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2화(3/412)
#2. 젖과 꿀이 흐르는 땅
<매각 실패로 해체설까지 돌던 서울 워리어스, 아이코닉 파트너스가 전격 인수>
<에이전시에서 구단주로, 박성훈은 누구? 부상으로 프로의 꿈 좌절된 고교야구 유망주>
<9개 구단 체계로의 역행은 피해, 하지만 야구팬들은 갸우뚱>
﹂시바, 아이코닉 파트너스는 뭐야. 무슨 코인 회사 같은 거냐?
﹂스포츠 에이전시라잖아. 한수혁하고 하꼬 몇명 데리고 있는
﹂그런 데서 무슨 돈으로 야구단을 인수함? 안 그래도 거지 워리어스라고 불리는데 어케 하려고?
﹂돈은 좀 있나보던데, 그리고 어차피 더 내려갈 곳도 없음. 그냥 거지냐 개거지냐 그 정도 차이?
﹂하아, 돌아버리겠다. 내년 시즌에도 꼴찌 확정이구나
﹂생각하니 진짜 황당하네. 한때 왕조 얘기까지 나오던 팀이 이렇게 순식간에 망가지냐
﹂그게 다 지금 구단주 오고 나서임. 비싼 선수는 다 팔아치우고, 지한테 충성하는 애들한테는 말도 안 되는 FA계약 선물해주고, 씨바
﹂하기사 그 인간 오고 나서 이 모양 된 거지. 워리어스가 꼴찌로 쳐박히고 해체설까지 나올 걸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
﹂2022년부터 9981010··· 사실 이 정도면 매각이 아니라 해체가 맞지
평생 듣도 보도 못한, 고작 스포츠 에이전시를 전신으로 한 투자회사가 워리어스를 인수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여러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몇 차례의 매각 시도가 실패하고 반쯤 포기 상태이던 KBO와 야구 관계자들은 당연히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9개 구단체제로의 회귀야 말로 그들이 상상하는 가장 최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워리어스의 팬들이었다.
돈이 없어 스타 선수들을 타 팀에 다 뺏기고 급기야 오강그룹 첫째 아들이 구단주로 취임한 후에는 완전히 팀 전체가 아작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때 왕조를 논하던 시절의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제발 오강 그룹보다 더 능력 있는 회사가 워리어스를 인수해 정상화시키길 바랐던 팬들은 생전 처음 듣는 회사 같지도 않은 회사의 등장에 경기를 일으켰다.
아무리 그래도 평생 한 번도 못 들어본 듣보잡 회사로 매각되다니. 이제 정말 워리어스에 희망은 없는 걸까?
그런 팬들의 우려는 조금씩 현실화되는 듯했다.
구단 인수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팬들이 뒷목을 잡을 만한 소식이 추가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서울 워리어스, 고액 FA 황성민, 송기태, 한진우 등 모두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아>
<지난 몇 시즌 나란히 부진했던 FA 3인방, 하지만 그들이 떠날 경우 대안 없는 워리어스>
<주전 포수, 주전 유격수, 마무리 투수와 이별을 예고한 워리어스, 팬들 분노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결국 돈 되는 건 다 팔아먹는구나
﹂ㅋㅋㅋ 돈이 되긴 하나? 다 먹튀들이잖아
﹂주전 포수 황성민 올해 타율 0.191, 주전 유격수 송기태 0.212, 마무리 한진우 방어율 7.05··· 가슴이 웅장해진다···
﹂그래도 씨바, 쟤들마저 없으면 누가 저 자리 메울 건데?
﹂응, 2군에서 아무나 올려도 쟤들만큼은 할 걸
﹂그래도 정기호랑 조성오, 이만식은 안 팔려나보네
﹂걔들은 그래도 정치 질은 안 하니까··· 그냥 야구를 더럽게 못할 뿐
﹂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 세 명 다 워리어스 프랜차이즈인데
﹂프랜차이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송년회 때 회장 옆에 붙어서 아양 떨어 계약 따낸 거 세상이 다 아는데
﹂아, 그래서, 쟤들 다 내보내면 대체 어쩔 거냐고!
스포츠 관련 인터넷 게시판이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먹튀 중에 먹튀 취급을 받는 3인방이지만 스타급 선수들이 모두 팔려 나간 팀에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네임벨류 있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저 세 명마저 팀을 떠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데뷔 1, 2년차에 불과한 풋내기들과 다른 팀에서 공짜로 주어온 중고 신인들, 갈 곳 없어 남아 있는 노장선수들로만 팀을 꾸려가야 할 판이다.
