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07)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06화(307/412)
#306. 세월의 힘
‘빌어먹을 자식들.’
사랑이 증오로 바뀌어 복잡다단한 심경이 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애증이라 부르곤 한다.
그렇다면 뉴욕 양키스에서만 22년을 뛰어온, 원클럽맨이 되고 싶었으나 결국 강제 은퇴를 당한 애덤 머피의 감정은 애증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니, 지금 양키스에 대해 애덤이 품고 있는 감정은 명백한 증오였다.
그에 대한 타이 존슨의 분석은 아주 정확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변한 타이틀 하나 따내지 못했지만 아무 상관없다는 듯 대범한 척, 개인 성적보다는 팀이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포장해 왔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야망이 넘치는 남자였다.
그저, 앞선 선배들처럼 리그를 지배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워 스스로를 대인배로 포장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마지막 야망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 대단한 선배들조차 이룩하지 못했던 찬란한 업적.
양키스 소속 투수 최다승 타이틀.
베이브 루스를 비롯 루 게릭, 요기 베라, 조 디마지오, 미키 맨틀, 로저 매리스, 레지 잭슨, 돈 매팅리, 데릭 지터, 버니 윌리엄스 등등,
수없이 많은 타자들을 배출한 양키스이지만 투수 부문에서는 그에 비견할 수 있는 선수가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뉴욕 양키스에서만 16년을 뛰며 236승 106패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한 화이티 포드가 투수 쪽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이었다.
‘딱 2년, 아니, 1년만 더 했어도…….’
랜디 존슨 같은 강속구도, 그렉 매덕스 같은 컨트롤도, 페드로 마르티네즈 같은 위압감도 갖지 못한 애덤 머피가 유일하게 도전해볼 수 있었던 목표,
그것은 바로 양키스 소속 투수 최다승이라는 타이틀이었다.
지난 22년간 양키스에서의 생활은 바로 그것을 위한 것이었고, 실제 애덤은 22년간 228승을 올리며 최고 기록에 불과 8승 차이로 근접한 상태였다.
그의 생각처럼 짧게는 1년, 길어야 2년 안에 화이티 포드의 기록을 넘어설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애덤, 유감이야. 지금 우리는 위대한 도전을 준비 중이라네. 자네의 커리어를 존중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팀을 먼저 생각할 때야. 트레이드, 혹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은퇴,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네. 단,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해.’
2030 시즌을 앞둔 양키스는 간판타자인 루카스 앤더슨과의 장기 계약을 비롯, 대형 선수들의 영입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구단 페이롤이 까마득한 수준까지 치솟았고, 결국 애덤 머피를 비롯, 나이 든 고액 연봉자들을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 제안을 받고 일주일 넘게 고민한 애덤 머피의 결론은 이거였다.
어차피 구단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선언한 이상 양키스 소속 최다승 투수라는 타이틀은 물 건너갔다.
트레이드?
필요 없다. 아니, 그럴 수 없다.
22년이라는 시간을 부정당한 애덤 머피에게 남은 건 양키스에 대한 분노뿐이었다.
어설픈 팀으로 트레이드를 당하면 그 분노를 풀 길이 없다.
양키스의 라이벌, 최소한 양키스를 앞길을 막아설 수 있는 팀으로 가야 한다.
‘자유롭게 풀어주시죠.’
‘좋아, 자네의 앞길에 행운이 있기를 바라네.’
그렇게 애덤 머피는 22년간 입었던 유니폼을 벗게 되었다.
적지 않은 수의 양키스 팬들이 팀을 위해 헌신한 애덤 머피의 은퇴를 안타까워했지만, 연이어 터지는 외부 FA 영입 소식에 곧 묻혀버리고 말았다.
은퇴식조차 거부하고 개인 훈련에 들어간 애덤 머피는 부활의 때를 기다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양키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팀의 제안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가 최우선으로 생각했던 구단들은 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동부지구 팀은 물론, 아메리칸 리그의 전통적인 강자인 시카고 화이트삭스나 오클랜드 같은 팀에서조차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러던 차, 생각지도 못한 팀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저희 팀의 마무리 투수가 되어주시죠.’
