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241)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40화(241/412)
#240. 이달의 선수상
현재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할 경우 투수로서 최소 20승, 타자로서는 테드 윌리암스 이후 사라진 4할 타자 도전도 가능할 거라 평가받고 있는 한수혁.
그런 한수혁을 영입한 시애틀이 탄력을 받아 훨훨 날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여기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에서는 조금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수혁을 미국으로 떠나 보낸 워리어스는 외부 FA 영입보다는 내부에서 육성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런 기조에 따라 한수혁이 빠진 유격수 자리에는 동기 유인철이 들어갔고, 선발진에서는 어느덧 3년 차가 된 최마루가 4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0.441의 타율에 홈런 73개 163타점, 그리고 마운드에서 23승을 기록한 한수혁의 빈 자리는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쉽게 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건 이 세상 어떤 선수를 데려와도 메울 수 없는 공백이었다.
“오오오!”
“자, 여러분. 멋진 시구를 보여주신 우리 유지야 양에게 힘찬 박수 부탁드립니다!”
“잘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 워리어스와 매지션스 간의 잠실 라이벌전.
꽤나 연습을 열심히 한 듯한 어떤 걸그룹 멤버의 시구에 관중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시즌 개막 한 달여가 흐른 지금 워리어스는 매지션스에 반 게임 차 앞선 아슬아슬한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 시즌 초반 KBO에서는 여러 가지 이변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워리어스와 매지션스, 두 서울팀이 엎치락뒤치락하며 1위 자리를 노리는 가운데 바로 그 밑에 위치한 팀들의 얼굴이 싹 바뀐 것이다.
가장 놀라운 건 새 구단주의 취임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팀이 된 부산 타이탄스가 시즌 개막 후 한 달 내내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 봄에는 강했다는 둥 이제 곧 벚꽃이 지면 타이탄스도 내려올 거라는 둥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지난 시즌과는 확 달라진 선수단의 분위기 속에 가을야구에 대한 부산 팬들의 꿈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만년 하위권으로 쳐졌던 광주 재규어스의 분전이다.
새로 갈아치운 투수 용병 두 명이 나란히 에이스급 활약을 펼친 데 이어 FA로 영입한 선수들이 대박을 터뜨리며 단숨에 가을야구를 노리는 팀으로 변모한 것이다.
1위 서울 워리어스, 2위 서울 매지션스, 3위 부산 타이탄스, 4위 광주 재규어스, 5위 대전 팔콘스.
고정 팬이 많은 팀들이 나란히 상위권에 오르며, KBO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자! 관중 여러분, 그럼 경기 전 마지막 행사로 조금 특별한 시간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다들 전광판을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 게임 차 1, 2위, 워리어스가 1위를 지키느냐, 아니면 매지션스가 다시 1위로 올라서느냐가 걸린 중요한 경기.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에 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 그리고 마운드 위에서 연습투구를 시작하려던 최마루가 입을 헤 벌리고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팟
얼마 전 교체한 최신형 전광판에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습니다. 한수혁입니다.]“허어어억!”
“한수혁?”
“한수혁!”
“한수혁이다!”
“시발, 수혁아! 너 없으니까 우리가 저놈들한테 자꾸 밀린다! 돌아와!”
미국 현지에서 한수혁이 직접 촬영해 보낸 영상 메시지.
지난 시즌에 비해 몰라볼 정도로 몸이 탄탄해진 한수혁이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래! 시발, 너라도 잘 지낸다니 다행이다!”
“오빠! 우리는 죽겠어요! 매지션스 놈들이 자꾸 기어올라요!”
“오늘하고 내일 2경기만 와서 대타로 뛰어 주면 안 될까? 응?”
[음… 홍보팀 부탁을 받고 영상을 찍긴 했는데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다들 건강하시고, 저도 건강히 지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즌 끝나고 한국에 들어갈 테니 그때 뵐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할게요.]“가지 마! 가지 말라고!”
“겨우 그게 다야? 한수혁! 한수혁!”
그렇게 영상이 끝나는가 싶었건만, 화면에 잡히지 않는 한쪽 구석에서 누구인지 모를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몇몇 사람들은 그게 민예린의 목소리라는 걸 눈치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응? 워리어스 선수들한테도 한 마디 하라고? 음… 맞아, 그걸 잊고 있었네. 선배님들, 그리고 후배들. 다들 내가 없어도 잘하고 있는 거 같아서 기쁘네요. 잠깐만, 뭐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흠…….]화면 속 한수혁의 표정이 조금 진지하게 변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일단 서형주.]덕아웃 앞 난간에 기대 있던 서형주가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내가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팔로스로우를 쓸데없이 길게 가져가더라? 넌 팔다리가 짧아서 그래 봐야 안 멋지다니까? 쓸데없는 짓 말고 간결하게. 그리고 안치욱.]벤치에 앉아 바나나를 먹고 있던 안치욱이 놀란 눈으로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너 거기서 더 살찌면 진짜 돼지 된다. 아무리 주현이 형이 있다고 해도 3루는 네가 책임져야 할 거 아냐? 보나마나 또 뭔가 손에 들고 있겠지. 그거 지금 당장 내려놓는다. 실시.]“왜 맨날 나만…….”
[그리고 성오 형.]이제는 정말 마흔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1루수와 3번 타자 자리를 후배들에게 내준 채 뒤에서 그들을 받쳐주는 역할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조성오가 흐뭇한 눈으로 한수혁을 바라보았다.
[지명타자든, 대타든, 대수비든, 뭐가 됐든 오래오래 현역으로 뛰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돌아갔을 때 워리어스에 형이 남아 있길 기대할게요. 그리고 만식이 형.]그렇게 한수혁은 워리어스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그들에 대한 메시지를 이어갔다.
