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17)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16화(317/412)
#316. 화이트삭스
[지구 챔피언 시애틀의 힘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휴스턴, 10 대 1로 대패하며 팀 역대 최저 승률 눈앞에] [메이저리그를 좀먹는 탱킹, 그리고 수익이 충분함에도 탱킹을 선택한 몇몇 팀들에 팬들의 비난 집중, 축구처럼 승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선제 투런 홈런, 그리고 5이닝 무실점 한수혁, 투타 모두 완벽했던 경기] [7회 만루 홈런으로 경기에 쐐기를 박은 타이 존슨 “재능 넘치는 루키들과 함께 팀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우린 반드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것.” 다짐] [이날 홈런으로 시즌 홈런 개수를 58개로 늘린 한수혁, 시애틀 내 야구 글러브와 잠자리채 판매량 급증? 무슨 이유?] [뉴욕 양키스 팬들 “한수혁에 대한 약물 검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시애틀 팬들 “단체 공황에 빠진 뉴욕 팬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안방에 앉아 한수혁이 때려내는 멋진 홈런 타구를 감상하는 것뿐.”]한수혁이 58호 홈런을 쏘아 올리며 빅리그 전체의 분위기가 갑자기 달아올랐다.
그 이유는 이랬다.
메이저리그 역대 단일시즌 홈런 기록 1위부터 10위까지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1위 2001년 배리 본즈 73개
2위 1998년 마크 맥과이어 70개
3위 1998년 새미 소사 66개
4위 1999년 마크 맥과이어 65개
5위 2001년 새미 소사 64개
6위 1999년 새미 소사 63개
7위 2022년 애런 저지 62개
8위 1961년 로저 매리스 61개
9위 1927년 베이브 루스 60개
10위 1921년 베이브 루스 59개, 2017년 지안카를로 스탠튼 59개
기록 하나하나를 살필 필요 없이 바로 결론으로 넘어가면 이런 거다.
약물의 힘으로 세운 선수들의 기록을 모두 말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만약 홈런 랭킹에서 약쟁이들의 기록을 제외하면 이런 구도가 나오게 된다.
1위 2022년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 62개
2위 1961년 뉴욕 양키스 로저 매리스 61개
3위 1927년 뉴욕 양키스 베이브 루스 60개
공동 4위 1921년 뉴욕 양키스 베이브 루스 59개, 2017년 마이애미 말린스 지안카를로 스탠튼 59개
빅리그 팬들이 생각하기에 약물의 힘을 제외한 정상적인 홈런왕은 2022년 충격적인 시즌을 보냈던 애런 저지다.
이어 로저 매리스, 베이브 루스, 그리고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이름이 그 뒤를 따른다.
이 네 명의 선수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각각 데뷔 팀은 다르지만 모두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은퇴했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에 하나 약물로 이루어진 기록들이 모두 삭제될 경우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 될 수도 있는 한수혁의 홈런볼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는 야구 글러브와 잠자리채의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반대로 약쟁이를 제외하면 1위부터 공동 4위까지 모두 자신들의 선수라는 자부심에 살고 있는 양키스 팬들에게 한수혁의 홈런 레이스는 재앙 그 자체였던 것이다.
물론 한수혁은 이미 KBO 시절, 73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적이 있지만 빅리그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시애틀 팬들을 중심으로 한 야구팬들의 지대한 관심과 응원, 그리고 적지 않은 숫자의 양키스 팬들로부터 저주를 받게 된 한수혁은 이어진 휴스턴과의 2, 3차전에서 1개의 홈런을 추가하며 약쟁이를 제외한 메이저리그 단일시즌 홈런 랭킹 4위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시애틀은 에인절스에 이어 휴스턴까지 스윕하며 시즌 승률을 0.639까지 끌어 올렸다.
[메이저리그 단일시즌 최다 홈런 공동 10위, 약물 복용 선수를 제외하면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린 한수혁 “아직 43경기나 남았다. 모든 일정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빅리그 데뷔 첫 시즌, 홈런 랭킹 10위에 이름을 올린 역대 최고의 루키 한수혁, 신인왕과 MVP, 사이 영 상까지 동시에 조준] [메이저리그 전문가들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닌 이상 한수혁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 신인왕과 MVP 투표를 하진 않을 것이다. 투구 이닝과 앞으로 남은 일정 때문에 사이 영 상의 경우 아직 여지가 남아 있긴 하지만.”] [한수혁의 팀 동료이자 시애틀의 에이스 라이언 티보우 “한수혁이 아닌 다른 투수가 사이 영 위너가 되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게 설사 나 자신일지라 해도 말이다. 나는 그의 가장 큰 팬이다.”] [자체 팜에서 키워낸 재능 있는 루키들과 다른 팀에서 데려온 알짜배기 이적생들의 완벽한 조화, 시애틀 매리너스, 아메리칸 리그 전체 승률 2위 화이트삭스와 4연전 돌입]* * *
“좋아, 거의 다 왔다. 아직 시즌이 좀 남긴 했지만 저 화이트삭스 놈들하고의 맞대결은 이번이 마지막이야. 반드시 위닝시리즈를 만들어 전체 승률 2위로 올라선다. 다들 알겠지?”
“알겠습니다, 감독님!”
“좋아, 오늘 라인업이다.”
시즌 성적 76승 43패, 승률 0.639로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
그리고 76승 41패, 승률 0.649로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구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인 시카고 화이트삭스.