평균 연령 26.5세의 젊은 팀,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역동적인 팀.
2030 시즌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 1위를 질주 중인, 나아가 창단 첫 월드시리즈 진출을 목표로 전력을 다해 달리고 있는 팀 시애틀 매리너스.
그 팀에서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좋아요. 테스트 결과에 대해 저희는 매우 만족합니다. 정식으로 입단 제안을 드립니다.’
‘잠시만요.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에 부탁 하나만 합시다.’
‘네?’
‘이 팀의 주장, 아니, 한수혁 선수를 만나고 싶습니다. 술 한 잔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고, 그게 아니면 저녁 식사 자리도 괜찮겠지요.’
입단을 위한 테스트까지 모두 마친 상황, 애덤 머피의 마지막 요청은 한수혁을 만나는 것이었다.
그는 확신을 얻고 싶었다.
이 팀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선수에게 양키스를 박살 내겠다는 의지가 있는 지 말이다.
그런 애덤 머피에서 한수혁이 말했다.
보기만 해도 짜증 나는 그 꼰대 같은 양키스 놈들을 박살 낼 거라고.
충분하다 못해 흡족한 대답이었다.
그렇게 애덤 머피는 43세의 나이에 시애틀 매리너스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양키스에 대한 증오를 가슴 속 깊은 곳에 품은 채 말이다.
* * *
– 아,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던 한수혁 선수가 3루수로 자리를 옮기고, 대신 카일 섀너한이 좌익수 자리로 들어갑니다. 이건 수비 강화라고 봐야겠죠?
– 맞습니다. 지난 이닝 대수비로 들어온 조나단 오웬스 역시 수비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아무래도 2루수로 봐야 하거든요. 깊숙한 땅볼 타구만 나와도 역전 주자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니 시애틀 벤치에서는 내야 수비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거죠.
– 그렇군요. 9회 초 6 대 6 동점 상황, 1사 만루 상황에서 원정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공격이 이어집니다. 고동식 위원님, 뭔가 좀 아쉬운 경기네요. 시애틀이 6 대 4로 앞설 때만 해도 그대로 쉽게 경기가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마무리 투수가 난타를 당하며 경기가 엉망이 됐습니다.
– 네, 시애틀의 뒷문 불안은 하루 이틀이 아니죠. 하반기부터는 제이크 하워드와 조나 버로우, 최근에는 댈빈 슈워츠까지, 지난 시즌 시애틀의 3, 4, 5선발이었던 투수들이 번갈아가며 마무리 투수로 나서고 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죠. 9회 2점 차 리드 상황에서 등판한 델빈 슈워츠 선수가 난타를 당하며 순식간에 동점을 허용했는데요. 여기서 바꿨어야 했어요. 투수 교체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다시 1사 만루 찬스가 만들어졌으니 말이죠.
– 벤자민 레이놀즈 감독의 한숨이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합니다. 결국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오는군요. 그럼 저희는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이곳은 원정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홈팀 시애틀 매리너스 간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미국 시애틀 T모바일파크입니다.
“감독님, 누굴 올리시겠습니까?”
“음, 애덤을 올려. 단장의 눈이 정확한지, 어디 한번 시험해 보자고.”
8회 말까지 6 대 4로 앞서던 시애틀, 마무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델빈 슈워츠가 난타를 당하고, 이어 등판한 조나 버로우가 연속 볼넷을 내주며 순식간에 6 대 6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이어진 1사 만루 상황, 벤자민 감독의 입에서 애덤 머피의 이름이 불려졌다.
그런 감독의 뜻은 불펜코치를 거쳐 본인에게로 전달되었다.
“애덤, 자네 차례가 왔어. 어디 실력을 보여보라고.”
“좋아요. 전 준비됐습니다.”
[홈팀 투수 교체, 조나 버로우 물러나고 넘버 22, 애덤 머피]43살이나 된 베테랑 투수를 영입한 것에 대해, 심지어 그 투수가 팀의 마무리 투수를 맡을 거란 말에 대부분의 시애틀 팬들이 시큰둥한 상태였다.
