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293)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92화(293/412)
#292. 미래를 위한 투자
“결국 발표만 남은 모양이군, 젠장, 시장이 미쳐 돌아가는 거 같아.”
“동감합니다, 보스.”
트레이드 마감 기한 전 어떻게라도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려는 각 구단 프런트들의 머리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시애틀 단장실에 사장과 단장,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올 시즌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애틀은 새로운 구단주 그룹의 지원 아래 팀 전력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다.
말린스로부터 3인방을 받아온 데 이어, 얼마 전에는 유망주 둘과 500만 달러를 내주고 확실한 선발자원인 하야시 렌타로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아직 전력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 전해져왔다.
지난 2009년을 끝으로 벌써 21년째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뉴욕 양키스가 대대적인 선수 보강에 나선다는 소식이었다.
거기까지야 그닥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정말 놀라운 건 영입 대상으로 거론된 이름이었다.
템파베이 레이스의 기둥이자 장차 타이 존슨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 받았던 차세대 슈퍼스타 제임스 테일러.
한수혁과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올스타급 3루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제임스 테일러라, 제임스 테일러, 허허, 사치세 따위는 겁나지 않는다 이거군.”
“솔직히 양키스 입장에서 21년이면 많이 참긴 했죠. 예전을 생각하면 말이죠.”
맞는 말이었다.
한때 비싼 선수들을 모조리 끌어 모아 팀을 우승시켰던, 그래서 악의 제국이라 불렸던 전적을 감안하면 지난 21년간 많이도 참았다.
세계 최고 명문 구단이라는 자부심, 엄청난 시장 가치, 팬들의 절대적인 지원.
그런 모든 조건을 갖춘 그들은 올해를 우승의 적기로 생각한 모양이다.
기존 주전 3루수에 유망주 둘, 그걸로도 모자라 적지 않은 현금까지 얹어 제임스 테일러를 데려오려는 걸 보면 말이다.
문제는 양키스만이 아니었다.
디비전 시리즈 직행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아메리칸 리그 전체 승률 2위라는 목표,
거기까지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시카고 화이트삭스 역시 대형 빅딜 2건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했다.
페이롤 면에서 세 팀 중 가장 약자의 입장인 시애틀로서는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좋아, 다른 팀은 그렇다 치고, 다니엘,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야겠지.”
“당연한 말씀입니다, 보스.”
“결론만 얘기하지. 자네가 올린 300만 달러 추가 예산 건, 승인 났어.”
“오…….”
“젠장, 자넨 그냥 순수하게 기뻐만 하는군. 하야시를 데려올 때 예산까지 합하면 이번 여름에만 거의 천만 달러가 추가로 들어가는 건데.”
“우승 하려면 이 정도는 써줘야죠.”
“그건 맞아. 문제는 이렇게 돈을 쓰고 우승에 실패하면?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될 거야.”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책임은 같이 져야지. 어쨌든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구단 경영권 지분 정리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될 거야. 이 추세대로라면 소액 주주들은 전부 빠져나가게 될 것 같아.”
“결국 골드만삭스와 로펠스, 닌텐도, 이렇게 3개 그룹만 남게 될까요?”
“내 생각에는 이 기회에 닌텐도도 다 털고 나갈 공산이 커.”
“음.”
“그런데 웃긴 건 로펠스 쪽에서 의결권을 골드만삭스 투자그룹에 넘겼다는 거야. 그렇다는 얘기는…….”
“1인 독재 체계가 구축되겠군요. 양키스처럼 말이죠.”
“맞아, 그러니 같이 빌자고. 골드만삭스 뒤에 숨은 투자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멍청이나 구두쇠는 아니길 말이야.”
골드만삭스 뒤에 숨은 메인 투자자, 이제 곧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의 최대 주주가 될 한수혁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단장의 입에서 오늘의 본론이 튀어 나왔다.
“어쨌든 예산 승인이 났으니 보고 드린 트레이드, 진행하겠습니다.”
“음, 좋아. 한번 해보자고. 이젠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어. 어떻게든 우승을 해야 한다는 뜻이야. 내 말 이해했지?”
