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53)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52화(353/412)
#352. 1선발
– 야, 뭐 하냐
“뭐 하긴, TV 보지. 그러는 넌? 한국시리즈 준비 안 하냐?”
– 뭐라는 거야. 우린 아직 정규시즌도 안 끝났어. 우천 취소가 너무 많아서 꼼짝 없이 10월 중순까지는 경기해야 돼. 아, 그러고 보니 돔 구장은 대체 언제 개장하는 거야?
“그걸 왜 나한테 물어?”
– 그럼 구단 주인한테 묻지 누구한테 묻냐, 이 악덕 고용주 놈아.
“허허, 이 발칙한 피고용인 좀 보게. 됐고, 나 집중해서 경기 봐야 하니까 할 말 없으면 그만 끊고 가서 경기 준비나 해, 서형주.”
– 아, 잠깐, 나 할 말 있어서 전화한 건데 중요한 걸 잊을 뻔했네.
“뭔데, 빨리 해. 경기 시작한다고.”
– 다른 게 아니고… 나 내년에 포스팅 신청하면 시애틀에서 받아줄 거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야, 다른 거 다 떠나서 우리 팀 데릭보다 잘할 자신 있어?”
– 하, 이 천재 서형주를 뭘로 보고… 음, 잊었나 본데 나 여차하면 2루 수비도 가능…….
“됐고, 그런 건 나 말고 단장님이나 대표님하고 상담해. 그럼 끊는다.”
– 야, 잠깐, 잠깐! 그럼 나…….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고 아예 스마트폰 전원을 꺼버렸다.
서형주의 해외 진출이라…….
음, 솔직히 자세히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녀석이 회귀 전 스스로의 힘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걸 생각하면 안 될 것도 없다고 본다. 게다가 내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녀석은 그때보다 명백히 더 좋은 타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 팀의 주전 중견수인 데릭 플레밍의 기량과 FA계약까지 남은 기간을 생각하면…….
그렇다고 코너 외야수로 쓰기에는 장타력이 좀 아쉬운 터라, 정 안 되면 확실한 주전을 찾지 못해 일단 리암 랜드먼에게 맡긴 2루에 서는 것도 고려해볼 만은 하다.
물론 이 모든 건 내가 아닌 워리어스와 매리너스의 경영진들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다. 구단을 운영하는 건 내가 아닌 그들이니까.
“통화 끝났어요, 오빠?”
“어, 너도 대충 정리했으면 와서 같이 야구나 보자.”
“네, 다 했어요. 히히.”
자꾸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야구를 보겠다고 헛소리하는 놈들을 모두 거절하고 예린이와 둘이 조용히 TV 앞에 앉았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오빤 어디가 이길 거 같아요?”
“글쎄… 화이트삭스랑 에인절스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류한결 선수님이 들으면 섭섭해하시겠네요.”
“어쩔 수 없지. 거긴 타격이 너무 약해. 애초에 이찬호 선배가 3번을 치게 된 순간부터 폭망인 거야.”
“음, 보스턴이랑 오클랜드는요?”
“보스턴.”
“확고하시네요?”
“오클랜드가 올라와도 나쁘지 않지만 아무래도 보스턴에는 제리 와그너가 있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녀석이 와일드카드에서 탈락하는 그림은 상상이 안 가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4경기가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가 지켜본 경기는 펜웨이파크에서 진행되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간의 1차전이었다.
과연 우리와 만나게 될 상대는 누가 될 것인가.
보스턴에서는 팀의 1선발인 베테랑 알렉스 데이비스가 아닌 라파엘 실바를 선발로 내세웠다.
아마 제리 와그너의 입김이 들어간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경험 면에서 라파엘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투수이지만 그를 이끌어주는 포수가 제리 와그너인 걸 감안하면 확실히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런 보스턴을 상대하게 된 오클랜드에서는 예상대로 1선발 데빈 맥퍼슨을 출전시켰다.
맞다. 타이 존슨에게 빈볼을 던졌다가 내게 얻어맞은 바로 그놈이다.
