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188)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187화(188/412)
#187. 우상과 함께(2)
“좋냐?”
“흐흐흐, 그럼 안 좋겠냐?”
“젠장… 개부럽네. 됐고, 내 공이나 좀 받아줘봐.”
“공, 그래. 공 좋지. 받아줘야지. 잠깐만 미트 좀 바꾸고.”
“미트를 왜 바꿔? 그게 원래 쓰던 거잖아?”
“수혁이 형님이 던진 귀한 볼을 잡은 미트에 하찮은 네 공의 흔적을 남길 수는 없잖아?”
“이 새끼가 진짜…….”
한수혁이 4이닝, 이영주 2이닝, 강동하 1이닝, 김두영 1이닝, 마지막으로 마무리 양기철이 1이닝을 이어 던진 워리어스는 시범경기 잠실 개막전에서 매지션스를 12 대 1로 처참하게 박살 내 버렸다.
이 경기에서 한수혁은 타자로서 홈런 2방에 3타점, 투수로서는 4이닝 10K, 1볼넷이라는 무지막지한 성적을 기록했다.
큰 기대를 갖고 잠실야구장을 찾았던 매지션스 구단주는 4회말 한수혁이 매지션스 세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순간 사장의 조인트를 까고 그대로 구장을 빠져나갔다.
당초 매지션스를 1순위 우승후보로 꼽던 전문가들 역시 당황한 눈치였다.
한수혁이 던진 4이닝은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워리어스 투수들을 상대로도 매지션스 타자들이 철저히 농락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5선발로 나름의 역할을 한 이영주는 중간으로 밀려난 것을 오히려 반기는 눈치였다.
애초에 힘 조절을 잘 못해 3이닝만 지나면 난타를 당하는 그에게는 전력투구를 할 수 있는 중간이 오히려 더 잘 맞는 모양이다.
파이터즈의 탱킹장군 역할에 익숙했던 강동하는 이제 이기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지난 겨울 내내 연마한 몸쪽 공은 상위권 팀을 상대로도 꽤나 큰 힘을 발휘할 것 같다.
그리고 지난 시즌 이 팀의 셋업과 마무리를 맡아 주었던 김두영, 양기철 역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며 코치진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올림픽 대표팀 1차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두 사람은 이제 이 나라를 대표해 싸우게 될 것이다.
슈웅
퍼엉!
슈웅
퍼어엉!
“나이스 볼!”
“동석아.”
“왜? 계속 안 던지고?”
“솔직히 말해봐라.”
“뭘?”
“어제 수혁이 형 공하고 지금 내 공, 어떠냐?”
“뭐가 어떤데?”
“이 새끼야. 비교를 좀 해 달라고. 당연히 내가 부족하겠지만 어디가 어떻게 모자란지 알아야 그쪽을 집중적으로 강화할 거 아냐? 구속은 그렇다 치고, 어디가 제일 부족해? 회전수? 제구력? 무브먼트?”
“마루야.”
“이름 부르지 말고 대답을 해보라고.”
“너 어릴 때 시골 할머니 집에서 컸다며.”
“뭔 소리야, 그게 지금 왜 나오는데?”
“혹시 반딧불 잡아봤냐?”
“반딧불? 잡아 봤지. 근데 왜?”
“그 반딧불을 태양하고 비교하라고 하면 넌 할 수 있겠냐?”
“…이 새끼가 꼭 비유를 해도.”
“하아, 됐고. 너 진짜 열심히 해야겠더라. 난 네 포심 정도면 프로에서 먹힐 거라 생각했는데, 어제 수혁이 형 공 받아보니까… 어휴, 자, 헛소리할 시간에 공 하나라도 더 던지고 받자.”
“알았어, 이 새끼야. 그럼 계속 공이나 받아.”
슈웅
퍼어엉!
고등학교 3학년 때 이미 155㎞/h를 던진, 그리고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투수코치의 도움과 한수혁의 조언을 받아 구속을 158㎞/h까지 끌어올린 최마루였지만 그는 자만하기는커녕 자신이 한없이 부족한 존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최마루는 오늘도 노력한다.
