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36)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35화(336/412)
#335. 파죽지세
“챔피언, 우리 팀은 한동안 자네 없이 힘든 경기를 치러야 할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오클랜드 개자식들이 이득을 보게 할 수는 없지.”
“동감입니다.”
“좋아, 단장과는 내가 직접 말하지. 우린 항소할 거고, 내일 자네는 정상적으로 선발로 등판하게 될 거야.”
“바라던 바입니다. 오클랜드 놈들을 완전히 박살 내겠습니다.”
“내가 기대하던 대답이야. 빌어먹을 자식들.”
한수혁의 펀치 한 방에 기절한 데빈 맥퍼슨과 빈볼을 맞은 타이 존슨, 들것에 실려나간 데스몬드 킹, 그리고 퇴장을 당한 한수혁 등 여러 선수들이 교체된 가운데 계속된 경기에서 시애틀은 10 대 2 대승을 거뒀다.
비록 주포인 한수혁과 타이 존슨이 빠지긴 했지만 오클랜드의 악의적인 빈볼에 분노한 라이언이 9이닝 2실점으로 역투했고, 주전들의 빈자리를 메운 백업 선수들이 전력을 다해 덤벼 든 결과였다.
그렇게 포스트시즌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라이벌 팀에게 2연승을 거두긴 했지만 시애틀 선수단과 팬들, 그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
타율 0.357, 출루율 0.488, 장타율 0.652, 홈런 47개, 타점 135개로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달리고 있던 타이 존슨.
이번 시즌 한수혁과 함께 팀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후배들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던 베테랑 타이 존슨이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고 만 것이다.
잘하면 포스트 시즌에는 복귀가 가능할 거란 전망이 나오긴 했지만, 이제 시애틀은 핵심 타자 없이 남은 20경기를 치러야 할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시애틀과 오클랜드 간 벤치클리어링 사후 징계 발표, 고의적인 빈볼 모의 정황이 포착된 데빈 맥퍼슨과 데스몬드 킹, 나란히 열 경기 출장정지 및 벌금 1만 달러, 조니 몬테로 한 경기 출장정지, 맷 로빈슨 벌금 5천 달러 및 사회봉사 20시간(이상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한수혁 다섯 경기 출장정지 및 벌금 5천 달러, 데릭 플레밍 한 경기 출장 정지, 짐 브라운 한 경기 출장정지(이상 시애틀 매리너스)]빈볼 작당모의를 한 오클랜드의 배터리를 작살 낸 한수혁이 다섯 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고 말았다.
아무리 한수혁을 싸고 도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라 해도 빈볼을 맞은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주먹을 휘두른 걸 무작정 감싸줄 수는 없었다. 만약 한수혁이 아니었다면 더 큰 징계가 내려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애틀 팬들을 포함, 오클랜드 팬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야구팬들이 크게 반발했다.
└ 동료의 머리에 고의성이 명백한 빈볼이 날아와서 복수를 했을 뿐인데 다섯 경기 출장정지라고? 사무국 이 개자식들이 정말 제정신인가?
└ 빌어먹을, 이제 네 개만 더 치면 메이저리그 홈런 신기록을 세울 선수야. 조금만 더 던지면 역대 최고의 투수로 기록될 선수라고. 그런데 저 좆같은 오클랜드 놈들 때문에 그 기록을 망치게 될 수도 있어!
└ 사무국 이 개자식들아! 당장 징계를 철회해! 야구장이 폭발하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열이 받은 건 팬들뿐만이 아니었다.
시애틀을 중심으로 한 언론들, 그리고 켄 그리피 주니어 같은 레전드들이 목소리를 합쳐 사무국을 비판했다.
경기가 끝나고 늦은 밤이 될 때까지, 고작 몇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반응이었다.
“제기랄, 시애틀에서는 어떻게 하겠대? 받아들일 건가?”
“아뇨, 항소하고 내일 경기에 선발 등판시킬 것 같습니다.”
