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212)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11화(212/412)
#211. V9
시간은 인간을 숙성시키고, 때론 예리하고 날카로웠던 면을 둥글게 다듬어 주기도 한다.
워리어스에서 무명선수로 은퇴한 후 기자와 유튜버, 계약직 해설위원을 거치며 공격성과 어그로가 극에 달했던 고동식은 이제 방송국 내 단 하나밖에 없는 정식 해설위원이 되어 있었다.
한수혁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때로는 선을 넘어 방통위의 경고를 받으면서까지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구단의 사정, 그리고 스타급 선수의 부재로 인해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던 워리어스, 그리고 한수혁의 편을 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꽤 흘렀다.
가시를 바짝 세우고, 덤벼드는 모든 이들을 적으로 간주했던 고동식 위원은 이제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넉넉한 품격을 갖추게 되었다.
그 모든 건 2027년과 2028년에 이어 2029년까지 3년 연속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한 워리어스의 성적과 3년 연속 4할 타율, 거기에 미국 약쟁이의 시즌 73호 최다 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룬 한수혁의 활약 덕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KBC 스포츠 초대석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아, 죄송합니다. 정정하겠습니다. 1위팀 워리어스를 제외하면 그 어느 시즌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졌던 2029 KBO 리그가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그 숨가빴던 한 해를 돌아보기 위해 고동식 해설위원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위원님, 반갑습니다.”
“네, 마지막 중계 때 뵙고 오랜만이네요. 시청자 여러분, 잘 지내셨습니까. 고동식입니다.”
“위원님, 먼저 자료 화면부터 보고 말씀 나누시죠. 올 시즌 KBO 리그 최종 순위입니다.”
1위 서울 워리어스
2위 인천 레인저스
3위 서울 매지션스
4위 대전 팔콘스
5위 수원 커맨더스
6위 창원 랩터스
7위 대구 버팔로스
8위 광주 재규어스
9위 부산 타이탄스
10위 서울 파이터즈
“보시다시피 1위 서울 워리어스의 경우 2위와 무려 15게임 차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일단 우승팀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기로 하고, 2년 연속 FA 영입과 외국인 선수 보강에 큰 돈을 쏟아부은 매지션스의 순위가 오히려 한 단계 하락한 게 눈에 띕니다.”
“그렇군요. 위원님께서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뭐… 여러 가지가 있겠죠. 하지만 딱 하나만 꼽자면 단시간에 너무 많은 외부 선수들을 받아들이다 보니 팀워크에 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항상 중심을 잡아주던 김성수 선수가 은퇴를 한 상황에서 팀 내에 여러 파벌이 만들어졌다는 소리도 들리고요.”
“저런… 팬들 입장에서는 속상하시겠군요. 어쨌든 워리어스는 논외로 하고, 치열한 레이스 끝에 레인저스와 매지션스, 팔콘스, 커맨더스가 또 한 번 가을 야구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네, 이게 벌써 3년째 같은 팀들이 순위만 바뀌면서 계속 가을야구에 올라오고 있네요. 사실 좀 아쉽습니다. 하위권에 처진 팀들이 조금 힘을 내줬으면 하는데… 아, 그러고 보니 하나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부산 타이탄스 팬 여러분, 탈 꼴찌 축하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을야구에 대한 건 잠시 후에 다시 얘기 나누는 것으로 하고, 1위를 차지한 워리어스에 대해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위원님, 2026년까지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던 팀이 2027, 2028, 2029년까지 3년 연속 정규리그 1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올해는 더욱 대단했죠. 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한수혁 선수라고 할 줄 아셨죠? 이번에는 아닙니다. 물론 한수혁 선수가 데뷔 후 3시즌 동안 계속 진화하며 팀을 이끌어 온 건 사실입니다. 아니, 사실 그 선수가 없었다면 오늘 날의 워리어스는 없었겠죠. 타율 4할4푼에 홈런 73개를 날리고, 거기에 투수로서 23승을 올린 선수는 어디에서 구할 수 없을 테니까요.”
