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47)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46화(347/412)
#346. 22연승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한 한수혁의 76호 홈런, 그리고 시즌 두 번째 사이클링 히트, 한수혁의, 한수혁을 위한, 한수혁에 의한 경기] [자신의 마지막 선발 등판 경기에서 9회 투 아웃까지 3점만을 내주며 호투한 텍사스 레인저스의 투수 바비 듀란트,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한수혁에게 통한의 끝내기 안타 허용] [15년의 빅리그 커리어를 마무리한 바비 듀란트 “비록 패전 투수가 되긴 했지만 오늘 나는 최선을 다해 던졌고, 그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수혁의 76번째 홈런, 그리고 시애틀의 21연승을 축하한다.”] [홈런을 맞지 않기 위해 도망 다니는 투수들과 비교되는 바비 듀란트의 대인배적인 모습에 야구팬들 환호] [‘기록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식으로 대기록에 도전하는 선수를 대해야 하는가’를 보여준 멋진 경기] [시즌 첫 선발 등판한 루키 사무엘 라모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오늘 경험은 앞으로 내가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수혁을 비롯 모든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매일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는 한수혁 “바비 듀란트는 아주 좋은 투수이며 충분히 존중받아 마땅한 야구선수이다. 끝이 있으면 또 다른 시작이 있는 법, 야구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살아갈 그에게 진심 어린 축복을 보내고 싶다.”]“와, 오빠… 진짜 이렇게 얘기했어요? 감동…….”
“뭐, 약간 편집이 된 것 같긴 하지만, 맞아. 확실히 저렇게 말했지.”
“헤에, 오빠가 다른 팀 선수 칭찬하는 거 첨 봐요.”
“그런가?”
“네.”
“음, 내가 진짜 그랬나.”
낮 경기로 치러진 텍사스전을 마친 나는 제이콥에게 들려 몸 상태를 체크한 후 바로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정규 시즌 4경기만을 남겨 놓은 시점에서 굳이 뭔가를 위해 무리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게 나와 제이콥의 판단이었다.
그보다는 하루하루 떨어지는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대한 잘 먹고 잘 쉬는 게 더 중요했다.
그리고 내게는 그걸 도와줄 최고의 파트너가 있었다.
“아, 해보세요. 오빠, 아~”
“뭔데?”
“일단 아~ 우리 이러지 말고 식탁으로 가서 정식으로 식사하는 건 어떨까요?”
“아니, 지금 이 자세가 편하다. 그냥 좀만 더 이렇게 있자.”
“헤에.”
뒤늦게 내 인생에서 뭐가 가장 중요한지 알게 된 나는 최대한 많은 시간을 예린이와 함께 보내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 애의 말처럼 제대로 된 식사를 위해서는 식탁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좋겠지만,
“이번에는 그럼 아~”
“음, 이거 갈비찜이네. 새로 한 건가?”
“네, 저번에 류한결 선수님 집에 갔을 때 잘 드시길래 해봤어요.”
“맛있다. 고마워, 예린아.”
예린이의 무릎 위 쿠션에 머리를 기댄 채 이렇게 음식을 받아먹는 게 너무 편해서 그런지 도저히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 어머니의 품에서 이렇게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누워서 밥 먹으면 체한다고 혼을 내시면서도 내가 입을 벌리면 마지못해 뭔가를 넣어주시곤 했지.
나는 새삼스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
“자, 이 정도면 됐고 그럼 나 연습실 좀 다녀올게. 오늘 나도 모르게 스윙이 좀 커져서 영점 좀 다시 잡아야 될 거 같네.”
“그러세요, 오빠. 그럼 다녀와서 드실 거 또 준비해 놓을게요.”
“아냐, 지금 그거면 충분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되지, 뭐.”
“노놉! 여기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오빠는 연습만.”
“그래, 그럼 부탁할게. 고맙다.”
누군가의 도움, 아니, 보살핌을 받는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거란 걸 왜 몰랐을까.
그런 호의에 그냥 고맙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모든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나는 왜 깨닫지 못했던 걸까.
* * *
“고마워, 한. 여기까지 오는 데… 젠장, 낯 간지럽긴 하지만. 맞아, 네 도움이 컸어.”
지난 2017년 클리블랜드가 기록한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연승 기록 타이에 도전하게 된 시애틀 매리너스.
