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299)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98화(299/412)
#298. 좋은 투수의 조건
[1회말 터진 한수혁과 야마모토 겐이치 간의 벤치 클리어링, 퇴장당한 양팀의 주포, 결국 승부는 12회 연장 끝에 시애틀 매리너스의 8 대 7 승리로 끝나] [12회 초 결승 홈런 날린 타이 존슨 “한수혁이 빠진 만큼 두 배의 몫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우리는 승리했고 멋진 경기였다.”] [이적 후 첫 선발등판에서 9이닝 4실점을 기록한 하야시 렌타로 “오늘 한수혁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싸우다 퇴장 당했다. 그의 퇴장이 헛되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던졌다.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상관없다. 나는 오늘 진정한 동료를 얻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4연승 내달린 시애틀 매리너스, 지구 2위 오클랜드와 승차 벌리며 1위 질주, 시애틀 다니엘 단장 “하야시를 영입한 건 좋은 선택이었다. 그는 앞으로 네 번째 선발투수로서 이 팀의 우승에 기여하게 될 것.”] [경기가 끝난 후 방송국으로 날아든 익명의 제보, 야마모토 겐이치가 일본 요미우리 시절부터 하야시를 비롯 여러 선수들을 괴롭히고 금품을 갈취했다?] [오늘 상황을 지켜본 심판들 “야마모토가 안타를 친 후 하야시를 도발했고, 그것이 한수혁과 야마모토 간의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가장 가까이서 상황을 목격한 3루심 데빈 스튜어트 “오늘 한수혁은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싸움을 키우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야마모토가 위협적인 욕설과 함께 발길질을 먼저 날렸다. 징계위원회에서도 이와 똑같이 증언했다.”] [먼저 발길질을 날렸다가 얻어맞은 야마모토 겐이치, 늑골 및 하악골 골절로 정규시즌 남은 경기 출전 어려울 듯] [메이저리그 사무국 “부상 여부와 상관없이 야마모토 겐이치에게 다섯 경기 출장정지, 사회봉사 20시간, 벌금 1만 달러, 한수혁 한 경기 출장정지, 벌금 5천 달러 부과한다.”] [애틀랜타 팬들 분노 “아무리 그래도 얻어맞고 병원에 입원한 선수가 다섯 경기인데 때린 선수는 한 경기라고?”] [흥분한 시애틀 팬들 “그 쓰레기가 한수혁을 위협했다고? 얻어맞고 입원한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할 거다. 안 그랬으면 경기장에서 내 샷건을 맞았을지도 모를 테니까.”] [추가 입장 발표한 메이저리그 사무국 “이번 사태는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부터 시작된 야마모토의 범죄에 가까운 가혹행위에서 비롯된 것. 한수혁은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나섰으며, 심지어 물리적 충동을 피하기 위해 몇 차례나 참은 것이 심판들에 의해 확인되었다. 앞으로도 사무국은 모든 벤치클리어링 상황에 대해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합리적인 처벌을 내릴 것”]틱
“아직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계속 뉴스 보시지 않고 왜 끄셨나요, 도련님?”
“볼 만큼 봤어. 그나저나 저 야마모토인지 세끼모또인지가 한 말이 뭐야? 수혁이 형을 협박했다고?”
“별 거 아닙니다. 그놈이 일본 내 야쿠자 쪽에 선이 닿은 모양인데 그걸 믿고 함부로 지껄였던 거 같습니다.”
“조.”
“네, 도련님.”
“내가 뭘 생각하는지 알지?”
“물론입니다. 일본 정부를 통해 그 야쿠자 조직이라는 거 바로 해체시켜 버리겠습니다.”
“좋아, 수혁이 형은 아무 걱정 없이 항상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게 바로 내가 바라는 거야.”
* * *
애틀랜타와의 2차전을 앞둔 원정팀 감독실,
벤자민 감독이 한수혁과 마주 앉았다.
“이봐, 챔피언. 난 어제 자네의 행동을 존중해. 동료가 위협을 당할 때 앞으로 나서는 건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지. 난 그저 자네가 다치지 않을까, 그게 걱정일 뿐이야.”
“항상 조심하겠습니다, 감독님.”
“좋아, 항소를 해서 오늘 경기를 뛰게 할까 고민했지만 그만두기로 했어. 안 그래도 자네에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거든. 오늘은 이만 호텔로 돌아가. 괜히 경기를 보겠다고 관중석에서 어슬렁거리다 애틀랜타 팬까지 두들겨 패지 말고.”
“음, 저에 대한 오해가 깊으신 듯하군요.”
그렇게 한수혁을 돌려보낸 벤자민 감독이 고심 끝에 애틀랜타 2차전 선발 라인업을 확정했다.
1번 지명타자 안토니오 가르시아
2번 3루수 리암 랜드먼
3번 우익수 척 클락
4번 좌익수 짐 브라운
5번 1루수 라파엘 오수나
6번 유격수 조쉬 올리버
7번 포수 레너드 존스
8번 2루수 조나단 오웬스
9번 중견수 카일 섀너한
선발투수 디몬 앤더슨 주니어
사실 어제 경기는 시애틀에게 뜻하지 않은 보너스와도 같았다.
