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287)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86화(287/412)
#286. 홈런 더비
[메이저리그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밀워키에 2승 1패 위닝시리즈 거둔 시애틀, 시즌 성적 59승 36패, 승률 0.621로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 1위, 아메리칸 리그 전체에서는 양키스에 이어 승률 2위 기록] [시애틀 매리너스 한수혁 전반기 투수 성적, 15경기 등판 116이닝 투구, 평균자책점 0.23, 삼진 211개(이닝당 1.82개), 14승,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적] [타석에 선 한수혁은? 타율 0.429, 출루율 0.511, 장타율 1.012, 홈런 47개, 규정 타석 채울 경우 타격 부문 신기록 모두 갈아치울 전망] [시즌 전 한수혁의 예상 성적을 최대 10승, 3할 20홈런일 거라 주장했던 메이저리그 전문가 “그는 감히 평가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앞으로 나는 그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멈출 것이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한 통을 들고 소파에 앉아 그의 경기를 즐길 생각이다.”] [올 시즌 시애틀 전 경기를 중계한 KBC 고동식 위원 “한국에 있을 때보다 OPS가 최소 0.3 이상은 하락할 거라 우겼던 이들이 있었다.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모르겠다. 확실한 건 한수혁에게 리그의 수준 차 같은 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거다.] [KBO 시절 한수혁의 은사였던 서울 워리어스 이대준 감독 “벤자민 감독에게 전화가 왔다. 혹시나 한수혁에게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해야겠냐 묻길래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차라리 하늘이 무너지는 걸 걱정하라고.”] [전반기 막판 부진을 떨치고 다시 3할대에 복귀한 워리어스 중견수 서형주 “그는 내 친구이기에 앞서 우상이자 목표다. 지금 당장은 그를 따라 잡을 수 없겠지만 나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거다. 언젠가 그와 함께 뛸 날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일주일간의 올스타전 브레이크, 그리고 이어질 하반기 67경기, 과연 시애틀과 한수혁의 최종 도착지는 어디가 될지?]“오빠, 아~”
“아.”
“좀 더 크게, 아~”
“아.”
꿀꺽
“어때요? 맛있죠?”
“음, 그러네. 이거 뭐야?”
“제가 직접 만든 에그 타르트요.”
“맛있다. 고마워, 예린아.”
“헤에…….”
밀워키전 위닝 시리즈를 끝으로 전반기 일정을 모두 마친 우리는 시애틀로 돌아왔다.
오늘 사전행사를 시작으로 내일은 올스타 퓨처스 게임이 열릴 예정이고, 다음 날에는 다니엘 단장이 손꼽아 기다리는 드래프트 데이가, 그리고 다음 날에는 홈런더비, 마지막 날에 올스타전 본경기가 치러질 예정이다.
쉽게 말해 오늘과 내일 이틀간은 푹 쉬어도 된다는 뜻이다.
“여기 하나 더요. 아~”
“아.”
마음속에 남아 있던 그녀에 대한 미련을 털어낸 후 예린이와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다.
사실 진즉에 이랬어야 했다.
예린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내 가슴 속 남은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 망설이고 뒤로 밀어두었다.
물론 모든 걸 잊은 건 아니다.
여전히 내 마음 속 어딘가에는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던 그녀의 목소리가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목소리를 기억하기보다 잊으려 애쓸 생각이다.
그것이 나를 위한, 그리고 나를 모른 채 살아가고 있을 그녀를 위한 옳은 길이라 믿으며.
“오빠, 그런데 에이전트는 아직 결정 못 하신 거예요?”
“음, 그게 참…….”
좀 웃긴 이야기이긴 한데, 나는 아직까지도 정식 에이전트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서야 내 팀에서 뛰다 보니 그런 게 전혀 필요 없었고, 미국으로 넘어오는 모든 과정은 예린이의 아버지인 민태현 씨가 맡아 처리해주었다.
당장은 딱히 연봉 협상을 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굳이 돈 몇 푼 받겠다고 광고 같은 걸 찍을 생각도 없어서 계속 미뤄왔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온 것 같다.
돈 말고도 이것저것 처리해줄 사람이 필요하긴 했다.
“오빠, 귀찮아서 그러죠? 후보 명단은 있는 거죠? 주세요. 제가 한번 만나볼게요.”
“응? 네가?”
