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208)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07화(208/412)
#207. V8
드넓은 땅덩이에 수십 개의 야구팀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게다가 인터리그조차 존재하지 않던 메이저리그 초창기. 선수들은 다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해 무지할 수밖에 없었다.
1963년, 아직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요기 베라의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서 LA다저스를 만났다.
난생 처음 보는 왼손잡이 애송이 투수가 25승 5패를 기록했다는 말을 듣고 요기 베라는 이렇게 말했다.
‘저런 애송이가 대체 어떻게 25승을 거둔 거지? 내셔널리그 타자들은 모두 바보인가?’
그렇게 시작된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그 왼손잡이 애송이 투수는 양키스 강타선을 상대로 9이닝 동안 삼진 15개를 잡아내며 2실점 완투승을 기록했다.
경기 전 대체 저런 투수가 어떻게 25승을 했냐고 무시했던 요기 베라가 말했다.
‘좋아, 저 녀석이 어떻게 25승을 했는지는 잘 알았다. 그런데 대체 왜 5번이나 진 거지?’
그렇게 요기 베라에게 항복 선언을 받아낸 그 투수는 시리즈 4차전에 또 한 번 선발 등판해 1실점 완투승으로 양키스를 제압했고, 결국 다저스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겨줬다.
1963년과 65년, 그리고 66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사이영상 다회 수상자가 된 샌디 코팩스에 대한 이야기다.
[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주역 한수혁, 미국 야구 전문가들과 팬들의 관심 한 몸에] [한수혁의 아시아 홈런 신기록에도 꿈쩍 않던 미국 전문가들 “그에 대한 영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그럴 가치가 있는 선수.”]올림픽이 끝난 후 한수혁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 그리고 야구팬들의 태도가 백팔십도로 뒤집혔다.
지난 시즌 그가 이룩한 말도 안 되는 성적을 놓고 ‘대체 리그 수준이 얼마나 엉망이길래 저런 기록이 나온 거냐?’는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이 올림픽에서 그가 미국 선수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보고 ‘대체 왜 홈런을 61개밖에 못 친 거냐’는 궁금증을 갖게 된 것이다.
그만큼 한수혁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렇게 전 세계 야구팬들의 관심이 한수혁에게 쏠리고 있는 가운데 2028년 하반기 KBO 리그가 재개되었다.
[올림픽 금메달과 함께 돌아온 태극용사들, 이제 다시 하반기 레이스 도전] [1위 워리어스, 2위 매지션스, 3위 레인저스, 한국 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 [전반기 타율 0.438, 홈런 45개, 타점 98개의 타격 성적, 그리고 110이닝 평균자책점 0.16, 180K, 13승이라는 압도적인 기록 달성한 한수혁. 하반기 각종 신기록 경신 여부에 야구팬 이목 집중] [WBC와 올림픽을 통해 한수혁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조에 오른 미국 언론들, 연일 한수혁 관련 소식 전하며 빅리그 진출 가능성 타진] [포스팅을 통한 빅리그 진출 여부에 대해 한수혁 “아직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전문가들, ‘아직은’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WBC에 이어 올림픽에서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한 야구대표팀은 입국 바로 다음 날 청와대의 초청을 받아 또 한 차례 대통령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의례적인 인사, 그리고 맛없는 식사는 여전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 지루한 시간을 참아내던 한수혁에게 드디어 기다리던 대통령의 질문이 돌아왔다.
“2년 연속 우승트로피를 들고 만나게 됐군요. 이번에도 활약이 대단했다고 들었습니다, 한수혁 선수.”
“감사합니다.”
“허허, 이거 참 WBC 때도 그랬고, 내가 야구계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혹시 필요한 게 있을까요?”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서울에 새로운 야구장이 필요합니다. 그 동대문에 디자인… 뭐 그 쓸데없는 거 다른 용도로 전환한다고 들었는데요, 대통령님.”
“흠, 그런데요?”
의례적인 질문에 뭔가 구체적인 답변이 흘러나오자 옆에 서 있던 비서실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한수혁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거기 부지만 임대해주시면 저희 구단에서 거기 돔구장을 짓고 싶습니다. 아니, 짓고 싶다고 합니다. 저희 구단주님이요. 어차피 1년에 거기서 야구할 날은 90일밖에 안 되니 비는 날에는 서울시민들을 위한 문화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고요. 정말 야구계를 도와주고 싶으시면 긍정적으로 검토 부탁드립니다.”
