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01)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00화(301/412)
#300. 에이전트
[애틀랜타의 신성 제이 워드와 시애틀의 에이스 라이언 티보우 간의 맞대결, 5 대 2 시애틀의 승리로 끝나] [9이닝 2실점 완투승을 거둔 라이언 티보우 “시즌이 진행되며 불펜도 많이 지쳤다. 중간계투진을 쉬게 해주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려 노력했다.”] [승장 벤자민 레이놀즈 감독 “누가 뭐래도 라이언은 이 팀의 1선발이다. 올 시즌 단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건너뛰지 않고 마운드를 지켜온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5경기 만에 홈런 추가하며 시즌 홈런 개수를 49개로 늘린 한수혁 “타자들을 대표해 라이언의 헌신에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실력에 겸손까지 장착한 이 시대 최고의 선수] [막강 1, 2, 3선발을 내고도 루징 시리즈를 기록한 애틀랜타 감독 “생각했던 것보다 시애틀이 더 강했다. 투수들은 공 던지는 법을 알았고, 타자들은 한 베이스라도 더 가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이미 진 경기는 잊고 남은 일정에 전념하겠다.”] [야마모토 겐이치, 시즌 아웃 확정… 애틀랜타 내부 관계자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을 종료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똑똑
“들어오세요.”
“아앗, 한수혁 선수. 드디어 만나 뵙게 되는군요. 반갑습니다.”
“먼 곳까지 오게 해서 죄송하네요.”
“별 말씀을, 고객님이 계시는 곳이 곧 제 집이나 마찬가지인 걸요. 하하.”
애틀랜타와의 3연전에서 2승 1패 위닝시리즈를 일궈낸 우리는 이번 원정의 마지막 목적지인 뉴욕에 도착했다.
양키스와 함께 뉴욕에 연고를 두고 있는 또 하나의 구단, 뉴욕 메츠를 상대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첫 경기부터 일정이 꼬여버렸다.
도저히 경기 진행이 어려울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며 1차전이 취소되었다.
덕분에 내 등판 일정이 밀려버리자 감독은 아예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건너뛰는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내가 거절했다.
몸에 뭔가 문제가 있다면 모를까, 지금 내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다만 ESPN의 전국 중계 일정에 맞춰주기 위해 더블헤더 1차전에 마이크 워렌이 먼저 나서고, 저녁에 진행될 2차전에 내가 등판하는 것으로 로테이션이 조정되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차 한 잔 드릴까요?”
“오, 제가 한수혁 선수가 타주는 차를 다 마시게 생겼군요. 좋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먹을 걸 가리는 타입은 아닌지라 차 종류는 뭐든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주어진 휴식일에 나는 밀렸던 업무를 처리하기로 했다.
미국에 진출하면서 나는 별도의 에이전트를 선임하지 않았다.
계약적인 부분은 예린이의 아버지인 민태현 씨가 모두 처리해주기도 했고, 결론적으로 귀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가 왔다.
연봉이나 광고 같은 문제가 아니더라도, 에이전트가 필요한 일이 생긴 것이다.
그게 내가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된 소중한 휴식일에 이곳 뉴욕의 호텔에서 거구의 백인 남자와 마주 앉아 있는 이유다.
“일단 제 명함부터 드리고,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마셜 코퍼레이션의 크리스 마셜입니다.”
“좋아요, 마셜.”
“편하게 크리스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그렇게 하죠. 크리스.”
시즌의 3분의 2 지점을 통과하며 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미국 전역을 떠돌며 시즌 162경기를 치르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나는 투타 겸업 때문에 남들보다 최소 1.5배 이상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먹는 것부터 운동, 그리고 휴식과 수면까지, 모든 것이 제이콥의 통제 하에 있다.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건 내가 아니라 제이콥이다.
전례가 없다고 해도 무방한 투타 겸업 선수의 몸을 시즌 내내 이렇게 완벽하게 관리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나를 대신해 예린이가 몇 명의 에이전트 후보와 미팅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 그 테스트를 통과한 에이전트와 계약을 앞두게 되었다.
