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186)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185화(186/412)
#185. 나도 좀 데려가지
[2028 KBO 리그 시범경기 드디어 개막!] [임준영과 민주현, 그리고 새로운 용병 에릭 톰슨 영입한 워리어스, 2년 연속 정상 도전] [스프링캠프에서 두각 나타낸 신인 최마루와 박동석, 시범경기 엔트리 합류] [이대준 감독 “한수혁의 보직은 선발로 결정되었다. 10개 구단 최강의 선발진이라 자부한다.”] [FA와 트레이드로 투수진 보강 성공한 워리어스, 아직 남은 약점은?]길고 길었던 스토브리그가 모두 지나가고 또다시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다.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사회봉사를 마치고, 제이콥과 함께 하와이로 건너가 개인 훈련을 하고, 애리조나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보니 어느새 2028년이다.
지난해 입단한 신인 둘이 내게 우상이니 뭐니 이상한 소리를 해댔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서니 비로소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수혁아, 나 고속 슬라이더를 한번 던져볼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떨까?”
“준영이 형.”
“응?”
“형은 그런 거 안 던져도 최고예요.”
“흐흐, 너 귀찮아서 그러지?”
“제가요? 설마요.”
오랜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임준영은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보였다.
후배들을 챙기고,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사이의 가교 역할도 하고.
빅리그에 안 간 걸 후회하지 않냐 물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표정만 봐도 다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한수혁.”
“네, 주현이 형님.”
“예전에 내가 했던 말 말이야.”
“무슨 말이요?”
“작년 시즌 중에 내가 너한테 건방지다고…….”
“아아, 그거요. 그거 없던 일로 하기로 했잖아요. 왜 굳이 그 얘기를 다시…….”
“그냥, 네 얼굴 보면 자꾸 그게 떠올라서. 야, 진짜 잊어줄 거지?”
천하에 다시없는 꼰대인 줄 알았던 민주현은 의외로 섬세하고 여린 사람인 듯했다.
벌써 반년이나 지난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걸 보니 말이다.
물론 나 역시 한번 마음에 안 든 녀석은 반년이 아니라 몇 년 동안 기억했다가 기어코 복수를…….
흠.
어쨌든 그런 성격과는 별개로 민주현은 어엿한 국가대표 3루수다.
굳이 따지자면 1루와 3루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좋은 수비수이자 쓸 만한 중심 타자라고 봐야 한다.
지난 시즌 내내 3루수 자리를 혼자 지켜왔던 안치욱은 스프링캠프 동안 장난기 하나 없는 얼굴로 훈련에 열중했다.
아차 하면 자리를 뺏기고 지명타자로 밀려날 수 있다는 걸 본인도 아는 거다.
“음, 같은 팀 유니폼을 입게 될 줄은 몰랐네.”
“어서 오세요, 주호 형님, 이사는 잘 끝내신 거예요?”
“일단 나 혼자만 올라왔어. 가족들은 나중에 생각해야 할 거 같네.”
FA 임준영과 민주현을 영입한 것 외에도 꽤 많은 선수들이 워리어스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지금 내 앞에서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주호도 그중 하나였다.
출신 고등학교 문제로 부산에서 왕따 아닌 왕따 취급을 받던 김주호는 결국 부산과의 연장 계약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방출된 김주호에게 몇몇 구단들이 접촉했고, 그는 워리어스를 선택했다.
3루와 좌익수를 볼 수 있는 김주호는 올 시즌 외야 백업 겸 대타 요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존 그 롤을 담당해주던 강진석이 서울 파이터즈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주전 외야수 이찬호를 잃은 파이터즈는 그 빈자리를 메워야 했고, 우리는 강진석을 보내는 대신 쓸 만한 중간계투를 데려왔다.
이 팀을 떠나던 날, 강진석 선배가 남긴 마지막 말이 아직도 떠오른다.
‘수혁아, 삼진 잡는 건 상관없는데 슬로 커브는 던지지 마라. 그거에 당하면 진짜 보기 흉해. 우리 딸내미가 널 저주할지도 몰라.’
힘 하나는 진짜 좋은 선수였는데…….
