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261)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60화(261/412)
#260. 저건 괴물이야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무관님? 허가가 안 날 것 같다니요?”
– 쉿, 거기 커피숍이라며? 목소리 낮춰, 이 사람아! 어디 광고할 일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하아, 이제 와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벌써 부지 매입 시작됐는데요. 중국 쪽에는 뭐라고 말을 하고요?”
– 어허, 이 사람이 큰일 날 소리를 하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사업을 한 건 당신이지, 나는 그냥 인생 선배로서 조언 몇 마디 한 게 전부이고. 아무튼 이제 더 이상 나한테 전화하지 마. 나 다음 주부터 교육연수 들어가면 1년은 여기 안 올 테니까 괜히 찾아오지도 말고. 끊어, 그럼.
“선배님! 선배님!”
제주도 시내의 한 커피숍, 통화를 마친 한 사내가 얼빠진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형님 동생 하며 개발 허가는 자기가 책임진다고 큰소리치던 인간이 왜 갑자기 태도를 확 바꿨는지 고민하며.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무산될 경우를 생각하니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중국 리조트 회사와 제주도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며 받아먹은 돈이 얼마던가.
이런 상황에서 일이 틀어지면 자신은 중국 놈들 손에 오체분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스마트폰에서 연락처를 찾아 눌렀다.
“젠장…….”
받지 않는다. 아무도 받지 않는다.
이번 일과 관련해 도움을 주겠다며 큰소리를 뻥뻥 치던 인간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지역 국회의원, 도의회의원, 은퇴한 공직자, 지역 유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자신을 차단한 느낌이 든다.
“대체 왜…….”
남자가 얼빠진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 된 일이다.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인근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같은 땅, 경관 보전 문제로 조금 이슈가 있긴 하지만 도청에서 눈만 감아주면 곧바로 유흥단지 건설이 가능한 부지.
그걸 사들이기 위해 그동안 해온 뒷공작이 얼마이며, 심지어 일부 땅에 대해서는 이미 매매 계약까지 체결한 상태이건만.
이제 와서 안 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기에 사내의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그때였다.
커피숍 한 구석에 설치된 TV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 다음은 스포츠 관련 소식입니다. 박 아나운서,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 하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 이건 답이 너무 뻔한 거 아닌가요? 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 물어도 다 똑같은 대답이 나올 거 같은데요? KBO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한수혁 선수 아닐까요?
– 맞습니다. 바로 그 한수혁 선수 관련 소식인데요. 한국 시간으로 오늘 오전이죠? 현지 파견 나가 있는 저희 중계팀을 통해 재미있는 소식이 들어왔는데요.
– 어떤 소식인가요?
– 한수혁 선수가 은퇴 후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군요. 그리고 기왕 살게 되는 김에 야구 불모지인 제주도 학생들을 위한 연습장과 아카데미, 그리고 야구박물관을 설립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 이야, 말만 들어도 멋지네요.
– 그렇죠? 그런데 이게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벌써 행동에 옮긴 모양이더라고요. 대리인을 통해 서귀포시 예래동 일대에 부지 매입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 오, 그 지역 주민분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군요.
– 맞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제주도지사를 비롯 지역 국회의원들이 모두 나서 한수혁 선수의 제주 입성을 위한 모든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하는군요.
– 하하, 그런데 한수혁 선수가 이제 겨우 20대 초반인데 은퇴를 논하기는 조금 이르지 않을까요?
– 맞습니다. 안 그래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질문을 했더니 은퇴 전까지는 그냥 주변 농민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해서 농지로 사용하겠다고 했다는군요.
– 역시 실력만큼이나 인성도 좋은 선수군요. 와, 그나저나 그 정도 부지를 매입하려면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닐 텐데……. 아무리 슈퍼스타라 해도 연봉만으로는 힘들지 않을까요?
– 저희 고동식 위원이 슬쩍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네요. 좋은 종목에 투자해서 약간 이득을 봤다고 말이죠.
