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267)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66화(267/412)
#266. 왕좌의 무게
[속보 시애틀 매리너스 지분 35%, 신생 투자 그룹에 매각] [투자 그룹 대리인을 맡은 골드만삭스 부사장 민태현 “이번 프로젝트에 자금을 댄 투자자들을 대신해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최대 지분을 확보하게 된 만큼 보다 공격적인 투자로 구단을 운영해 나갈 계획.”] [불안에 떨던 시애틀 팬들, 쌍수를 들고 환영 “투자한 이들에게 신의 은총이 있기를.”] [재정 문제 해결한 시애틀 매리너스, 마이애미 말린스와 현금 포함된 1 대 3 트레이드 단행, 멀티 내야 자원 리암 랜드먼, 준주전급 외야수 카일 섀너한, 중간계투 칼튼 벨 영입] [매리너스 다니엘 미첼 단장 “이번 트레이드로 팀의 부족한 부분을 상당 부분 메웠다 자평한다. 올 시즌 매리너스는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다.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한수혁 선수, 일단 15%에 해당하는 인수 작업은 끝났고, 나머지는 이번 분기 내에 완료될 겁니다. 축하드립니다. 매리너스 구단의 지분 35%가 곧 당신의 것이 되겠군요.”
“대금 지급이 끝나야 제 거죠.”
“그거야 뭐 다음 분기 배당액 나오면 바로 해결될 텐데요. 개인적으로는 구단 가치가 상승하면 차액을 받고 다시 처분하는 쪽을 권하고 싶지만… 아마 그럴 생각은 없으시겠죠?”
“네, 그깟 돈 몇 푼 벌자고 하는 짓이 아니니까요. 미국에 야구팀 하나 정도 갖고 있으면 은퇴 후에 심심하지 않고 좋을 거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시애틀의 운영이 안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최대한 조율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리고 이번에는 수수료 넉넉하게 떼 가세요. 자꾸 그냥 해준다고 하지 마시고요. 그래야 저도 마음 놓고 일을 부탁드리죠.”
“하하, 알겠습니다. 이거 저도 갑자기 부자가 되겠네요. 그냥 은퇴하고 야구나 보러 다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원래는 토드 헨리라는 양반이 내놓은 지분 15%만 인수하려고 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인수할 지분이 35%까지 늘어나 구단주 그룹 내에서도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알려져도 별 상관없긴 하지만 가능한 한 내 이름이 안 나오도록 해 달라고 민태현에게 부탁했다. 뉴스에 내 이름이 안 올라오는 걸 보니 확실히 유능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민예린도 그렇고 민태현 씨도 그렇고 자기 일 할 때는 저렇게 멀쩡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왜 야구장에만 오면…….
어제 카디널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두 부녀가 쌍으로 그라운드에 난입했다가 안전요원에게 끌려가는, 부녀 동반 퇴장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내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영업방해 같은 걸로 고소당할 일은 없겠지만.
으음,
것 참.
“이봐, 한, 그 이야기 들었어?”
“뭘요, 타이?”
“이번에 시애틀 지분을 인수한 사람 중에 현역 운동선수가 포함되어 있다는군.”
“그래요?”
“규정상 우리 팀 선수 아니면, 아예 다른 종목에서 뛰는 녀석 같은데… 라이언은 아니라고 하고, 혹시 너는 아니지?”
“최저 연봉 받는 내가 무슨 돈이 있어서 투자를 해요.”
“하긴, 계약금 받은 것도 집 구하는 데 다 들어갔다고 했지? 흠, 그럼 역시 다른 종목 선수인가 보군.”
괜히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커리어를 쌓아가는 타자가 아닌가 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직감을 갖고 있는 타이를 피해 라커로 향했다.
때마침 새로운 이적생들과 함께 벤자민 감독이 라커룸으로 들어섰다.
