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215)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14화(215/412)
#214. 건너서는 안 될 강
“수혁이 형이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까 영 이상하네.”
“그러게.”
“동석아.”
“왜?”
“나 결심했다.”
“뭘?”
“앞으로 3년 안에 고점 찍고 미국으로 간다.”
“풋.”
“비웃어?”
“야, 수혁이 형은 그렇다 치고, 임준영 선배님도 미국 안 가고 한국에 남으셨는데 최마루 네가? 아… 마이너 계약이라도 감수하겠다는 건가? 그건 가능할지도 모르지.”
“이 새끼가…….”
한수혁의 시애틀 이적이 완료된 지도 벌써 두 달여가 흘렀다.
그리고 2030 시즌을 대비하기 위한 시애틀 매리너스와 서울 워리어스 간의 합동 스프링 트레이닝이 미국 애리조나에서 개최되었다.
따아아아악!
따아아아아아악!
시애틀 유니폼을 입은 한수혁이 라이브 배팅에서 연신 거대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최마루와 박동석 등 워리어스의 후배들이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뭔가 거창한 이별을 한 것 같지만 사실 한수혁과 워리어스 선수들은 아직 그걸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입단식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한수혁은 그 즉시 미국으로 넘어갈 준비를 시작했다.
어차피 이삿짐이라 할 것도 없었고, 미국에서의 생활은 구단 측에서 알아서 준비해줄 예정이었지만 중요한 몇 가지 일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을 따라 한국으로 넘어와 3년간 뒤에서 묵묵히 도와준 제이콥과 그의 딸에 대한 일이었다.
‘제이콥, 시애틀 쪽 병원은 제가 다 준비해놨어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야죠.’
‘음, 아직도 내가 필요한 건가? 미국에 가서도?’
‘당연하죠. 이 일을 그만둘 거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어디 가지 말고 내 옆에 딱 붙어 있어요.’
한수혁이 회귀하면서 일어난 나비효과 때문인지, 이때쯤이면 의료보험이 적용되었을 제이콥의 딸 애니의 치료약은 여전히 엄청난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상관없다.
이제 한수혁은 그런 돈 몇 푼에 구애받을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설사 그게 아니라 해도 그는 끝까지 두 사람을 책임져줄 생각이었다.
지난 삶에 이어 이번 삶에서도 자신의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도와준 은인과 그 딸을 위해.
제이콥에 이어 한수혁이 만난 건 서형주와 안치욱이었다.
‘나 없다고 정신 빼놓고 다니지 말고, 훈련량 줄이지 말고, 특히 너 안치욱.’
‘왜 맨날 나만…….’
‘안 되겠다. 넌 내가 코치님들에게 따로 부탁해놔야겠다.’
‘됐어, 치욱이 저 자식은 내가 대신 갈굴 테니 넌 신경 끄고, 그보다 한수혁.’
‘왜.’
‘기다려라. 나도 곧 간다.’
‘뭘 기다려.’
‘메이저리그… 나도 간다고.’
서형주의 각오를 들은 한수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해보면 원래 가만히 내버려둬도 KBO를 박살 내고 메이저리그로 건너가 주전 중견수 자리를 꿰찼을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이렇게 활활 타오르고 있으니, 어쩌면 예전 그가 알던 것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할 수 있으면 해봐.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그것보다 먼저 올 시즌 걱정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니?’
‘내가 빠지고 곧바로 우승에 실패하면 팬들이 그럴 거 같은데? 역시나 워리어스가 우승한 건 한수혁 덕분이었다고.’
한수혁의 말에 뭔가 충격을 받은 서형주가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대답했다.
‘두고 봐라… 내가 어떻게든 그 꼴은 안 볼 거다.’
‘좋을 대로 하고, 아무튼 그리고 이거.’
‘이건 뭐냐?’