– 한수혁 선수가 야구뿐만 아니라 투자에도 일가견이 있나 보군요. 어쨌든 아침부터 기분 좋은 소식 전해드리게 되어 저희도 즐겁습니다. KBC 9시 뉴스였습니다.
* * *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선수는 나를 포함해 겨우 3명.
물론 마이너에는 몇몇 선수들이 더 있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내가 만날 수 있는 이는 겨우 두 명이 전부라는 뜻이다.
LA에인절스에서 뛰고 있는 류한결과 이찬호.
컵스와의 3연전이 끝난 후 우리는 다시 지구 라이벌 LA에인절스와 4차전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집요하리만치 끈적하게 달라붙는 두 사람을 떼어 내느라 고생하는 중이다.
“수혁아, 솔직히 말혀봐. 종목 좀 가르쳐 달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부탁은 아니자너.”
“그래, 수혁아. 한결이 형한테 가르쳐주기 싫으면 나만이라도, 응? 내가 크게 한 턱 쏠 테니까.”
내가 제주도에 땅을 산다는 게 KBC 공중파 뉴스를 통해 보도되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제주도에서도 비싸기로 유명한 동네의 땅을 내가 대량으로 사들인다는 데 대해 자금의 출처를 궁금해하길래 그냥 별 생각 없이 투자한 게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 답했을 뿐이다.
정말이다.
내가 지분을 갖고 있는 연구소, 아니, 이제는 배터리 제조사가 되어버린 그곳에서 지난 달 미국 자동차 회사에 첫 번째 물량을 공급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입금된 첫 배당금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내가 생각한 금액에 0 하나가 더 붙어 있었다.
이 정도면 워리어스 운영이 문제가 아니라, 잘만 하면 메이저리그 구단 운영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던 차에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자꾸 먹을 것을 보내주시던 안치욱의 부모님,
그분들에게 감사 인사도 전할 겸 가벼운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그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중국 개발회사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자꾸 찾아와 땅을 팔라고 괴롭힌다고,
그곳에서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인데 그게 힘들어질 것 같다고.
나는 은원이 분명한 사람이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내게 먼저 손을 내민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것을 돌려주는 그런 사람이다.
민태현 씨를 통해 정확한 사정을 파악하자마자 곧바로 부지 매입을 부탁했다.
그리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고동식 위원을 불러 인터뷰를 했다.
은퇴 후 제주도에 내려가 살 생각이라고, 그곳에 야구 아카데미와 연습장을 짓고 아마추어 유망주들을 돕고 싶다고.
당연한 말이지만 제주도청에서 쌍수를 들고 환영의사를 밝혔고, 안치욱의 고향 마을을 둘러싼 모든 문제는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진짜 그곳에 내려가서 아카데미를 하며 살 거냐고?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만 너무 먼 이야기다.
언제가 될지 모를 그때까지는 그냥 거기 살던 분들이 거기서 농사를 지으며 계속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설령 내가 정말 그런 걸 만들 때가 왔는데 그분들이 거기 계속 살고 싶다고 한다면?
그럼 그 옆에 땅을 또 사면 된다.
나는 이제 그런 돈 몇 푼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니까.
“한결이 형.”
“왜? 알려주게?”
“돈 필요해요? 형, 연봉 많이 받잖아요. 그래도 부족하면 제가 좀 빌려드려요?”
“뭐? 하, 야, 됐어. 안 가르쳐주면 그만이지. 내가 무슨 최저연봉 받는 후배한테 돈을 빌리냐. 아무튼 혹시라도 생각 바뀌면 귀뜸해줘. 알았지?”
음, 내가 투자한 종목은 이제 와서 들어와 봐야 재미를 못 볼 텐데.
그리고 진짜 돈이 필요한 거면 저 형 연봉 정도는 내가 얼마든지 빌려줄…….
됐다.
어쨌든 그런 상황 속에서 에인절스와의 시즌 4차전이 시작되었다.
* * *
애너하임이라는 연고지의 크기와 상관없이 구단의 투자 규모만을 놓고 생각해볼 때 LA에인절스는 명백히 빅마켓에 속하는 팀이다.
