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210)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09화(210/412)
#209. 합동 트레이닝
[단독 서울 워리어스,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자매구단 계약 체결] [선수와 코치진 연수, 기술 교류, 최신 장비 공유, 공동 스프링 캠프 개최, 육성선수의 마이너리그 구단 파견 등 전례 없는 파격적인 조건] [시애틀 매리너스 다니엘 미첼 단장 “우리 두 구단은 이제 진정한 형제가 되었다. 양팀 간의 교류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확실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워리어스와 시애틀 매리너스, 오는 2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합동 스프링 트레이닝 진행, 단체 훈련 및 연습경기 등 세부 스케줄 언론에 공개]양팀 간의 자매 구단 계약이 공식 체결된 후 한수혁은 다니엘과 또 한 번 식사 자리를 가졌다.
사실 이번 계약은 시애틀 매리너스 입장에서는 얻을 게 거의 없는, 워리어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와 별개로 원하는 게 있을 것이다.
한수혁이 물었다.
자신에게 바라는 게 뭔지.
“별 거 없습니다. 그냥 가끔 제가 한수혁 선수에게 뭔가 궁금한 게 생기면 거기에 솔직하게 대답해주시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음… 좋아요. 뭐 거절할 필요는 없겠죠. 그럼 말해보세요. 첫 번째 질문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오, 감사합니다. 그럼 묻겠습니다. 아직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만에 하나 빅리그로 진출할 일이 생긴다면, 정말 만에 하나 그럴 일이 생긴다면 어떤 팀에서 뛰고 싶으신가요? 원하시는 조건이랄까, 혹은 환경, 그게 뭐든지 좋습니다.”
한수혁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훤히 속이 들여다보이긴 하지만 거기에 아무런 악의나 꼼수도 섞여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주 잠깐 뭔가를 고민하던 그의 입에서 마침내 다니엘이 기다리던 대답이 흘러나왔다.
“글쎄요.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일단은…….”
* * *
“알아냈습니다. 아니, 찾아냈습니다! 보스!”
“호들갑 떨지 말고 일단 거기 앉아. 자, 심호흡부터 하고, 옳지. 공항에서부터 이렇게 뛰어온 건가? 이봐, 이제 자네는 스카우터가 아니라 단장이야. 체면을 좀 생각하라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수혁이 원하는 조건을 알아냈습니다!”
“뭐? 이런 젠장, 그런 게 있으면 당장 전화로 보고를 하든지 했어야지. 좋아, 말해봐. 뭐야, 대체? 그놈이 원하는 게?”
공항에서부터 이곳 시애틀 매리너스의 사장실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온 다니엘이 물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켠 후 말했다.
“긍정적인 소식과 다소 부정적인 소식이 있습니다. 무엇부터 말씀드릴까요?”
“긍정적인 것부터 들어보지. 말해봐.”
“이유는 모르겠지만 돈 같은 건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파트너십 계약을 주렁주렁 체결해서 생활하는 데 제약 같은 걸 받고 싶지도 않고요. 자신이 미국에 진출한다면 그건 야구를 재미있게 하고 싶어서지, 돈 때문은 아니라고 하는군요.”
“멋지군. 그래, 그럼 빅마켓 놈들에 비해 우리가 뒤질 일은 없겠군. 다음은?”
“또 하나 긍정적인 건 굳이 우승권이 아니어도 된다고 합니다. 지명권 때문에 탱킹 중인 팀만 아니면,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전력을 다할 팀이라면 그게 어디든 상관없답니다.”
“좋아, 대단한 친구군.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희소식이고 말이야. 자, 그럼 긍정적인 소식은 다 들은 건가? 그럼 이제 준비가 된 것 같으니 부정적인 소식을 말해봐.”
“원하는 팀원, 그러니까 함께 뛸 선수들에 대한 그림이 아주 구체적이었습니다. 일단 선발 로테이션이 탄탄해야 하고, 무엇보다 가장 우선시하는 건 상대팀 투수가 자신을 걸러 내보내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타자가 자신의 뒤에 서길 원하고 있었습니다.”
“KBO에서 고의사구에 꽤나 시달린 모양이군. 음, 뭐 그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 같은데? 지금 우리 팀 중심타자들만 해도 꽤나…….”
“아뇨, 말씀 드렸잖습니까, 그림이 아주 구체적이라고. 원하는 선수 이름을 말해주더군요.”
“이름? 대체 누굴 원하길래?”
“카디널스의 타이 존슨, 혹은 양키스의 루카스 앤더슨, 둘 다 안 된다면 다저스의 애런 데커, 보스턴의 제리 와그너, 이 넷 중 하나가 자신의 뒤에 서길 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그걸 말이라고 해? 그런 놈들을 대체 어떻게… 가만, 어라? 생각해보면 아주 불가능한 일도…….”