“…흐음, 좋아요. 이게 당장 확답을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주무부처에 전달해서 한번 검토해 보라 지시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식사는 입에 맞았나요?”
“네, 맛있네요.”
머릿속으로 구상만 하던 계획을 대통령에게 전달한 한수혁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대통령의 손을 맞잡았다.
2028시즌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가장 큰 관심은 단연 워리어스와 매지션스, 레인저스 중 과연 어느 팀이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이자 스토브리그 기간 임준영과 민주현을 영입해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 워리어스냐, 아니면 우승을 위해 전 계열사 차원의 지원에 나선 매지션스냐, 그도 아니면 전통의 명가 레인저스냐.
그 세 개 팀이 치고 받는 혈전을 벌이는 가운데 한수혁에 대한 해외 팬들의 관심은 식을 줄을 몰랐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4할 3푼을 넘나드는 말도 안 되는 타율, 1.5를 넘어선 OPS.
거기에 선발등판한 거의 모든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0점대의 평균자책점을 유지 중인 한수혁.
따아아아악!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한수혁이 때려낸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한국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경기를 시청하던 해외 팬들이 일제히 큰 함성을 질렀다.
비록 약쟁이가 기록한 73개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또 다른 약쟁이가 기록한 70개를 넘어선 시즌 71호 홈런.
야구 팬들은 찬란한 메이저리그 역사에 오점으로 남은 약물 기록을 한수혁이 깨주길 바랬고, 그는 비록 2개가 부족하지만 71개의 홈런을 날리며 그 기대에 부응했다.
시즌 144경기에서 터진 71개의 홈런.
2경기당 1개 꼴로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있다는 것에 모든 야구팬들이 경악했다.
그렇게 2028년 정규시즌이 끝났고, 워리어스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시즌 막판 서형주의 한 달짜리 발목 부상과 이창모의 옆구리 부상, 그리고 양기철의 팔꿈치 부상 등이 겹치며 잠깐 주춤했지만 이제 워리어스는 선수 한두 명의 부상으로 그대로 침몰하는 그런 허약한 팀이 아니었다.
수비에서는 김수학이 서형주의 빈 자리를 메웠고, 최민석이 톱타자로 나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이창모의 빈자리는 2군에서 급하게 콜업된 유인철이 메웠다.
한때 잘난 동기들 때문에 매사에 소심하게 짓눌려 있던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MVP급 활약을 펼친 끝에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창모의 빈 자리를 훌륭하게 메꿔 나갔다.
양기철이 빠진 자리는 신인 최마루가 메웠다.
패전처리에서 시작해 셋업맨까지 올라왔던 그 당돌한 신인은 두 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양기철이 빠진 20여 일간 팀의 뒷문을 지키며 신인왕 1순위로 뛰어올랐다.
거기에 그의 동기인 박동석 역시 큰 역할을 해냈다.
월터 스미스의 부상으로 장덕수의 수비 부담이 커진 9월 한 달간 박동석은 백업 포수로 활약하며 팀의 7연승을 이끌었다.
한수혁의 공을 받는 것만으로도 야구 인생의 꿈을 이뤘다던 소년은 이제 그 꿈을 넘어 주전 포수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나란히 타율 3할 도전에 성공한 2년 차 듀오, 워리어스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다.]조성오와 이창모 등의 고참 선수들, 그리고 장덕수와 김수학, 최민석 등의 중견 선수들, 거기에 올림픽 우승을 통해 병역 혜택을 받은 김두영과 양기철 등은 지난 시즌 성적이 플루크가 아님을 입증하며 팀의 뒤를 든든하게 받쳤다.
그렇게 팀의 중고참들이 팀을 받쳤다면 앞에서 이끈 건 서형주와 안치욱, 두 명의 동기이자 친구들이었다.
타율 3할, 출루율 4할, 50도루라는 목표를 달성한 서형주, 그리고 마찬가지로 3할의 타율에 15개의 홈런, 80개의 타점을 기록한 안치욱.
물론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한수혁이었다.
