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183)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182화(183/412)
#182. 폭풍 영입
어떤 이에게는 아주 간절한 소원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내가 그랬으니까.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빅리그 진출, 20대 메이저리거, 사이영상, 리그 MVP, 월드시리즈 우승,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연봉, 큰 집, 멋진 자동차.
전 세계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꿀 법한 그 찬란한 결과물에도 나는 단 한 점의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
자신이 뭘 좀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이런 말을 지껄이곤 한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경로를 따라 걷고,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로 들어서는 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개소리다.
인생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굳이 인생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단 한 가지 절대 법칙을 꼽아야 한다면 그건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선택을 믿는 거다.
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아, 예전에 차라리 이렇게 해볼걸, 내가 왜 그걸 포기했을까.
그런 미련이 남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류한결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5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약속했던 미국 구단의 제안을 뿌리치고 서울 워리어스의 유니폼을 선택한 임준영처럼 말이다.
[속보, FA 최대어 임준영, 서울 워리어스와 4년 총액 150억에 계약 합의] [2027 시즌 챔피언 워리어스, 임준영 영입으로 왕조 건설 본격화] [임준영 영입 자신하던 빅리그 구단들 어리둥절, “대체 왜?”] [에이스 영입에 사활을 걸었던 매지션스, “우리 선수가 될 거라 확신했는데…”] [돈과 명예보다는 자신의 고향팀을 선택한 임준영 “뭐라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워리어스 유니폼을 입고 나니 이게 내 길이었다는 확신이 든다.”] [계약 기간 4년, 계약금 50억, 연봉 총액 100억, 엄청난 거액을 투자한 서울 워리어스, 자금 출처를 묻는 질문에 “좋은 투자자를 만났고, 돈 같은 건 아무 걱정 말고 쓰라고 하시더라.”] [한수혁, 임준영, 천상진, 10개 구단 최강 토종 선발진을 구축하게 된 서울 워리어스, 2028년에도 강력한 우승후보]* * *
“임준영 선수, 마지막으로 하나만 질문 드리겠습니다. 왜 워리어스였습니까?”
인천 레인저스 담당기자의 원망 섞인 시선을 임준영이 담담한 표정으로 받아냈다.
설마설마 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원 소속팀 인천에서는 당연히 임준영을 계속 잡아두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워리어스에서 150억을 제안했다는 말에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계약 기간을 늘리고 옵션을 추가하면서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조건을 끌어올렸다.
인천뿐만이 아니었다.
내년 시즌 우승을 위해 그룹 차원의 총력전을 선포한 매지션스는 임준영의 영입을 위해 못 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워리어스 제안 조건에 10%를 더 얹겠습니다. 부디 매지션스의 에이스가 되어 주세요.”
하지만 임준영의 선택은 워리어스였다.
기자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저는 항상 야구를 하며 결핍을 느껴왔던 것 같습니다. 워리어스에서 레인저스로 이적을 했을 때도 그랬고, 부끄럽기는 하지만 후배인 류한결 선수를 보면서도 그런 감정을 느꼈고… 네, 남들은 저를 대단하다 추켜세워줬지만 사실 제 마음 속에는 항상 그런 부족함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보다 나은 조건, 새로운 목표에 대한 도전, 그런 대답을 기대했던 기자들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임준영을 바라보았다.
“세계 최고 무대에 도전해봐라,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딱 한 사람만 빼고요. 그 사람이 그러더군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조건 후자를 고르라고. 그래서 워리어스 행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말이 맞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워리어스로의 복귀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임준영 선수, 방금 말씀하신 그 한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가족? 은사? 동료? 아니면 친구?”
“수혁이요.”
“예?”
“수혁이가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해봐서 안다고, 그러니까 무조건 하고 싶은 걸 고르라고.”
* * *
재벌가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가장 큰 특권 중 하나는 자신이 갖고 싶은 걸 누군가에게 뺏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정상 직전에서 번번히 미끄러지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 매지션스의 구단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임준영을 데려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임준영이 자신의 것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뭐? 어디에 뺏겼다고? 워리어스? 걔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실패했다.
이 세상에는 돈만으로는 해결 안 되는 일이 가끔 있다.
임준영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그래서? 손 놓고 가만 쳐다만 보고 있을 거야? 죄송하다는 말 말고 대안을 가져오라고, 대안을!”
구단주의 분노에 당장 목숨줄이 날아가게 생긴 매지션스의 사장.