“뭐, 이제는 계속 말해봐야 입만 아픈 수준이죠.”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수혁 선수 뒤에 숨어서 묵묵히, 아니, 솔직히 비교 대상이 한수혁이라서 그렇지 뒤에 숨었다는 표현은 이 선수들에게 실례겠네요. 아무튼 워리어스의 나머지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습니다.”
“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나운서는 생각했다.
결국 시간이 약이었구나. 이 어디로 튈지 모를 고무공 같던 인간도 결국은 제정신을 차리긴 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고동식 위원을 향해 스튜디오 내 카메라가 집중되었다.
“일단 4할 3푼에 달하는 출루율에 60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톱타자로 올라선 서형주, 그리고 3할 20홈런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안치욱, 서른 후반의 나이에도 두 자리 수 홈런에 100타점을 기록한 조성오, 2시즌 연속 50홈런을 쏘아 올린 용병 월터 스미스, 하위 타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성적을 올린 장덕수, 이창모, 최민석 등의 타선은 그야말로 탈 KBO 수준이죠.”
“백업 선수들의 활약도 대단했죠?”
“네, 타이탄스에서 넘어온 김주호 선수가 1루 백업과 오른손 대타로 나서며 쏠쏠한 성적을 올렸고, 2군에서 수업을 마친 유인철 선수도 공수 양면에서 굉장한 활약을 보였고요. 아, 올해 백업포수로서 80이닝을 소화한 박동석 선수와 하반기 데뷔해 대타로 나서며 5개의 홈런을 날린 최재민 선수도 빼놓을 수 없겠군요.”
“좋습니다. 투수 쪽도 살펴볼까요?”
“물론이죠. 일단 19승 5패를 기록한 임준영과 15승 6패를 기록한 천상진, 이 토종 선발 듀오와 리그 최고 수준의 용병 투수 2명, 거기에 강동하와 이영주, 최마루, 김두영, 양기철이 주축이 된 계투진도 완벽했습니다.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이 말이죠.”
“이것 참, 가장 중요한 선수 하나를 빼놓았는데도 어디 하나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군요. 하지만 시청자 여러분,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한수혁 선수가 남았습니다.”
“맞습니다. 올 시즌 0.441의 타율에 0.576의 출루율, 1.257에 달하는 말도 안 되는 장타율, 그리고 약쟁… 죄송합니다. 메이저리그 기록인 73개 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룬, 거기에 평균자책점 0.28에 23승을 올린 한수혁 선수야말로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겠죠.”
“위원님, 저는 제일 인상적이었던 게 시즌 막판에 한수혁 선수가 손가락 부상으로 한 달가량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잖아요?”
“그렇죠. 아예 수비에서도 빠지고 지명타자로만 한 달가량을 뛰었죠.”
“네, 그런데 제가 놀란 건 그렇게 한수혁 선수가 타자로만 뛰는데도… 워리어스가 전혀 약해 보이지 않더라는 거죠.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약해 보이기는커녕 빈틈이 안 보이더군요.”
“그럴 수밖에 없죠. 마운드에서는 임준영 선수라는 또 한 명의 에이스가 존재하고, 최마루 선수의 기량이 확 올라오면서 전체적인 구성이 더욱 단단해졌고요. 타선의 파괴력이 엄청나게 올라온 데다가 무엇보다 유인철 선수가 공수 양면에서 한수혁 선수의 빈 공간을 아주 잘 메워줬습니다.”
“대단하네요. 결론적으로 워리어스는 한수혁 선수가 없어도 우승권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 되었네요. 엄청납니다. 수년 동안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이 어떻게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을까요?”
“그거야 뭐 당연히 한수혁 선수의 입단으로부터 시작된 거죠. 자, 제가 다시 한 번 그때의 일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조금 길어질 수도 있겠네요. 혹시 화장실이 급하신 분들은 빨리 다녀오시고요. 에… 시작은 그러니까 2027년 신인 드래프트장이었죠. 그때만 해도 한수혁 선수가…….”
* * *
따아아아악!
“좋아, 나이스!”
“인철이 잘한다!”