“맞습니다! 제 말이 그겁니다. 타이 존슨, 그 친구 계약이 올해까지입니다. 한수혁이 말하더군요. 타이 존슨 때문에 카디널스가 제안했을 때 아주 살짝 흔들리기는 했다고요.”
“가만, 가만… 음, 지난번에 받은 보고서가… 그 친구 카디널스와 재계약 논의 중이라고 했지? 조건이 대충 어느 정도였더라?”
“저희가 예상하기로는 35세부터 40세가 되는 해까지 5년간 총액 2억 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은퇴 후 홍보대사 계약은 별도로 생각하고 말이죠.”
“젠장, 타자인 걸 감안하면 더럽게 비싸기도 하군. 좋아. 그럼 연평균 4,000만 달러……. 홀리 쉣,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그러고 보면 우리가 라이언과 맺은 10년 계약은 거저나 다름없군.”
“네, 그 친구가 매리너스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계약이었죠.”
지난 WBC에서 한수혁에게 된통 당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현 시점 미국 최고 투수 중 하나라 불리는 라이언 티보우는 2년 전 시애틀과 10년에 총 3억 달러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그 계약과 함께 시애틀은 지난 10년간 계속되었던 탱킹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윈나우를 선언했다.
새롭게 선임된 구단주 그룹이 아낌없이 자금을 풀고, 포텐이 터진 유망주들을 빅리그로 콜업하고, 그렇지 못한 유망주들을 팔아 즉전감 전력들을 끌어 모으고.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애틀이 2027년과 2028년 2년 연속 지구 4위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리그 최고 투수 라이언 티보우와의 10년 계약 중 2년이 그렇게 허무하게 날아가버렸다.
당초 3년 이내 지구 우승, 그리고 5년 이내 리그 우승, 라이언 티보우와의 계약이 종료되는 10년 이내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장대한 목표를 세웠던 시애틀의 계획이 그 시작부터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었다.
어쨌든 결론은 그거다.
현재 시애틀의 주전 라인업을 차지하고 있는 타자들은 대부분 빅리그 2-5년 차 선수들이다.
이제 막 포텐을 터뜨리기 시작한, 하지만 아직까지는 최고라 할 수 없는.
그렇기에 한수혁을 데려오려면 먼저 타이 존슨, 루카스 앤더슨, 애런 데커, 제리 와그너, 이 빅리그 정상급 타자 중 하나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사실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안 그래도 지난 2년간 시애틀이 고전한 이유 중 하나가 중심타자의 부재 때문이었다.
라이언 티보우가 중심이 된 마운드의 높이는 꽤나 쓸 만했지만, 타선의 경험 부족이 항상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좋아, 양키스와 다저스 선수를 빼오는 것보다는 그나마 계약 기간이 얼마 안 남은 타이 존슨 쪽이 현실성이 있겠지. 한번 은밀하게 접촉해봐. 어차피 우리도 중심이 될 타자가 하나 필요하긴 하니까.”
“그런데 라이언과 남은 계약이 8년……. 거기에 만약 타이 존슨의 5년이 더해지면… 이거 페이롤부터 다시 계산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그 부분은 내게 맡겨. 구단주 그룹하고 다시 한 번 논의해볼 테니까. 어차피 그 양반들도 물러설 곳이 없어. 기왕 이렇게 된 거 뭐라도 결과물을 내야 할 테니까. 안 그러면 예전 닌텐도, 그 게임회사처럼 돈만 돈대로 쓰고 헛물켜게 되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나가보겠습니다.”
“좋아, 다니엘. 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서른 중반의 타자에게 2억 달러를 쓰는 게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그걸 계기로 한수혁을 3년 동안 최저 연봉으로 쓸 수 있다면? 이건 남는 장사야. 자, 그런 생각으로 한번 일을 진행해보자고.”
“같은 생각입니다. 보스.”
“좋아, 그럼 나가봐.”
* * *
그렇게 한수혁을 둘러싼 빅리그 구단들이 저마다 동상이몽에 빠져 있는 사이,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임준영과 최경재 등 대어급들이 시장에 풀리며 치열하게 진행되었던 지난 스토브리그와 달리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은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매지션스가 우승을 위해 영입했던, 불과 1년밖에 써먹지 못한 이찬호는 결국 FA자격을 획득한 후 미국으로 진출했다.
당초 다저스 행이 유력했던 이찬호는 비록 다저스는 아니지만 LA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환영혀, 어여 와.”
“형, 내가 잘 선택한 거겠지?”
“이잉, 맞어. 너나 나나 운명이 원래 이런 걸 어쩌겄어.”
대전 팔콘스의 소년 가장이었던 류한결과 서울 파이터즈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이찬호가 한 팀에서 뛰게 되었다.
