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196)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195화(196/412)
#195. 올림픽 대표팀
따아악!
따악!
따아악!
“그만, 이봐, 타이.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자네 소속팀 단장이 보면 기절하겠는걸.”
“조금만 더, 아직 완전히 감이 오질 않아서 그래.”
“음… 대체 왜 그러는데? 110마일짜리 공을 이렇게 계속 때려대다간 밸런스가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모르는 소리, 그 괴물의 공을 치려면 이 정도로는 부족해.”
이번 올림픽을 주최하며 오랜만에 야구를 정식종목으로 부활시킨 미국.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야구의 주도권을 놓고 IOC와 반목하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많은 것을 양보한 상태다.
선수의 자발적인 의사, 그리고 구단의 승인이 뒤따라야 한다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빅리그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전면 허용해주었다.
그 결과 지난 WBC 대표팀에서 뛰었던 상당수 빅리거들, 그리고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스타급 선수들이 줄줄이 각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쟁이 나도 리그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는 미국에서 올림픽 기간 동안 무려 열흘 넘게 정규리그가 중단되었다.
다음 올림픽에는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종주국인 미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다른 국가가 야구 금메달을 가져가는 건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그리고 여기, 이번 올림픽 야구 종목 준결승과 결승전이 치러질 다저스타디움 훈련장에 이 시대 최고의 선수라 불리는 타이 존슨이 서 있다.
한수혁의 공을 치기 위해 배팅머신의 스피드를 111마일, 그러니까 180㎞/h에 셋팅한 그는 벌써 한 시간 넘게 타격 연습을 하고도 좀처럼 만족스럽지 않은 눈치였다.
그런 타이존슨을 대표팀 트레이너가 멈춰 세웠다.
그가 저러는 이유를 알 것 같긴 하다.
지난 WBC에서 미국을 완파시킨 괴물, 아시아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피지컬과 실력을 가진 한국팀의 선수.
타이 존슨에게 난생 처음 패배감을 맞보게 해준 그 한수혁이라는 놈이 170㎞/h에 달하는 공을 던진다는 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정도가 심했다.
야구라는 건 결코 누구 하나를 이기기 위해 하는 개인 종목이 아니다.
미국 대표팀이, 타이 존슨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수많은 투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한수혁이 던지는 그 170㎞/h 공 하나에 모든 포커스를 맞춘다는 건 너무나도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타이 존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따악!
따아악!
따악!
‘이 정도로는 안 돼. 그 괴물 공은 그냥 빠르기만 한 게 아니거든…….’
한편 이런 현상은 비단 미국 대표팀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었다.
한국보다 먼저 도착해 훈련장을 배정받은 일본 대표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다나카 야마토가 야구공을 손에 든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정말 처절하게도 당했다.
예선전과 4강전, 두 경기 연속 한수혁을 만났고 그야말로 개박살이 나버렸다.
승부를 하면 홈런을 맞고, 걸어서 내보내면 발로 농락당하고,
다나카의 야구 인생에서 그렇게 야구를 좆같이 하는 인간은 처음 만났다.
그 녀석이 그렇게 일본을 박살 내고 결승에 진출했을 때 온 마음을 다해 상대팀 미국을 응원했다.
저 거만한 한국 녀석이 메이저리거들에게 박살이 나길 빌며.
하지만 아니었다.
한수혁이라는 놈은 전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인간들이 모인 미국 대표팀마저 박살 내고 한국으로 우승트로피를 가져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대체 그놈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KBO리그에서 60개가 넘는 홈런을 때려내고 85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뭐 그런 기록적인 부분은 둘째 치더라도, 그냥 인간 자체가 너무 무서운 놈이다.
그라운드 위에서 그놈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소름이 쭈삣 돋는다.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이번 올림픽에는 참가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한수혁과 상대하는 게 너무나 무서웠다.
그럼에도 자신은 여기 서 있다.
은퇴 후 일본으로 돌아가려면 국민들의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아…….’
다나카 야마토의 한숨이 훈련장을 가득 메웠다.
* * *
이렇게 한수혁에게 당한 후유증으로 고생 중인 선수들이 신경을 바싹 곤두세우고 있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대표팀의 금메달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고 있었다.
2027 WBC 우승의 주역이자 MVP, 그리고 2년 연속 KBO리그를 박살 내고 있는 한수혁에 대해서도 ‘빅리그 중상위권 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하는 게 고작이었다.
야구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 자부하는 빅리그 관계자들은 타국 리그의 선수를 결코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빅리그에서도 상당히 보기 드문 빠른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투수, 그리고 메이저리그 급과 더블 A급의 선수들이 공존하는 KBO리그의 특성을 이용해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한 타자.
그것이 미국의 보수적인 전문가들이 내린 한수혁에 대한 평가였다.
물론 실제로 그를 지켜본, 그리고 지켜보고 있는 스카우터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그의 영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어쨌든 한수혁은 일단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선수들의 전력이 너무 뒤처진다는 게 전문가들이 한국대표팀을 저평가하는 이유였다.
불행하게도 그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아시안 게임과 달리 연령 제한을 두지는 않았지만 병역 문제가 걸린 대한민국의 특성상 미필 선수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지난 WBC 대표팀에 이어 이번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를 살펴보면 한수혁과 임준영, 최경재, 류한결, 김용재, 이하영, 박도율 등 투수 7명과 정대한, 장덕수, 이수영, 김세준, 안태규, 이찬호, 양선우, 최연우, 강우찬 등 야수 9명이 있었다.
나머지는 모두 새 얼굴이다.
그러니까 30명의 엔트리 중 14명이 젊은 미필 선수들이라는 뜻이다.
