박스에 있던 내용은? KBO “라파엘이 타이탄스 선수들과 팬들, 그리고 워리어스 팬들에 대해 심각한 비하 발언을 한 게 사건의 발단”] [KBO “자세한 대화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인종차별적 발언과 성차별적 희롱 발언도 포함되어 있었다. 결코 쉽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다”] [당황한 부산 타이탄스 “선수들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상황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 [부산 타이탄스 A모 선수 “솔직히 라파엘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선수가 없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 [워리어스 박재철 단장 “입에 담기도 추접하다. 이 기회에 한국야구를 얕보고 돈만 벌겠다는 용병들은 퇴출해야 할 것” 강경 발언] [라파엘 때려 눕히고 퇴장당한 한수혁 “다음번에도 또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면 이 정도로 안 끝날 것” 이례적인 분노 표출]주먹을 날린 한수혁에 대한 처벌이 오히려 약한 것에 대해 항의하던 일부 타이탄스 팬들은 라파엘이 인종차별 발언과 성차별적 희롱 발언을 했다는 게 알려지자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안 그래도 엉망진창이라 평가받던 부산 타이탄스의 선수 관리 시스템에 대한 강력한 비난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산 타이탄스가 혼란에 휩싸인 사이 두 팀 간의 3연전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워리어스의 압도적인 스윕.
1차전에서 퇴장을 당한 한수혁은 이후 2차전과 3차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워리어스 선수들이 분노했다.
“다음에 그놈 만나면 척추를 접어버릴겨.”
라파엘은 어쩌면 병원에 입원한 게 다행일지도 몰랐다.
만약 경기에 나섰더라면 누군가에게 맞아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갈 곳을 잃은 워리어스 선수들의 분노는 결국 상대팀을 향해 분출되었다.
한수혁이 출장정지로 빠졌지만 그 공백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1차전 16 대 3, 2차전 11 대 1, 그리고 마지막 3차전 7 대 2.
그렇게 타이탄스를 완벽히 박살 낸 워리어스는 1위팀 인천 레인저스에 4게임 반 차까지 따라붙었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4위 안에 들어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게 목표였던 워리어스는 이제 명백히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변해 있었다.
한편 타이탄스와의 원정 3연전이 끝난 바로 그날,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한수혁에게 몇몇 기자들이 붙어 인터뷰를 시도했다.
평소 같으면 단답형 대답으로 일관했을 한수혁이 이례적으로 긴 대답을 쏟아냈다.
“부산 타이탄스와의 첫 경기 때 유난히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던데요. 혹시 무슨 이유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 벤치 클리어링과 관련된 건가요?”
“아뇨.”
“그럼……?”
“그냥 저 팀하고 경기를 하다 보니 야구단이 아니라 정치 카르텔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네? 대체 그게 무슨?”
“제가 보기에는 저 팀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건 김주호 선배 딱 한 명밖에 없는 것 같군요. 답변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한수혁의 폭탄 발언에 야구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부산 타이탄스가 발칵 뒤집혔다.
야구계에서는 모두가 쉬쉬하고 덮고 넘어가던 불편한 진실을 현직 선수가 공개적으로 밝혀버리고 만 것이다.
분노한 타이탄스 프런트는 워리어스에 강력한 경고와 항의를 하는 한편, KBO에도 한수혁에 대한 추가적인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부산이 아닌 한수혁의 편이었다.
얼마 전 WBC로 인해 국민적인 스타로 떠오른 한수혁의 힘은 그들이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워리어스 박재철 단장이 부산의 경고를 가볍게 씹어버리고, 중간에 낀 KBO가 이도 저도 못하는 사이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수혁의 강력 발언 이후 부산 타이탄스에 대한 제보자 급증 ‘그곳은 야구단이 아닌 거대한 정치 이익집단, 구단주의 눈을 가린 간신배들부터 쳐내야’]누군가 앞으로 나서기만 기다리던 안티 타이탄스 세력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곳에서 온갖 차별과 멸시를 당하고 쫓겨난 선수들과 직원들이 앞다투어 방송국과 신문사, 유튜버들에게 제보 이메일을 보냈다.
깜짝 놀란 부산 구단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보도들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결국 그 이야기가 부산 타이탄스의 구단주, 그러니까 모기업 회장에게까지 흘러 들었다고 한다.
분노한 구단주의 철퇴가 향할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타이탄스를 지배하고 있던 카르텔들이 예전만큼 멋대로 설칠 수 없게 되었다는 건 확실했다.
그렇게 워리어스와 타이탄스 간의 3연전은 많은 것을 남긴 채 종료되었다.
* * *
출장정지로 2경기를 빠졌던 한수혁이 돌아왔다.
광주 재규어스와의 원정 3연전, 한수혁이 다시 유격수 겸 2번 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자 챔피언스필드의 공기가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수혁아, 이틀 잘 쉬고 왔냐?”