“음… 쟈스민 향이 아주 좋군요.”
“네, 저도 따로 갖고 다니면서 챙겨 먹는 차라, 입에 맞다니 다행이군요.”
“한수혁 선수가 특별히 챙기는 차라… 호오…….”
사실은 내가 챙긴다기보다 원정길에 오를 때마다 예린이가 챙겨주는 것이지만.
뭐라더라, 나처럼 신경이 예민한 사람에게는 이 차가 꼭 필요하다나.
생각해보면 내 몸을 관리하는 데 있어 제이콥만큼이나 도움을 받고 있는 게 바로 예린이다.
제이콥이 짜준 식단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먹는 것과 관련된 거의 모든 과정이 예린이의 손을 거치고 있다.
이번 삶에서 내가 가장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건 어쩌면 예린이일지도 모른다.
물론 예린이 본인은 내가 ‘도움’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 아주 싫어하지만.
“자, 이미 검토하신 내용 그대로, 토시 하나 안 틀린 계약서를 준비해왔습니다.”
“네, 이리 주세요.”
“천천히 살펴보시죠.”
사실 자세히 볼 것도 없었다.
이 분야에 있어서 세계 최고라 해도 무방한 민태현 씨의 검수를 받은 계약서이니까.
만에 하나, 뭔가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위약금 몇 푼 물어주고 해지하면 그만이다.
돈이 많다는 건 이런 면에서 참 편리하다.
쓸데 없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얻었다고 해야 할까.
“좋습니다. 이대로 진행하죠.”
“저희 회사를 선택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여기 한 번만 사인하시면 됩니다.”
“그러죠.”
그렇게 난 크리스 마셜이 운영하는 마셜 코퍼레이션에 속하게 되었다.
예린이가 이 사람을 고른 기준은 딱 하나였다.
능력 같은 부분은 기본이고, 가장 중요한 기준, 그건 믿음이었다.
그동안 그를 거쳐 간 선수들 모두가 크리스 마셜이라는 남자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
운동 외 그 어떤 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싶은 내게 그건 가장 중요한 선택 포인트였고, 예린이는 내 기대대로 가장 적임자를 골라왔다.
마셜 코퍼레이션,
LA에인절스의 이찬호 선배와 템파베이의 루카 에르난데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하마사키 아키노리, 다저스의 조슈아 칼루, 세인트 루이스의 제일런 톰슨 등 여러 빅리그 선수들을 거느리고 있는 에이전트.
규모와 커리어 면에서 스캇 보라스나 제프 보리스 같은 대형 에이전트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 내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인물임에 분명하다.
어차피 워리어스와 매리너스, 두 개의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그렇기에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일이 없는 내게 장사꾼 타입의 에이전트는 전혀 필요치 않다.
그보다는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귀찮은 일을 대신 처리해줄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적합하다.
“오… 드디어 한수혁 선수와 제가 한 배를 타게 되었군요. 귀찮으실 것 같아 따로 사진사는 동반하지 않았지만… 혹시, 제 스마트폰 카메라로 함께 있는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습니까? 보도자료는 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러죠.”
그렇게 보도자료에 사용할 사진을 찍고, 계약서를 주고받은 우리는 잠시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객이 된 기념으로 방금 들어온 정보 하나 알려드리죠. 브라이언 베일리가 보스턴으로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자이언츠의 브라이언 베일리요?”
“맞습니다. 양키스의 투자에 보스턴 구단주가 자극을 받은 모양이더군요.”
이건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확률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 팀의 에이스인 브라이언 베일리가 보스턴으로 이적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만에 하나 보스턴과 우리가 가을야구에서 만날 경우 상대해야 할 에이스급 투수 하나가 추가된 셈이다.
“외부적으로 발표는 안 했지만 필리스 내부에서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비관적인 모양이더군요. 윈나우를 주장하는 그룹이 힘에서 밀리는 모양입니다.”
“흠.”
“아, 양키스에서는 트레이드 마감 기한 전까지 왼손 투수 한 명을 더 데려오려는 모양이더군요.”
“걔들 진짜 돈이 많긴 많네요.”
