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294)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93화(294/412)
#293. 내 돈이 들어갔으니
“오늘은 되도록 타구를 좌측으로 유도해야겠군.”
“흠, 너클볼로 그런 게 가능하면 아마 사이 영 상은 당신 것이 되겠군요.”
“흐흐, 좋아. 한번 시도해 보도록 하지.”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후 벤자민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을 또 한 번 조정했다.
라이언과 내가 연달아 등판한 후 너클볼 투수인 마이크가 마운드에 올라 타자들을 현혹한다.
그리고 그 뒤 왼손 파워피처인 하야시 렌타로와 라이언 티보우의 마이너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오른손 투수 디몬 앤더슨 주니어가 4, 5선발로 나서게 된다.
선발진의 무게만 놓고 보면 리그 전체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전력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까지 선발이었던 댈빈 슈워츠와 제이크 하워드, 조나 버로우 등이 계투진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쪽 사정도 조금이나마 나아질 게 확실하다.
어쨌든 오늘 우리는 마이크 워렌을 내세워 말린스전 스윕을 노리는 중이다.
“오… 이적하자마자 선발 출장인가? 좋아, 내 실력을 보여주지.”
“라파엘, 거기는 화장실이고 라커룸은 이쪽이야.”
“흠, 알아. 그냥 장난 한번 쳐본 거야. 우리 고향에서는 이런 장난이 꽤 먹히거든.”
1, 2차전에서 연승을 거둬서 그런지 벤자민 감독은 오늘 선발 라인업에 약간의 여유를 두었다.
1번 중견수 데릭 플레밍
2번 좌익수 한수혁
3번 우익수 척 클락
4번 지명타자 안토니오 가르시아
5번 1루수 라파엘 오수나
6번 포수 브루스 매튜스
7번 3루수 리암 랜드먼
8번 2루수 로니 몬타릭
9번 유격수 조쉬 올리버
선발투수 마이크 워렌
내가 좌익수로 들어가면서 짐 브라운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체력 때문에 출장 경기수를 조절해 줘야 할 타이 존슨을 대신해 새로 입단한 라파엘 오수나가 1루에 서게 되었다.
그렇게 약해진 공격력을 보충하기 위해 2루에는 수비가 강한 조나단 대신 로니 몬타릭이 선택되었다.
최근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는 경우가 잦아진 조나단 오웬스의 표정이 상당히 어둡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안 됐단 생각이 들지만,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공격력에 강점이 있는 리암이나 로니가 주전으로 서고, 조나단이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하는 대수비 요원을 맡는 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물론 최종 선택은 감독의 몫이지만.
어쨌든 오늘은 내 뒤에 타이가 없다.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
* * *
“이봐, 친구. 마이애미는 마음에 들어? 시애틀보다는 훨씬 따뜻하지? 휴식일이라도 있었으면 내가 좋은 곳으로 안내했을 텐데 아쉽군.”
“상대 팀 선수하고 나눌 이야기는 아닌 거 같은데.”
“그건 맞아. 젠장, 사실 난 네 팬이거든. 어쨌든 좋아. 일단 경기부터 하자고.”
말만 섞어도 전투력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포수를 뒤로하고 투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1회초 시애틀의 공격, 선두타자 데릭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가운데 내 차례가 돌아왔다.
원아웃에 주자 없는 상황,
사실 이 상황이면 어떤 공이 들어올지 불 보듯 뻔했다.
파앙
“볼.”
파앙
“볼.”
파앙
“볼.”
“파앙
“베이스 온 볼스.”
건드려볼 엄두도 안 나는, 스트라이크 존을 한참 벗어난 볼 네 개가 연속으로 날아들었다.
“음, 이럴 거면 차라리 자동고의사구를 쓰지 그래?”
“좋은 생각이야. 내가 감독에게 말해보지.”
됐다.
자꾸 말을 섞어봐야 나만 손해 보는 기분이다.
야구나 하자.
[3번 타자 라이트필더 척 클락]원 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타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상황은 병살타를 때리는 거다.