“네, 성오 형님.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쉬다 왔습니다.”
“오, 이제 농담도 하네, 이놈. 그래, 잘했다. 안 그래도 WBC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투타 겸업까지 하는 거 걱정했는데 잘됐어.”
선배라기보다는 이제는 차라리 큰형처럼 느껴지는 조성오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옆으로 스쳐지나갔다.
다른 선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굳이 그날 일을 떠올리기 싫어하는 날 배려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평소 같으면 벌써 깐족거렸을 서형주조차도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평소에도 눈치 없기로 유명한 안치욱이 정말 진지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너 민예린 좋아하냐?”
만약 서형주가 같은 말을 했다면 주둥이를 잡아 그라운드 한 바퀴를 돌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치욱 이놈의 말이 나름 나를 걱정해서 나온 말이라는 걸 알기에 그냥 넘겨버렸다.
“타이탄스 2차전 7회 에러.”
“뭐, 뭐? 그게 왜 에러야? 버젓이 안타로 기록됐는데.”
“네 양심에 걸고 대답해봐. 정말 안타라고 생각해?”
“…….”
갑자기 말이 없어진 안치욱을 그 자리에 남겨두고 천천히 러닝을 시작했다.
머릿속에 방금 전 안치욱이 한 이야기가 계속 맴돌았다.
민예린을 좋아하냐고?
글쎄, 굳이 말하자면 좋아하는 쪽일 거다.
내가 무슨 미친놈도 아니고, 그렇게 나를 좋다고 쫓아다니고, 도와주고, 필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귀신같이 나타나서 해결해주는 사람을 싫어할 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같은 이유로 나는 성훈이 형도, 팀의 선배들도, 그리고 안치욱이나 서형주도 좋아한다.
음.
그래, 솔직히 말해야겠다.
예전 삶에서도 그랬지만 나는 여자를 좋아하는 게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른다.
요즘 들어 민예린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볼 때마다 뭔가 가슴이 찡하는 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글쎄, 그걸 과연 연애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끔 멀리 있는 민예린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눈을 떼지 못할 때가 종종 있지만…….
그런 걸로 내 마음을 정확히 재단할 수 있는 걸까?
모르겠다.
병실에 누워 있던 내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 사랑받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아… 그 생각을 하니 또 마음이 답답해져 온다.
대체 왜 그 여자 이름이 생각 안 나는 거야, 대체 왜?
* * *
서울 워리어스(원정) VS 광주 재규어스(홈) 1차전
스코어 0 : 0 노아웃
광주 재규어스 투수 마이클 켐벨
1회초 워리어스 공격
1번 타자 중견수 서형주
1구 볼
2구 볼
3구 스트라이크
4구 스트라이크
5구 파울
6구 볼
7구 파울
8구 파울
9구 볼
볼넷
타자 주자 1루로
└진짜 야구 좆같이 하네;;;
└난 한수혁보다 저놈이 더 짜증남
└어차피 1루 나갈 거면 곱게 나가지 공을 9개나 던지게 하고 하아…
└마이크 저놈, 요즘에 팔꿈치 안 좋아서 길게 못 던지는데
└어차피 가을야구 틀렸으면 그냥 신인이나 올리지 뭐 하러 용병을 쓰냐
└올려볼 신인투수가 없음;;;
2번 타자 유격수 한수혁
1구 볼
2구 볼
3구 볼
└씨발 ㅋㅋㅋ 벤치에서 볼넷 사인 나온 거 아니지?
└아님 그냥 지 혼자 쫄아서 볼질하는 거
└좆같네 진짜 그냥 맞더라도 승부하라고!
4구 스윙
좌측 펜스 넘어가는 투런 홈런
1루 주자 홈인, 타자 주자 홈인
서울 워리어스 2 : 광주 재규어스 0
└방금 승부하라고 씨부린 놈 텨나와라
└ㅋㅋㅋㅋㅋ 존나 시원하게 넘어가네
└아직 36경기나 남았는데 한수혁 저 새끼 46홈런 109타점이다. 인간 맞음?;;;
└홈런 50개 넘어가면 또 그거 잡겠다고 야구장 난리나겠네
└솔직히 생각해보면 지난번 벤클 처벌도 그렇고 KBO에서 이제 한수혁 못 건들 듯
└그건 맞지. 쟤 빠지면 KBO 흥행 자체가 흔들거릴 텐데
└본인도 싸움 존나 잘하고, 그 옆에 장비 같은 놈이 하나 더 있고, 심지어 처벌에서도 자유롭다? 먼치킨이네
└쟤들하고는 절대 벤클 벌이면 안 됨. 지더라도 곱게 지는 게 낫지
└진짜 야구 선수는 일단 야구 잘하고 볼 일이다. 데뷔 1년도 안 돼서 아무도 못 건드는 존재가 되다니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