생각해보면 우리 팀에서 만년 백업으로 지내는 것보다는 파이터즈에서 주전으로 뛰는 게 그 선배의 커리어에는 훨씬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워리어스는 전 스카우터들이 뽑아놓은 어정쩡한 신인들을 내보내고 그 대가로 그럭저럭 쓸 만한 투수들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 시즌 우리 팀의 가장 부족한 부분이었던 투수진이 몰라보게 풍성해졌다.
아, 그러고 보니 용병 쪽에도 변화가 있었다.
일단 외야수와 중심타선 한 자리, 거기에 포수까지 가능한 월터 스미스는 우리와 3년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워리어스 선수로 남는 길을 택했다.
“빌어먹을… 새로 들어온 애송이들 중에 쓸 만한 포수 놈이 있다는데, 빨리 키워봐. 언제까지 내가 포수 미트를 낄 수는 없잖아?”
“키우긴요. 제가 코치도 아니고 걔를 무슨 수로 키워요?”
“하루 날 잡아서 너클볼 100개만 던져줘봐. 크기 싫어도 클 수밖에 없을걸?”
“흠.”
그의 말처럼 이번에 새로 입단한 신인들 중 최마루와 박동석이라는 녀석은 꽤나 쓸 만할 것 같다.
최마루는 당장 이번 시즌부터 중간계투로 활용이 가능할 것 같고, 포수인 박동석은 2군에서 경험치를 잘 먹이면 장덕수의 뒤를 받칠 괜찮은 포수가 될 거라 생각한다.
나랑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 주제에 자꾸 우상이니 뭐니 헛소리를 하는 것만 제외하면.
음.
라이언 스타크와 브룩스 파커, 두 명의 용병 투수들 중 브룩스는 일본으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그에게 행운을 빌어준 나는 다니엘에게 전화를 걸었다.
– 한수혁 선수! 아니, 어쩐 일로 먼저 전화를! 무슨 일인가요? 아니, 제가 일단 한국으로 들어갈까요?
“아뇨,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거기 트리플 A 선수 중에 에릭 톰슨이라고 있죠?”
– 에릭, 에릭, 에릭… 아, 네, 물론이죠. 그런데 그 친구는 왜……?
“그 친구 한국으로 좀 데려오고 싶은데… 도움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나중에 제가 보답할 일이 있을 거 같은데요.”
– 아하! 물론이죠! 얼마든지요! 제가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한때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서 10승을 기록했던, 하지만 서른을 넘기면서 구속 저하로 슬럼프에 빠지고 그 때문에 2년을 트리플 A에서 보낸,
그럼에도 국내 무대에서는 에이스급 활약이 가능할 거라 예상되는 에릭 톰슨이 워리어스에 입단했다.
이런저런 인연들이 얽히며 워리어스와 시애틀 매리너스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다.
뭐… 이런 식으로 도움을 주고받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아님, 말고.
그렇게 에릭 톰슨이 새로 팀에 합류하면서 올 시즌 워리어스의 선발 로테이션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었다.
한수혁(우) – 임준영(우) – 에릭 톰슨(좌) – 라이언 스타크(우) – 천상진(좌)
지난 시즌 내가 투수로 나서기 전까지 1선발 역할을 했던 라이언이 4번째로 밀릴 정도로 로테이션이 꽉 들어찼다. 이만식이 돌아온다 해도 선발자리를 보장 못할 정도로 말이다.
거기에 기존 5선발로 뛰던 이영주와 강동하, 신인 최마루가 중간 계투진에 합류하며 홍영식과 최정수 중심으로 버티던 허리가 꽤 강해졌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 전력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전문가들이 매지션스를 우승후보 1순위로 꼽고 있다.
원래도 막강했던 기존 전력에 국내 최정상급 좌완 최경재, 그리고 최고의 외야수인 이찬호가 합류했고, 지난 시즌까지 빅리그에서 뛰었던 용병들이 줄줄이 입단했기 때문이다.
1번부터 9번까지 빈틈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타선, 그리고 리그 최강의 중간계투진.
뭐,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한번 붙어보면 자신들이 뭘 빼먹었는지 금방 깨닫게 되겠지.
