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259)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58화(259/412)
#258. 전화위복
[양팀 에이스가 맞붙은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카고 컵스 간의 시즌 2차전, 두 차례의 벤치 클리어링 끝에 시애틀의 10 대 2 대승으로 끝나] [3홈런 6타점, 거기에 구멍 난 포수 자리까지 완벽히 소화한 한수혁 “어떤 포지션이든 자신 있지만 투타 겸업을 위해 포수는 브루스에게 양보해야 할 것 같다.” 너스레] [7이닝 2실점 투구로 팀의 3연패를 끊어낸 라이언 티보우 “포수가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그는 최고의 리드로 나를 이끌었다. 한수혁은 모든 면에서 이 팀의 중심이다.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두 차례 벤치 클리어링, 그 중심에 선 컵스의 3루수 션 터커, 치악골 골절로 장기간 결장 불가피] [분노한 컵스 팬들 “그가 주자를 향해 포수 미트를 휘두르는 걸 모두가 똑똑히 보았다.” 명백히 고의적인 행동이라며 비난] [시애틀 매리너스를 포함한 29개팀 팬들 “컵스 놈들의 행태에 구역질이 난다. 4회초 션 터커의 팔로우 스윙은 분명 고의적인 것이었고, 거기에 포수가 얻어맞고 병원에 실려갔다. 게다가 션 터커가 부상당하던 상황 역시 주자가 먼저 스파이크를 들었음을 모두가 보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이날 있었던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싶다. 경기가 끝난 후 해당 플레이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결과 션 터커와 한수혁, 두 선수 모두 확실한 고의성이 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션 터커에게는 벌금 1만 달러, 특별 교육 200시간, 그리고 한수혁 선수에게는 벌금 5천 달러를 부과하기로 했다.”] [사무국 발표에 더욱 화가 난 컵스 팬들 “아무리 한수혁이 잘나간다 해도 징계가 너무 편파적이라며 항의” 사무국은 요지부동]“한수혁 선수, 벌금은 구단에서 대신 낼 겁니다. 아무 신경 쓰지 마시고 등판 준비만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다니엘.”
“별 말씀을. 아주 속이 다 시원하던데요. 어디 감히 발목을 노리고……. 휴, 제가 아직도 진정이 잘 안 되는군요. 아무튼 앞으로도 조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당연한 말씀. 아, 그리고 다니엘.”
“네?”
“제가 생각하기에 당신은 단장보다는 투자 쪽이 더 잘 어울릴 거 같아요. 보는 안목이 있으니 금방 부자가 될 거예요.”
“그게 무슨……?”
“아뇨, 그냥 해본 소리입니다. 그럼 이만.”
다음 날 아침, 단장과의 짧은 면담을 마친 나는 다시 등판 준비를 위해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헤이, 한. 별 일 없지?”
“아주 좋아. 넌?”
“최고야. 아, 그리고 오늘 경기 끝나면 내가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을까?”
“오늘? 흠, 그래. 괜찮을 거 같은데.”
“좋았어. 그럼 다른 녀석들도 몇 명 불러서 멋진 곳으로 가보자고.”
동서고금을 망론하고 사내들이 득실거리는 집단이 결속력을 다지는 데는 외부와의 전쟁만 한 게 없다.
물론 프로 선수인 우리는 그라운드에서 매일 전쟁을 치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음,
뭐랄까, 박력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매일 하는 야구보다는 어제처럼 화끈하게 주먹을 주고받고, 이빨도 좀 날라 다니고,
뭐,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없던 전우애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치열했던 컵스와의 2차전 경기가 끝났다.
다행히 팀의 연패는 끊었지만, 어제 경기로 인해 우리는 주전 중견수와 주전 포수, 백업 포수를 잃었다.
스윙에 머리를 맞아 실려 간 브루스는 다행히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가벼운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벤자민 감독은 그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대신 일주일 정도 휴식을 주는 걸 택했다.
여기에 어제 경기에서 주먹을 휘두르다 2경기 출장정지를 당한 백업 포수 존 글렌 역시 마이너로 내려가는 대신 벤치에 남아 징계가 풀리는 걸 기다리기로 했다.
당연히 마이너에서 포수 한 명이 올라오리라 생각했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콜업을 기대하던 마이너팀 포수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백업포수를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던 다니엘 단장이 생각지도 못한 월척을 건져왔다.
“예쓰! 좋아! 이적 후 첫 경기에서 너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니!”
“이봐, 그만 진정해.”
“아, 미안. 내가 너무 흥분했군. 좋아, 난 네 말에 따를 준비가 끝났어. 뭐든 시켜달라고.”
방금 전 다니엘에게 단장보다는 투자자 쪽이 어울릴 거라 말한 이유, 바로 그 증거가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삶에서 나와 같은 팀에서 뛰었던 클리블랜드의 주장.