“제가 이래 봬도 한국에서만 2번, 미국에서도 3번 기획사를 바꾼 계약의 전문가랍니다. 제가 먼저 만나보고 의견 정리해 드릴 테니까 오빠는 그냥 아무 생각 말고 푹 쉬세요. 며칠 쉬고 나면 하반기까지 또 쉴 시간 없잖아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대체 뭐라고, 이 애는 나에게 이렇게 잘해 주는 걸까.
그래서 항상 미안하고,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예린아.”
“네, 오빠.”
“미안해. 그리고 고맙고.”
“헤에…….”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그냥 이렇게 말하면 되는 것을,
나는 이 쉬운 걸 왜 그리 어려워했을까.
* * *
“정말 나에게 부탁하겠다고?”
“네, 마이크. 싫은 게 아니라면요.”
“흠… 그래, 뭐, 다른 스케줄이 있는 건 아닌데, 그날은 딸아이와 놀아주기로 해서…….”
“그 애도 야구 좋아하죠?”
“그야 아빠가 야구선수이니 당연하지.”
“좋아요. 그럼 엘리야, 이름이 엘리야 맞죠? 그 아이가 제 에스코트 키즈가 되어주면 좋겠네요. 어때요? 그날 함께 야구장에 오는 게?”
“음? 에스코트 키즈를?”
올스타전과 홈런더비에 참가하는 선수에게는 두 명의 조력자가 필요했다.
하나는 홈런더비에서 공을 던져줄 배팅볼 투수, 그리고 올스타전에서 선수의 손을 잡고 들어가 줄 에스코트 키즈.
이번 올스타전에서 나와 함께 홈런더비에 참가하는 안토니오 가르시아는 주전포수 브루스 매튜스와 호흡을 맞춰 연습에 돌입한 상태다.
그리고 아직 파트너를 정하지 않았던 나는 마이크 워렌에게 손을 내밀었다.
회귀 전 나를 도와줬던 베테랑이자 너클볼을 전수해준 스승.
보통 홈런더비에서 배팅볼을 던져줄 파트너로는 투수가 아닌 포수가 선호된다.
투수의 경우 자기도 모르게 공에 무브먼트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 정직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포수가 낫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이크의 경우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너클볼을 던지느라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 견제구 정도로만 포심을 사용하는 마이크라면 좋은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다.
다저스에서 17년을 뛰면서 단 한 번도 올스타전에 나가보지 못한, 그래서 아직까지 올스타전 무대를 구경하지 못한 그의 딸에게도 작은 선물이 될 것이고 말이다.
“엘리야에게 물어보고 괜찮다고 하면 오후에 한번 손발을 맞춰볼까요?”
“아냐, 물어볼 필요도 없지. 딸아이도 좋아할 거야. 젠장, 이런 식으로 첫 올스타전 무대에 서보게 되는군.”
“내년에는 실력으로 올스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래? 하하,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네가 하는 말이면 조금 믿음이 가는데? 아무튼 좋아, 그럼 일단 집에 전화 좀 하고. 이 기쁜 소식을 아이에게도 전해줘야겠지.”
“편할 대로요. 그럼 그라운드에서 봐요.”
* * *
–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2030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사전 행사 중 하나인 홈런더비가 열리고 있는 시애틀 T모바일파크입니다. 제 옆에는 고동식 해설위원님 나와 계십니다. 고 위원님, 먼저 현재 홈런더비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 네, 한수혁 선수, 그리고 팀 동료인 안토니오 가르시아, 뉴욕 양키스의 루카스 앤더슨, 템파베이 레이스의 제임스 테일러, LA다저스의 애런 데커, 세인트루이스의 그랜트 딕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루크 벨,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하비에르 카스티요 등 8명의 타자들이 참가했고요. 경기 방식은 간단합니다. 총 3라운드 동안 각 두 명씩 짝을 이뤄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10개의 아웃을 당하는 동안 보다 많은 홈런을 친 선수가 다음 라운드로 올라가게 됩니다.
– 네, 이해하기 쉬워 좋군요. 방금 전 1라운드가 끝났죠? 뉴욕 양키스의 루카스 앤더슨 선수와 템파베이 레이스의 제임스 테일러, 그리고 한수혁 선수까지, 세 명의 아메리칸 리그 타자들이 승리하면서 2라운드로 진출했고요. 한수혁 선수의 팀 동료인 안토니오 가르시아 선수만이 하비에르 카스티요에게 밀려 아깝게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 맞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수혁 선수와 루카스 앤더슨 선수가 한 조, 제임스 테일러와 하비에르 카스티요 선수가 한 조를 이뤄 2라운드를 치르게 됩니다.