* * *
“올해는 우승하겠지?”
“해야지. 이러고도 못하면 진짜 이 팀은 저주받은 거야.”
1994년 이후 단 한 번도, 말 그대로 21세기 들어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비운의 명문구단 서울 매지션스.
선수 풀부터 인프라, 모기업의 지원, 팬들의 숫자까지.
무엇 하나 빠질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하위권을 맴돌던 매지션스의 포텐이 드디어 터졌다.
2025시즌 4위를 시작으로 2026시즌 2위, 그리고 2027년 다시 3위.
우승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하지만 아주 멀리 있지도 않았다.
딱 한 걸음, 그 한 걸음이 모자라 우승에 실패했다.
분노한 구단주의 주도 하에 폭풍 영입이 시작되었고 가뜩이나 강했던 전력이 그야말로 빈틈 하나 찾을 수 없이 막강해졌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워리어스는 물론이고, 가장 강했던 시절의 인천 레인저스보다도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전력.
시범경기 개막전을 맞은 잠실야구장.
매지션스 팬들이 서로 얼굴을 맞댄 채 행복회로를 굴리고 있었다.
“라인업만 보면 솔직히 KBO가 아니라 메이저리그에 던져 놔도 될 거 같은데?”
“그건 좀 오버일지 몰라도 일본은 가능할지도?”
국가대표 리드오프 양선우를 선두로, 새로 영입한 빅리거급 타자 이찬호, 매지션스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고철환,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홈런 10개를 기록한 용병 다니엘 헌터, 그리고 다른 팀에 가면 바로 상위타선에 설 수 있는 하위타자들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거기에 마운드에는 120억이라는 거액을 주고 데려온 좌완 특급 최경재가 서 있다.
그야말로 밥을 안 먹어도 절로 배가 불러오는 상황.
“플레이!”
“우아아아아!”
기세가 오른 매지션스 팬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드디어 2028시즌 개막식이 시작되었다.
“볼!”
“볼!”
따아악!
“아웃!”
“휴우…….”
“좆될 뻔했네. 서형주 쟤 작년에는 좌투수 몸쪽 공에 반응도 잘 못하더니 연습 열심히 했나 보네? 배트 나오는 게 장난이 아닌데?”
“괜찮아. 어쨌든 아웃 잡았으면 됐지, 뭐. 이찬호, 최경재 잘한다! 역시 돈값 하는구나!”
하마터면 우익수 옆으로 빠지는 3루타가 될 뻔했던 타구를 우익수 이찬호가 기적처럼 잡아내며 원 아웃.
이게 모두 최경재와 이찬호를 현질한 덕분이라 애써 위안하던 매지션스 팬들의 얼굴이 다음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보자마자 하얗게 질려버렸다.
[2번 타자 유격수 한수혁]이제는 한수혁을 상징하게 된 강렬한 베이스 연주음.
민예린이 사흘 밤낮 혼을 갈아 넣어 만들었다는 등장음악과 함께 한수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우드드득
언제나처럼 왼쪽으로 한 번, 그리고 오른쪽으로 한 번.
목을 푸는 그 별 것 아닌 동작 하나에 최경재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처절했던 과거의 기억이 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이러면 안 된다. 이걸 극복 못 하면 나는 끝이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은 최경재가 애써 스스로를 위안했다.
아무리 이 괴물이라 해도 매 타석 안타를 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한 방 맞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시범경기 아닌가?
어떻게든 긴장감을 떨쳐내고 지난 겨울 동안 준비한 새로운 무기를 녀석에게 보여주자.
끄덕
몇 차례 사인을 주고받던 최경재가 드디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승부다.
한수혁이라는 괴물을 잡기 위해 장착한, 개인 인스트럭터까지 고용해 배운 신무기.
공이 투수의 손끝을 떠나는 순간 그 미세한 떠오름을 감지한다는 저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배운 너클커브.
최경재의 손에서 하얀 공 하나가 빠져나와 한수혁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따아아아악!
“우아아아아!”
최경재가 절규했다.
“시발! 그러니까 왜 나한테 제안을 안 줬냐고! 나도 데려갔으면 좋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