매년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에인절스는 포스팅으로 영입한 류한결이 12승을 올리면서 막판까지 분전했다.
아쉽게도 우승도, 와일드카드 획득도 실패했지만 모처럼만에 제대로 돈을 썼다 평가받은 에인절스는 한국 선수들에 대해 믿음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이찬호 영입으로 이어진 것이다.
“기왕 이래 된 거 수혁이도 우리 팀으로 오면 좋겠는데.”
“그놈 오면 우리가 우승이여.”
“그렇겠지?”
“어, 근데 너 같으면 우리 팀으로 오겄냐? 양키스니 레드삭스니, 그런 애들이 무릎 꿇고 와 달라고 비는디.”
“하아…….”
“한숨 쉬지 말어. 나까지 우울해징게.”
한편 이찬호를 제외하고는 대어급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쓸 만한 자원들이 FA시장에 풀렸다.
인천 레인저스의 좌완 계투요원 안석철, 그리고 대구 버팔로스의 우완 계투 유기준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리 높지 않은 몸값, 하지만 선발과 중간계투 모두 소화가 가능한 두 선수를 향해 10개 구단의 구애가 이어졌다.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두 선수는 결국 같은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리미트가 없는 돈질을 선언한 워리어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서울 워리어스, FA 안석철, 유기준 동시 영입 성공] [안석철 계약 기간 5년 45억, 유기준 계약 기간 6년 42억] [지난 해에 이어 FA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서울 워리어스 “이번 스토브리그에 매우 만족한다. 자금 출처? 글쎄, 우리 투자자님이 돈 같은 건 생각하지 말라고 하셔서…….”] [2년 연속 우승, 거기에 FA로 정상급 계투 요원 2명 확보한 서울 워리어스, 이번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라]임준영과 민주현, 투타 정상급 선수의 영입으로도 모자라, 이번에는 팀의 가장 부족했던 부분인 중간계투진까지 FA로 영입한 워리어스의 과감한 투자.
수십 년간 모기업의 거지 행각에 익숙했던 워리어스 팬들에게는 도무지 적응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두 선수의 FA계약 소식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
팬들이 기다리던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 워리어스, 베테랑 이만식과 5년 50억 계약 체결] [이만식 “팀의 대우에 만족한다. 원클럽맨으로 남을 수 있게 되어 대단히 영광스럽다.”] [워리어스 팬들, 잠실야구장 앞에 모여 이만식 이름 연호]지난 시즌 조성오에 이어 이번에는 이만식이 팀과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어려운 시절 팀을 지탱했던 투타의 기둥이 모두 워리어스의 유니폼을 입고 은퇴할 수 있게 되었다.
항상 팀의 베테랑들이 나이를 먹으면 다른 팀으로 팔려 나가는 걸 지켜봐야 했던 팬들은 알 수 없는 감동에 빠져 워리어스 구단을 칭송했다.
그렇게 스토브리그가 끝나고 드디어 2029 시즌을 대비한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었다.
사상 처음으로 빅리그 구단과 KBO 구단이 합동으로 치르게 된 스프링 트레이닝.
시애틀 매리너스의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 그리고 이번 합동 캠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평소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마이너리그 초청 선수들.
거기에 워리어스 선수들이 한데 모이며 애리조나 피오리아가 뜨겁게 불타기 시작했다.
“젠장, 왜 우리가 저런 녀석들하고 합동 캠프를 가져야 하는 거지?”
“잘해야 더블A 수준 아냐? 그럴 거면 차라리 마이너에서 애송이들을 잔뜩 올리는 게 나은 거 아닌가?”
“차이나머니의 힘인가?”
“아니, 차이나가 아니라 코리아라더군. 그러니 차이나머니랑은 관련 없어.”
“그게 뭐가 중요해? 빌어먹을.”
일본도 아니고 한국 프로팀과 합동 트레이닝을 하게 되었다는 데 대해 불만을 가진 선수들이 꽤 여럿 존재했다.
주전급 선수들의 경우 굳이 하위리그 선수들과 함께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었고, 어렵사리 초대를 받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가뜩이나 실력을 선보일 기회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마저도 제한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그런 모든 불평 불만은 누군가의 말에 의해 깨끗이 해소되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망신당하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려.”
“라이언, 그게 무슨?”
“이런 멍청한 놈들, 너희는 TV도 안 봐? 인터넷은 야동 볼 때만 들어가나? 근육을 키우는 것 말고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거야?”
시애틀 매리너스의 에이스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지난 WBC를 통해 한수혁의 무서움을 충분히 깨달은 라이언이 시애틀 선수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합동 트레이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매리너스와 워리어스의 주전급 선수들이 다수 포함된 연습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팀의 선발 투수이자 3번 타자로 출전한 한수혁이 매리너스를 말 그대로 박살 내버렸다.
따아아악!
“Holy sh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