워리어스 팬들이 분노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분노한 워리어스 팬들, 잠실야구장 앞에서 트럭 시위>
<인수협상 무효화, 트레이드 시도 백지화, 워리어스 팬들의 목소리가 구단을 움직일까?>
<올해 최하위 확정된 워리어스, 해체 위기 넘겼음에도 전망은 험난하기만>
그런 팬들의 반응에 신이 난 건 FA 먹튀 3인방뿐이었다.
다른 팀에 가면 2군에 쳐박힐지도 모를 실력으로 이렇게 1군에 자리를 잡고 제대로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워리어스에 붙어있어야 한다.
잠실 라이벌 서울 매지션스에 10대 0으로 진 워리어스의 구단 버스 안.
맨 뒷자리에 자리 잡은 FA 먹튀 3인방이 서로를 보며 히죽히죽 웃음을 지었다.
“성민이 형, 너무 걱정 안 해도 되겠는데?”
“크크, 기태야. 내가 뭐라고 했냐. 어차피 구단에서 우리 못 버린다니까? 지금 트레이드 발표하면 구단 버스에 불 지를 기세더라.”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형들은 그나마 포수랑 유격수라 쉽게 못 내치지. 저는···”
“진우 너도 괜찮다니까? 야, 당장 너 내보내면 누가 마무리할 건데? 네가 올 시즌에는 좀 부진해도 작년에는 13세이브나 했잖아. 어? 괜찮아, 못 내보낸다니까?”
물론 13세이브를 올리는 과정에서 블론 세이브를 아홉 번이나 하고, ERA가 5점대, WHIP는 무려 1.9에 달했다는 건 머리에서 까맣게 지워진 지 오래다.
오직 회장과 윗사람들에게 잘 보여 FA 계약을 따낸 이들 3인방에게 워리어스는 젖과 꿀이 흐르는 지상낙원이었다.
팀이 최하위에 처박히고, 구단의 주인이 바뀌고, 심지어 서울 라이벌팀에게 10대 0으로 진 가운데도 오로지 자신들의 영달만을 생각하는 그들 3인방.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도 화를 내는 이 아무도 없었다.
이제 막 데뷔 1, 2년차에 불과한 신인들, 그리고 주류에서 밀려난 힘없는 선수들은 아무 것도 못 들은 척, 안 들리는 척 눈과 귀를 닫았다.
속이 타 들어가는 건 오직 감독 하나뿐이었다.
당장이라도 소리치고 싶었다.
그 따위 마인드로 뛸 거면 당장이라도 2군으로 꺼지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팀 분위기를 해치다 못해 갈갈이 찢어 놓는 저 먹튀 3인방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음, 안 되지, 안 돼’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저들 중 황성민과 송기태는 단장, 수석코치로 이어지는 황금라인을 잡고 있는 놈들이고, 한진우는 사장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투수코치의 먼 외사촌이기도 하다.
아무리 구단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도 저들 사이의 끈끈한 인맥은 이 팀 깊숙이 뿌리 박혀 있다.
팀 내에서 아무도 받쳐줄 세력이 없는 감독은 현실을 외면하기로 했다. 얼마 후 결혼하게 될 딸의 얼굴을 떠올리며.
하지만 다음 날, 그들이 결코 바뀌지 않으리라 예상했던, 그 굳건했던 세상이 뒤집어졌다.
* * *
2027 KBO 드래프트가 예정된 당일 아침, 사직서를 쓰고 인수인계 작업을 하려던 서울 워리어스 공승찬 차장이 얼빠진 표정으로 사장실로 향했다.
‘날 왜 찾는 거지? 누가? 사장실은 비었을텐데?’
그가 구단을 그만두기로 한 건 자의가 아닌 타의에 가까웠다.
대학 선후배 사이인 단장과 스카우트 팀장 두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선수 선발.
그 덕에 눈앞에서 놓쳐버린 유망주가 대체 몇 명이던가.
2021년까지만 해도 가을야구는 당연하게 여겼던 워리어스는 새로운 구단주가 취임한 2022년 9위로 처박혔고, 2023년부터 올해 2026년까지 최하위권을 단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 와중에 희망이라고는 단 하나뿐이었다. 최하위를 기록하며 얻게 된 소중한 1순위 지명권.
한때 이 팀의 외야수이기도 했던 공승찬은 팀을 위해 최선의 드래프트 명단을 만들었다.
