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56)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55화(356/412)
#355. 대진표 확정
어떤 조직에서 쫓겨나듯 떨어져 나온 사람이 가장 바라는 게 있다면?
‘괜히 널 내보냈다. 네가 있어야 했는데.’ 같은 소리를 듣는 것일 것이다.
[극적인 순간에 터진 하비에르 카스티요의 만루포,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3연패를 막아내다] [막강 1, 2선발진, 하지만 그 뒤를 받쳐줄 선발 투수의 부재를 느낀 다저스, 3연승 실패] [다저스 팬들 “마이크 워렌을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니었다. 구단 프런트들의 멍청함에 진절머리가 쳐진다. 이 팀은 항상 돈을 이상하게 쓰는 경향이 있다.”] [시애틀로 이적 후 평균자책점 3.85에 13승 7패를 기록한 마이크 워렌이 있었다면? 다저스의 가을 야구는 조금 더 편했을 것]방금 전 끝난 LA 다저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간의 디비전 시리즈 3차전이 필리스의 10 대 7, 석 점 차 승리로 끝났다.
LA 다저스는 선발 투수 부족으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조금 힘든 시즌을 보내야 했고 이런 약점은 가을야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주전 포수 티건 버크헤드와의 세력 싸움에 밀려, 그리고 너클볼러로서 회의적인 평가를 받으며 시애틀로 이적하게 된 마이크 워렌.
자신을 그리워하는 옛 팬들의 목소리에 사기가 한껏 고양된 마이크 워렌이 등판 준비를 마치고 그라운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믿고 받아준 고마운 팀의 3연승, 그리고 29년 만의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확정 짓기 위해.
* * *
– 이제 조금씩 양대 리그 챔피언십 진출팀의 윤곽이 그려지고 있군요, 스티브.
– 맞아요. 내셔널 리그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3연승으로 가장 먼저 챔피언십 진출을 확정 지었죠. 라이벌 LA 다저스가 필리스에 발목을 잡히는 사이에 말이죠.
– 다시 한 번 느끼지만 마이크 워렌의 트레이드는 다저스에게는 악몽, 그리고 시애틀에게는 축복이었네요. 저 연봉에 저 정도 퍼포먼스를 내줄 수 있는 선발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 거기에 다저스에서 트레이드 조건으로 연봉 보조까지 포함했잖습니까? 다저스 팬들 입장에서는 열받을 만합니다. 구단 사무실에 폭탄을 던져도 무죄라는 뜻이죠.
– 자, 먼저 끝난 경기들을 살펴보면 방금 말씀드린 대로 카디널스가 3연승으로 챔피언십에 진출했고 다저스는 필리스에 발목을 잡혔죠. 그리고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LA 에인절스가 9회 말 이찬호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1승을 거뒀고요.
– 그러고 보면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참 인상적이네요. 한수혁 선수는 두말할 것도 없고 에인절스의 류한결, 이찬호 선수도 몸값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죠?
– 그 덕분이라 해야 할까요? 내년에는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의 빅리그 진출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중 몇몇 선수들은 벌써부터 많은 빅리그 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고요.
– 자, 그 이야기는 일단 포스트시즌이 끝난 후 다시 하기로 하고, 오늘은 29년 만의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도전하는 시애틀과 벼랑 끝에 몰린 오클랜드 간의 3차전 경기부터 감상하시죠. 광고 보고 돌아오겠습니다.
* * *
열악한 도시 인프라와 시 당국의 무성의함에 질려 연고지 이전을 계획하고, 실제로 라스베이거스 볼파크를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하지만 뒤늦게 정신을 차린 오클랜드의 적극적인 구애와 라스베이거스 내부에서 발생한 몇 가지 문제로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오는 것이 확정된 그들은 지금 상대팀 팬들로 가득 찬 홈구장에서 디비전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수용 인원이라고 해봐야 1만 명 남짓한 라스베이거스의 작은 야구장.
그곳을 점령한 건 오클랜드 팬이 아닌, 멀리 북서부에서 원정 온 시애틀 팬들이었다.
팀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모여든 열정적인 팬들 말이다.
“젠장, 오늘같이 뜻 깊은 경기를 이런 코딱지만 한 구장에서 치러야 하다니,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는 놈들이군.”
“사무국은 반성해야 해. 왜 3, 4차전을 하위팀 경기장에서 치르는 거야?”
“됐고, 빨리 저 빌어먹을 자식들을 박살 내고 축제를 열어보자고!”
한수혁을 비롯 올 시즌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진 피켓을 든 관중들이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열정적인 응원을 이어갔다.
그리고 시애틀 선수들은 최고의 플레이로 이에 보답했다.