언젠가 한수혁에게서 마운드를 이어 받을 수 있을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에게서 잘한다는 칭찬 한 마디를 듣는 날이 오길 바라며.
* * *
슈웅
“아웃!”
“우아아아!”
“한수혁! 역시 네가 최고다!”
수원 커맨더스와의 시범경기.
2루 베이스를 타고 완전히 빠져나갈 것처럼 보이는 타구를 한수혁이 낚아챘다.
수원 팬들의 입에서는 한숨이, 워리어스 팬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튀어나오던 그 순간.
‘세상에… 저걸 잡으시네. 진짜 개쩔어…….’
가장 놀란 건 다름 아닌 마운드 위 투수였다.
오늘 드디어 1군 무대 첫 등판 기회를 잡게 된 최마루.
외부에서 평가하기로는 몇 년 후 워리어스 마운드의 한 축이 되어줄 초특급 유망주이지만, 그에게서는 아주 조금의 자만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팀에는 메이저리그를 포기하고 국내 무대를 선택한 최고의 투수 임준영이 있다.
그뿐인가.
데뷔하자마자 초특급 활약을 펼쳐 결국 올림픽 대표팀에까지 이름을 올린 1년 선배 서형주와 안치욱은 단 한시도 쉬지 않고 훈련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다 보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물론 절망하는 건 아니다. 그저 겸손해질 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하나 남아 있다.
“자, 최마루. 파이팅!”
“파이팅!”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한국, 아니, 세계, 아니지, 어쩌면 우주.
어쨌든 세상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배 한수혁이 있다.
그가 등 뒤에서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마루는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방금 전에도 완벽한 안타성 타구 하나가 한수혁에 의해 범타로 처리되었다.
최마루가 한수혁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누군가는 이 모습을 보며 웃을 수도 있겠지만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어쩌면 야구의 신일지도 모를 이에게 고개를 숙이는 게 왜 부끄럽단 말인가.
지금 이 순간 그가 바라는 건 단 하나.
누구라도 좋으니 자신과 한수혁을 한 포커스에 담아 사진으로 남겨주는 것.
오직 그것 하나뿐이었다.
* * *
[서울 워리어스, 시범경기 5연승 질주] [한수혁, 임준영, 에릭 톰슨, 라이언 스타크, 천상진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 마운드, 상대팀을 절망에 빠트리다] [시범경기 개막 전 의문 부호였던 이영주와 강동하의 중간계투 전환은 신의 한 수?] [신인 콤비 최마루, 박동석의 깜짝 활약 “우리는 그저 태양 앞의 반딧불 같은 존재” 무슨 뜻?] [워리어스 이대준 감독 “올 시즌 목표는 아무도 다치지 않고 정상에 오르는 것”]그야말로 잘되는 집안의 정석이었다.
임준영과 에릭 톰슨이 합류한 선발진은 애초 기대했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당초 불안하다 평가받은 이영주와 강동하의 중간계투 전환도 나름 성과를 보였다.
국가대표 3루수 민주현이 합류한 타선의 파괴력은 그야말로 막강 그 자체였다.
고무적인 건 그가 중심타선에 합류하면서 한수혁을 2번에 고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각종 기록 달성이 유리해진 것은 물론이고, 다른 팀 투수들에게는 한수혁이 2번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공포 그 자체였다.
또 하나 의미 있는 것은 1년 차 신인의 몸으로 시범경기 엔트리에 포함된 최마루, 박동석의 활약이었다.
최마루는 총 세 번 등판해 6과 2분의 1이닝 동안 석 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삼진을 아홉 개나 잡아냈으며, 박동석은 타석에서는 12타수 2안타로 부진했지만 수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감독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한편,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워리어스에게 박살이 나긴 했지만 매지션스 역시 서서히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양선우-이찬호-고철환, 백투백투백 홈런… 인천 레인저스에 10 대 3 승리] [개막전에서 부진했던 최경재, 친정팀 수원을 완벽히 잠재우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 [신입 용병 다니엘 헌터, 3연타석 홈런으로 한수혁에 이어 시범경기 홈런 랭킹 2위 등극] [매지션스 주석도 감독 “기존 선수들과 신입들 간의 호흡이 이제야 맞아가고 있다. 올 시즌에는 반드시 우승해 팬들의 기대에 보답할 것”]사실은 팬들이 아니라 구단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매지션스는 역시 강하다는 것이었다.