– 그나저나… 위원님, 한수혁 선수는 정말 대단하네요. 방금 전 1라운드에서 홈런을 무려 45개나 때려냈습니다. 압도적이라고밖에 설명을 못 하겠네요.
– 네, 기본 3분에 추가 시간 30초를 더해 3분 30초 동안 홈런 45개……. 이건 뭐 홈런 치는 기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다른 선수들이 기록한 숫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 알겠습니다. 자, 그럼 2030 올스타전 홈런더비 2라운드 경기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 * *
“안녕하세요! 아저씨!”
“어서 와, 엘리야. 엘리야 맞지?”
“와! 신기해! 아빠! 이 아저씨가 한수혁, 맞죠?”
“그래. 어딘가 다른 한수혁이 있지 않는 한 이 친구가 한수혁 맞아.”
“와아아… 반갑습니다! 저는 올해 아홉 살, 엘리야 워렌, 잘 부탁드려요!”
“나도 잘 부탁한다. 엘리야.”
홈런더비 1라운드와 2라운드 사이 짧은 휴식 시간,
마이크 워렌의 딸 엘리야가 신이 난 얼굴로 내게 폴싹 안겼다.
사실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를 다루는 데는 별로 소질이 없기도 하고, 내가 딱히 뭘 해준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뭐, 아이가 신이 났으면 그걸로 충분한 거겠지.
“그런데 아저씨!”
“음?”
“내일 우리 아빠는 경기에 못 뛰는 거죠?”
여기서 말하는 내일은 올스타전 본 무대를 뜻하는 거다.
이제 아홉 살밖에 안 된 엘리야에게 아빠가 왜 올스타전에 못 나가는지 설명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옳은 일도 아니고.
그보다 더 쉽고 바람직한 대답이 있다.
“너희 아빠는 내년에 올스타전에서 뛰게 될 거야.”
“내년에요? 정말이요? 그럼 그때는 저 아빠 손 잡고 입장할 수 있는 건가요?”
“당연하지.”
그렇게 엘리야를 달래 안으로 들여보내고 다시 2라운드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풀고 있던 마이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젠장, 네 제안을 거절했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어. 아이가 저렇게 좋아하다니.”
“내년에는 올스타전 본무대에도 나가야죠.”
“올스타전? 내년? 내가? 글쎄… 그러고야 싶지만… 가능할까?”
냉정하게 판단해서 내년 시즌 마이크 워렌이 올스타급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은 크게 잡아봐야 절반.
그리고 그런 성적을 거둔다 해도 선수단 투표나 사무국 추천을 받을 수 있을지는 또 별도의 문제.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다가 일어나서도 곧바로 너클볼을 던질 수 있게 된다면?”
“뭐?”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너클볼을 던질 수 있게 된다면 가능하다는 뜻이에요.”
“젠장, 내가 멍청한 질문을 했군. 네 말이 맞아. 이 너클볼만 내 걸로 만들 수 있다면… 그러면 뭐든 해낼 수 있겠지.”
“그보다 우리 기록 한번 세워볼까요?”
“기록? 흐흐, 그래 볼까?”
따아아아아악!
그로부터 약 한 시간 후 나는 딸아이를 목마 태운 마이크 워렌과 함께 홈런더비 시상대에 올랐다.
처음에는 거길 왜 함께 오르냐고 거절하던 마이크는 내가 엘리야를 번쩍 안아 들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뒤를 따랐다.
“한수혁 선수, 축하합니다. 3라운드 최종전에서 51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역대 홈런더비 최고 기록을 경신했는데요.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글쎄요, 오늘 신기록은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마이크가 던져준 공이 너무 좋아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에스코트 키즈를 맡기로 한 여기 엘리야 양의 응원도 큰 도움이 됐고요.”
“오, 좋아요. 그럼 내일 열릴 올스타전 본무대도 기대해도 되겠죠?”
“물론이죠. 올스타전은 말 그대로 야구팬들을 위한 축제이니까요. 모두들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2030년의 축제를 말이죠.”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