“휴, 다행이군. 돌아가는 분위기 봐서 적당히 완화해주자고. 그분께서도 걱정이 많으니 말이야.”
이번 징계에 대해 시애틀 측이 항소 입장을 밝힌 가운데 다음 날, 시애틀과 오클랜드 간의 시즌 12차전이 열렸다.
항소를 선택함으로써 징계가 유예된 한수혁이 마운드 위에 올랐다.
경기에 나서는 시애틀의 라인업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타이 존슨을 대신해 라파엘 오수나가 1루로 들어갔고, 데릭이 빠진 자리는 루키 헨리 에르난데스가 대신 메웠다.
공수 양면에서 확연하게 약해진 팀 전력.
어제 벤클로 주전포수를 잃은 오클랜드가 그 팀을 노려 반격에 나섰지만,
“스윙 아웃! 게임 셋!”
경기가 끝났을 때 오클랜드 선수들의 얼굴에 떠오른 건 절망이었다.
9이닝 무안타, 무볼넷, 무실점, 그리고 보스턴전에 이은 시즌 두 번째 노히트노런.
급하게 중견수 자리에 들어간 루키의 에러가 아니었다면 또 한 번 퍼펙트게임이 나올 뻔한 경기였다.
고작 공 95개로 시즌 20승, 그리고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한수혁이 기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100마일을 넘나드는 야구공은 무기 그 자체입니다. 설사 그것이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말이죠. 그런데 그 비겁한 자식들은 고의로 빈볼을 던졌습니다. 그것도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팬들 모두에게 존경받는 35세의 베테랑을 향해 말이죠. 그로 인해 하루하루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쌓아가고 있는 타이 존슨이 남은 시즌을 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겠죠. 메이저리그에서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겁니다.”
고의적인 빈볼에 대한 비난 여론이 또 한 번 메이저리그 전체에 휘몰아쳤다.
같은 말이라 해도 그걸 누가 했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를 넘어 미국 프로 스포츠 최고의 스타로 올라선 한수혁의 말에 모든 스포츠팬들이 공감을 표했다.
누군가의 머리를 노리는 악의적인 빈볼만큼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고의적인 빈볼에 대한 징계를 더욱 강화해서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 [항소에 따른 징계 수위 변경, 시애틀 매리너스 한수혁 다섯 경기 ▶ 네 경기 출장정지로 경감.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기존대로 유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강력히 반발, 슈퍼스타에 대한 편애라고 지적… 사무국 “변경된 개정안에 따르면 데스몬드 킹과 데빈 맥퍼슨은 최소 15경기 이상 출장정지다. 만약 그걸 원한다면 또다시 항소해도 좋다.” 강경 발언에 오클랜드 침묵] [이날 승리로 시즌 94승 49패, 6연승 내달린 시애틀 매리너스, 마이크 워렌 앞세워 오클랜드와 시즌 마지막 일전 치른다.]“좋아, 오늘 우리는 타이, 그리고 한, 둘을 위해 뛰는 거다.”
“당연하지. 그 두 사람의 뜻이 영원히 기억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거야.”
“절대 지면 안 돼. 물러서지 마. 모두가 그 둘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이봐, 나 안 죽었어.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 하지 마.”
한수혁과 타이 존슨, 팀의 두 기둥이 모두 빠진 가운데 오클랜드와 최종전에 나선 시애틀 선수들.
선발 마이크 워렌을 비롯한 시애틀 선수들이 전력을 다해 싸웠고, 결국 12회 연장전까지 가는 처절한 접전 끝에 시애틀이 5 대 4 한 점 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지난 클리블랜드전부터 시작된 거침없는 7연승 행진.
심지어 팀의 주축 선수들이 징계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거뒀기에 더욱 값진 승리였다.
동료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선수들은 예전보다 훨씬 강하게 뭉쳤고, 시애틀의 기세는 좀처럼 사그러들 줄 몰랐다.
