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27)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26화(327/412)
#326. 비교 대상
[아메리칸 리그 최고의 타자는 누구? 뉴욕 양키스의 루카스 앤더슨 VS 시애틀 매리너스 한수혁의 치열한 2파전] [몰라볼 정도로 강력해진 배팅파워… 루카스, 커리어 첫 50홈런 페이스] [리그 최강팀 뉴욕 양키스를 이끄는 최고의 타자 루카스 앤더슨, 메이저리그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 [뉴욕 양키스 팬들 “그는 수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진정한 강타자이며 양키스의 리더다. 그의 MVP 수상을 진심을 기원한다.”]“후, 젠장… 그만들 좀 하라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뉴욕 양키스의 주포이자 주장이며, 최고의 인기스타이기도 한 루카스 앤더슨이 큰 한숨을 내쉬었다.
시즌 막판이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누군가의 입김이 들어간 것인지,
한수혁과 자신을 비교하는 기사가 점점 더 늘어나는 기분이다.
뉴욕 지역지들이야 양키스 선수를 띄워줄 수밖에 없어 그렇다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상에서도 자꾸 이와 관련된 토론이 벌어지는 통에 그의 SNS는 전쟁터, 그 자체였다.
“자꾸 이러면 나만 괴로워지잖아. 하아, 빌어먹을 자식들.”
올 시즌 루카스 앤더슨은 타율 0.358, 출루율 0.435, 장타율 0.649, 홈런 48개, 도루 21개, 타점 105개라는 아름다운 성적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아메리칸 리그 1위 팀의 중심타자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성적.
하지만,
“제발 저 괴물하고 날 엮지 말라고.”
아무리 그래도 비교 대상이 너무 좋지 않다.
어제 경기에서 홈런 2방을 때려내며 홈런 64개로 단일 시즌 최다 홈런 5위에 공동랭크된 한수혁.
루카스 앤더슨은 염치라는 걸 아는 사람이다.
아무리 자신이 커리어하이를 써내려가고 있다 해도 한수혁, 그 괴물과 비교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템파베이에서 건너와 루카스와 함께 양키스의 중심타선을 책임지고 있는 제임스 테일러, 보스턴의 그 꼴 보기 싫은 제리 와그너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타이 존슨조차 한수혁과 비교하면 태양 앞에 반딧불에 불과하다.
“빌어먹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뉴욕 양키스의 캡틴 루카스 앤더슨을 좌절하게 만드는 한수혁.
그런 한수혁은 지금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3차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 * *
“흠, 그러니까 제리 와그너를 상대할 때는 포심을 섞어 던지는 것도 괜찮다는 거지?”
“네, 워낙 게스히팅을 즐겨하는 놈이라 그런 의외성을 더하는 게 승부에 도움이 될 거예요.”
“좋아,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보스턴과의 3차전을 앞둔 시애틀의 라커룸, 오늘 선발투수인 마이크 워렌과 대화를 마친 한수혁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어제까지 총 133경기를 치른 시애틀은 이제 29경기만을 남겨 놓게 되었다.
남은 기간 동안 한수혁에게 주어진 숙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4할 타율을 위해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고, 이제 10개 남은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에도 도전해야 한다.
또한 남은 5, 6번의 선발등판에서 실점을 최소화해 0점대 평균 자책점을 지켜내야 한다는 숙제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압박감을 받는 선수답지 않게 한수혁의 표정은 평온, 그 자체였다.
“척, 브라이언 베일리 공을 상대할 때는 볼을 좀 더 보는 게 좋을 거야.”
“그래? 알겠어. 노력해보지.”
자신의 라커 앞에서 머리 스타일을 다듬고 있는 척 클락에게 조언을 건네기도 하고,
“브루스, 제리 그놈이랑 무슨 말을 그렇게 한참 떠드는 거야?”
“흐흐, 별 거 아냐. 그냥 포수들끼리 기 싸움 좀 하는 거지.”
“되도록 그놈이랑 말 섞지 마. 괜히 기운만 빠지거든.”
“알아, 그래도 조언 고마워. 한.”
지난 두 번의 경기에서 제리 와그너를 상대하느라 기운을 뺀 브루스 매튜스를 격려해주고,
그렇게 한수혁이 동료 선수들을 찾아다니며 이런 저런 도움을 주는 사이 감독이 들어와 라인업 용지를 붙여 놓고 돌아갔다.
1번 중견수 데릭 플레밍
2번 좌익수 한수혁
3번 1루수 타이 존슨
4번 우익수 척 클락
5번 지명타자 안토니오 가르시아
6번 포수 브루스 매튜스
7번 3루수 리암 랜드먼
8번 2루수 로니 몬타릭
9번 유격수 조쉬 올리버
투수 마이크 워렌
아메리칸 리그 전체 승률 2위를 확정짓고 디비전 시리즈로 직행하려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와일드카드 전체 1순위를 노리는 보스턴 레드삭스 간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었다.