서형주와 안치욱 같은 1, 2년 차 신인들, 혹은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양기철과 김두영 등의 중고 신인들 말이다.
그렇게 절반가량 미필 선수들이 포함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건 지난 시즌 말 인천에서 중도 해임당한 구용식 감독이었다.
사이버매트릭스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야구의 1인자인 그는 감독에서 물러난 후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주변 선배들의 적극적인 설득과 부탁에 결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되었고, 난생 처음 국제대회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런 구용식 감독의 고민은 다름 아닌 한수혁이었다.
‘으음…….’
이번 올림픽 야구 경기는 한국과 일본, 멕시코, 네덜란드가 속해 있는 A조, 그리고 미국과 도미니카, 쿠바, 이스라엘 등 4개국으로 구성된 B조가 각각 예선전을 치른 후 각 조 1위와 2위가 서로 엇갈려 준결승을 치르고 그 결과에 따라 각각 금메달 결정전, 동메달 결정전을 갖게 된다.
쉽게 말해 결승전까지 진출한다고 가정할 경우 치르게 될 경기수는 모두 5게임.
여기서 문제는 결승전까지 가기 위해서는 사실상 전승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4개 팀이 치르는 예선전에서 어떤 한 팀이 전패라도 하게 되면 나머지 세 팀이 동률을 이루며 승자승이나 다득점 같은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거지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을 방법은 딱 하나,
전승.
그걸 위해선 선발투수 선택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예선 첫 경기인 멕시코전에는 자신의 옛 제자이자 워리어스의 2선발인 임준영을 내세운다.
주전 라인업 대부분이 우타자이기도 하고, 임준영이 용병 타자들에게 상당히 강하다는 게 선택의 이유였다.
이어지는 숙적 일본과의 예선전에서는 한수혁을 출격시킬 생각이다.
다른 팀도 그렇지만 유독 일본에 더욱 강한 한수혁이라면 반드시 1승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그 다음 경기인 네덜란드전에는 류한결을 내보낸다.
올 시즌 LA에인절스의 3선발로 자리 잡으며 전반기 5승을 거둔 그라면 빅리그와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된 네덜란드 선수들을 잘 잡아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렇게 3명의 투수가 차례로 출격하고 4번째 선발 후보인 최경재는 언제든 경기에 투입될 수 있도록 비상대기를 시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투구 수 제한이 엄격했던 WBC와 달리 이번 올림픽에는 그 어떤 제한도 걸려 있지 않다.
그럴 계획은 없지만 페이스가 좋은 투수가 나오면 완투를 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다.
‘일단은 여기까지…….’
이 계획이 적중해 예선전을 1위로 돌파하게 된다면 이틀 휴식 후 B조 2위로 예상되는 도미니카와 준결승전을 치르게 될 것이다.
그때부터는 뒤가 없는 단기전 승부에 돌입한다.
결승전 선발로 내세울 한수혁을 제외한 모든 투수가 비상대기에 들어갈 것이다.
‘으음… 으으음…….’
구용식 감독의 머릿속에 이번 올림픽 대표팀 플랜의 키를 쥐고 있는 한수혁의 얼굴이 떠올랐다.
만약 그에게 이상이 생긴다면?
그럼 모든 게 끝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를 대신할 선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번 올림픽 대표팀 금메달의 성패는 한수혁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한수혁에게는 대표팀 트레이너와 워리어스에서 파견한 트레이너, 그리고 그가 개인적으로 고용한 제이콥 튜너라는 트레이너까지 총 3명의 전담 인력이 따라붙어 있는 상태다.
그걸로도 모자라 소속팀 감독인 이대준, 지난 WBC에서 한수혁을 지도했던 정윤석과도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한수혁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누군가는 과하다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특혜라 할 수 있지만,
글쎄,
지금 이 자리에 그 누가 앉아 있다 해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적어도 제정신이 박힌 인간이라면 말이다.
‘하긴 그 사람이라면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겠군.’
이번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건 사실 구용식이 아니었다.
올림픽 대표팀 구성을 맡은 KBSA, 그러니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는 황병호 감독을 내세우려 했고 그 역시 지휘봉을 잡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한수혁의 말 한마디에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올림픽 대표팀 황병호 감독 취임설에 대해 한수혁 “야구를 좀 더 야구답게 하는 감독과 뛰고 싶다. 최근 어깨가 조금 불편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올림픽 출전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한마디로 황병호가 감독을 맡으면 올림픽 출전을 보이콧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고, 야구팬들이 KBO와 KBSA의 홈페이지를 초토화시켰다.
극히 일부 야구 원로들이 한수혁을 건방지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여론이라는 거대한 쓰나미에 파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른 선수라면 몰라도 그는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였다.
아니, 꼭 자격을 따지지 않더라도 그런 한수혁의 뜻을 꺾을 존재가 없었다.
1차 거름망이 되어야 할 워리어스에서는 한수혁의 말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뜻을 나타냈고, 그 무엇보다 국민들의 여론을 두려워하는 KBO에서는 굳이 그와 척을 지려 하지 않았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KBSA 혼자 분함에 부들부들 떨었지만 그래 봐야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황병호 감독설은 자취를 감췄고, 대신 구용식이 그 자리를 맡게 되었다.
대표팀 소집 첫날, 구용식 감독이 한수혁에게 물었다.
‘나는 야구에 대해 좀 알고 있는 감독일까?’
다른 선수 같으면 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질 법한 질문이건만 한수혁은 표정 한 번 변하지 않은 채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아는 한 가장 합리적이고 야구에 대해 해박한 감독님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수혁의 대답에 구용식은 인천 감독에서 물러난 후 처음으로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