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58)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57화(358/412)
#357. 찬란했던 시절
“흐흐흐…….”
“…할아버지?”
“흐흐흐흐흐…….”
“할아버지?”
“흐흐, 그래. 로이. 들었다. 식사하자고? 알았다, 내려가마.”
“아, 다행이네요. 전 할아버지가 어디 이상하신 줄 알고…….”
“이런, 로이. 내가 늙긴 했지만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야.”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계속 웃기만 하셔서 걱정했어요.”
“그냥, 흐흐, 이거 참, 웃음이 멈추질 않는구나. 어제 경기만 생각하면 말이야.”
“그렇게 좋으세요?”
“그럼, 좋다마다! 다른 팀도 아니고 양키스 그 개자식들을 그렇게 박살을 냈으니 당연히 좋을 수밖에. 내가 말했지. 29년 전, 그러니까 내가 지금 네 아비 정도 나이던 시절에 저놈들에게 얼마나 당했는지 말이야.”
“네, 열 번도 넘게 말씀하셨어요.”
“그래, 로이……. 후우, 빨리 가서 식사하고 그를 위해 기도를 올리자꾸나. 우리 매리너스를 위해 신이 내려준 최고의 선수를 위해서.”
삼대를 이어 시애틀 매리너스를 응원해온 모간 가문의 조부와 손자가 두 손을 꼭 잡고 한수혁에 대한 감사 기도를 올렸다.
[아메리칸 리그 승률 1위, 2위 팀 간의 맞대결, 팽팽한 접전이 되리란 예상을 깨고 13 대 0, 시애틀의 완승] [다시 한 번 자신의 최고 구속을 경신한 한수혁, 1회 초 제임스 테일러를 상대로 던진 109마일 포심,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아]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전문가들 “한수혁의 현재 몸 상태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감안하면 110마일의 벽도 곧 무너질 것”] [7이닝 80구, 17K 무실점 완벽투구, 그리고 홈런 포함 4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한 한수혁 “누군가는 시애틀이 2001년처럼 맥없이 무너질 거라 말하기도 했다. 물론 나는 그 기사를 쓴 기자가 양키스의 팬이라는 것에 모든 걸 걸 수도 있다. 우리는 완벽히 준비된 팀이다. 반드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것.”] [1회 만에 무너진 양키스의 에이스 타이슨 바샴, 인터뷰 요청에 불응하고 그대로 경기장 밖으로 사라져] [패장 뉴욕 양키스 감독 “할 말이 없다. 오늘 경기는 빨리 잊고 내일 2차전을 준비하겠다.”] [PHOTO: 29년 만의 챔피언십 시리즈 승리에 열광하는 시애틀 팬들, 밤새도록 계속된 그들만의 축제]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 시애틀의 또 다른 에이스 라이언 티보우 VS 양키스의 우완 사이드암 드웨인 영 간의 선발 맞대결 예정]* * *
“앤드류 저 자식도 확실히 괴물이란 말이지. 다저스 놈들을 상대로 9이닝 2실점이라… 흠.”
“2, 3, 4차전 선발을 생각하면 다저스가 힘들어지겠군.”
“맞아. 역시 카디널스는 강해. 안 그래요, 타이?”
“자, 남의 경기는 이제 그만 보고 슬슬 일어서자고, 친구들.”
시애틀 매리너스의 클럽하우스, 아메리칸 리그에 비해 하루 늦게 시작된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1차전에서 앤드류 데이비스가 9이닝 2실점으로 완투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LA 다저스를 4 대 2로 꺾고 먼저 1승을 차지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에이스 앤드류 데이비스.
올 시즌 239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01, 21승 6패, WHIP 1.02, WAR 8.01을 기록한 또 하나의 괴물.
별다른 일이 없는 한 내셔널 리그 사이 영 상이 확정된 괴물 에이스의 투구에 시애틀 타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만약 카디널스와 월드시리즈에서 만나게 되면 가장 먼저 상대할 투수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젠장, 이 세상에는 괴물이 너무 많아, 안 그래?”
“맞아.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대체 어떻게 살아가라고.”
재능만 따지면 명백히 천재라 불러야 할 시애틀 주전 선수들이 진심을 담아 투덜거렸다.
그들의 말대로였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는 괴수급의 성적을 올린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천재 중의 천재들이 모인 빅리거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의 성적을 올린 괴수들 말이다.
방금 전 언급한 앤드류 데이비스를 비롯해 오늘 상대할 양키스의 주전 1루수 루카스 앤더슨, 그리고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라이언 티보우까지.
그들이 올린 성적은 다른 빅리거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의 엄청난 것이었다.
“뭘 그렇게 수군거리는 거야?”
“…제길, 괴물 녀석들. 특히 네가 제일 나빠.”
“음?”
물론 그중 최고는 단연 한수혁이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한수혁이 자신의 라커 앞에 서자 시애틀 선수단에 감돌던 옅은 긴장감이 일순간에 해소되었다.
맞다.
이 빅리그에는 그들이 감히 넘보기 힘든 괴물들이 득실득실하다.
그런데,
그래서,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런 괴물들조차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최고 중의 최고가 같은 팀 동료인데 말이다.