주전 멤버의 이름값은 비슷할지 몰라도 지난 수 년간 좋은 선수들을 길러내고 수집해온 매지션스의 선수층은 워리어스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것은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굉장히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임준영과 민주현 빠져 나간 인천 레인저스, 충격의 시범경기 4연패] [여전히 전력은 강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생기를 잃은 선수단, 인천 팬들 “이 팀이 살아나려면 모기업부터 교체되어야”] [익명을 요구한 인천 선수 “매일 감독실로 검은 양복을 입은 본사 직원이 찾아온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얘기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그렇게 워리어스와 매지션스가 자신들의 힘을 입증하는 동안 지난 시즌 준우승팀인 인천은 4연패를 기록하는 등 이름값에 한참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임준영과 민주현이라는 투타 기둥의 이탈이겠지만 지난 시즌 말 시작된 구단주의 운영 개입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받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차피 이 나라에서 프로야구단은 구단주의 장난감에 불과한 것을.
[단짝 최경재 잃은 수원의 캡틴 정대한, 분노의 만루 홈런포] [재계약 성공한 최용식 감독 “에이스를 잃었지만 신인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와 해볼 만하다. 우리의 목표는 우승.”] [류한결 보상금으로 전력 보강에 성공한 대전, 올해도 가을야구 진출?] [거액을 들여 영입한 대전의 세 용병, 투타 맹활약으로 팬들의 기대 독차지]한편 최경재와 류한결이라는 에이스를 잃은 수원, 그리고 대전이 의외의 분전을 보이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최경재가 빠지기는 했지만 그간 수원이 공들여 길러온 신인들의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했고, 대전의 경우 LA에인절스로부터 받은 보상금이 그대로 용병 영입에 사용되며 적어도 용병 이름값만큼은 10개 구단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전문가 12명이 내다본 2028 KBO 리그 예측 ‘매지션스, 워리어스 레인저스 3강, 커맨더스, 팔콘스 2중, 랩터스, 재규어스, 버팔로스, 파이터즈, 타이탄스 5약’]올 시즌 리그 판도가 3강 2중 5약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범경기는 계속되었다.
각 팀당 14경기씩 주어진 이번 시범 경기에서 한수혁은 두 번 선발로 등판해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이제는 어깨 문제에서 완전히 해방된 임준영 역시 대전과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팬들에게 복귀 인사를 남겼다.
거기에 지난 시즌 3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라이언과 신입 용병 에릭 톰슨 역시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 팬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었다.
한편 지난 시즌 무명선수 신화를 써 내려간 천상진 역시 두 용병 투수보다 오히려 나은 투구를 보이며 감독에게 즐거운 고민거리를 선사하기도 했다.
“자, 오늘은 팀 훈련 없다. 대표님이 카드 주고 가셨으니까 이걸로 앞에 가서 고기 실컷 먹고 집에 가서 쉬면 된다. 알아들었나?”
“오오오… 법카!”
“한우 먹어도 됩니까, 감독님?”
“그럼 우리가 언제 미국산 먹었냐? 그리고 성오 넌 오늘 안타 두 개 쳤으니까 특별히 투뿔로 사주지. 자, 그럼 가서 샤워하고 집합!”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반가운 건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던, 그래서 넉 달 가까운 시간을 수술과 재활로 보내야 했던 주장 조성오의 복귀였다.
시범 경기 내내 한수혁 바로 뒤 3번 타순에 고정되었던 그는 두 개의 홈런을 포함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그렇게 2028 시즌의 시범경기가 순식간에 지나가고 야구팬들이 기다려온 정규시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