그때 내게 당한 후유증으로 정규시즌 남은 경기에 결장했던 데스몬드 킹이 오늘 포수 마스크를 끼게 된 것도 눈에 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만약 오클랜드 놈들이 디비전 시리즈에 올라오면 다시는 내 앞에서 눈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박살 내버릴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펀치 몇 방으로 끝낸 건 내가 너무 자비로웠던 것 같다.
– 플레이!
주심의 경기 개시 사인과 함께 두 팀 간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이 시작되었다.
경기 초반은 예상대로 보스턴의 페이스였다.
라파엘 실바가 광속구를 펑펑 뿌리며 오클랜드 타선을 잠재우는 동안 잭 로저스, 맷 케프, 제리 와그너로 이어지는 보스턴의 상위 타순이 가볍게 2점을 선취했다.
하지만 곧 위기가 찾아왔다.
5회까지 잘 던지던 라파엘 실바가 갑자게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순식간에 동점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역시 아직 쟨 어려.”
“오빠보다 두 살이나 많은데요?”
“흠.”
당황한 보스턴 벤치에서는 라파엘 대신 5선발 앤디 딕슨을 투입하며 오클랜드의 파상공세를 간신히 막아냈다.
수비를 마친 제리 와그너의 얼굴이 10년은 늙어 보인다.
“오빠, 류한결 선수님이 7회까지 무실점이네요? 5 대 0으로 이기고 있어요.”
“호오… 그 형, 마음 단단히 먹었네.”
예나 지금이나 큰 경기에 더욱 강한 류한결이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무쌍을 찍는 사이 보스턴과 오클랜드 간의 혈전은 계속되었다.
양팀 합쳐 8명의 투수가 동원된 그 경기의 최종 승자는…….
“역시나네.”
“오빠 예상이 맞았네요.”
바로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끝내기 홈런을 때려낸 보스턴의 리드오프 잭 로저스가 세상을 다 가진 얼굴로 펄쩍펄쩍 뛰고 있다.
반면 투 아웃을 잘 잡고도 마지막 한 타자를 처리 못 한 오클랜드의 배터리가 고개를 툭 떨군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흠.”
[한날 동시에 진행된 와일드카드 결정전 4경기, 아메리칸 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LA 에인절스, 내셔널 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카고 컵스 각각 1승씩 추가] [보스턴 레드삭스 VS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전, 끝내기 홈런을 날린 잭 로저스 “연장전까지 가지 않고 이겨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우리의 목표는 리그 챔피언십 우승, 나아가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중부지구 우승팀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9이닝 완봉승을 기록한 LA 에인절스의 한국인 투수 류한결 “수혁이가 그러더라. 챔피언십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뭐가 어찌 되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의 내 역할은 끝났다. 팀원들을 믿고 기다리겠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잡고 먼저 1승을 올린 내셔널 리그 동부지구 우승팀 필라델피아 필리스, 경기가 끝난 후 휴지통에 불을 지르며 환호하는 필리건들] [시카고에 희비가 교차한 날… 화이트삭스의 완패, 그리고 컵스의 역전승, 선발승 거둔 일본인 투수 다나카 야마토, 한수혁과 월드시리즈에서 만나길 바라냐는 물음에 “나는…” 말을 잇지 못하다]* * *
“조금 늦었지만 축하해, 라이언.”
“그냥 빈손으로 와도 되는데, 어쨌든 고마워.”
“젠장, 누군 아직 결혼도 못 했는데 벌써 둘째를 임신하다니, 누가 주장 아니랄까 봐.”
“내가 보기에 브루스 넌 그 상태로는 절대 결혼은커녕 연애도 힘들어.”
“빌어먹을. 데릭, 너 이 자식, 이리 안 와?”
구장에 출근해 간단한 오전 훈련을 마친 시애틀 선수단이 주장 라이언 티보우의 집에 모였다.
시즌 일정 때문에 취소되었던 선수단 가족의 날 행사를 뒤늦게나마 치르기 위해, 그리고 잠시 후에 있을 와일드카드 2차전을 함께 지켜보기 위해서 말이다.
“아저씨!”
“음.”
라이언의 집에 들어선 한수혁에게 그의 딸 라일리가 쪼르르 달려와 안겼다.
잠시 당황했던 한수혁이 어색한 몸짓으로 아이를 들어 올렸다.