나아가 내가 기억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
어이없게도 다니엘 단장은 고만고만한 수준의 신인 두 명을 내주고 이 녀석을 데려오는 기적을 창출해냈다.
물론 지금 당장 녀석은 빅리그 1년 차에 불과한 애송이 포수에 불과하다.
굳이 수치로 따지자면, 전성기 기준 녀석의 기량이 100이라 치면 지금은 잘해야 30이 될까 말까 한 수준?
하지만 당장의 기량만 놓고 봐도 이만한 백업포수를 구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저나…….
이 녀석이 입단함으로써 우리 팀의 주전포수 브루스의 입지가 애매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당장은 브루스의 기량이 압도적이지만 두 녀석 간의 나이 차가 9살이나 나는 걸 감안하면, 어쩌면 브루스가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될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들어 녀석과의 사이가 가까워진 덕에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곳은 원래 그런 곳이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생각되면 언제든 갈라설 수밖에 없는 곳.
내가 이렇게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도 모두 실력에서 기인한 것이다.
“자, 제군들, 그럼 다들 모여 봐. 게임을 시작하자고.”
내가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감독이 우리를 불러 모았고, 컵스와의 3차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 * *
슈웅
파앙!
“스트라이크!”
“좋아! 공 좋아! 최고다!”
회귀 전 같은 팀에서 뛰긴 했지만 그때 나는 투수를 완전히 그만둔 상태였기에 녀석과 호흡을 맞춰본 적은 없었다.
그렇게 이렇게 직접 배터리를 이뤄보니 내가 모르던 녀석의 장점이 보였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브루스가 투수들의 심리 상태를 잘 캐치하고, 거기에 맞춰 섬세한 리드를 한다고 하면, 이 녀석은 마치 탱크와도 같다.
이제 1년 차 애송이 주제에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계속 사인을 보내온다.
바깥쪽, 안쪽, 높은 곳, 낮은 곳.
사인에 맞춰 계속 공을 던져주니 헉헉거리면서도 계속 템포를 높여간다.
마치 공을 던져주면 물어오는 레트리버를 보는 기분이랄까.
어쨌든 그 덕에 경기 진행이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
경기를 시작한 지 채 2시간도 되지 않아 맞이한 9회초 컵스 공격.
오늘 내게 볼넷 하나를 얻어간 컵스의 리드오프가 긴장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몸 쪽 낮은 포심.’
끄덕
타자가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튀어나오는 사인.
녀석의 템포에 맞춰 주기 위해 곧바로 공을 뿌렸다.
슈웅
파앙
“스트라이크!”
“와우! 좋았어! 최고야! 역시 내가 생각한 대로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저렇게 좋아하니 됐다.
‘바깥쪽 하드싱커.’
끄덕
슈웅
부웅
“스윙!”
“퍼킹! 그레이트!”
저러다 타자에게 한 대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그 행동을 말리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시애틀의 선수들은 어딘지 모르게 샌님 같은 경향이 있다.
아니, 샌님이라기보다는 모범생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굉장히 조용한 편이다.
그런 팀 분위기를 생각하면 저렇게 시끄러운 녀석 하나 정도는 있어도 무방할 거 같다.
다만, 오늘 하루 저 녀석과 배터리를 이뤄보니 왜 저놈이 데뷔 초반 고전을 했는지 십분 이해가 되었다.
‘바깥쪽 낮은 커터.’
끄덕
슈웅
부웅
“스윙! 아웃!”
“빌어먹을!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야!”
오늘 내가 파악한 레너드 존스라는 명포수의 애송이 시절 최대 단점은 투수를 너무 믿는다는 거다.
뭐랄까, 자신이 리드한 곳으로 공이 안 들어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투수의 제구력은 언제나 흔들거리는 갈대와도 같다는 걸 망각한 놈 같다고나 할까.
나처럼 녀석이 원하는 곳으로 공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투수를 만난다면 그 능력이 극대화되겠지만 제구력이 불안한 투수와 만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한 가지 더 있다.
라이언 티보우처럼 생각이 많은 타입의 투수, 그러니까 왜 그곳으로 그런 공을 던져야 하는지 납득이 되어야만 움직이는 투수들과는 잘 안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내 포수 데뷔전에서 라이언이 군말 않고 내 리드를 따른 건 내가 투수로서 그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만약 스무 살 애송이 포수가 라이언을 그렇게 쥐고 흔들려고 한다면?
글쎄, 둘 사이에 신뢰가 충분히 쌓이기 전까지는 여러모로 골 아픈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건 그거고, 오늘 우리 팀에 트레이드되자마자 마스크를 쓴 녀석은 훌륭한 리드로 9이닝 1실점 무자책 피칭을 리드한 포수가 되었다.
“좋아, 이제 경기를 끝내러 가보자고.”
* * *
– 미국 현지에서 보내 드리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카고 컵스 간의 시즌 3차전, 양 팀이 1 대 1로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9회말 시애틀의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이 시작됩니다.