그럼에도 이 팀이 강팀이라 불리지 못하는 건 그 돈을 매번 이상한 곳에 쓰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알버트 푸홀스, 21세기 최고의 타자라 불렸던 마이크 트라웃, 거기에 빅리그에서도 투타 겸업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던 오타니 쇼헤이.
그런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2010년대와 2020년대를 통틀어 지구 우승이 단 한 번뿐이라는 게 이 팀의 막장 운영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팀이 돈을 쓰고도 성적을 못 낸 건 그 돈의 대부분을 강타자를 영입하는 데 올인했기 때문이다.
푸홀스와 트라웃은 말할 것도 없고, 오타니 역시 사실 커리어만 놓고 보면 타자 쪽으로 무게가 기우는 선수다.
어쨌든 그런 선수들이 모두 은퇴하고 난 후 에인절스의 투자 방향도 서서히 바뀌어 가는 중이다.
최고의 스타에게 예산을 집중하는 대신 준척급의 선수들을 여럿 사 모으고, 투수 쪽에 좀 더 비중을 두는 식으로 말이다.
류한결을 데려와 1, 2선발로 잘 써먹는 것도, 저렴한 가격에 이찬호를 영입해 팀 타선의 부족함을 메운 것도, 모두 그 바뀐 투자기조 덕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점차 정상화되는 팀을 이끌고 가을야구에 도전하고 있는 에인절스 감독은 지금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테리. 우리 선발 투수의 상태는 어때?”
“저 친구야 뭐 언제나 꾸준하죠. 좋습니다. 물론 한수혁을 잡아낼 만큼은 아니라고 하지만요.”
“젠장, 다시 생각해도 너무 억울하군. 푸홀스는 그렇다 치고, 트라웃만 있었어도 한수혁 저 녀석을 우리 팀에 데려올 수 있었을텐데.”
“그랬다면… 코리아 3인방이 우리를 가을야구로 데려갔겠군요.”
“맞아, 류한결이나 이찬호나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주고 있으니까, 거기에 저 친구까지 있었다면……. 휴, 자, 쓸데없는 생각은 이쯤에서 그만두고, 다시 한 번 체크하자고. 타이 존슨에게 한 방 맞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한수혁과 정면 승부는 안 돼. 두 경기당 하나 꼴로 홈런을 치는 미친놈이야. 일단은 피해가자고.”
한수혁을 경계하는 건 에인절스 선수단뿐만이 아니었다.
에인절스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 그곳의 분위기는 더욱 심각했다.
└내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말이야, 잘 들어봐.
└무슨 헛소리인지 몰라도 일단 들어는 주지. 말해봐.
└한국인들은 고향 사람에 대한 정이 깊다고 들었어.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류한결이 한수혁의 머리에 공을 던지는 거야. 설마 하니 같은 고향 사람을 쥐어 패지는 않을 거 아냐? 그럼 우리는 저 괴물을 경기에서 배제할 수 있을 거라고.
└너 같은 멍청이를 위해 이 영상을 준비했지. [KBO 한수혁 벤치클리어링 모음.MP4]
└이게 뭔데?
└한수혁이 KBO에서 같은 한국인들을 박살 내는 영상이야. 참고로 거기 첫 번째 영상에 등장하는 머저리는 같은 팀에서 뛰다 이적한 한수혁의 선배이지. 잘들어, 저놈에게 그런 얄팍한 수는 통하지 않아. 괜한 짓을 하다가 우리 에이스를 잃게 될 수도 있어.
└젠장, 정말 괴물 같은 놈이군. 46경기 만에 홈런 23개? 거기에 아직도 타율이 4할 3푼?
└그것뿐만이 아니야. 투수로서 성적은 더 기가 막히지. 8번 선발 등판해서 8번 모두 승리. 8승 무패, 거기에 내준 점수라고는 비자책점 3점이 전부야. 평균자책점이 0이라는 뜻이지.
└홀리 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