마무리 투수의 첫 번째 덕목이라 할 수 있는 구속과 구위에서 도저히 경쟁력을 찾을 수 없는, 90마일도 안 나오는 포심을 던지는 애덤에 대한 기대가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애틀 팬들이 모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시애틀 투수들 중 구속과 구위에서만큼은 최고 수준이라 불리던 델빈 슈워츠와 조나 버로우 같은 투수들이 모두 마무리 투수 정착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시애틀의 마무리가 되기 위해서는 구속이나 구위가 아닌 조금 더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젠장, 영감. 정말 괜찮겠어? 혹시 공 던지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건 아니지?”
“흐흐, 타이. 걱정 말아. 내가 너보단 오래 살 것 같으니까.”
걱정인지 타박인지 모를 타이 존슨의 말을 가볍게 받아 넘긴 애덤 머피가 다른 야수들을 향해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친구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지금 내게는 삼진을 잡을 능력이 없어. 그러니 너희들이 날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해. 그렇게만 해주면 오늘 이 경기, 내가 책임지도록 하지.”
애덤의 말에 한수혁을 비롯한 내야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경기가 재개되었다.
“플레이!”
사실 현재형으로 말하기는 했지만 과거 전성기 시절을 돌아보아도 애덤 머피는 결코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는 아니었다.
그의 정체성은 어디까지나 그라운드 볼러였다.
지저분한 볼 끝을 가진 포심과 그보다 더 지저분한 투심, 싱커 같은 역회전볼, 거기에 난데없이 들어오는 체인지업으로 내야 땅볼을 유도하는 투수.
애덤 머피는 그런 공들을 가지고 양키스의 마운드를 지켰고, 2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매년 10승 내외의 승리를 거두는 선발 투수가 될 수 있었다.
어쨌든,
‘바깥쪽 낮은 투심’
끄덕
그런 애덤 머피가 1사 만루 찬스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어떻게든 땅볼을 유도해 병살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뿐이었다.
브루스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애덤이 능숙하다 못해 닳고 닳은 투구 폼으로 초구를 뿌렸다.
파앙
“볼.”
깊숙한 내야 땅볼이나 외야 플라이 하나만 쳐도 역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오클랜드의 5번 타자가 배트를 짧게 잡고 컨택에 집중했다.
애덤 같이 구속이나 구위가 아닌 제구력으로 먹고 사는 투수들에게 가장 까다로운 게 이렇게 맞히는 데 중점을 두는 타자들이다.
특히나 내야의 수비가 불안할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더 가중된다.
하지만 상관없다.
1루수 타이 존슨, 2루수 로니 몬타릭, 유격수 조쉬 올리버, 3루수 한수혁으로 이어지는 시애틀의 내야 수비력은 단연 리그 최강.
애덤 머피가 시애틀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견고한 내야 수비진이었다.
수비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놓아버린 애덤 머피가 다시 2구째를 뿌렸다.
슈웅
파앙
“스트라이크!”
이번에는 몸 쪽 높은 코스로 들어오다 역회전 하는 투심.
타자가 움찔했지만 결국 배트는 나오지 않았다.
한때 92마일까지 형성되던 투심의 구속이 이제는 85마일까지 떨어졌다.
제구가 약간만 빗나가도 바로 장타로 연결될 것이다.
아주 오래전 타 팀 선수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가장 존경했던 선배인 그렉 매덕스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진짜 용기 있는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존 한복판에 85마일 포심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그 말을 들을 때는 코웃음을 쳤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정말 기가 막힌 명언이었다.
맞는 말이다.
빠른 공을 가진 투수가 자신의 공을 믿고 한복판에 던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 어깨에 힘이 빠진 투수가 자신만큼이나 늙어버린 공을 존 중앙에 꽂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애덤 머피는 확신했다.
자신은 이제 그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고.
파앙
“스트라이크!”