* * *
미국 내 언론, 팀 동료들, 코칭스태프들, 심지어 바다 건너 한국에 있는 수많은 지인들까지,
많은 이들이 물어온다.
기록에 도전하는 게 힘들고 부담되지 않냐고.
글쎄,
결론만 말하자면 전혀.
최다 홈런이나 4할 타율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이미 모든 걸 이뤄봤던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록 달성에 대한 압박은 내게 부담이 아닌, 오히려 살짝 나태해질 수 있는 정신을 일깨워주는 기분 좋은 각성제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경기를 포함해 딱 29경기가 남았다.
그 남은 경기 동안 1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는 것, 지금의 타율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5번 정도로 예상되는 선발등판에서 0점대 평균자책점을 지켜내는 것,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지만,
“플레이!”
만약 이 정도 긴장감과 압박감마저 없었다면 내 야구 인생은 꽤나 심심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1회초 시애틀의 공격,
어제 경기에서 맹활약했던 데릭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난 가운데 내 타석이 돌아왔다.
“헤이, 한.”
“왜.”
“난 네가 최고라고 생각해. 루카스랑 널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지.”
“루카스가 양키스라서 그런 건 아니고?”
“물론 그런 것도 있지. 하지만 그걸 떼놓고 생각해도 마찬가지야.”
“흠, 그럼 넌 어떤데?”
“나? 에이, 난 한참 멀었지.”
내가 생각하기에 재능 하나만큼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손꼽을 만한 제리 와그너가 고개를 저으며 너스레를 떨어댔다.
단순히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제리 와그너는 루카스 앤더슨은 물론이고, 같은 팀의 제임스 테일러에게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제리 와그너라는 선수는 단순히 타격 지표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WAR 같은 지표로도 분석이 불가능한,
그래, 말 그대로 팀의 리더다.
언젠가 세이버매트릭스에 리더십 항목이 추가되어야만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선수랄까.
어쨌든,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저 녀석이 선택할 공이라는 건 뻔했다.
파앙
“베이스 온 볼스, 타자 1루로.”
“흠, 이거 너무 노골적이잖아?”
“미안, 65호 홈런을 맞으면 우리 투수가 울어버릴 것 같아서.”
“이러다 타이한테 한 방 맞으면 더 크게 울 텐데.”
“안 그러도록 노력해 봐야지.”
말이 많긴 하지만 미워하기는 애매한 놈이다.
그런 제리 와그너를 슬쩍 돌아본 후 1루로 걸어 나갔다.
[3번 타자 퍼스트베이스맨 타이 존슨]내가 시애틀을 선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타이 존슨은 올 시즌 자신의 커리어하이를 써내려가고 있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며 바깥쪽 낮은 코스의 공에 약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위기를 극복해냈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몇 년이나 현재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1년, 2년? 아니면 3년?
아무리 길어봐야 5년은 넘지 않을 것이다.
문득 한국에 두고 온 조성오 선배가 떠올랐다.
한국과 미국에서 내 뒤를 지켜준 두 명의 1루수가 서서히 자신들의 황혼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탓
슈웅
파앙
“세이프!”
“젠장! 저 덩치로 도루라고?”
“작작들 좀 해, 멍청이들아! 저놈한테 얼마나 당할 건데?”
그들이 은퇴하기 전에 단 하나의 반지라도 더 끼워주는 것뿐.
기습적인 도루 시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투수가 허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상대가 나를 거른다면, 나는 발로서 그들을 응징할 것이다.
체중이 늘어나며 한국에 있을 때만큼의 속도는 나오지 않지만,
힘만으로 홈런이 나오는 게 아니듯이 발만 빠르다고 도루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제리 저 녀석이 리그 최강의 포수이자 경험 많은 베테랑이라고 해도,
글쎄, 그런 베테랑이 은퇴 직전까지 경기를 뛰다가 다시 회귀해서 또 4년을 뛰어야 내가 되는 거니까.
흠,
뭔가 말해놓고 나니 끔찍한데.
“플레이!”
1사 주자 1루가 2루로 바뀌고, 병살타의 부담에서 벗어난 타이 존슨이 한결 홀가분한 표정으로 투수를 노려보았다.
화려했던 젊은 시절을 모두 보내고 이제 각자의 방식으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투수와 타자.
보스턴의 선발투수 브라이언 베일리가 혼신을 담아 던진 공이 시애틀의 간판타자 타이 존슨을 향해 힘차게 날아갔다.
브라이언의 야구 인생이 담긴 묵직한 공, 그리고 역대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설 타이 존슨의 자부심이 담긴 강력한 스윙.
따아악!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타이 존슨이 친 타구가 그린몬스터를 향해 총알같이 날아갔다.