4선발 하야시와 상대 1선발 미겔 나바로의 맞대결.
그런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으니, 기왕 한수혁이 출장정기까지 당하게 된 거, 2차전에서는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을 벤치에 앉히기로 한 것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는 어제 시애틀이 1승을 거두는 동안 리그 라이벌인 오클랜드와 뉴욕, 시카고가 모두 패배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어쨌든 오늘은 힘을 빼고 경기를 할 필요가 있다.
상대 선발이 제2의 톰 글래빈이라 불리는 2선발 윌리 게이라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
“좋아, 오늘은 그동안 휴식을 취했던 녀석들이 분발해야 할 거다. 나에게 보여줘. 너희들이 주전을 차지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걸 말이야.”
그 말을 남긴 벤자민이 라커룸 벽에 라인업을 붙여놓고 감독실로 돌아갔다.
선발에 포함된 백업 선수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체력 문제로 휴식을 취하게 된 선수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떠올랐다.
그렇게 한수혁을 비롯 주축 멤버들이 빠진 시애틀은 애틀랜타의 2선발 윌리 게이를 상대로 분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9회초까지 이어진 4 대 4 팽팽한 접전,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한 8번 조나단 오웬스가 안타를 치고 나갔고, 대타로 나선 타이 존슨이 적시 2루타를 날리며 5 대 4로 앞서 갔지만…….
따아악!
“퍼킹! 그래! 이거지!”
“좋아! 오늘은 티켓값을 했어!”
“빌어먹을 시애틀 놈들! 맛이 어때?”
9회 말 애틀랜타의 베테랑 안드레 쿠냐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며 한 점 차 석패.
결국 1승 1패로 두 팀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3차전이 열리게 되었다.
양팀의 선발 투수는 올 시즌 105마일의 강속구를 던지며 현역 선수 중 한수혁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구속을 보유하게 된 애틀랜타의 3선발 제이 워드, 그리고 시애틀의 에이스 라이언 티보우였다.
* * *
“제이가 저놈들을 박살 내줄 거야.”
“맞아. 저 친구의 포심은 정말 끝내주지. 머지않아 107마일을 던져서 최고 구속을 경신해줄 거라고.”
“난 사실 제이, 저 친구가 에이스를 맡아야 한다고 봐. 역시 에이스의 상징은 불같은 강속구 아니겠어?”
“백프로 공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일리는 있어. 젠장, 어쨌든 우리 팀의 1, 2, 3선발은 정말 끝내준다고.”
“이봐! 제이! 시애틀 놈들을 눌러버려! 숨도 못 쉬게 만들어버리라고!”
원정팀 시애틀 매리너스와 홈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간의 시즌 3차전 경기.
1회초 애틀랜타의 마운드에 홈팀의 선발투수가 올라왔다.
올 시즌 11승에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하고 있는 애틀랜타의 3선발 제이 워드.
애틀랜타 팬들 사이에서 존 스몰츠의 재림이라 불리고 있는 그는 지난 5월 미네소타와의 경기에서 105마일을 던지며 내 뒤를 이어 현역 선수 중 두 번째로 빠른 공을 던진 투수로 기록된 바 있다.
제이 워드,
물론 좋은 투수이고, 나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상당히 빠른 공을 가진 투수이다.
하지만 난 저 녀석이 존 스몰츠의 재림이라 불리는 것에 조금도 동의할 수 없다.
그와 제이 워드 사이의 공통점이라고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는 것뿐이다.
존 스몰츠는 그 빠른 공 말고도 여러 가지 무기를 갖춘 진짜 중의 진짜였다.
최고 90마일에 달하는 슬라이더와 리그 최상급으로 평가받던 스플리터?
물론 그것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그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였다.
부상을 당해 빠른 볼을 던지기 힘들어지자 사이드암으로 변신해 너클볼을 던지기도 했고, 긴 이닝을 소화하기 힘들어졌을 때는 마무리 투수로 변신해 팀의 뒷문을 담당하기도 했다.
잦은 부상 탓에 선발투수로서의 평가는 팀 동료인 그렉 매덕스나 톰 글레빈에 밀렸지만, 그는 강인한 근성으로 역대 두 번째 20승 시즌과 50 세이브 시즌을 모두 달성한 선수이자 3천 탈삼진의 주인으로 역사에 남았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포스트시즌 통산 209이닝 15승 4패, 평균자책점 2.67이라는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큰 무대에서 더욱 강한, 대표적인 빅게임 피처였다.
어깨 부상으로 신음하던 시절, 나는 존 스몰츠의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재기에 대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존경하는 투수 중 하나이다.
그런데 제이 워드 저놈이 그 존 스몰츠와 비견되는 투수라고?
글쎄, 애틀랜타 팬들은 그렇게 믿고 싶은 모양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턱도 없는 이야기다.
“플레이!”