“젠장, 내가 없어도 이렇게 다 이기면 돈값 못한다는 소리 들을 거 같은데?”
“타이, 손가락은 괜찮아요?”
“문제없어. 솔직히 지금도 대타로 나가라면 나갈 수 있을 거 같지만 감독님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더라고. 잘됐어. 안 그래도 나이 먹고 풀 시즌 뛰느라 힘들었는데 이참에 좀 쉬지 뭐.”
당초 걱정했던 것보다 부상 정도가 가벼웠던 타이 존슨은 집에서 그냥 쉬라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매일 클럽하우스를 드나들며 동료들을 격려했다.
그건 한수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징계로 인해 다음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3연전을 통째로 결장하게 된 한수혁은 이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는 감독과 단장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팀 훈련과 일정을 모두 소화해냈다.
“체력에는 아무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쉬면 경기 감각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좋아, 자네 뜻이 그렇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네. 하지만 포스트시즌까지 계속 달릴 걸 감안하면 절대 무리해서는 안 돼. 잊지 마. 자네 어깨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고, 챔피언.”
비록 경기에 나설 수는 없지만 현 시점 리그 최강의 선수인 그가 정상적으로 팀 훈련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시애틀 선수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편 출장정지로 인해 한수혁의 홈런 기록 행진이 잠시 중단되며 오클랜드에 대한 비난 여론은 점점 더 거세져만 갔다.
특히나 경기 전 진행되는 타격 훈련에서 한수혁이 큰 타구를 연신 날리는 걸 본 야구팬들은 오클랜드 홈페이지와 선수들의 SNS를 찾아가 맹폭격을 가했다.
약으로 얼룩진 부끄러운 기록을 갱신할 수 있는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방해하게 된 데스몬드 킹과 데빈 맥퍼슨의 SNS는 이미 폐쇄된 상태였다.
아니, 그 둘은 SNS 폐쇄가 문제가 아니었다.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되도 않는 복수심으로 팀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 주전포수와 1선발.
오클랜드 내부에서 그 둘에 대한 징계, 재계약 철회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시애틀의 연승행진은 계속되었다.
[캔자시스티 로열스와 시애틀 매리너스 간 시즌 4차전 경기, 4선발 하야시 렌타로의 7이닝 3실점 역투와 데릭 플레밍의 시즌 20호 홈런에 힘입어 시애틀의 7 대 3 승리. 위기 속에 일궈낸 시애틀의 8연승 행진] [이번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시애틀의 5선발 디몬 앤더슨 주니어, 올 시즌 첫 3번 타자로 출전한 안토니오 가르시아의 홈런 2방, 시애틀 파죽의 9연승] [9회 말에 펼쳐진 대역전극! 노장 마무리 투수 애덤 머피의 2이닝 무실점 역투, 그리고 확장로스터로 팀에 합류한 루키 헨리 에르난데스의 끝내기 안타, 신구의 완벽한 조화 속에 10연승 달린 시애틀 매리너스] [시즌 성적 98승 49패 승률 0.666 기록한 시애틀 매리너스, 2001년 기록적인 시즌 116승에 이은 팀 역대 두 번째 최다승에 도전] [매리너스에 쏟아지는 시애틀 시민들의 엄청난 지지, 시호크스(미식축구), 크라켄(아이스하키) 제치고 시애틀 최고 인기 스포츠 팀으로 떠올라]나이와 상관없이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타이 존슨과 한수혁이 빠진 빈자리,
오랫동안 그들에 기대왔던 시애틀의 젊은 선수들은 이제 그들이 없이도 경기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질주.
클리블랜드와의 3연전, 오클랜드 4연전, 그리고 켄자스시티 3연전까지 총 10번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시애틀은 이제 다음 상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시즌 마지막 3차전을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돌아왔다.
출장정지 징계에서 해제된 한수혁,
그가 휴스턴과의 시즌 11차전 선발투수로 나서기 위해 경기장을 향해 출발했다.
영화 속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복장을 한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