0.435 / 0.556 / 1.197의 말도 안 되는 슬래시 라인에, 약쟁이를 모두 포함 역대 2위에 해당되는 71개의 홈런, 169개의 타점을 기록한 타자.
그리고 동시에 30번의 선발등판에서 평균자책점 0.35, 368개의 삼진, 그리고 25번의 승리를 기록한 에이스.
이렇게 워리어스는 한수혁을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선수단 총 연봉이 2배가 넘어가는 매지션스를 제치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2028 KBO 한국시리즈 서울 워리어스 VS 서울 매지션스 맞붙는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만나게 된 잠실 라이벌, 야구팬들 흥분의 도가니]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서울 워리어스, 그리고 24년 만에 정상 노리는 매지션스]시즌 막판까지 3경기 차를 유지하며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인 두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했다.
지난 해에 이어 또다시 우승에 도전하는 워리어스 팬들은 둘째 치고, 1994년 이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라보게 된 매지션스 팬들의 흥분도는 극에 달한 상태였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팀 전력, 그리고 팬들의 응원.
그 뜨거운 열기 속에 두 팀이 맞붙었고, 당초 팽팽할 거라 예상되던 시리즈는 워리어스의 일방적인 우세 속에 진행되었다.
한수혁과 용병 1선발 조나단 힉스가 맞붙은 1차전은 워리어스의 2 대 0 승리.
임준영과 최경재의 맞대결이 펼쳐진 2차전 역시 워리어스의 5 대 2 승리.
에릭 톰슨과 히메네스, 두 용병 간의 대결로 진행된 3차전에서는 한수혁이 홈런 세 개를 터뜨리며 10 대 3 대승.
말 그대로 워리어스가 매지션스를 압살하며 3연승을 기록한 것이다.
한수혁이 등판하는 경기를 제외하면 자신들에게도 승산이 있을 거라 믿었던 매지션스 팬들은 차가운 현실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매지션스 선수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리그에서의 강함에 취해 있던 사이, 한수혁이라는 절대적인 선수를 동료로 둔 워리어스 선수들은 극한까지 자신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단기전 승부에서 드러난 것이다.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매지션스, 그리고 이제는 챔피언의 여유가 느껴지는 워리어스 간의 4차전이 시작되었다.
워리어스의 V8이 걸린 경기, 선발로 나선 건 천상진이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3점대의 평균자책점과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이 노력파 투수는 최선을 다해 매지션스 타자들을 상대했다.
상대 타자들의 정보를 외우기 위해 잠시도 손에서 태블릿을 떼지 않았던 천상진은 매지션스의 강타자들을 맞아 6이닝 동안 2실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
2년 연속 10승을 기록했지만 언제나 자신을 리그에서 가장 부족한 투수라고 일컫는 천상진을 향해 팬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으응? 뭐지?”
“왜 양기철이?”
7회말, 천상진의 뒤를 이어 마무리 양기철이 등판했을 때 야구팬들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마무리를 벌써 올린다고? 설마 1차전에 선발로 나왔던 한수혁이 마무리를 맡을 생각인가?
그렇게 의문을 품던 워리어스 팬들은 9회말,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를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식아! 야! 만식아!”
“이만식! 우아… 이만식!”
“왔구나! 돌아왔구나!”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자신의 팔꿈치를 걸고 팀의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던 투수 최고참.
워리어스라는 팀의 얼룩진 역사를 그대로 겪어온 투수 이만식이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팔꿈치 수술, 그리고 1년간의 재활을 마친 그가 한국시리즈 명단에 포함되었을 때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여유 있는 상황에 등판해 한 타자 정도를 상대하겠지, 그렇게 지난 시즌 함께하지 못했던 우승의 순간을 만끽하게 해주려는 배려겠지.
하지만 아니었다.
이대준 감독은 과감하게도 팀의 우승이 걸린 한국시리즈 최종전 9회말, 5 대 3, 고작 2점 차 상황에서 이만식을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려버렸다.
물론 그 뒤에는 한수혁이 있었다.
‘감독님, 만식이 형 올릴 타이밍을 놓치신 거죠?’
‘음… 이게 참.’
‘9회 올리셔도 됩니다. 혹시나 점수를 줄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제가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응?’