주심의 경기 개시 사인과 함께 1회초 시애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1번 중견수 데릭 플레밍
2번 3루수 한수혁
3번 1루수 타이 존슨
4번 우익수 척 클락
5번 좌익수 짐 브라운
6번 지명타자 라파엘 오수나
7번 포수 브루스 매튜스
8번 2루수 리암 랜드먼
9번 유격수 조나단 오웬스
선발 투수 라이언 티보우
지명타자와 유격수를 제외하면 주전 멤버 모두가 라인업에 포함되었다.
한 가지 의외인 건 올 시즌 나와 타이를 제외하면 팀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친 토니 대신 라파엘이 선발 지명타자로 출전했다는 건데, 녀석이 지난 시즌까지 저 제이 워드를 상대로 4타수 4안타를 때려냈다는 걸 듣고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맞다. 저놈 원래 빠른 공 대처에 강점이 있는 놈이었지.
슈웅
파앙
“스트라이크!”
“와우! 시작부터 104마일이라고?”
“넌 최고야! 제이! 좀 더 빨리! 더 빠르게!”
“시애틀 놈들, 얼어서 꼼짝도 못 하는군!”
데릭을 향해 던진 초구가 104마일이 나오자 애틀랜타의 홈구장인 트루이스트 파크가 관중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확실히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는 건 투수로서 엄청난 메리트임에는 분명하다.
물론 투심과 포심을 헛갈리게 하기 위해 일부러 포심의 속도를 낮춰 던졌다는 그렉 매덕스 같은 미친 양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빠른 공을 던지고 싶은 건 모든 투수들이 갖고 있는 욕망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회귀 전에도, 그리고 회귀 후에도 170㎞/h를 던지는 데 상당히 집착했었으니까.
하지만 170을 넘어 172㎞/h를 던질 수 있게 되고 나니, 조금은 구속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된 기분이다.
어쩌면,
나는 투수로서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파앙
“볼.”
어제는 감독의 명령대로 아무 생각 없이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나와 마찬가지로 휴식을 명받은 하야시가 방으로 찾아왔다.
똑똑
‘한, 들어가도 될까?’
‘들어오라고 문까지 열어줬는데 뭘 그렇게 망설여? 들어와.’
‘고마워, 제길, 아니, 미안해.’
‘뭐가?’
‘나를 보호해줘서 고맙고, 나 때문에 출장정지를 당해서 미안하고.’
‘흠.’
‘나도 알아. 얼마 후면 서른이 다 되어가는 사내 놈이 예전 기억 때문에 움츠러드는 게 얼마나 모자란 짓인지. 그냥 난… 음, 어쨌든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노력할 거야. 그 자식이 무슨 소리를 하든 어차피 진짜 저지를 용기는 없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그놈이 일본 무슨 야쿠자랑 연관이 되어 있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나야 그 기사를 보고도 별 생각이 없지만 일본에 가족이 있는, 그리고 언젠가는 그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하야시 입장에서는 그런 협박이 유효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미 끝난 일이다.
그놈의 박살 난 턱뼈가 붙으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것이고, 애틀랜타와 우리가 나란히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않는 한 올 시즌에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이다.
흠, 만에 하나 월드시리즈에서 다시 만났는데 또 헛소리를 지껄이면?
이번에는 아예 입을 벙끗 못 하게 이빨을 몽땅 다…….
그만두자.
나는 평화를 사랑하는 비폭력주의자이니까.
어쨌든, 하야시와 나는 약 30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그냥 그동안 야구를 해온 이야기, 그리고 시애틀로 이적 후 느낀 점, 앞으로의 계획,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적 후 줄곧 선수단 주변을 겉돌던 하야시가 이제야 비로소 우리 팀원이 되었다는 거다.
슈웅
파앙
“스트라이크!”
몸 쪽으로 붙는 빠른 공을 데릭이 그대로 흘려보냈다.
초구에 이어 또 한 번 104마일을 던진 제이 워드의 표정에 자신감이 떠올랐다.
쯧,
저래서 애송이들은 안 되는 거다.
공만 빠르면 다 되는 줄 아는 핏덩어리 같으니.
슈웅
파앙
“볼.”
비슷한 코스로 들어온 103마일 포심이 이번에는 볼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기세등등하던 제이 워드의 표정에 당혹감이 서렸다.
내가 저 녀석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건 바로 저런 거다.
공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해서는 절대 좋은 투수가 될 수 없다.
지금 당장은 공 빠르기와 구위로 그럭저럭 먹고살고 있지만, 조금만 밸런스가 흐트러지거나 몸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무너질 것이다.
“베이스 온 볼스.”
한번 흔들린 제이 워드의 제구력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두 개의 볼이 연속으로 날아들었고, 이를 잘 참아낸 데릭이 1루로 출루했다.
“젠장, 괜찮아!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저놈을 잡아! 삼진, 아니, 병살로 잡아내라고!”
“널 믿어! 제이!”
첫 타자부터 제구력이 흔들리는 게 뻔히 보이건만 애틀랜타 팬들의 눈에 제이는 여전히 강력한 에이스로 보이는가 보다.
좋다.
그런 의미 없는 믿음을 깨는 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니까.
[2번 타자 서드베이스맨 한수혁]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