그 어떤 사적인 감정 없이, 철저하게 실력과 장래성만을 기준으로 작성된 명단.
하지만 그 명단은 팀장에 의해, 그리고 단장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었고, 대신 그들이 학연과 지연에 의해 뽑은 선수들이 워리어스에 입단했다.
그리고 지금 팀은 그때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그런 일이 몇 차례 되풀이되자 공승찬은 결국 사표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당장 오라는 곳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차라리 음식배달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지옥 같은 곳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똑똑’
그나저나 대체 나를 왜 찾는 걸까? 회사를 나가기로 마음먹은, 아무 실권도 없는 스카우터를?
야구단의 주인이 바뀐 후 오강 그룹 본사에서 내려왔던 낙하산 사장은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덕분에 주인이 없어진 사장실. 그곳에 앉아 있는 건 어디선가 많이 본 젊은 남자였다.
“어서 오세요. 공승찬 차장님.”
“네, 그런데 누구··· 시길래 절 찾으신 거죠?”
“저 박성훈이라고 합니다.”
“박성훈이요? 박··· 성··· 아!”
그제서야 공승찬은 눈앞의 이 젊은 남자가 이 구단의 새로운 주인인 아이코닉 파트너스의 박성훈 대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박성훈 대표님이시군요.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구단주가 스카우터를 찾을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오늘 오후에 있을 신인 드래프트 때문이죠.”
“아, 전 이미 사직서를··· 그리고 저희 팀장님하고 다른 스카우터들이 행사장으로 벌써 출발했습니다.”
“복귀하라고 했습니다.”
“네?”
“회사로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오늘 드래프트장은 좀 외롭긴 하겠지만 차장님이랑 저랑 둘이서만 가야겠네요.”
“네에?”
공승찬 차장이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박성훈은 그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없었다. 그 역시 답답한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어제 오후였다. 실질적인 구단의 주인 한수혁이 이런 지시를 내린 게 말이다.
‘법인 계좌로 천 억 입금된 거 확인했지?’
‘그래, 오강에서 세금도 다 처리해서 1원 한푼 안 틀리게 깨끗하게 입금했더라. 야, 내 심장이 다 벌렁벌렁 뛴다’
‘남자가 쪼잔하게 그깟 천 억에 무슨 심장까지··· 아무튼 내가 실소유주인 거 겉으로 안 드러나게 잘 커버해줘’
‘당연하지. 현역 선수가 구단 지분 가진 거 알려지면 큰 일난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고··· 그보다 예산 운영이 걱정이네’
‘일단 천억으로 버티고 있어봐. 장기적인 구단 예산은 내가 따로 생각해볼 테니까’
‘장기적인 예산? 무슨 생각이 있는 거야?’
‘뭐, 정 안 되면 메이저리그 잠깐 놀러가서 몇 년 연봉 바싹 땡기면 되지 않을까?’
‘하, 하하, 하하하··· 이 자식 배포 보게. 그래, 일단 구단 운영은 내가 어떻게든 적자폭 줄이면서 버텨볼게. 그나저나 스카우터 중에서 공승찬 차장이라는 사람만 드래프트장에 데려가라고 했지?’
‘어, 아마 사표를 쓰기는 했지만 아직 수리는 안 됐을 거야. 반려시키고 스카우트 관련된 일은 다 그 사람한테 맡기면 돼’
‘그래? 그럼 다른 사람들은?’
‘다 짤라야지. 다른 부서는 모르겠지만 스카우트 팀은 진짜 쓰레기통이거든. 일단 내일은 시간이 없으니까 회사에 발목 잡아 두고, 드래프트장에는 공승찬 차장하고 같이 가’
‘흐음··· 너는 고등학생 놈이 어디서 그런 정보를··· 하기사, 이게 네 구단이지. 내 구단이냐. 알았어, 네 말 대로 하마’
‘좋아. 그럼 내일 드래프트장에서 보자고. 그리고 무조건 1라운드에서 지명해야 해. 괜히 나중에 사전 모의니 뭐니 이상한 잡음 생기지 않게’
‘알았어. 그건 걱정 말고, 그것보다 나중에 정말 후회 안 하겠어? 진짜 미국에 미련 없는 거야?’
‘형’
‘왜’
‘그게 바로 내 꿈이었어’
‘미친’
어제 일을 떠올린 박성훈이 굳은 표정으로 공승찬 차장에게 말했다.
“우리 오늘 한 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봅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