– 네, 어제 한수혁 선수에게 홈런을 세 개 허용한 것 때문인지 오늘 컵스 투수들은 단 한 번도 한수혁 선수에게 좋은 공을 주지 않았습니다. 정말 더럽게 비… 음, 반면 3루수와 중견수 쪽에서 연달아 실책이 터지며 1점을 내준 것도 못내 아쉽습니다.
– 아무래도 벤클로 인해 주전 중견수가 빠지고, 한수혁 선수가 투수로 등판하며 3루에 백업요원이 들어간 게 불안의 요인이었겠죠?
– 맞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희망적인 건 오늘 이 팀에 새로 합류한 레너드 존스 포수와 한수혁 선수 간의 호흡이 아주 좋았다는 겁니다. 이제 경기 시간이 막 2시간을 넘어가고 있는데요. 실책이 없었다면 메이저리그 최단 시간 경기 기록을 경신할 뻔했습니다.
– 좋습니다, 위원님. 깔끔한 정리 감사하고요. 5번 타자부터 시작되는 시애틀의 공격, 어떻게 보시는지요?
– 네, 어떤 수를 쓰더라도 상위타선까지는 돌아올 수가 없죠? 오늘 주전 선수들이 여럿 빠지면서 하위타선의 연결고리가 많이 헐거워졌지만 여기서 반드시 경기를 끝내야 합니다. 한수혁 선수가 이미 아이싱을 하고 있잖아요? 9회부터는 다른 투수가 등판할 테니 여기서 못 끝내면 자칫 패배할 수도 있습니다. 힘을 내요! 시애틀!
* * *
[5번 타자 레프트필더 짐 브라운]9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타자라는 중책을 맡게 된 짐 브라운은 생각했다.
주전 두 명이 빠지며 안 그래도 허약했던 시애틀의 하위 타선이 더욱 힘을 잃었다.
평소라면 8번, 9번을 쳤어야 할 조쉬 올리버와 조나단 오웬스가 6번과 7번을 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오늘 팀에 합류한 애송이 포수와 타격이라고는 기대할 게 하나 없는 중견수가 줄줄이 등장하게 된다.
물론 벤치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대타를 사용하겠지만,
글쎄, 주전에 비해 벤치의 힘이 약한 시애틀의 약점을 감안하면 거기서도 크게 뭔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생각해보면 지금 팀이 이렇게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건 팀의 1, 2번 선발투수와 상위 타선의 힘이 매우 크게 작용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둘의 중심에는 나란히 한수혁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플레이!”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며 통계학 박사 학위까지 따 놓은 짐 브라운은 팀 내에서 조용히 자신의 할 일을 찾아 하는 그런 선수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좋아하고, 시끌시끌한 분위기보다는 차분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그를 팬들은 그라운드의 교수라 부르곤 했다.
언제나 자로 잰 듯한 정확하고 깔끔한 수비를 자랑하는 외야수, 매년 2할 후반대의 타율에 스무 개 가까운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
한수혁과 타이 존슨의 뒤를 받칠 타자를 찾던 벤자민 감독은 척 클락과 짐 브라운을 가장 적임자로 꼽았고, 두 사람은 오늘까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중이다.
그런 짐 브라운이 차분한 표정으로 투수를 노려보았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은 언제나 안정과 평온에 있다는 걸 알기에, 그걸 유지해야만 최대한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벤클 같은 일이 벌어져도 되도록 앞으로 나서지 않고 조용히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어제 있었던 벤클에서 브루스가 다친 것에 대해 짐 브라운은 크게 분노한 상태였다.
홈런을 친 후에도 조용히 배트를 내려놓고 다이아몬드를 도는 걸 선호하는, 몸을 날리는 슬라이딩보다는 안정적인 원바운드 캐치를 선호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위험한 주루 플레이는 최대한 지양하는,
그렇기에 일 년 내내 유니폼 한 번 더럽혀본 적 없는 짐 브라운이 이를 악 물고 투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툭
“어엇!”
“퍼스트! 퍼스트!”
촤아악
“세이프!”
3루수와 투수, 그리고 유격수, 누구도 잡을 수 없는 기막힌 곳으로 굴러간 기습번트.
그냥 걸어 들어가도 충분할 만큼 좋은 타구였지만 짐 브라운은 굳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해가며 1루로 들어갔다.
“우아아아!”
“짐! 젠장! 멋진 플레이였어!”
우레와 같은 관중들의 함성, 그들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보인 짐 브라운이 이번에는 덕아웃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젠장, 저 녀석들을 죽여버리자고! 시애틀! 가자!”
흙먼지로 엉망이 된 유니폼, 평소 목소리 한 번 높힌 적 없는 사람이 내지르는 힘찬 함성,
그것이 시애틀 선수들의 투혼을 불러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