하지만 다행인 건 척 클락이라는 타자는 어떤 상황이냐에 거의 구애를 받지 않는, 언제든 자신의 타격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거다.
따아악!
“아웃!”
“아웃!”
물론 그런 매커니즘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
초구를 때려 깔끔한 병살타.
1루에서 보고 있자니 말린스 투수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 보인다.
오늘 경기, 쉽지 않을 것 같다.
* * *
너클볼 투수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너클볼 하나로 300승 3,000 탈삼진을 기록하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필 니크로가 전형적인 너클볼러라면 R.A. 디키처럼 그럭저럭 괜찮은 포심과 너클볼을 섞어 던지는 선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오늘 선발인 마이크 워렌은 전자에 가까운 투수다.
그가 포심을 던지는 경우는 딱 두 가지다.
루상에 주자가 있어 견제가 필요할 때, 그리고 스트라이크 존을 한참 벗어나는 유인구가 필요할 때,
그때를 제외하면 마이크가 던지는 공은 70마일 내외의 너클볼이 전부다.
마이크는 그 느린 공 하나로 월드시리즈에 도전하는 팀의 3선발 자리를 꿰찬 것이다.
“플레이!”
나 역시 너클볼을 던질 줄 아는 입장에서 보면 좋은 너클볼러가 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거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너클볼러에게 이게 정말 중요한 게 모든 투수는 기본적으로 손끝으로 공을 강하게 잡아채 회전을 주는 데 익숙하기에 그 반대 개념의 너클볼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마이크 워렌은 그런 너클볼러의 삶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듯하다.
전반기에 거둔 7승, 평균자책점 4.12라는 성적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단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건너뛰지 않고 매 등판마다 7이닝 이상을 던지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까.
저런 투수를 헐값에 팔아치운 다저스 프런트에게 애도를.
슈웅
파앙
“스트라이크!”
파란 외야 잔디 위에 서서 내 회귀 전 스승 중 하나였던 사람의 뒷모습을 보니 묘한 감회가 든다.
모든 것을 잃어가던, 그래서 마지막 시도로 너클볼을 배우려 했던 나는 이렇게 회귀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지난 삶, 내게 도움을 줬던 사람은 이제 막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언젠가, 마이크가 받아들일 준비가 끝났다고 판단되면 나는 그에게 두 가지 속도의 너클볼을 구사하는 방법을 알려줄 생각이다.
지난 삶에서 그에게 받았던 것, 그것을 원주인에게 돌려줄 것이다.
슈웅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젠장! 똑바로 해! 왜 저런 똥볼을 못 치는 건데?”
“저리 비켜! 차라리 내가 타석에 들어서는 게 낫겠군!”
“빌어먹을 멍청이들! 그냥 파산해버려!”
한복판으로 들어온 69마일 너클볼에 말린스의 1번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제대로 된 너클볼을 때리기 힘든 또 하나의 이유는 그 변화가 언제 시작될지 모른다는 데 있다.
투수가 던진 공이 변화를 일으키는, 그러니까 타자가 그 공의 구종을 분간할 수 있기 전까지의 구간을 피치 터널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투수가 던진 모든 공은 그 피치 터널을 지나고 나서야 변화를 일으킨다고 보면 된다. 아래로, 옆으로, 혹은 역방향으로.
그런데 너클볼의 경우 이 피치 터널 구간이 제멋대로다.
어떨 때는 투수의 손을 벗어나자마자 변화를 일으켰다가 얌전히 존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떨 때는 스트라이크 존 바로 앞까지 와서야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회전을 최소화한 공이 타자에게 날아가는 동안 주변에 발생하는 난류에 따라 제멋대로 움직이기에 그런 것이다.
슈웅
부웅
“스윙!”
배팅은 타이밍이다.
똑같은 구속이라 해도 변화를 일으키는 시점이 달라 타자 입장에서는 배트를 내는 타이밍이 헛갈릴 수밖에 없고, 여기에 그 변화마저 아래로, 옆으로, 혹은 위로,
제멋대로 움직이는 공에 타이밍을 맞추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투수가 인위적으로 구속에 변화를 더해줄 수 있다면?