* * *
“여기까지 국내 프로야구 소식 전해드렸고요. 이제부터는 한수혁 선수와 류한결 선수, 그리고 이찬호 선수가 뛰고 있는 메이저리그, 그중에서도 아메리칸 리그 관련 소식을 묶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현장 연결해 보겠습니다. 박철민 아나운서?”
“네, 미국 현지에 나와 있는 아나운서 박철민입니다.”
“시청자분들을 위해서 오늘 있었던 시애틀 경기 소식부터 시작해서 최근 아메리칸 리그 주요 소식 전해주시죠.”
“물론입니다. 일단 방금 전 끝난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는 시애틀이 3 대 1, 두 점 차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은 연승을 달렸습니다.”
“오늘은 한수혁 선수의 등판 경기였죠? 투구 결과는 어땠나요?”
“7과 2/3이닝 1실점으로 아주 잘 던졌습니다. 중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조금 더 던져도 되는 상황이었는데요. 벤자민 감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수를 교체해줬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타석에서는 어땠나요?”
“투수들의 견제 때문에 기다리던 49호 홈런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볼넷 1개, 안타 1개, 1타점을 기록했고요. 9회 초 조쉬 올리버 선수의 결승타 때 홈으로 들어오며 결승득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아메리칸 리그에서 대형 트레이드 관련 소식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제임스 테일러의 양키스 이적설입니다.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네, 다들 아시다시피 템파베이는 사실상 이번 시즌을 포기하고 리빌딩을 선언한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곧 FA 자격을 취득하게 되는 3루수 제임스 테일러의 거취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현지에서는 조만간 제임스 테일러 선수를 중심으로 한 양키스와 템파베이 간의 트레이드 소식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휴우, 뉴욕 양키스의 유일한 약점이라 불렸던 포지션이 3루인 걸 감안하면… 제임스 테일러까지 합류하면 정말 완전체가 되겠군요?”
“맞습니다. 지난 스토브리그 당시 양키스에서 한수혁 선수의 영입에 공을 들인 이유도 3루 자리를 채우기 위한 것이었거든요. 예상대로 제임스 테일러가 양키스로 이적하게 되면 또 한 번 악의 제국이 완성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알겠습니다. 양키스와 리그 챔피언십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될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도 트레이드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죠?”
“네, 일단 화이트삭스에서는 신시내티의 일본인 유격수 하마노리 아키사키, 아, 죄송합니다. 고동식 위원님 때문에 버릇이 돼서, 정정하겠습니다. 하마사키 아키노리의 영입을 추진 중이고요. 시애틀에서는 템파베이의 1루 자원인 라파엘 오수나를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양한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수혁 선수 중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동식 위원님에게도 안부 전해주시고요.”
“안 그래도 지금 옆에서, 흐흐, 감사합니다. 이상 미국 현지에서 박철민이었습니다.”
* * *
[I hate to lose. Hate, hate, hate to lose.]나는 지는 게 싫다. 정말 죽도록 싫다.
[Winning is the most important thing in my life, after breathing. Breathing first, winning next.]내게 승리는 숨 쉬는 것 다음으로 중요하다. 숨 쉬고 있다면 승리해야 한다.
1973년,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국 중 하나인 CBS로부터 양키스를 인수해 사망하기 직전인 2009년까지 구단주를 역임했던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남긴 말이다.
그가 남긴 말처럼 이기기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과 괴팍한 성격으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기업인.
사실 난 이 양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뭐랄까, 세상 모든 일을 자기 뜻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 독단적인 성격이 눈에 거슬린다고 해야 할까.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내가 양키스의 제안을 거들떠도 안 본 건 일정 부분 그 양반의 탓이기도 하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이지만 그가 남긴 경영 철학들이 고스란히 남아 양키스를 숨 막히는 꼰대 구단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머리 스타일이나 수염을 규제하고, 작은 사생활 하나하나에 모두 관여를 하는 뭐 그런.
그럼에도 내가 그 사람의 생각에 딱 하나 동의하는 건 바로 이것이다.
나는 지는 게 싫다. 정말, 세상 그 무엇보다 싫다.