2회초 터진 브루스 매튜스의 홈런을 시작으로 3회 초 고의사구로 나간 한수혁을 불러들이는 타이 존슨의 2루타, 그리고 5회 초 한수혁과 타이 존슨의 연속 볼넷 이후 터진 안토니오 가르시아의 쓰리런 홈런까지.
시애틀이 5점을 내는 사이 선발 마이크 워렌은 훌리오 페냐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 하나 외에는 흠 잡을 곳 하나 없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그런 마이크의 호투에 열광하는 건 시애틀 팬들뿐만이 아니었다.
다저스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 역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 그러니까, 저런 투수를 연봉 보조까지 해주면서 시애틀에 거저 상납했다는 거지?
└ 빌어먹을 단장 놈, 언론에서 자꾸 추켜 세워주니 자신이 정말 대단한 줄 착각하나 본데… 저 트레이드 하나만으로 놈을 자를 이유는 충분해.
└ 정말 짜증 나는 건 마이크의 올 시즌 성적이 너클볼러로서 그의 커리어 로우일 수도 있다는 거야. 나이를 먹으면 기량이 쇠퇴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익어가는 게 너클볼러라고 하니 말이야.
└ 젠장, 저 친구만 있었으면 우리도 지금쯤 챔피언십에 올라가서 구관조 놈들을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을 텐데.
└ 잘못한 건 단장 놈뿐만이 아니야. 티건 버크헤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안타 하나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그 개자식이 마이크 워렌을 쫓아내는 분위기를 만들었다지?
└ 정말 거지 같은 건 4차전에도 믿고 맡길 투수가 없다는 거야. 대체 이 팀은 그 많은 돈을 다 어디다 쓴 거지?
다저스 팬들의 절규 속에 마이크 워렌의 호투는 계속 이어졌다.
6회와 7회, 그리고 8회, 그가 던지는 너클볼에 오클랜드 타자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그렇게 5 대 1로 리드한 시애틀의 9회 초 공격.
앞선 네 번의 타석에서 모두 고의사구로 출루한 한수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젠 비겁하다는 말조차 뭔가 아까운 기분이야. 비겁이라는 단어로는 너희를 표현하는 게 조금 부족한 거 같거든.”
“…….”
“어차피 경기를 포기한 거면 빨리 대충 끝내고 꺼져버려, 개자식들아.”
한수혁의 비아냥에 대꾸할 힘조차 없는 데스몬드 킹.
그런 포수보다 더 하얗게 질려버린 투수.
그의 손끝에서 기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공이 발사되었고,
따아아아악!
오랜만에 손맛을 본 한수혁이 배트를 하늘 높이 집어던지고 만세를 부르는 순간,
야구장 안에 있는, 그리고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이 바로 시애틀 매리너스가 챔피언십 진출을 확정 짓는 그런 순간이라는 걸 말이다.
* * *
[디비전 시리즈 3차전 경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6 대 1 완승 거둔 시애틀 매리너스, 29년 만의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 확정] [9이닝 1실점 완투, 눈부신 피칭으로 팀의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결정지은 시애틀의 3선발 마이크 워렌 “적지 않은 시간 야구를 해왔지만 오늘이야말로 내 야구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를 믿고 중요한 임무를 내려준 코칭스태프, 끝까지 응원해준 팬들,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동료들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 [볼넷 4개, 홈런 1개로 백 프로 출루에 성공한 한수혁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서는 힘 있는 루키들과 경험 많은 베테랑과의 조화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다행히 우리 팀에는 마이크 워렌, 타이 존슨, 애덤 머피 같은 다른 선수들의 모범이 될 좋은 베테랑들이 있다.”] [정규시즌 막판 25연승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3연승을 기록한 시애틀 매리너스, 그들을 막을 팀은 과연 어디일까?] [아메리칸 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내셔널 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할 두 팀이 확정된 가운데 다저스와 양키스의 행보에 야구팬들의 관심 집중]3연승으로 일찌감치 챔피언십 진출을 확정 지은 우리는 사흘간의 짧지 않은 휴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오전과 오후, 구장에 출근해 간단한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한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TV 앞에 앉았다.
“오빠, 여기요.”
“음, 이거 주재료는… 당근인 건가?”
“네, 당근에 이거저거, 몸에 좋다는 건 다 넣었는데. 히히.”
예린이가 주는 정체 모를 쥬스를 한 입에 털어 넣는 사이, 3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LA 다저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간의 디비전 시리즈 4차전 경기가 드디어 끝이 났다.
구멍 난 선발진을 타력의 힘으로 메꾸려는 다저스, 그리고 선발진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버티기에 나선 필리스.
두 팀 간의 길고 길었던 경기의 승자는 다저스였다.
“그럼… 어쩌면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하고 만날 수도 있겠네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
굳이 뒷말을 듣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충분히 이해했다.