슈웅
부웅
“스윙! 아웃!”
너클볼에 완성이라는 게 있다면 아마 그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마이크의 손이 너클볼에 완전히 익숙해질 때가 되면 나는 그것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너클볼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생각이다.
언젠가, 그것이 다시 필요한 순간이 올 때까지.
슈웅
부웅
“스윙! 아웃!”
* * *
따아악!
“졌어! 젠장! 오늘도 질 거라고!”
“이 팀이 마지막으로 이긴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개자식들아!”
2회 초 시애틀의 공격, 선두타자 토니의 2루타가 터지며 무사 주자 2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팀이 무너지는 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말린스 관중들이 그라운드 안으로 쓰레기를 집어던지는 통에 잠시 경기가 중단되었다.
나도 안다. 저 마음이 뭔지.
내가 인수하기 전 워리어스 구단이 딱 저 꼴이었으니까.
그나마 KBO 팀들의 경우 모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기에, 모기업이 무너지지 않는 한 파산할 일은 없지만 이곳은 메이저리그다.
심할 경우 구단이 흑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구단주의 개인 부채 때문에 구단이 파산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린스 팬들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날들일 것이다.
“플레이!”
어쨌든 그건 저쪽 사정이고, 우리는 가을야구를 위해 1승이 필요한 상황이다.
템파베이에서 이적해온 라파엘 오수나가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조쉬 올리버와 조나단 오웬스 리암 랜드먼, 로니 몬타릭까지,
약간의 차별점이 있긴 하지만 종합 능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이 고만고만한 2루와 유격수 자원들.
다니엘 단장이 라파엘을 데려온 건 저 고만고만한 내야 자원들을 플래툰으로 활용할 때 그 사이사이 대타로서 중간다리 역할을 기대해서라고 본다.
오늘처럼 타이 존슨의 휴식이 필요할 때 백업 1루수로도 활용할 수 있고 말이다.
템파베이의 주전 1루수였던 선수를 그런 용도로 활용하는 게 조금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본래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팀은 그 정도 사치는 부려도 되는 거다.
양키스 놈들처럼 다른 팀 1선발을 데려다 중간계투로 쓰는 것도 아니니 뭐.
슈웅
따악!
“파울!”
다니엘 단장이 저 라파엘 오수나를 데려온다고 했을 때 내가 개인 돈까지 털어 300만 달러의 추가 예산을 승인해준 건 저 선수의 미래에 대해 약간이나마 확신이 있어서다.
회귀 전 템파베이의 주전 1루수로서 타율 0.250에 15개 정도의 홈런을 때려냈던 선수.
낙천적인 성격 탓에 주전에서 밀려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는 멘탈까지 갖춘, 백업 멤버로만 보면 S급이라 봐야 할 선수이다.
슈웅
파앙
“볼.”
어쨌든 템파베이와 말린스 같은 팀들이 본격적인 셀링에 들어가고 양키스를 비롯해 가을야구를 노리는 팀들이 그 선수들을 사들이며 리그 전체에 걸쳐 상당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건 눈앞의 1승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다.
방심하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모두 챙긴다는 자세로 게임에 임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팀 분위기를 해치는 녀석이 없어 그냥 두고 보고 있지만, 만에 하나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이유로 나태하게 굴거나 다른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놈이 나타나면,
나는 구단주의 권한으로 그놈을 마이너에 처박거나 곧바로 다른 팀으로 보내버릴 거다.
내가 이번 여름 80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해서 이러는 건 절대 아니다.
그냥,
음…….
슈웅
따악!
“좋아!”
“잘했어! 라파엘!”
안타는 되지 못했지만 1루수가 몸을 날려 겨우 잡아낸 깊은 땅볼,
2루에 있던 토니가 가볍게 3루까지 진출했고, 이어진 브루스 매튜스의 희생 플라이 때 홈으로 들어오며 선취점을 얻어냈다.
좋다. 오늘도 상쾌한 출발이다.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