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233)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32화(233/412)
#232. 휴스턴 머저리들
“이봐, 한. 지난번 경기에서 말이야. 5회 그 루카스 녀석 상대할 때.”
“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는 역시 승부보다는 유인구 하나쯤 더 던지는 게 나았겠지? 중견수 플라이가 되긴 했지만 솔직히 잘 맞은 타구였거든. 내가 성급했던 걸까?”
“음.”
“역시 그렇구나. 고마워, 많은 도움이 됐어. 아, 라일리가 홈런 쳐줘서 고맙다고 전해 달라더군. 와이프도 시애틀에 오면 꼭 식사 한번 같이 하자고 하니, 내가 날짜 맞춰서 우리 집으로 초대할게. 괜찮겠지?”
“음.”
“좋아, 그럼 내가 날짜 정해지면 다시 말해줄게. 초대에 응해줘서 고마워, 친구.”
내 주변을 맴돌며 혼자 실컷 떠들던 라이언이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얼굴이 내 앞으로 끼어들었다.
“흐흐, 애가 하나 더 늘었군. 마미, 마미, 밥 달라고 징징거리는 애가 말이야.”
“끔찍한 농담하지 말아요. 타이, 나 이제 겨우 스물셋이에요.”
“젠장, 그거야말로 진짜 끔찍한 소리군. 네가 스물셋밖에 안 됐다는 거 말이야.”
“됐고, 그보다 애가 둘이라니. 라이언은 이해했는데, 하나는 또 누구인데요?”
“저기, 저기 있잖아. 유니폼 갈아입으면서도 계속 네 눈치를 보는 놈.”
라이언의 손가락이 저 멀리 데릭을 가리켰다.
벤치 클리어링 이후 이상하리만치 내 눈치를 보는 우리 팀의 중견수 말이다.
“아아…….”
“그나저나 라이언은 나름 심각한 모양이던데, 그렇게 무시해도 돼? 제대로 대답을 좀 해주지 그랬어. 내가 도와주고 싶어도 난 투수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서.”
“도와주긴 뭘 도와줘요. 녀석도 이미 알고 있어요. 자기 생각이 맞다는 걸. 저건 그냥, 뭐랄까 누군가에게 확인을 받고 싶고, 인정을 받고 싶은… 젠장, 이렇게 말하니 진짜 애 같긴 하네.”
“크하하하, 재밌군. 정말 재미있어. 저런 녀석이 아메리칸 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라니.”
할 말을 다 마친 건지 껄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타이가 자신의 라커 쪽으로 돌아갔다.
어제 있었던 양키스 놈들과의 3차전은 결국 5 대 4, 우리의 한 점 차 역전승으로 끝났다.
내가 역전 홈런을 때려 내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순간, 라이언의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지난 삶에서 나와 저 녀석의 사이는 솔직히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때도 라이언은 이 애송이 투성이인 팀을 이끄느라 항상 신경이 예민한 상태였고, 나는 다른 선수들과 별 교류 없이 내 할 일에만 집중했으니 사실 사이라 부를 것도 없었다.
그냥 출근해서 같이 일하고 퇴근하면 남남이 되는, 딱 그런 사이랄까.
만약 내가 회귀 후에 또 한 번 시애틀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면, 만약 그랬다면 나는 또 그때처럼 고립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워리어스에서 보낸 3년이라는 시간이 나를 꽤 많이 바꿔 놓은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쳐다도 안 봤을 녀석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고, 그놈들이 징징 울고 있으면 가서 도와주고 싶고, 누가 때렸다고 하면 대신 복수도 해주…….
흠,
그만두자. 이러다가 진짜 보모가 될 것 같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양키스와의 3연전을 2승 1패로 끝낸 우리는 시즌 성적 8승 5패로 오클랜드에 이어 지구 2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 3연전.
우리와 같은 지구에 속하기는 했지만 거리상으로는 끔찍할 정도로 멀리 떨어진 팀이다.
사무국에서는 기왕 원정길에 나선 거 뉴욕을 찍고 휴스턴을 거쳐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오도록 나름 배려를 한 모양인데, 이동거리만 놓고 보면 거의 미국 전역을 일주하는 셈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인구수와 도시의 부유함을 기준으로 하면 명백히 빅마켓이라 불러도 좋은 팀.