“일단 매출 규모 자체가 다른 구단하고는 차원이 다르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한참 동안 업계 이야기를 주고받은 우리는 당장 처리해야 할 일 쪽으로 화제를 옮겨갔다.
그것은 내가 에이전트 선임을 서두르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자, 그럼 제 첫 번째 임무를 수행해야겠군요. 아시안 게임 대표팀 차출 문제 말입니다. 혹시 결정은 내리셨는지요?”
“흠…….”
이번 2030 도하 아시안 게임은 개최지가 중동이니만큼 여름이 아닌 12월에 개최된다.
메이저리거를 포함 동원 가능한 최고의 선수들을 모두 소집하는 WBC나 올림픽과 달리, 아시안 게임의 경우에는 25세 이하 또는 프로 4년차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이 꾸려지고, 여기에 연차나 나이와 상관없이 와일드카드 3명이 추가 선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워리어스에서는 서형주와 안치욱, 최마루, 박동석 등이 소집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을 주관하게 될 KBSA와 이를 보조하는 KBO에서는 가장 먼저 내게 출전의사를 타진해왔다.
이제 거기에 대한 대답을 해줄 때가 왔다.
“좋아요. 일단 나가는 걸로 하죠.”
“음, 정말이신가요? 이제 막 계약한 입장에서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에이전트로서는 대회 출전을 막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국민들이 원한다면 참가하겠습니다. 단.”
“단?”
“타석에는 지명타자로만, 그리고… 투수로서는 딱 한 경기만. 그렇게 제한을 두는 걸로 하죠.”
“아하, 역시나 다음 시즌 준비에 방해가 될 거라 생각하시는 거군요.”
“뭐 꼭 그렇다기보다… 앞에서 다 해주면 애들 버릇 나빠지거든요.”
“네?”
“아시안 게임 정도는 저 없이도 박살 낼 수 있어야죠. 어쨌든 그렇게 처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 * *
“아웃! 게임 셋!”
오전부터 진행된 메츠와의 1차전이 드디어 끝났다.
2시간 30분 만에 끝난 이번 경기에서 우리는 4 대 3 한 점 차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선발 마이크 워렌이 7이닝 2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하반기부터 마무리로 전환한 댈빈 슈워츠가 끝내기 투런 홈런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 팀의 가장 큰 약점이다.
선발진에 비해 턱없이 허약한 계투진.
그나마도 기존 선발 자원이던 댈빈 슈워츠와 제이크 하워드, 조나 버로우가 중간으로 합류했음에도 이 정도다.
어쨌든 이번 1차전에서 나는 지명타자 겸 2번 타자로 출전해 안타 1개와 타점 1개를 추가했다.
기대했던 홈런은 없었다. 메츠 투수들이 이를 악물고 도망을 다니는 탓에 제대로 된 스윙을 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
“자, 다들 피곤하겠지만 슬슬 일어나보자고.”
첫 번째 경기 후 잠깐의 휴식이 주어졌다.
그리고 두 번째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루 두 게임을 치르는 강행군에 선수단 여기저기에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젠장, 끔찍할 정도로 몸이 안 움직이는군.”
“그래? 좋아, 데릭. 내가 감독님에게 전해주지.”
“잠깐! 농담이야, 농담이라고. 난 아주 멀쩡해.”
물론 나 역시 피곤한 건 마찬가지였다.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에 선발로 나서야 하는 걸 감안하면 첫 번째 경기에서는 빠지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만,
아메리칸 리그 전체 승률 2위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 소중한 상황이다.
내가 빠져서는 안 된다.
“좋아, 난 이 한 몸 불사를 준비가 끝났어. 어디로든지 던져보라고.”
2차전 선발포수로 호흡을 맞추게 될 레너드 존스의 밝은 얼굴을 보니 조금이나마 힘이 난다.
이번 2차전에는 백업 선수들이 대거 포함될 거 같다.
별 수 없다.
맞춰 잡기보다는 최대한 삼진을 잡는 쪽으로 볼 배합을 할 수밖에.
“레너드.”
“응?”
“이번 경기 사인은 내가 보내는 걸로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