그렇게 날아간 타구가 그린몬스터 상단부에 맞고 그라운드로 떨어졌고, 그 사이 난 거의 산책하는 듯한 걸음으로 홈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승부에 패한 보스턴의 제리 와그너가 허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거봐, 타이한테 한 방 맞고 더 크게 울 수 있다고 했잖아. 빨리 마운드로 가서 투수한테 손수건이나 건네주라고. 원래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지는 법이거든.”
* * *
부웅
파앙!
“스윙! 아웃!”
한수혁의 볼넷과 도루, 그리고 타이 존슨의 적시 2루타가 터지며 1점을 먼저 선취한 시애틀 매리너스.
1회말, 선취점을 등에 업고 조금이나마 어깨가 가벼워진 마이크 워렌이 마운드 위에서 호투를 이어갔다.
보스턴을 대표하는 강타자 잭 로저스와 맷 케프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낸 그가 신중한 표정으로 다음 타자를 노려보았다.
[3번 타자 캐처 제리 와그너]경쾌한 등장 음악과 함께 타석에 들어선 보스턴의 간판타자이자 주장 제리 와그너.
겉으로 보이는 타격 지표에 비해 투수들이 느끼는 까다로움은 훨씬 큰, 특히나 에이스에게 강해 에이스 킬러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강타자.
시즌 초반, 시애틀로 이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스턴전에 선발 출장했던 마이크 워렌은 제리 와그너에게 4타수 3안타를 허용하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물론 그때는 너클볼에 대한 숙련도가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않았고, 새로운 팀에 적응하느라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었다는 변명거리가 있었지만.
“플레이!”
자신이 던지는 너클볼의 궤적을 기가 막히게 쫓아오던 제리 와그너의 스윙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오늘 경기 직전 한수혁이 말했다.
제리 와그너는 메이저리그에 현존하는 타자 중 가장 뛰어난 게스히터라고. 그렇기에 너클볼 하나만 던지는 자신과 상성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포심을 섞든 뭘 섞든, 조금 변화를 주는 것이 좋을 거라고.
다른 선수들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냥 콧방귀를 뀌고 말았겠지만 올 시즌 0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거기에 제리 와그너를 쥐 잡듯이 잡고 있는 한수혁의 말이니만큼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바깥쪽 너클볼’
‘아니, 그거 말고.’
‘그럼?’
‘존 중앙 포심.’
‘진짜? 이 녀석을 상대로?’
끄덕끄덕
힘껏 던져봐야 80마일을 조금 웃도는 똥볼을 한가운데 던지겠다는 말에 브루스가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결국 마이크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그렇게 아마추어 선수도 칠 법한 느릿한 포심이 존 한가운데로 날아들었다.
슈웅
부웅
“스윙!”
“이런 젠장, 브루스, 이러기야? 여기서 갑자기 너클볼을 안 던진다고?”
“너한테는 100마일 포심으로만 던져보려고?”
“100마일? 혹시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냐? 저기 전광판 안 보여? 82마일인데?”
“방금 거는 그냥 맛보기고. 자, 이번에는 진짜 100마일 포심이 들어올 거야. 그러니 칠 테면 쳐보라고.”
마이크의 의도를 깨달은 브루스가 열심히 입을 놀려댔고, 고개를 몇 번 가로저은 제리 와그너가 다시 타격 자세를 취했다.
그런 제리를 향해 마이크가 2구째 공을 뿌렸다.
슈웅
부웅
“스윙!”
“허허… 이번에는 슬로우 커브라.”
“이런, 사인이 엇갈렸군. 내가 요구한 건 100마일 포심이었는데.”
순식간에 노 볼 투 스트라이크.
기세를 탄 브루스가 마이크를 향해 마지막 사인을 보냈다.
‘바로 가보자고. 또 한 번 포심.’
끄덕
어느덧 반 시즌 이상 호흡을 맞추며 서로의 성격과 생각을 알게 된 배터리가 망설임 없이 마지막 승부구를 결정했다.
그리고,
마이크 워렌의 손끝에서 그가 던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공인 83마일 포심이 발사되었다.
이번에야말로 너클볼이 들어올 거라 확신한 제리가 공의 궤적을 예측하며 스윙을 시작했지만,
부웅
“스윙! 아웃!”
“Fuck!‘
“워워, 진정하라고. 삼진 한 번 당했다고 욕까지 할 건 없잖아.”
“이런 젠장…….”
“그럼 다음 타석에서 보자고, 친구.”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는 제리 와그너를 슬쩍 바라본 브루스가 마운드에서 걸어 내려오는 마이크 옆으로 달라붙었다.
“멋진 공이었어요, 마이크. 솔직히 가슴이 철렁하기는 했지만.”
“흐흐, 한수혁 저 친구. 차라리 투수 코치를 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에이, 한 시즌 홈런 60개를 치는 타자를 투수 코치로 쓸 순 없죠.”
“맞아, 그냥 해본 소리야. 어쨌든 정말 대단한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