하지만 그 보드진이 하는 짓은 스몰마켓인 오클랜드보다도 못하다.
오클랜드는 정말 돈이 없어 탱킹을 하고, 휴스턴은 돈을 쓰기 싫어 탱킹을 한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원기옥이 터지며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중반까지는 나름 강팀으로 군림했지만 그 선수들이 모두 떠난 후 또 한 번 탱킹이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팀이 속한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에는 절대적인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구단 사정에 여유가 있는 휴스턴이 저 모양인 데다가, 텍사스 레인저스는 보드진의 무능함 때문인지 적지 않은 돈을 쓰면서도 항상 그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LA에인절스? 돈을 제대로 못 쓰는 걸로 치면 빅리그 전체에서 순위를 다툴 만한 팀이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시애틀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탱킹을 하며 끌어 모은 유망주들이 개화를 하자 큰 맘 먹고 라이언과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윈나우를 선언했지만…….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들이 하나같이 폭망하며 벤치에 처박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올 시즌에 나와 타이 존슨이 입단하지 않았다면 이 팀의 운명은 잘해야 지구 중위권일 것이다.
어쨌든 이런 상황이다 보니 서부 지구에서 가장 낮은 페이롤을 갖고도 알뜰살뜰하게 구단을 운영하는 오클랜드가 어부지리로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유능한 프런트가 여기저기서 유망주를 끌어 모아 잘 육성하고, 그렇게 리그 우승 한 번 하고 나면 또 그 선수들을 팔아 구단 운영 예산을 마련하는 팀.
음,
프런트가 유능하다는 점을 빼면 내가 회귀하기 전 워리어스와 상당히 닮아 있는 모양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갑자기 떠오른 더러운 생각 때문에 인상을 쓰고 있던 내게 누군가 다가왔다.
디몬 앤더슨 주니어, 오늘 휴스턴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할 우리 팀의 2선발이다.
적당한 위력의 포심과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정통파 우완 투수.
비록 지난 시즌에는 다소 부진했지만 아직 스물여섯밖에 안 된 나이를 감안하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그런 선수다.
“한, 너희 팀, 아, 그러니까 여기 오기 전에 뛰던 한국팀 말이야. 서울 워리어스? 맞지?”
“맞아.”
“거기서 월터 아저씨가 뛰고 있다고 들었어. 잘 살고 있는 거지?”
“잘 살고 있다는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자기 역할에 만족하고 있는 거 같은데.”
“좋아, 잘 지내고 있군. 내가 처음 빅리그에 올라왔을 때 그 사람이 내 공을 받아줬는데 말이지. 흠, 그래, 그것도 벌써 꽤 오래전 이야기네.”
내가 회귀하고 첫 시즌, 부상당한 용병을 대신해 중간에 합류한 월터 스미스는 워리어스와 장기 계약을 맺고 팀의 4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매년 타율은 2할 중반대에 머물지만 40개가 넘는 홈런과 10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하는 그는 현재 워리어스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 중 하나다.
타격에 눈을 뜬 장덕수 선배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박동석이 백업 포수로 출장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요한 경기에 백업 포수가 필요할 때는 월터가 미트를 끼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성훈이 형 말로는 조성오 선배의 은퇴에 대비하기 위해 장덕수 선배를 1루수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음,
은퇴라…….
갑자기 조금 기분이 이상해졌다.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지만, 워리어스의 선배들 중 몇은 내가 한국에 복귀했을 때는 이미 그라운드를 떠나 있을지도 모른다.
두 번의 생을 거치며 꽤 오랜 시간 야구를 해왔지만 나는 아직 내게 의미 있는 누군가의 은퇴를 지켜본 적이 없다.
내 옆에서 함께 뛰던 동료가 나이를 먹어 유니폼을 벗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나는 잘 모른다.
휴,
이런 생각은 일단 나중에.
지금은 이 녀석이 왜 내게 말을 걸어온 건지 그것부터 확인해야 할 때다.
“난 준비됐어. 디몬.”
“음?”
“뭔가 할 말이 있어 온 거잖아. 준비됐으니 말해봐.”
내 말에 디몬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속내를 들킨 사람의 얼굴이었다.