‘우리 집 카드키. 너 슬슬 집에서 독립할 준비한다며. 치욱이 저놈은 4년 차나 돼서 여전히 2군 숙소에서 애들 불편하게 만들고 있고.’
‘야! 내가 무슨 애들을 불편하게… 나만큼 후배들 잘 챙기는 선배가 어디 있다고.’
‘선배랑 같이 있는 거 자체가 불편한 거야. 아무튼 너희 둘이 이 집 좀 관리하면서 여기 살아.’
‘…진짜?’
언젠가 돌아올 날을 위해 자신의 집 관리를 동료, 아니,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한동안 떨어져 있게 될 박성훈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밤새 술자리를 갖고.
그렇게 모든 정리를 마친 한수혁은 곧바로 미국으로 넘어와 제이콥과 함께 개인 캠프를 차렸다.
다시 한 번 빅리그에서 뛰게 된 한수혁은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지난 삶에서 아깝게 놓쳤던 월드 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기 위해 플레이 스타일에 조금 변화를 가지기로 했다.
먼저 체중을 늘리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메이저리그는 정규 시즌 162경기를 치른다. 144경기인 KBO보다 18경기나 많다.
그런 빡빡한 일정을 치러 내기 위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휴식일 없이 계속 경기를 이어 나가야 한다. 월요일마다 휴식을 보장받는 한국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동거리 또한 문제다.
엄청난 땅덩이를 가진 미국 전역을 오가며 경기를 치러야 한다.
경기를 마친 후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씩 이동하는 생활에 익숙해져야 한다.
설상가상 한수혁이 입단한 시애틀은 빅리그 팀들 중 가장 이동거리가 긴 팀이다.
결론은 이거다.
살인적인 일정을 견뎌내기 위해, 그리고 KBO에 비해 훨씬 빠르고 강한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체중 증량이 필수적이었다.
결국 한수혁은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되기 전 두 달 동안 제이콥의 관리를 받으며 몸 만들기에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따아아아아악!
“우와… 수혁이 형, 확실히 몸 불린 게 티가 나긴 하네. 저거 어디까지 날아가는 거야, 대체?”
“남 얘기하듯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닐걸? 너 내일 연습경기에서 저 형 상대해야 할 텐데?”
“그러는 넌? 수혁이 형 공 쳐야 하잖아?”
“아, 맞네.”
95㎏를 오가던 체중을 105㎏까지 늘렸다. 그리고 그 작업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키 193㎝에 체중 115㎏, 그것이 한수혁과 제이콥이 목표로 하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몸이었다.
어쨌든 매리너스와 워리어스, 두 팀 선수들의 관심 속에 라이브 배팅을 끝마친 한수혁이 배팅 게이지에서 물러났다.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최마루와 박동석이 한수혁을 향해 달려갔다.
“수혁이 형! 여기 수건, 그리고 음료수!”
“제가 가지고 온 걸로 드세요!”
* * *
외부에서의 시선과 달리 시애틀 내부에는 한수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도 존재했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성적을 올렸다 해도 그래 봐야 더블A 수준의 리그에서 뛴 아시아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선수들도 많았다.
특히나 한수혁의 합류로 인해 자리를 잃게 된, 그러니까 다섯 번째 선발 로테이션의 끝자락에 걸쳐 있는 투수들이라던지 라인업에서 확고한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타자들이 그랬다.
하지만 스프링 캠프가 시작된 후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영상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거대해진, 도저히 아시아인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단단한 체구.
거기에 팀 내 최고 스타인 라이언 티보우와 살아 있는 전설 타이 존슨의 호의적인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겨우 2월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100마일 가까이 나오는 구속, 배트에 맞는 족족 담장 밖으로 날려 버리는 파워.
처음에는 한수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이들조차 점점 그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몇몇의 얼굴에는 불만이 떠올라 있었지만.