“다들 이리 모여 봐. 좋아, 오늘부터 우리 선수가 된 이들을 소개하지. 이 친구는 칼튼 벨, 지친 투수진에 활력소가 되어줄 인재야. 그리고 저 둘은 리암 랜드만과 카일 섀너한, 앞으로 주전들과 교대로 나서며 라인업에 안정감을 주게 될 거야. 그럼 라이언, 자네가 대표로 선수들하고 인사시켜 주고. 다들 그라운드에서 보자고.”
“네, 감독님.”
내가 큰돈을 쓴 보람이 곧바로 나타났다.
동결된 예산이 풀리자마자 다니엘 단장이 말린스에서 선수 셋을 데려왔다.
각각 중간계투와 내야, 외야 백업이 되어줄 준주전급 선수들.
빅리그에 진출할 때 내가 시애틀을 골랐던 이유 중 하나가 다니엘 단장의 능력 때문이다.
당장의 전력만 놓고 보면 차라리 세인트루이스에 가서 타이 존슨과 함께 뛰는 게 나았겠지만,
회귀 전의 인연, 그리고 회귀 후에도 지속적으로 내게 보여 온 정성,
거기에 앞으로 몇 년 이내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길 명단장이 될 다니엘 미첼을 믿고 난 이 팀을 선택했다.
“헤이, 한, 드디어 만나게 되는군. 반가워.”
“나도 반가워. 잘 지내보자고.”
“어어, 나도 끼워줘. 반가워, 난 카일.”
“한, 잘 부탁해.”
시즌이 계속되면서 내 이름이 점점 리그 전체에 퍼지고 있는 모양이다.
같은 리그도 아닌, 게다가 한 번 상대해본 적도 없는 말린스 출신 선수들이 이렇게 아는 척을 하는 걸 보니 말이다.
어쨌든 나는 다니엘 단장의 안목에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말린스가 재정난에 빠진 덕분도 있지만, 여차하면 주전으로도 뛸 수 있는 선수들을 이렇게 헐값에 데려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그는 아주 좋은 단장이다.
어쨌든 이 셋이 합류하면서 앞으로 팀 운영이 훨씬 부드러워질 것 같다.
“자, 오늘 라인업이다. 다들 확인하고. 챔피언, 자네는 오늘 지명타자로 출장이야.”
“네, 감독님.”
1번 중견수 데릭 플레밍
2번 지명타자 한수혁
3번 1루수 타이 존슨
4번 우익수 척 클락
5번 좌익수 짐 브라운
6번 포수 브루스 매튜스
7번 3루수 리암 랜드먼
8번 유격수 조쉬 올리버
9번 2루수 조나단 오웬스
투수 댈빈 슈워츠
감독은 내게 휴식을 주는 대신 지명타자로 세우는 쪽을 택했다.
나 역시 당장의 휴식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시범경기 출장을 자제하고 최대한 시즌 준비에만 몰두한 덕분인지 아직까지는 전혀 몸에 무리가 없는 느낌이다. 물론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내가 먼저 휴식을 요청하겠지만.
어쨌든 내가 지명타자로 들어가면서 토니의 자리가 사라졌다.
풀 시즌을 뛰면 홈런 50개를 칠 수 있는 선수가 벤치에서 대기하는 건 어찌 보면 자원 낭비일 수 있다.
나는 저 녀석이 수비력을 보강해 주전 외야수 경쟁을 벌이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 권한 밖의 일이다. 결국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지는 건 프로인 본인이 해야 한다.
“좋아, 오자마자 선발이군.”
“젠장, 부럽군.”
이번에 이적한 선수들 셋이 모두 말린스 출신인 만큼 왕따를 당하거나 외로움을 느낄 일은 없을 듯하다.
한 구석에 모여 있던 이적생 3인방 중 오늘 나를 대신해 3루에 서게 된 리암 랜드먼이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재정난에 빠져 하루하루 팀이 침몰하는 모습을 보던 녀석들은 현재 지구 1, 2위를 달리고 있는 시애틀에 오게 된 것에 대해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빛이 있으면 어둠도 존재하는 법이었다.
내가 투수나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하는 날에는 별다른 경쟁 없이 3루수로 출전했던 로니 몬타릭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동정이 가지만 팀 전체로 보면 이런 경쟁은 상당히 반길 만한 일이다.