“별 건 아니야.”
“음?”
“그냥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뭐가?”
“지난 경기에서 역전 홈런을 날려줘서, 아니, 그것보다는 뭐랄까, 라이언을 도와줘서, 젠장, 그래,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일 것 같아. 고마워. 우리 에이스를 도와줘서.”
“그걸 네가 왜?”
“난 마이너에서 라이언을 보면서 공을 던져왔거든. 그와 같은 마운드에 서는 게 꿈이었고 말이지. 결국 그 꿈을 이루긴 했는데… 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2선발이라는 자리가 너무 부담스러워. 에이스의 뒤를 받쳐줘야 하는데 내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서, 하하.”
“흠.”
“라이언이 힘들어하면 그게 다 나 때문인 거 같아서 힘들었거든. 그런데 너와 타이가 입단하고 나서는 그런 짐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인사하지. 고마워, 친구.”
할 말을 마친 디몬이 내 손에 바나나 하나를 건네주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솔직히 말하자면
음,
이게 뭐랄까, 조금 낯간지럽다고 해야 할까.
한 번도 생각 못 해본 말을 들어서 그런지 기분이 조금 묘하다.
내가 미국으로 건너온 건 어디까지나 진심으로 야구를 하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다.
KBO에서는 더 이상 나를 자극할 대상이 없었기에 조금 더 높은 레벨에서 뛰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자꾸 이 팀이, 저 녀석들이 내게 다가온다.
그런 녀석들의 모습에서 한국에 두고 온 내 모자란 동기 놈들, 선배들, 그리고 몇 안 되는 후배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가 있다.
모르겠다.
이게 과연 맞는 건지, 언제 떠날지 모를 팀에 내 흔적을 남기는 것이 과연 맞는 건지.
“자, 제군들! 준비 다 됐나? 좋아, 이쪽으로 모여봐!”
벤자민 감독이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불러 모은다.
그 목소리에 머릿속을 괴롭히던 상념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오늘 경기가 끝나면 워리어스에 남겨두고 온 동료들에게 메시지라도 한번 남겨줘야겠다.
그냥,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너군. 한국에서 온 슈퍼 루키가? 어때? 빅리그는 적응할 만하고? 이 근처에 좋은 바가 하나 있는데 소개해줄까?”
“이봐.”
“음? 왜? 설마 같이 가달라는 건 아니겠지? 아직 우리가 그런 사이는 아니잖아.”
“개소리 집어치우고 야구나 해.”
“오우… 터프한데?”
“정말 터프한 게 뭔지 보고 싶으면 내 엉덩이에 한번 공을 던져봐. 그럼 진짜 터프가 뭔지 알게 해줄 테니까.”
“뭐?”
“자, 둘 다 그만 떠들고 야구에만 집중하라고.”
나는 기본적으로 탱킹을 하는 팀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경멸한다.
그나마 오클랜드처럼 정말 구단에 돈이 없어서 살아남기 위해 탱킹을 한다고 하면 약간이나마 이해를 할 수도 있지만 휴스턴 이놈들은 예외다.
250만 명에 달하는 인구수와 미국 전체 도시들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경제력, 야구에 열성적인 홈 팬들.
그런 훌륭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 팀 경영진에게는 우승을 향한 열망 같은 게 전혀 없다.
일단 투자 의지 자체가 전무하다.
메이저리그에 소속된 모든 구단들은 각자 수익의 대략 30% 정도를 사무국에 납부하고, 사무국에서는 그렇게 모인 돈을 정확하게 N분의 1로 나누어 다시 각 구단에 분배한다.
왜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냐 하면, 돈을 많이 버는 빅마켓 팀의 수익을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뒤떨어지는 스몰마켓에 나눠 주기 위해서다.
인프라의 한계 때문에 성적을 내는 게 어렵다면 이렇게라도 보충을 해줄 테니 그 돈으로 선수단에 투자해서 더 열심히 우승에 도전해라 그런 뜻인 거다.
그런데 휴스턴의 경영진들은 그 돈을 선수단에 투자하기는커녕 그대로 창고에 꽁꽁 묶어 두고 또다시 탱킹에 돌입했다.
나는 확신한다.