마냥 도망갈 줄 알았던 늙고 볼품없는 투수가 난데없이 존 중앙에 85마일 포심을 박아 넣자 타자가 화들짝 놀라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볼 카운트 원 볼 투 스트라이크.
통산 7,356이닝을 던진 위대한 투수 사이 영만큼에는 턱 없이 못 미치지만 지난 22년간 3,0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애덤 머피다.
그는 이 순간 어떤 공을 던지는 게 가장 효율적일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몸 쪽 높은 포심’
애덤의 사인에 브루스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볼 카운트가 투수에게 유리하다고는 해도 힘 있는 중심타자에게 몸 쪽 높은 공, 그것도 최고 85마일밖에 안 나오는 똥볼을 던지겠다고?
고개를 저으려던 브루스의 머릿속에 감독의 당부가 떠올랐다.
오늘 경기만큼은 그냥 투수의 리드에 따르라고.
‘나도 모르겠다. 그래요, 영감. 마음대로 하쇼.’
포수가 알았다는 사인을 보내고 피치컴을 통해 그 내용이 야수들에게 전달되자 애덤 머피의 입가에 진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간결하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한 셋 포지션에서 마지막 승부구가 날아올랐다.
슈웅
사인에서 조금의 오차도 없는,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한 몸 쪽 높은 공.
타자의 허를 찌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불행히도 타자를 완전히 눌러버릴 만큼 빠르지는 못했다.
순간적으로 반응한 타자의 배트가 그 공을 향해 뻗어나갔다.
하지만,
“흡!
스윙 도중 공이 존을 완전히 벗어났다는 걸 깨달은 타자가 있는 힘을 다해 배트를 멈춰 세웠다.
존을 한참 벗어난 공이 미트 속으로 들어오고, 중간에서 스윙을 멈춘 타자는 당연히 볼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주심이 1루심을 향해 체크스윙 여부를 확인했다.
양팀 선수들과 팬들, 모두의 시선이 1루심에게로 집중되었다.
“스윙!”
“Fuck! 그게 무슨 개소리야! 이게 스윙이라고?”
“이봐, 말조심해. 거기서 더 나가면 경고야.”
“아니, 어지간해야죠. 방금 그게 스윙이라고?”
스윙 판정을 받으며 졸지에 삼진 아웃을 당하게 된 타자가 헬멧을 벗어던지며 격렬하게 항의했고, 열이 잔뜩 오른 오클랜드 감독이 뛰어 나와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체크스윙에는 비디오 판독이 적용되지 않았기에 아무리 억울하다 해도 돌릴 길이 없었다.
오클랜드의 항의가 길어지며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다.
그 틈을 타 마운드에 모인 시애틀 내야진들.
한수혁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애덤 머피에게 물었다.
“방금 그거 솔직히 애매했죠?”
“맞아, 마운드에 내가 아닌 다른 애송이가 서 있었다면 스윙 판정은 내려지지 않았을 거야.”
AI 판독과 비디오 재판독 시스템이 도입되며 심판의 권위는 예전에 비해 대폭 축소되었다.
하지만 심판의 판단에 전적으로 따라야 하는 영역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대부분의 심판들은 그런 상황이 올 때마다 선수의 커리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야구 역시 사람이 하는 스포츠이니 말이다.
무려 22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국 최고의 야구팀 선발 마운드를 지킨 애덤 머피라는 이름값이 판정의 무게추를 시애틀 쪽으로 가져왔다.
“이제 그만! 더 이상 하면 다 퇴장이야!”
“빌어먹을 심판!”
격렬한 항의 끝에 스스로 지쳐버린 오클랜드 감독과 선수들이 덕아웃으로 물러났다.
1사 만루와 2사 만루의 차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크다.
따악!
“아웃!”
1사 상황이었다면 희생플라이가 되었을 법한 큰 타구가 나왔지만 이미 늦었다.
9회 초 1사 만루 위기를 삼진과 외야 플라이로 완벽하게 막아낸 시애틀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동료 선수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늙은이가 이 정도로 막아냈으니 양심이 있으면 점수를 내보라고, 어린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