그런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게 된 마이크 워렌이 멋쩍은 표정으로 자신의 라커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뛰어온 LA 다저스에서 거의 방출되다시피 쫓겨난 그는 시애틀로 이적 후 한수혁의 조언, 그리고 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제2의 투수 인생을 여는 데 성공했다.
오늘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3.82, 12승 7패, WAR 3.3을 기록한 그는 180.2이닝이라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시애틀의 3선발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냈고, 그 결과 다가오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 한 자리를 예약한 상태다.
“헤이, 마이크, 오늘 컨디션은 어때?”
“나? 아주, 더할 나위 없이 가볍군. 12이닝 정도는 문제없을 거 같은데?”
“흐흐, 좋아. 12이닝은 좀 그렇고 9이닝 완봉승, 아니, 기왕이면 퍼펙트 어때? 이 기회에 시계 하나 더 받아보자고.”
“좋은 생각이야. 계좌를 체크해 봐야겠군, 브루스.”
시애틀이 올 시즌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건 기존 팜에서 자라온 선수들과 이적생, 루키와 베테랑 등 자칫하면 이리저리 편이 갈릴 수도 있는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 결과였다.
시애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면서 주장인 라이언 티보우,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 중 최고의 커리어를 가진 타이 존슨, 양키스에서 존경받을 만한 커리어를 쌓아온 애덤 머피 등 여러 선수들이 있었지만,
누구나 알고 있다.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한수혁이라는 걸 말이다.
투타 모든 면에서 팀, 아니, 리그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그가 모든 선수를 공평하게 대하다 보니 팀 내 파벌이 생기는 걸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낳게 되었다는 걸.
“자, 오늘 라인업이다. 제군들, 긴장하지 마. 그냥 평소와 같은 한 경기일 뿐이니까.”
1번 3루수 한수혁
2번 중견수 데릭 플레밍
3번 우익수 척 클락
4번 지명타자 안토니오 가르시아
5번 좌익수 짐 브라운
6번 1루수 라파엘 오수나
7번 포수 브루스 매튜스
8번 2루수 리암 랜드먼
9번 유격수 조나단 오웬스
투수 마이크 워렌
라커룸 한편 벽으로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유격수 자리에 조쉬 대신 조나단이 들어간 걸 제외하면 어제와 거의 다를 게 없는 시애틀의 베스트 라인업.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최다 연승 기록을 반드시 경신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시애틀과 텍사스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었다.
* * *
파앙
“스트라이크!”
타자를 유인하기 위해 던진 바깥쪽 높은 공이 제멋대로 휘더니 존안으로 쑥 빨려 들어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텍사스의 리드오프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마이크 워렌이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자신에게 처음 너클볼을 가르쳐준 스승이 했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이 공을 통제하려 하지 마. 너클볼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와 같아. 가두려고 하면 할수록 녀석은 더 제멋대로 움직이지. 그러니 그냥 던져. 그리고 네 손을 떠난 그 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면 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막상 실행으로 옮기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이야기였다.
투수와 타자 간의 대결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치밀한 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바깥쪽을 노리는 타자를 상대로 역으로 찔러 들어가는 몸 쪽 승부, 반대로 몸 쪽 공을 노리는 타자에게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브레이킹볼 등.
여기서 필요한 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제구력과 구위, 그리고 배짱이다.
하지만,
너클볼은 전혀 다르다.
날아가는 동안 주변에 발생하는 난류를 타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공을 투수가 마음대로 제어한다는 건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던지는 투수도, 그리고 그 공을 기다리는 타자도,
누구 하나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공.
그런 공을 던지고 이후의 결과에 대해서는 초연한 마음을 가진다는 건 보통의 투수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마이크는 결국 해내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해내는 중이다.
부웅
“스윙!”
한가운데로 들어가다 제멋대로 뚝 떨어지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춤을 춘다.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만약 저기서 조금만 삐끗해도 바로 홈런이 될 수도 있는 게 바로 너클볼이다.
마이크는 문득 너클볼이 자신의 인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궤도로 접어든 자신의 인생 말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더 잘됐다고 생각한다.
예전 팀에서는 피부색, 혹은 성격을 이유로 자신을 배척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 시애틀에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매리너스 선수단의 목표는 오직 하나,
팀의 승리, 그리고 우승.