그가 직접 누군가를 찾았다. 현재로서 그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이것만이 유일했다.
“최경재 선수, 수원에서 120억을 불렀다고 들었습니다. 긴 말 않겠습니다. 140억 맞춰드리죠.”
“네?”
원 소속팀 수원과 5년 총액 120억 규모의 계약 체결을 눈앞에 뒀던 최경재가 그렇게 매지션스 선수가 되었다.
한수혁과 상대하기 싫어 워리어스에 입단하고 싶다던 최경재는 결국 그 팀의 최고 라이벌팀의 선수가 되고 말았다.
– 수혁아, 이제 같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게 됐으니 사실 한 식구나 마찬가지 아닐까? 앞으로는 좀 살살 할 거지? 형이 맛있는 거 매일 사줄게. 수혁아, 수혁아?
“…….”
매지션스의 행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임준영을 놓친 분노는 둘째 치고, 내년 시즌 무조건 우승을 해야 한다는 목표 하에 돈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포스팅 신청 유력했던 파이터즈 이찬호, 해외 진출 1년 미루고 매지션스로 전격 트레이드] [자금난에 빠진 파이터즈, 상위 지명 신인 3명과 현금 15억 받고 이찬호 떠나보내다] [파이터즈 관계자 “서비스타임 1년 남은 이찬호보다는 신인 3명을 육성하는 게 팀의 장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매지션스 윤재석 단장 “국내 최고타자 이찬호를 데려오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올 시즌 매지션스의 목표는 단 하나, 우승뿐이다.”] [매지션스 유니폼 입게 된 이찬호 “아쉽지만 미국 진출은 1년 뒤로 미루기로 했다. 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각오 밝혀]매일매일 놀라운 소식들이 갱신되었다.
한수혁에게 호구를 잡히기는 했지만 여전히 국내 최정상급 좌완 선발인 최경재, 그리고 한수혁 등장 이전 최고 타자라 불리던 이찬호를 영입한 것으로도 모자라 용병 세 명을 모두 빅리거급으로 교체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동안 모아 두었던 신인들을 풀어 각 구단에서 쓸 만한 즉전감 백업을 수집하는 트레이드도 추진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뒤가 없는 구단 운영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매지션스 애들 진짜 시원하게 지르네.”
“야, 수혁아. 지금 남 말 할 때가 아니다. 네가 시켜서 하긴 하는데, 정말 이래도 되는 거 맞지?”
“괜찮아. 질러, 팍팍 질러버려. 외부 FA 영입 제한이 두 명이라는 게 아쉽네. 좀 더 살 수 있음 좋았을 텐데.”
한편, 라이벌 매지션스에서 매일 새로운 영입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지만 워리어스 팬들의 마음은 평온 그 자체였다.
매년 선수를 빼앗기기만 하던 팀이 웬일인지 돈 보따리를 풀고 임준영을 복귀시켰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외부 영입이라기보다는 빼앗겼던 선수를 되찾아온 것에 불과했지만 워낙 가난한 삶에 익숙한 워리어스 팬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긴 했다.
오랜 시간 이 팀을 지탱해온 주장과의 재계약 소식이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팬들의 우려는 다음 날 발표된 소식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서울 워리어스, 주장 조성오와 4+1년 총액 60억 원에 계약 체결] [올 시즌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조성오 “기대 이상의 대우에 진심으로 만족한다. 워리어스 원클럽맨으로 남을 수 있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워리어스 박성훈 대표 “조성오는 영원한 우리 팀의 주장이다. 그가 이 팀에서 은퇴하고 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크으… 이거지, 임준영 영입도 좋았지만 이게 진짜 마음에 든다
└생각보다 대우 잘 해줬네. 맨날 베테랑들 나이 먹으면 갖다 버리던 팀이
└그건 오강 그룹 때 얘기고. 아이코닉 일 진짜 잘하네
└음, 그럼 이제 우리 FA 시장에서는 철수하겠네. 대충 마무리된 거 같지?