민태현 씨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말 정도가 되면 시애틀 매리너스의 최대 주주는 내가 될 것이라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뭔가 책임감 같은 게 솟구쳐 올라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지난번에 500만 달러, 이번에는 300만 달러라고요? 흠, 그냥 쓰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차입금으로 처리한 다음에…….’
‘어차피 못 알아들어요.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
저 미친 양키스 놈들처럼 돈을 막 써대지는 못해도, 그래도 이기기 위한 투자 정도는 해줘야지.
얼마 안 되는 지분을 움켜쥐고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몇몇 놈들을 무시하고, 그냥 내 개인 돈으로 투자를 진행해버렸다.
800만 달러면 워리어스 구단의 1년 운영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큰돈이다.
그런 큰돈을 투수 하나와 타자 하나 영입하는 데 쓴다는 게 조금 속 쓰리긴 하지만,
됐다.
그렇게 해서 우승하면 더 큰 대가로 돌아오겠지.
이로써 꼭 우승을 해야 할 이유가 하나 추가되었다.
어쨌든,
말린스와의 3차전을 앞둔 시애틀 라커룸에 새로운 동료가 찾아왔다.
오늘 아침 템파베이에서 바로 짐을 꾸려 날아온 라파엘 오수나가 그 주인공이다.
“오! 이곳이 바로 매리너스의 라커룸! 좋아, 월드시리즈 정상을 노리는, 강렬한 승리의 냄새가 가득하군.”
“아무리 맡아봐야 땀 냄새밖에 안 날 텐데.”
“하하, 아니야. 친구. 내게는 느껴진다고 이 뜨거운 열정의 냄새가.”
아까부터 자꾸 무슨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다른 팀에 비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선수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적은 시애틀.
그래서일까, 오늘 팀에 합류한 이놈이 자꾸 날 졸졸 쫓아다닌다. 스페인어를 잘 안 써서 그런지 머리에 떠오르는 건 욕밖에 없는데.
제임스 테일러의 양키스 이적이 거의 기정사실화된 상황,
우리 역시 손 놓고 그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현재 팀에서 가장 전력이 취약한 곳은 누가 뭐래도 중간계투진.
하지만 함부로 손대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다 보니 프런트에서는 아예 선발진을 강화해 선발 야구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뭐, 하야시의 영입으로 댈빈 슈워츠까지 중계진으로 이동하게 되었으니 계투진 역시 조금이나마 강화가 되었고 말이다.
어쨌든 다음으로 부족한 부분이 바로 2루와 유격수 포지션이었다.
다른 팀 주전들에 비해 너무나 허약한 키스톤 콤비의 공격력.
가장 바람직한 건 공수주를 갖춘 2루, 혹은 유격수를 데려오는 거겠지만…….
비싸다. 양키스와는 시장 규모에서 너무 차이가 나는 시애틀에서 그런 선수를 데려오려면 정말 기둥뿌리라도 뽑아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내려진 대안이 바로 저거다.
쓸 만한 신인 하나와 3백만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데려온 라파엘 오수나는 본래 템파베이의 주전 1루수를 맡았던 오른손 타자다.
적당한 컨택, 그리고 수준급의 장타력을 갖춘.
A급 2루수나 유격수 영입이 힘들다 판단한 다니엘 단장은 기존 내야 자원들을 플래툰으로 돌리며, 그 사이사이 대타 요원으로 활용할 선수를 찾았고, 라파엘 오수나가 그 적임자로 낙점되었다.
앞으로 그는 팀의 오른손 전문 대타 겸 타이 존슨의 부재 시 주전 1루수로 활약하게 될 것이다.
“오! 네가 토니! 좋아, 여기도 고향 친구가 있었군.”
“음, 반가워.”
“좋아, 오늘 경기 끝나고 한 잔 할까? 내가 좋은 곳을 찾아보도록 하지.”
다만… 기존 우리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남미 특유의 활발한 성격이 어떻게 작용할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뭐, 알아서 잘하겠지.
저래 봬도 회귀 전 템파베이를 홀로 이끈 중심타자였으니까.
이렇게 미래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좋은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왜 민태현 씨는 내가 투자 얘기만 꺼내면 질겁을 하고 말리는 걸까.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