“언니! 언니도 잘 지냈죠?”
“라일리.”
“네, 아저씨.”
“가만, 왜 나는 아저씨고 예린이는 언니지?”
“언니는 이쁘니까?”
뭐… 그런 이유라면 할 말은 없다. 내가 봐도 예쁘니까.
축구를 해도 좋을 만큼 넓은 라이언의 집 정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겸한 식사를 마친 우리는 아이들과 부인, 혹은 애인들과 잠시 떨어져 거실 TV 앞에 모여 앉았다.
TV에서는 와일드카드 4경기가 동시에 진행 중이었다.
“에인절스가 이긴 게 좀 의외긴 했는데 대부분 예상대로였어. 안 그래?”
“맞아, 류한결. 그 친구는 확실히 잘해. 구위 자체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데, 뭐랄까… 공을 던지는 법을 안다고 해야 할까.”
“그런 친구가 한, 저 녀석만 보면 기를 못 펴는 것도 신기하고 말이야. 흐흐.”
“그나저나 역시 우리 상대는 보스턴이 되겠지?”
“흠, 글쎄… 오늘 선발만 놓고 보면 확실히 보스턴이지.”
보스턴 레드삭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간의 경기에 채널을 고정해 놓은 선수들이 스마트폰으로 다른 구장 소식을 계속 체크했다.
내셔널 리그의 경기 상황은 어제와 비슷했다.
하비에르 카스티요의 연타석 홈런에 힘입은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자이언츠에 4 대 1 리드를 가져가는 사이, 다른 곳에서는 시카고 컵스가 션 터커의 석 점 홈런에 힘입어 5 대 2로 앞서 나갔다.
“션 터커 저놈, 턱은 다 붙었나 보네. 흐흐.”
“개자식, 그때를 생각하니 또 열이 뻗치는군. 정말로 죽여 버렸어야 했어.”
놈의 배트에 맞고 한동안 고생했던 브루스가 이를 부득부득 갈아댔다.
그 사이 경기는 계속 진행되었고, 결국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부지구 우승팀임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참가팀 중 가장 전력이 딸린다는 평가를 받던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LA 에인절스에 두 경기를 내주며 가을야구에서 가장 먼저 탈락했다.
9회 초, 역전 2루타를 때려낸 이찬호가 눈물, 콧물을 주렁주렁 단 채 경기 MVP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내셔널 리그 역시 우리의 예상대로였다.
상대 전력에서 앞서는 필리스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자이언츠에 승리하며 2연승으로 디비전 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었으며, 시카고 컵스 역시 애틀랜타를 2승으로 물리쳤다.
다만,
마지막 남은 한 경기,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이어가던 보스턴 레드삭스와 오클래드 애슬레틱스 간의 경기만이 우리의 예상을 빗나갔다.
“저거… 쉽지 않겠는데?”
“음.”
“젠장, 전화라도 해봐야 하나?”
심각한 얼굴이 된 타이가 스마트폰을 들고 중얼거렸다.
양팀 간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9 대 8, 한 점 차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의 얼굴에는 1패 이상의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9회 말 마지막 동점 찬스에서 얕은 플라이에 홈으로 뛰어들다 아웃당한 팀의 주장이자 주전 포수 제리 와그너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들것에 실려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모두의 머릿속에 비슷한 생각이 떠올랐다.
제리 와그너를 잃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가을야구는 여기가 끝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그리고 다음 날.
[보스턴 레드삭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간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3차전, 오클랜드의 승리로 끝나다.] [주전 포수 제리 와그너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레드삭스, 7 대 1로 무기력하게 패하며 가을야구 탈락] [덕아웃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본 제리 와그너 “시애틀과 다시 한번 붙어보고 싶었는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 보여] [마침내 확정된 디비전 시리즈 대진표]아메리칸 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VS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뉴욕 양키스 VS LA 에인절스
내셔널 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VS 시카고 컵스
LA 다저스 VS 필라델피아 필리스
[8년 만에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게 된 시애틀 매리너스 벤자민 레이놀즈 감독 “포스트 시즌에서는 투수진 운영에 약간 변화를 줄 생각이다.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선발은 한수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