이번 4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거둘 수 있다면 이번 시즌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아메리칸 리그 전체 승률 2위로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디비전 시리즈 직행 티켓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1번 3루수 한수혁
2번 1루수 타이 존슨
3번 중견수 데릭 플레밍
4번 우익수 척 클락
5번 지명타자 안토니오 가르시아
6번 좌익수 짐 브라운
7번 포수 브루스 매튜스
8번 2루수 리암 랜드먼
9번 유격수 조쉬 올리버
투수 디몬 앤더슨 주니어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심각한 부진에 빠진, 또는 고의적인 탱킹에 들어간 같은 지구 팀들을 학살하며 이 자리까지 올라온 화이트삭스 역시 이번 4연전에 모든 걸 걸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나를 향한 거침없는 볼들이 날아올 것이다.
그걸 예측한 벤자민 감독은 지난 텍사스전에 처음으로 선보였던 변칙 라인업을 또 한 번 꺼내들었다.
내가 1번에 들어서고, 5번과 6번이 서로 자리를 바꾼,
내게 고의사구가 날아오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는 한편, 경기 초반에 모든 걸 결정 짓겠다는 의지가 담긴 라인업이랄까.
어쨌든 오늘 경기,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 * *
“플레이!”
양 팀의 5선발이 맞붙는 경기,
높은 확률로 타격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매리너스와 화이트삭스 간의 시즌 4차전이 화이트삭스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WBC에서 나와 한 번 대결했던, 신시내티에서 이적해 와 화이트삭스의 리드오프 자리를 꿰찬 유격수 하마사키 아키노리가 타석에 들어섰다.
개인적인 감정을 제외하고 생각하면 상당히 좋은 타자임이 분명하다.
변화구에 상당한 강점이 있고 빠른 공에도 어느 정도 대처가 되는, 거기에 선구안도 그럭저럭 괜찮고 발까지 빨라 쉽게 처리하기 어려운 타입이다.
하지만 일본인 특유의 음침함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파이팅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마운드에 올라가는 디몬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몸 쪽 높은 곳으로 공 두 개 정도 던져봐.’
‘음?’
굳이 이해시킬 필요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내 말이 잘 통한 것인지 디몬의 초구가 하마사키의 몸 쪽 높은 곳으로 날아갔다.
슈웅
파앙
“볼.”
“좋아! 멋진 공이야. 디몬! 드디어 네가 사나이가 되었구나!”
“그래, 죽여 버려! 그냥 머리를 박살 내버리라고!”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공에 깜짝 놀라 주저앉았던 하마사키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다시 타격 자세를 취했다.
디몬이 정말 괜찮겠냐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길래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하나만 주면 정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한 발 더.
슈웅
파앙
“볼.”
“저런 개자식들이!”
“심판! 뭐 하는 건데? 명백한 고의잖아!”
이번에는 화이트삭스 덕아웃에서 불만 섞인 항의가 튀어 나왔다.
잠깐 뭔가를 생각한 심판이 브루스를 향해 말했다.
“방금 공은 내가 봐도 조금 의심스러웠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 더 이상 나가면 경고를 줄 수밖에 없어.”
“물론이죠. 실투였어요. 저기 봐요. 디몬 저 녀석도 미안하다고 하잖아요?”
“흠.”
심판과 포수가 뭔가 대화를 나누는 듯하자 디몬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실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직접 몸에 맞지도 않은 상황에서 투수가 사과까지 하는데 더 이상 일을 키울 수는 없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른 하마사키가 다시 타격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슈웅
파앙!
“스트라이크!”
바깥쪽 낮은 코스에 완벽하게 제구 된 포심.
심판의 손이 올라갔고, 타자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됐다.
하마사키의 선구안이 일시적으로 흔들린 게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슈웅
부웅
“스윙!”
“그레이트! 디몬, 오늘 공 최고야!”
“넌 30개 구단 최강의 5선발이야!”
존 한복판으로 들어오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어이없는 헛스윙.
완벽하게 제구 된 공이다.
저기 관중들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디몬 앤더슨 주니어는 전체 구단 5선발 중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기량을 가진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라이언을 가장 존경한다는, 그렇기에 그와 함께 시애틀의 첫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는 게 소원이라던 풋내기는 어느새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는 선수가 되어 가고 있었다.
어쨌든,
볼 카운트 투 볼 투 스트라이크,
아직 디몬의 제구력이 완전치 않다는 걸 감안하면 여기가 승부처다.
과연 어떤 공을 선택할까?
나조차도 흥미로운 눈빛으로 승부를 지켜보는 가운데 디몬의 손에서 하얀 공 하나가 둥실 떠올랐다.
부웅
“스윙! 아웃!”
“와하하하하! 젠장, 정말 멋진 광경이야!”
“멍청이! 삼진 먹었으면 빨리 너희 덕아웃으로 꺼져!”
어찌 보면 모욕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는, 마치 어린아이가 던진 것 같은 60마일 초슬로우 커브에 하마사키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삼진을 당한 하마사키가 갑자기 열이 뻗쳤는지 배트를 집어던지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거기서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나오면 네 시즌은 오늘로 끝나게 될 거야.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한일전이 벌어지겠지. 그걸 보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봐.”
내가 디몬의 앞을 막아서며 그렇게 경고하자, 이내 눈빛을 아래로 깔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이 정도 협박에 덤비지도 못할 놈이 어디서 성질은.
인터넷에서 요즘 일본 젊은이들의 나약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데,
쯧쯧.
“디몬, 멋진 공이었어. 나이스 플레이.”
“고마워, 흐흐. 머리 쪽에 하나 더 던지고 네 쪽으로 도망갈까 했는데.”
“좋은 생각이야. 얼마든지 그렇게 해.”
시애틀의 5선발 디몬 앤더슨 주니어가 화이트삭스의 기를 완벽하게 꺾어 놓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