경기 전 행사로 잡아 두었던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소요되고 있지만 그걸 지켜보는 워리어스 팬들, 그리고 관중들, 심지어 오늘 맞붙을 매지션스 선수들까지,
그 누구도 그것에 불평하지 못했다.
KBO를 박살 내고 빅리그로 건너가 그곳에서도 초특급 소리를 듣고 있는 한수혁은 그럴 만한 자격을 갖춘 선수였다.
한수혁의 입에서 이만식, 장덕수, 월터 스미스, 민주현, 최민석, 이창모, 유인철, 박동석, 최마루, 양기철, 천상진, 임준영의 이름이 차례로 호명되었다.
어떤 이에게는 조언을, 또 어떤 이에게는 당부를 남긴 한수혁이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마지막 말을 이었다.
[제가 없더라도 워리어스가 V10을 달성할 수 있다는 걸 진심으로 믿고, 기원합니다. 다들 힘내시고, 파이팅! 음… 예린아, 이제 다 된 거지? 이 정도면 되겠…….]확신에 찬 한수혁의 목소리와 함께 영상이 끝을 맺었다.
“우오오오오!”
“최마루, 너 뭐 하냐?”
“말리지 마라, 박동석. 나 오늘 퍼펙트 각이다.”
한수혁의 격려 메시지를 받은 워리어스 선수들이 불타올랐다.
특히 그중 가장 불타오른 건 한수혁을 우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최마루와 박동석 배터리 콤비였다.
데뷔 후 첫 완봉승.
그날 경기에서 워리어스는 최마루의 놀라운 투구에 힘입어 매지션스를 3 대 0으로 꺾고 리그 1위 자리를 지켜냈다.
* * *
– 야구팬 여러분, 멋진 저녁입니다. 이곳은 홈팀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팀 시애틀 매리너스 간의 시즌 1차전이 준비 중인 펜웨이파크입니다.
– 잘 지냈나요, 데이브. 시즌이 개막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흘러서 4월, 이달의 선수상이 발표될 때가 되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요.
– 네, 스티브. 정말 믿기지 않는 건 이달의 선수상 주인공이 이달의 투수상과 이달의 신인상까지 세 가지 상을 동시에 휩쓸었다는 것 아닐까요?
– 맞아요. 처음에는 저도 믿지 못했으니까요. TV를 보고 계시는 야구팬 여러분, 여러분들께서는 지금 빅리그 130년 역사상 처음으로 이달의 선수상과 이달의 투수상, 이달의 신인상을 동시 석권한 선수를 보고 계십니다. 저기 보세요. 지금 대기타석에서 몸을 풀고 있는 한수혁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 엄청난 한 달이었죠.
– 네, 그야말로 엄청나다는 말 외에는 뭐라 설명할 길이 없네요. 4월 한 달간 타율 0.446, 출루율 0.538, 장타율 0.955, 홈런 16개, 38타점, 정말 놀라운 건 KBO 리그 때보다 지금 페이스가 더 좋다는 거예요. 한수혁 선수에게 리그의 수준 차이 같은 건 아무런 걸림돌이 안 된다는 거죠.
– 그 비결이 뭐라고 보나요?
– 일단 우리가 주목할 점은 저 선수가 KBO리그에서 엄청난 견제에 시달렸다는 것입니다. 빅리그 진출 바로 직전 해인 2029년의 기록을 볼까요? 타율이 0.441, 젠장, 미쳤네요. 그런데 출루율이 0.576으로 타율보다 0.135가 높죠? 정말 놀라운 건 이 출루율조차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쌓아 올린 기록이라는 겁니다.
– 손해라고요?
– 네, 하도 견제가 집중되다 보니 존에서 빠지는 공에도 배트를 내밀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한마디로 말하면 KBO리그에서 한수혁에게는 좋은 공이 거의 오지 않았다, 이렇게 풀이할 수 있겠네요.
– 그런 와중에 홈런 73개, 타점 163개……. 맙소사, KBO 시절의 기록에 거품이 끼었다 주장하던 전문가들의 멱살을 잡아야 할 판이군요.
– 네, 그 멍청이들의 멱살을 잡는 건 뒤로하고, 어쨌든 그렇게 집중 견제를 받다 보니 빅리그에 진출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게 바로 자신의 뒤를 지켜줄 타자를 보유한 팀인지, 그걸 가장 먼저 따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루카스 앤더슨이 버티는 양키스 입단설이 아주 유력했었죠? 막판에 시애틀이 타이 존슨을 영입하면서 한수혁 쟁탈전의 주인공이 될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말이죠.
– 당시만 해도 겨우 KBO리그의 루키 하나를 데려오는 데 무슨 호들갑을 저렇게 떠냐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와서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만했네요.
– 두말할 필요 없겠죠. 어쨌든 타이 존슨이라는 타자가 뒤에서 버티고 있으니, 투수들이 한수혁 선수에게 승부를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것이 이런 말도 안되는 성적으로 이어졌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그런 면에서 보면 한수혁 선수의 뒤를 받치면서 3/4/6 홈런 10개, 타점 37개를 기록한 타이 존슨에게도 상 하나는 줘야 할 것 같군요.
– 하하, 네, 맞아요.
– 음, 다음으로 이달의 신인상이야 그렇다 치고, 이달의 투수상은…….
– 그건 뭐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요? 다섯 번 선발 등판해서 38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0, 거기에 5전 전승을 기록한 선수에게 이달의 투수상을 안 주면 누구에게 줄 수 있을까요?
– 정말이지 대단하군요. 좋아요. 그럼 4월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세 가지 상을 모두 휩쓴 저 선수가 오늘 타자로서, 그리고 투수로서 어떤 플레이를 펼쳐 보일지 다 함께 주목해 주시죠. 이곳은 펜웨이파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