“저놈 이제 완전히 물이 올랐네!”
엄청난 지출을 감수하며 겨우 1년밖에 쓰지 못할 이찬호를 데려오고, 빅리거급 용병 선수를 계속 갈아치우고, 2년 연속 외부 FA 영입 슬롯 두 개를 모두 채운 매지션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지난 해 2위를 기록했던 매지션스의 정규시즌 순위는 3위로 한 단계 더 떨어졌다.
이런저런 변명들이 존재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어쨌든 이를 악물고 덤벼들어 인천을 누르고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다.
2년 연속 정상의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된 서울 라이벌 두 팀.
매지션스 팬들의 가슴 속에 기대감이라는 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시즌 막판 손가락 부상을 당한 한수혁을 보호하기 위해 이대준 감독은 그의 활용법에 제한을 두고 있었다.
선발 로테이션 제외, 그리고 유격수가 아닌 좌익수, 혹은 지명타자로의 출전.
한국시리즈 1차전, 한수혁 대신 임준영이 선발로 나서고 한수혁은 3번 지명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가 빠진 유격수 자리에는 동기 유인철이 나섰다.
“가자!”
“올해야말로 우승이다!”
잔뜩 기세가 오른 매지션스 팬들이 목이 터져라 팀을 응원했다.
하지만,
[워리어스 임준영 9이닝 8K 완투, 한수혁 결승 석 점 홈런, 유격수 유인철 2타점 적시타, 서울 워리어스 9 대 0으로 매지션스에 완승]기적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2차전.
용병 투수 둘을 제치고 좌완 천상진이 마운드에 올랐다. 전날 경기에서 가벼운 옆구리 통증을 호소한 장덕수가 지명타자로 나서고 대신 박동석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유인철이 유격수로 출전하고 한수혁이 좌익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다른 팀에서라면 주전 중견수 겸 리드오프까지 가능한 최민석, 그리고 3할 20홈런 타자 안치욱이 벤치를 지키게 되었다.
말 그대로 물 샐 틈 없는 전력, 이번 시즌 들어 경험치가 더욱 쌓인 천상진의 공이 매지션스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혹했다.
[2029 한국시리즈 2차전, 서울 워리어스 2연승… 선발 천상진 7이닝 1K 1실점, 최마루 홀드, 양기철 완벽 마무리]“시발, 진짜 야구 존나 좆같이 하네.”
“아… 열 받아.”
평소 야구를 좆같이 한다는 말을 밥 먹듯이 듣고 사는 천상진이 매지션스 타자들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후벼 파며 범타를 양산해냈다.
1루 조성오, 2루 이창모, 유격수 유인철, 3루 민주현으로 짜인 탄탄한 내야 수비진이 그 타구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그렇게 1 대 1 동점으로 경기가 흐르던 가운데 8회말, 워리어스의 타선이 폭발했다.
이창모를 대신해 대타로 나선 최민석이 기습번트로 1루로 나가자 이대준 감독이 또 한 번 대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따아아악!
“우아아아!”
펜스 최상단을 때리는 대타 안치욱의 거대한 2루타.
안치욱의 적시타로 워리어스가 2 대 1로 한 점을 앞서고, 마운드에 서형주를 상대하기 위한 좌완 투수가 올라오자 이대준 감독의 시선이 어디론가 향했다.
[대타 최재민]모든 프로팀에게 버림받고 길거리를 헤매이던,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뎌보고 싶다던 소년이 한국시리즈 2차전, 결정적인 찬스에서 대타로 나서게 되었다.
지난 봄,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안토니오 가르시아에게 영감을 받은 최재민은 몸무게를 100㎏ 가까이 증량시키며 장타력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하반기 대타로 출전해 2할 1푼의 타율, 거기에 5개의 홈런을 기록한 그를 이대준 감독은 왼손 대타 요원으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최재민이 그 기대에 부응했다.
따아아아악!
2 대 1, 아슬아슬한 점수를 4 대 1로 벌리는 대타 투런 홈런.
홈런을 때려낸 최재민이 떨리는 손발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간신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홈플레이트를 밟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그를 한수혁이 꽉 안아주었다.