그것 외에는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는 걸 마이크 워렌은 알고 있다.
이번 시즌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 경기.
마이크 워렌의 진심을 담은 너클볼이 너풀너풀 춤을 추며 날아갔다.
파앙
“스트라이크!”
* * *
시즌 마지막 등판에 나선 마이크 워렌이 7회 초까지 2점만을 내주는 호투를 이어가는 가운데 시애틀은 4회 말 터진 조나단 오웬스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가며 2 대 1, 한 점 차 추격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이어진 7회 말, 시애틀의 첫 타자로 한수혁이 들어서자 텍사스 덕아웃에서 고의사구 요청이 나왔다.
“우우우우우!”
“그냥 승부해! 승부하라고!“
“젠장, 어차피 이렇게 된 거 80홈런까지 가보자고! 승부해! 개자식아!”
“한가운데 던져! 정정당당하게 얻어맞으라고!”
관중석 여기저기에서 격렬한 야유가 흘러 나왔지만 정작 한수혁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이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기도 했거니와, 이런 상황에서 고의사구가 안 나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자, 1루로!”
그렇게 만들어진 무사 1루 찬스, 타석에 데릭 플레밍이 들어섰다.
양팀 덕아웃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루상에는 단독 도루 능력이 있는 주자, 그리고 타석에 힘과 정교함, 그리고 스피드를 고루 갖춘 타입의 타자가 들어서며 경우의 수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강공, 단독 도루, 히트 앤드런, 혹은 런 앤 히트, 그도 아니면 보내기 번트.
덕아웃과 선수들 사이 무수히 많은 사인이 오갔고, 마침내 투수의 손끝에서 공이 발사되었다.
그리고,
따악!
“됐다! 됐어!”
“달려! 달리라고, 한!”
시애틀의 선택은 런 앤 히트였다.
한수혁의 천부적인 도루 감각, 그리고 데릭 플레밍의 배트 컨트롤을 믿고 던진 과감한 승부수였다.
1루에 있던 한수혁이 스타트를 끊는 순간, 몸 쪽 낮은 코스로 파고 드는 투심을 데릭이 정교한 배트 컨트롤로 퍼 올렸다.
1루수 머리 위를 살짝 넘기는 타구가 파울 라인을 따라 데굴데굴 굴러갔다.
당황한 텍사스의 우익수가 전력을 다해 타구를 쫓았고 그 사이 한수혁이 거침없이 질주했다.
2루를 지나 3루, 그리고,
베이스 코치의 팔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한수혁이 그 속도 그대로 홈플레이트를 향해 달려 들었다.
뒤늦게 공을 잡아낸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익수가 있는 힘을 다해 홈으로 송구했지만,
“세이프! 세이프!”
시즌 막판까지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 중인 한수혁의 발이 먼저 홈을 밟으며 순식간에 2 대 2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조금씩 닫혀가던 22연승으로 통하는 문이 다시금 그들을 향해 팔을 벌리는 순간이었다.
“타임!”
한수혁에 대한 고의사구 작전이 동점 허용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온 상황.
당황한 텍사스 벤치에서 타임이 요청되었고, 지난 3경기에서 개점휴업한 마무리 투수가 팀의 스윕패를 막기 위해 일찌감치 마운드에 올랐다.
무사에 2루에는 발 빠른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
시애틀 팬들의 시선이 다음 타자인 척 클락에게 집중되었다.
거대한 임펙트는 없지만 언제나 상황에 관계없이 자신의 몫을 충실히 이행하는 타자.
그런 척 클락이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따아악!
힘껏 잡아당긴 타구가 좌익수 옆을 지나 펜스까지 굴러가며 2루에 있던 데릭이 여유 있게 홈인, 그리고 다시 타자 주자는 2루까지.
팀의 3연패를 막기 위해 조기 등판한 텍사스의 마무리 투수가 고개를 툭 떨군 채 괴로워했고, 다시 타석에 시애틀 내 한수혁과 타이 존슨 다음으로 많은 홈런을 친 안토니오 가르시아가 들어섰다.
그리고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났다.
따악!
시애틀의 22연승을 기념하는 안토니오 가르시아의 시즌 45호 홈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