그렇게 이만식이 마무리 투수로 올라왔다.
매지션스 타자들, 그리고 팬들의 얼굴에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하지만.
“걱정 말고 던지세요! 선배님! 문제가 생기면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유격수 자리에서 한수혁이 그렇게 외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그의 말이 뭘 의미하는지 깨달은 매지션스 타자들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안 된다는, 여차하면 마운드에 괴물이 올라올 거라는 생각에 손발에 힘이 쭉쭉 빠져나갔다.
이번 시즌 내내 한수혁에게 쥐 잡듯이 잡힌 PTSD가 그들을 지배했다.
그 때문일까,
아직 정상 컨디션에 한참 못 미치는 이만식의 공을 매지션스 타자들은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따악!
“아웃!”
부웅
“아웃!”
하나의 땅볼, 그리고 이어진 삼진.
워리어스의 2년 연속 우승까지 아웃 카운트 하나만 남겨 놓은 상황,
야구장에서, 그리고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 모두가 똑똑히 보았다.
유격수 자리, 한수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투기를.
타석에 선 타자의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그 투기 앞에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부웅
“스윙! 아웃!”
“우와아아아아!”
“우승이다! 우승!”
“이만식! 만식아! 허어엉!”
“만식이 형!”
“형님!”
“수혁아!”
또 한 번 잠실야구장의 안전망이 무너지고 민예린을 선두로 한 워리어스 팬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져 들어왔다.
지난 시즌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이지만 기쁨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랫동안 자신과 함께 이 팀을 지켜온 동생이자 동료의 부재에 슬퍼하던 조성오가 이만식을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터뜨렸다.
이번 시리즈에서 돌격대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서형주, 그리고 지명타자로 출전해 2개의 홈런을 때려낸 안치욱, 번갈아 포수 마스크를 쓰며 안방을 지킨 장덕수와 월터.
비록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지만 불펜에서 투수들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도와준 박동석과 최마루의 신인 콤비.
마운드에서 내려온 후에도 단 한 번도 타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분석을 이어갔던 천상진.
그리고 돌아온 친정팀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의 기쁨을 맛보게 된 임준영.
온몸에 샴페인을 뒤집어쓴 한수혁에게 카메라와 마이크가 집중되었다.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수혁은 이렇게 대답했다.
“지난 시즌 우승 때보다 열 배, 아니, 백 배 더 기분이 좋습니다. 모두와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이 기쁨을 다른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습니다.”
워리어스 팬들에게는 기쁨을, 그리고 다른 아홉 개 구단 팬들에게는 절망을 안겨주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절망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평소 워리어스를 우승시키기 위해 한국에 남았다는 한수혁의 발언들.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제 두 번이나 우승을 했으니 그만 미국으로 꺼질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지금 당장 시작해. 무슨 수를 써서든 데려와.”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먼저 그런 생각을 한 건 빅리그 구단들이었다.
미국 최고의 명문구단 양키스, 그리고 그 영원한 숙적인 레드삭스가 동시에 움직였다.
한미 간 포스팅 규정, 그리고 25세 이하 국제 유망주 계약 규정 등으로 인해 공식적으로는 한수혁에게 줄 수 있는 돈이 제한된 상황이었지만…….
“이런 밥버러지들 같으니, 지금 내가 일일이 그걸 말로 설명해야 돼? 파트너십 계약이든 뭐든 방법을 찾으라고.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단 하나. 한수혁이 줄무늬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거뿐이라고!”
찾아보면 분명 방법은 있을 것이다.
자금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빅리그 구단들이 총력을 다해 한수혁 영입 작전에 돌입했지만 그 누구도 한수혁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아직은 전혀 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 말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비공식적인 루트로 챙겨줄 수 있는 엄청난 돈 앞에서도 한수혁은 그저 콧방귀만 낄 뿐이었다.
당연한 말이었다.
배당금으로 들어오는 돈이 워리어스 1년 운영비를 충당하고도 남아 그의 계좌에 계속 쌓이고 있었으니까.
그를 움직일 수 있는 건 돈이 아니었다.
뭔가 다른 게 필요했다.
그리고 여기, 다른 빅리그 구단들과 홀로 동떨어진 미국 북서부 해안에 위치한 항구 도시 시애틀에 한수혁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