└ㅇㅇ 내부 단속도 성공했고, 임준영도 복귀시켰고, 대만족
임준영의 복귀에 이어 주장 조성오의 재계약 소식이 알려지자 워리어스 팬들은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FA 시장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하지만,
워리어스는 현질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임준영 영입으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워리어스, 이번에는 내야수 민주현 FA로 영입] [인천 레인저스 주전 3루수였던 민주현, 계약 기간 4년, 계약금 25억, 연봉 총액 55억 등 총액 80억에 워리어스 입단] [민주현 영입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박재철 단장 “내야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라 판단했다”] [워리어스 유니폼을 입게 된 베테랑 내야수 민주현 “대표팀에서 한수혁을 만났을 때부터 워리어스로의 이적을 생각하게 되었다”] [임준영에 이어 민주현까지 이구동성 ‘워리어스 이적 이유는 한수혁’] [기존 조성오, 이창모, 한수혁, 안치욱에 민주현까지 가세한 워리어스 내야진, 안정성에서는 10개 구단 최강]└이건 또 뭐야;;; 오늘 만우절 아니지?
└아니, 임준영 영입하고 누구 하나 팔려 나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한 명을 더 데려왔다고?
└우리가 외부 FA 영입 한도 2명을 다 채웠다고? 구단주가 미친 건가?
└그것도 민주현? 국대 3루수?
└잠깐, 이러면 안치욱은 어케 함? 포지션 겹치는데
└지금 그게 문제냐. 민주현 정도면 없는 자리 만들어서라도 데려와야지
└민주현 3루 말고 1루도 가능함. 한 명 지명타자로 가면 될 듯
└암튼… 하아;;; 진짜 꿈꾸는 거 같네. 혹시 워리어스 구단주 로또 맞았나?
└ㅋㅋㅋ 로또 당청금 얼마 된다고. 선수 한 명 계약금도 안 됨
누군가의 예리한 지적처럼 구단주가 로또를 맞기는 했다.
그것도 단순한 로또가 아니라 평생 돈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되는 진짜 핵폭탄급 로또.
“수혁아, 그나저나 그쪽 지분 다 털고 나올 거야?”
“아니, 민태현 씨가 그러는데 그냥 들고 있으면 내년부터는 배당금만으로도 우리 구단 1년 운영비 이상 나올 거라던데.”
“이야… 대단하네. 너 혹시 투자의 귀재?”
“흐흐, 그런가? 그런데 이상하지. 내가 다른 데 또 투자하려고 했더니 민태현 씨가 죽어라 말리더라고, 이번 거는 진짜 운이 좋았다고.”
“아쉽기는 하지만 내 생각에도 그래. 야구 선수가 야구 해야지.”
“흠, 역시 그렇겠지?”
자신의 플레이에 반한 누군가의 개입이 아니었다면 하마터면 쪽박을 찰 뻔한 한수혁은 이제 투자와 재산에 대해서는 완전히 신경을 끊기로 했다.
어차피 이제 가만히 두기만 해도 돈은 알아서 불어날 판국이었으니까.
그렇게 11월이 모두 지나고, 굵직굵직한 FA들이 제각각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이적 시장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일단 임준영과 민주현, 투타의 핵심을 모두 잃은 인천 레인저스는 초상집이나 마찬가지였다.
분노한 구단주가 또 뭔가 일을 벌이려 한다는 소식에 외부에서 영입하려던 FA들 역시 인천이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상황이다.
수원 역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에이스 최경재를 잃으며 선발 마운드에 큰 구멍이 뚫려버렸다. 거기에 매지션스에서 유격수 안태규까지 욕심내는 바람에 생각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그를 눌러 앉혀야 했다.
대전의 상황은 뭐 굳이 말할 것도 없다. 소년가장이 떠난 대전은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었다.
큰 선수 이동이 없었던 창원과 광주, 대구는 여전히 하위권 후보이고, 이찬호를 넘겨주고 유망한 신인 3명을 얻은 파이터즈는 본격적인 리빌딩에 들어간다는 소문이다.
반면 최경재와 이찬호를 얻은 것으로도 모자라, 빅리거라 불러도 좋을 용병 3명을 한꺼번에 영입한 매지션스는 단번에 1순위 우승후보로 부상했다.
아마도 워리어스가 가장 경계해야 할 팀은 이제 인천이 아닌 매지션스가 될 듯 싶다.
음,
그런데 뭔가, 뭔가가 빠진 거 같은…….
아, 타이탄스.
거기야 뭐 늘 똑같지.
지난 시즌 2할에 그친 주전 유격수에게 100억짜리 FA계약을 안겨준 거 같은데…….
그 선수의 프로필을 보니 경서고 출신이었다.
그래,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고 했다.
하던 대로 하고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