“잘했다, 내 동생.”
동생,
그 별 것 아닌 한마디에 억지로 참아 눌렀던 눈물이 터져 버렸다.
평생 혼자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이 세상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던 그는 워리어스에 입단해 친구를 만났고, 좋은 선배들을 만났다.
그리고 자신을 동생이라 불러주는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형·감사합니다·형을·위해서·더·노력할게요·절대·오늘·이·순간을·잊지·않겠습니다’
수화를 하는 최재민도, 그걸 통역하는 통역사도, 그리고 그걸 듣는 선수들도,
모두의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에이 씨, 안 되겠다. 우리 빨리 시리즈 끝내고 근사한 데 가서 막내들 맛있는 거나 사먹여야겠다. 최마루! 할 수 있겠지? 나가서 매지션스 애들 후다닥 때려잡고 들어와.”
“저도 막내인데요, 주장님.”
“그래? 아, 그랬지. 하도 능글거리고 다녀서 깜빡했네.”
조성오의 농담처럼 9회초, 발목에 약간 이상을 느낀 양기철 대신 최마루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매지션스의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서울 워리어스, 한국시리즈에서 거침없는 2연승… 한수혁이 빠졌음에도 철벽에 가까웠던 마운드] [청각장애를 딛고 육성선수에서 2군 선수, 그리고 한국시리즈 라인업에 포함되기까지, 인간승리를 보여준 최재민, 8회 결정적인 투런 홈런 작렬] [2연패 몰린 서울 매지션스 선수들, 단체 삭발로 다시 한 번 각오 다져]2년 차 용병 에릭 톰슨이 나선 3차전은 타격전으로 진행되었다.
8회말까지 양팀 합계 25개의 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 그 경기를 끝낸 건 다름 아닌 장덕수였다.
박동석이 포수 마스크를 나눠 써주며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서 한결 가벼워진 그가 9회초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한국시리즈 3연승을 이끌었다.
부모님과 할머니, 모든 가족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한때 쓰레기 같은 선배들에게 짓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거한이 크게 포효하며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우어어어어!”
[서울 워리어스, 파죽의 3연승…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 [올 시즌 우승 시 워리어스 V9 기록하며 대구 버팔로스 제치고 최다 우승 2위로 뛰어올라] [이대준 감독 “4차전 선발은 예정대로 라이언 스타크가 나선다. 한수혁을 무리시키지 않겠다.”]워리어스의 역대 9번째 우승이 달린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로 라이언 스타크가 예정되었다.
어느덧 한국 생활 4년 차에 접어든 이 우완투수는 이제 빅리그에 대한 미련을 완벽히 버리고 워리어스에서 은퇴를 결심한 상태였다.
“이봐, 친구. 젠장, 내 SNS가 엉망이 됐어. 한수혁 대신 나서는 거면 똑바로 던지라고, 안 그러면 죽여버리겠다는 욕이 한가득이야.”
“흐흐, 그것도 다 애정이라고 생각해, 라이언.”
“좋아, 그럼 대신 오늘 홈런 기대해도 되겠지?”
“물론이지.”
조금 무리하면 선발 출전이 가능했지만 이미 3연승을 거둔 이대준 감독은 한수혁이 불펜에 들어서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워리어스에는 그를 대신할 선수들이 충분히 있었다.
그렇게 라이언이 선발로 출전하고 한수혁은 2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따아아악!
그리고 라이언과 약속한 대로 좌측 펜스 상단까지 날아가는 멋진 홈런을 때려냈다.
7 대 3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만루홈런.
퍼버버버벙!
퍼벙!
퍼버버벙!
전광판에 V9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지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폭죽들이 잠실 상공을 환하게 밝히고, 벌써 세 번째인데도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민예린이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괴성을 질러대고.
그렇게 워리어스는 통산 아홉 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그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인 바로 다음 날 아침,
곤히 잠들어 있던 한수혁의 집 벨을 누군가 눌렀다.
딩동
그의 집을 찾은 건 다름 아닌 박성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