그런 불만이 완전히 잠재워진 건 매리너스와 워리어스의 연습경기가 예정되었던 날 아침이었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며 캠프에 초청을 받았던 마이너 선수들이 하나둘 라커룸을 비우기 시작했다.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 덕에 애매한 포지션에 걸쳐 있던 선수들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고, 그중 한 놈이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 버리고 말았다.
어젯밤, 훈련이 끝난 후 민예린이 한수혁의 면회를 온 것을 목격한 놈이었다.
“기껏해야 더블A에서 뛰던 애송이가 캠프에 여자까지 끼고 와서, 베테랑 무서운 줄 모르고 함부로… 꾸웩!”
지난 5년간 마이너와 빅리그를 오가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쌓여 있던 놈은 그 화를 엄한 곳에 풀려 했고, 결국 그 대가를 치르고 말았다.
한수혁이 자신보다 5㎝나 큰 백인 놈의 멱살을 잡아 그대로 라커룸 벽으로 집어 던져버렸다.
콰앙!
벽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녀석이 입에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졌다.
“Fcuk!”
“죽여!”
평소 녀석과 친하게 지내던, 그리고 마찬가지로 한수혁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던 놈 둘이 연달아 한수혁에게 덤벼들었다.
퍼억
“컥!”
빠악
“커억!”
앞에서 달려오던 놈의 팔을 잡아챈 한수혁이 그대로 다리를 걸어 녀석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 뒤에서 덤벼든 놈의 옆구리에 펀치를 날려 그대로 침몰시켰다.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시애틀 라커룸이 침묵에 잠겨들었다.
“…이봐, 한. 아무리 그래도.”
바닥에 쓰러져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세 놈을 보며 라이언 티보우가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말리려 했지만 그럴 사이도 없이 모든 게 끝나버렸다.
자신보다 덩치가 더 큰 세 놈을 한수혁이 순식간에 박살을 내버렸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뒤늦게 소식을 접한 코치가 라커룸으로 뛰어 들어왔지만 이미 한수혁은 샤워를 위해 그곳을 빠져 나간 상태였다.
* * *
“다시 한번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다고?”
“그게 한수혁 선수와 조나단, 켄…….”
“그딴 쓰레기들 이름은 듣고 싶지도 않고, 그러니까 지금 그 말은 그 병신 같은 자식들이 한수혁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는 거잖아!”
“네, 단장님. 맞습니다.”
“빌어먹을 자식들! 얼마나 힘들게 데려왔는데, 감히 누군한테! 톰! 밖에 있나? 멀뚱히 서 있지 말고 톰을 불러와!”
다니엘 미첼의 불호령에 직원이 허둥지둥 뛰쳐나가 누군가를 데려왔다.
검은 양복에 뿔테 안경을 쓴 거구의 사내, 다니엘의 보좌관이자 이번 스토브리그 트레이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이었다.
“지금 트레이드 오퍼 들어온 거 다시 한번 검토하고, 한수혁에게 주먹 휘두른 쓰레기 세 마리, 거기 어떻게든 끼워 넣어서 내 눈앞에서 치워버려.”
“네? 단장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억지로 끼워 맞추다가는 우리가 손해를 보게 될 겁니다.”
“이런 멍청한 놈! 손해? 그딴 놈들 아끼려다가 한수혁이 우리 팀에서 마음이 떠나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그건 누가 책임질 건데?”
“…….”
“아직도 뭐가 우선인지 모르겠어? 이번 시즌 한수혁은 우리 팀의 핵심이야. 그 앞을 가로막거나 방해하는 놈, 눈에 거슬리는 놈이 있으면 우리가 먼저 나서서 치워줘야 한다고. 다들 명심해. 내 귀에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흘러 들어오면 모두 다 해고야. 내 말 알아들었어?”
“네! 보스!”
“나가봐. 지금 내가 지시한 일 곧바로 처리하고, 자네는 캠프에 가서 한수혁 선수가 이번 일로 혹시 불쾌함이 남은 건 아닌지 다시 한번 확인하라고. 뭐 해? 당장 뛰어나가.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