마이크 워렌의 이적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그리고 나와도 한 번 충돌한 적이 있는 티건 버크해드를 떠올리는 것이겠지.
올 시즌 하도 이놈 저놈 줘 패고 다녀서 그런지, 만나면 얼굴을 붉히게 될 놈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데스몬드 킹처럼 알아서 기란 법도 없다.
머리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놈들이 한둘이 아니고, 그놈들이 또 나를 도발할 수도 있겠지.
뭐,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만약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글쎄,
동료들에게 뒤를 맡기고 일단 그놈은 완벽하게 작살을…….
흠.
“오빠, 시작하네요.”
“그러네.”
들고 있던 덤벨을 잠시 내려놓고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댔다.
마지막 남은 디비전 시리즈 경기인 뉴욕 양키스와 LA 에인절스 간의 4차전 경기를 보기 위해서 말이다.
올 시즌 그럭저럭 쓸 만한 활약을 보여준 에인절스의 선발 투수 라파엘 로드리게스와 밀워키에서 양키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샤킬 레너드의 대결.
이름값만 놓고 보면 차세대 내셔널 리그의 에이스가 될 것이라 기대를 받던 샤킬 레너드 쪽이 우세했지만…….
따아악!
포스트시즌 들어 훨훨 날아다니고 있는 이찬호 선배가 1회 말, 그놈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저 형 물이 올랐네. 감이 진짜 좋아 보이는데.”
“제가 봐도 그러네요. 근데 샤킬 레너드 쟤는 어딘가 좀 이상해 보이는데요?”
“흠.”
야구 비전문가인 예린이가 보기에도 어딘가 이상이 있는 듯한 샤킬 레너드의 몸 상태.
아마도 내가 다니엘 단장에게 경고했던 유리 몸 문제가 슬슬 부각되는 시점인 듯하다.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어딘가 불편한 것인지 계속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하며, 시즌 초반에 비해 확연하게 떨어진 포심의 구속까지.
내 회귀로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생각하며 경기에 집중했다.
따아악!
따악!
1회부터 불안 불안한 모습을 보인 양 팀의 선발투수들.
경기는 타격전으로 흘러갔고, 8회 말까지 7 대 7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9회 초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곧 에인절스에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쳤다.
템파베이에서 양키스로 이적한 차세대 스타 제임스 테일러가 거대한 2루타를 때려낸 데 이어 루카스 앤더슨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순식간에 무사 1, 2루.
위기에 빠진 에인절스 덕아웃에서 뽑아든 카드는,
[투수 교체, 알론 데프워스 물러나고 류한결]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그리고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류한결 선배였다.
“어, 류한결 선수님. 1차전에 투구 수가 많지 않았나요? 사흘밖에 못 쉬었는데.”
“저 형 성격에 아마 등판을 자처했을 거 같긴 한데…….”
류한결 선배 정도의 커리어라면 감독이 억지로 그를 마운드로 밀어 넣진 못했을 것이다. 결국 이번 등판은 그의 선택이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소년 가장이라 불리게 된,
한국이 낳은 역대 최고의 좌완 류한결이 팀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파앙!
– 아웃!
부웅
– 스윙! 아웃!
절망에 빠진 팬들, 그리고 팀을 위해 등판을 자처한 에이스가 양키스의 중심타자 잭 헤인즈와 트로이 버클리를 연속으로 잡아냈다.
에인절 스타디움에 모인 4만5천 명의 팬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주었다.
하지만,
따악!
이번 시즌 많은 것을 떠안았던 에이스의 분전은 거기까지였다.
양키스의 6번 그렉 조세프가 친 타구가 1루수 글러브를 스치며 외야로 빠져나가는 순간, 팀을 위해 모든 걸 걸었던 에이스의 고개가 땅으로 툭 떨어졌다.
반전은 없었다.
9회 초 마침내 승기를 잡은 양키스는 리그 최강의 마무리라 불리는 저스틴 자발라를 투입, 9회 말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어떻게 해… 류한결 선수님 우는 거 같아요…….”
“흠.”
씁쓸한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은 내 회귀로 인해 원래 역사보다 명백하게 좋은 선수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예나 지금이나 챔피언 반지와 인연을 맺지 못한 채 저렇게 힘들어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냥,
같은 국적을 가진 좋은 선배이자, 훌륭한 워크에식을 가진 그가 저렇게 슬퍼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려서 그런 거다.
“나 지하에서 몸 좀 풀고 있을게. 예린아.”
“연습 끝난 거 아니세요? 그럼 저녁은?”
“1시간만 공 좀 치고 다시 올라올게. 좀만 기다려줘.”
“네, 그러세요, 오빠. 시간 맞춰서 찌개 데워놓을게요.”
“그래, 고마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그를 대신해 저 양키스 놈들을 박살 내는 것.
그것 하나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