탱킹은 야구의 인기를, 그리고 리그의 수준을 좀 먹는 가장 비열한 행위다.
“빌어먹을, 루키 주제에 건방지게.”
“시끄러워. 불만 있으면 한번 맞춰보라고. 개자식아.”
이러니 내가 이놈들을 좋게 봐주려야 좋게 봐줄 수가 없다.
사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원래 휴스턴 자체가 다른 팀들에게 밉상으로 찍힌 지 오래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사인 훔치기 스캔들의 주인공이 바로 휴스턴이기 때문이다.
외야에 설치된 카메라로 상대팀의 사인을 훔치고, 그 사인에 맞춰 휴지통을 크게 두드려 선수들에게 사인을 전달하고.
다른 팀이 더욱 열이 받은 건 그런 추잡한 짓을 한 휴스턴 선수들 중 상당수가 반성은커녕 SNS를 통해 되도 않은 변명을 하며 일을 더 키웠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휴스턴에 대한 반감은 2022년 그들이 월드시리즈를 차지하며 정점에 달했다.
사인 훔치기를 한 주제에 우승까지 해버렸으니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플레이!”
나와 포수 사이의 분위기가 점점 더 험악해지자 주심이 재빨리 경기 시작을 독촉했다.
1회초, 원 아웃 주자 없는 상황.
슈웅
파앙
“볼!”
거의 헬멧 끝단에 닿을 듯 날아온 몸쪽 높은 공.
누가 봐도 위협구임에 분명했지만 나는 굳이 그 공을 피하지 않았다.
나는 분명 경고했다.
한번 맞혀보라고.
저 공이 털끝만큼이라도 내 몸을 스치는 순간, 나는 일단 이 재수 없는 포수 자식부터 조져버릴 생각이다.
슈웅
파앙
“스트라이크!”
내 경고가 먹힌 것인지, 아니면 다음 타자인 타이 존슨을 의식한 것인지,
이번에는 빈 볼 대신 바깥쪽에 꽉 찬 스트라이크가 들어왔다.
휴스턴 팬들의 욕설과 야유 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아주 좋다.
이런 저런 학연 지연으로 얽힌 KBO와 달리, 마음에 안 드는 놈이 있으면 마음껏 조져버려도 되는 이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
아, 물론 야구로 조진다는 거다.
나는 사이코가 아니다.
정말로.
슈웅
파앙
“볼!”
이번에는 제구가 제대로 안 됐는지 어이없는 코스로 날아오는 볼.
슈웅
파앙
“볼!”
“그렇게 던져서 어디 날 맞출 수 있겠어? 좀 더 분발해 보라고.”
“……”
더 이상 나와 말싸움하는 걸 포기했는지, 포수의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하긴, 이길 생각이라고는 전혀 없이 매일 야구장으로 출퇴근하면서 연봉이나 받아먹는 놈들에게 그런 용기가 있을 리 없다.
슈웅
파앙
“볼!”
“우우우!”
“시작하자마자 또 볼질이야! 빌어먹을 자식들아!”
“누가 너희보고 우승하래? 적어도 최선은 다해야 할 거 아냐!”
“이 따위 경기를 보려고 내가 이 비싼 티켓을 산 줄 알아? 이 개자식들아!”
볼넷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홈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물론 내가 아닌 자기 팀 선수들을 향한 야유다.
“저런 소리를 들으면서 야구를 하는 기분은 어때?”
“입 닥쳐.”
“흠, 적어도 저 포수 자식보다는 부끄러움이라는 걸 아는 놈인가 보군. 좋아, 그럼 입 닥치고 야구나 하자고.”
1루수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나는 조금씩 리드 폭을 늘리기 시작했다.
홈런 개수를 늘리기 위해 체급을 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도루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빅리그에 진출한 후 단 한 번도 도루를 시도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꺼내야 할 때다.
시건방진 투수와 포수를 엿 먹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그거니까.
슈웅
타닷
투수의 손 끝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곧바로 스타트를 끊어버렸다.
몸이 조금 불어나긴 했지만 그만큼 힘이 더 붙은 허벅지 근육이 힘차게 몸을 앞으로 밀어준다.
당황한 포수의 비명 섞인 목소리와 함께 관중들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