결국 자리라는 건 스스로 노력하고 경쟁해서 얻어내야 가치가 있는 법이다.
아마 이번 트레이드가 팀 내 여러 선수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타이, 잘 지내죠? 젠장, 한, 결국 이렇게 보게 되는군.”
오늘부터 우리와 3연전을 치를 팀은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의 다크호스 템파베이 레이스다.
어찌 보면 오클랜드와 상당히 흡사한 팀 컬러를 가진, 적은 예산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며 매년 다크호스라 불리는 젊고 역동적인 팀.
그러고 보니 저기 저 녀석이 있었지.
올림픽에서 나와 인사를 나눴던 빅리그 차세대 간판타자이자 템파베이 레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제임스 테일러.
“오랜만이군.”
“그러네. 젠장, 그나저나 몸이 끔찍할 정도로 커졌네. 얼마나 나가는 거야?”
“시즌 시작할 때보다는 조금 빠져서 250파운드 정도.”
“휴우, 체중 유지가 잘 되는 편인가 보네.”
그럴 리가.
시즌 개막에 맞춰 256파운드, 그러니까 116㎏까지 끌어올렸던 몸무게가 시즌을 치르며 슬금슬금 빠지더니 250파운드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이 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 특히나 시애틀 집에 있을 때는 하루 다섯 끼씩 식사를 하는 중이다. 그중 한 끼는 민예린이 해주는 초 고단백 고지방 영양식으로 말이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빅리그 투수들의 광속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기 위해서는 항상 힘을 유지해야 한다.
힘이라는 건 결국 질량 X 가속도이고, 배트 속도를 높이는 건 한계가 있으니 질량을 늘리는 게 장타를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다.
괜히 야구 선수들이 돼지 소리를 들으며 몸을 불리는 게 아니다.
물론 나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지만.
“어쨌든 오늘 경기 재미있게 해보자고. 타이, 그럼 저 갑니다.”
“그래, 너희 덕아웃까지 조심해서 가라고, 애송이. 가다가 넘어져서 무릎 붙잡고 울지 말고.”
타이에게는 애송이 취급을 받고 있지만 사실 저 녀석은 아메리칸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하나이며, 머지않은 장래 타이 존슨의 자리를 이어받을 거라 평가받는 선수다.
빠른 발과 강한 파워, 거기에 정교한 선구안을 갖춘 템파베이의 주전 3루수이자 3번 타자.
회귀 전, 저 녀석과 나는 아메리칸 리그 최고 타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물론 나는 투타 겸업을 하고 있었고, 저놈은 타자에만 올인했기에 입장이 조금 달랐지만.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승부의 승자는 제임스 테일러 저 녀석이었다.
“흠.”
“또 그 표정, 이봐. 한, 넌 가끔 우리 할아버지 같은 표정을 지을 때가 있어.”
“안 그래도 그런 소리 자주 들어요.”
“흠, 모르겠군. 그렇게 하늘을 쳐다보는 게 네 실력의 비결인가?”
이제는 제법 사이가 가까워진 데릭이 내 옆에 나란히 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생각해보면 회귀 전 내 삶은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함 그 자체였던 거 같다.
경기를 지배하기 위해 투타 겸업을 선택했지만 자꾸 부상이 찾아왔고.
그 때문에 투수로서나 타자로서나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내 몸을 다루는 방법을 완벽하게 익혔고, 무리하지 않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내가 회귀함으로써 가장 손해를 본 사람 명단에 앤드류 데이비스뿐만 아니라 방금 우리 덕아웃을 다녀간 제임스 테일러의 이름도 추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있는 한 최고의 투수, 최고의 타자라는 호칭은 녀석들에게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좋아, 경기 시작 10분 전이다. 다들 모여 봐.”
내 회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바뀌었기에, 나는 그만큼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 중이다.
어쩌면 그들의 것이 되었을지 모를 영광을 내게 가져오며 최소한 창피한 일은 없어야겠다 다짐한다.
그리고 왕좌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