한수혁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그런 존재였다.
“자, 제군들. 다시 한 번 양키스 놈들을 엿 먹일 시간이다. 긴말 필요 없겠지? 그럼 준비 끝마치고 그라운드 위에서 보자.”
감독의 말에 매리너스 선수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상 첫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필요한 3승.
그 부족한 조각 하나를 채워 넣기 위해.
* * *
파앙
“베이스 온 볼스, 타자 1루로.”
오늘 경기마저 내주면 그대로 시리즈가 끝나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든 뉴욕 양키스가 전력을 다해 덤벼들었다.
제임스 테일러의 선제 2루타와 루카스 앤더슨의 진루타, 잭 헤인즈의 희생플라이로 먼저 1점을 선취한 양키스.
첫 경기 선발투수였던 타이슨 바샴에 비해 공의 구위는 떨어지지만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올 시즌 15승 3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한 양키스의 2선발 드웨인 영이 1회 말 시애틀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1 대 0, 한 점 차 리드가 이어지는 가운데 진행된 2회 말 시애틀의 공격.
투 아웃 이후 브루스 매튜스가 2루타로 출루하자 드웨인 영은 아무 망설임 없이 8번 타자 리암 랜드먼을 고의사구로 내보냈다.
[9번 타자 숏스탑 조쉬 올리버]주전 타자 전원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하며 대포 군단이란 별칭을 얻게 된 시애틀 매리너스.
그 막강 타선의 유일한 약점이라 불리는 9번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서 말이다.
탁탁
타석에 들어선 조쉬 올리버가 굳은 표정으로 투수를 바라보았다.
시즌 타율 0.231에 출루율 0.298, 장타율은 고작 0.317, 홈런 2개, 37타점.
유격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해도 아메리칸 리그 전체 승률 1위 팀의 주전 선수라고 보기에는 너무 참담한 수준의 타격 지표다.
그런 조쉬 올리버를 놓고 시애틀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이 갈렸다.
비록 타격에서는 전혀 기대할 게 없지만 견고한 수비력을 감안하면 한 자리 정도는 구멍이 있어도 괜찮을 거라는 의견, 반대로 왕조 건설을 위해서는 유격수 자리를 마저 보강해야 한다는 의견 등.
그런 말이 들릴 때마다 조쉬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했다.
그는 이 팀을 사랑했다.
라이언처럼 태어날 때부터 이 팀의 팬인 건 아니었지만 시애틀 팜에서 성장해온 그는 이 팀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남고 싶었다.
아니,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에게 매리너스의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있음을.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그가 올 시즌 기록한 타격 성적은 예년과 별 다를 게 없었고, 유격수 교체론은 점점 더 힘을 얻어갔다.
파앙
“스트라이크!”
조쉬를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건 시즌 도중 몇 번 선보인 한수혁의 유격수 수비력이었다.
한국에서 최고의 유격수였다는 그는 거구에 걸맞지 않는 엄청난 수비를 선보이며 조쉬 올리버의 기를 질리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만약 한수혁이 내년부터 유격수 겸 타자, 그리고 선발투수로 뛸 수만 있다면 조쉬 올리버를 팔아 중간계투를 데려오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따악!
“파울!”
어지러운 마음 탓일까, 아니면 이게 자신이 가진 실력의 한계인가.
존안으로 들어오는 공을 힘껏 당겼건만 파울라인을 한참 벗어난 파울이 되어버렸다.
올 시즌 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자신을 대하는 다른 팀 투수들의 태도였다.
한수혁이 2번에서 버티고 있다 보니 투수들은 어떻게든 그 앞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해 조쉬를 상대했다.
9번 타자라는 방심 따위는 기대할 수조차 없었다.
어떻게든 그를 잡고 보려는 투수들의 전력투구는 조쉬 올리버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를 만만하게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확실하게 잡아내려는, 말 그대로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투수들의 마음가짐.
파앙!
“볼.”
하마터면 휘두를 뻔했던 배트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조쉬는 생각했다.
그래, 만약 이 구단이 진정한 왕조를 건설하기 위해 자신을 내치려 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게 바로 프로의 세계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초라하게 내쫓기듯 나가고 싶진 않다.
그 역시 한때는 천재 소리를 듣던 유망주였다.
어느 순간부터 유격수 수비에 집중하며 타격에 대한 약점이 더욱 커지긴 했지만 그 역시 대학 시절 강타자 소리를 듣던 선수였다.
경기가 진행되고 있건만, 조쉬 올리버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때의 감각을 떠올리기 위해.
홈런을 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를 기억해내기 위해.
스륵
닫혀 있던 눈꺼풀이 다시 열리고, 그의 눈에 투구 동작에 들어간 상대 투수의 얼굴이 선명하게 잡혔다.
볼 카운트 원 볼 투 스트라이크.
평소 같으면 소극적으로 공을 기다리거나, 혹은 커트해내는 데 주력했을 상황이지만,
노려본다.
아주 오래전, 찬란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부웅
조쉬의 배트가 힘차게 뻗어나갔고,
따아악!
드웨인 영이 던진 95마일 포심의 궤적과 한 점에서 만났다.
“어? 어? 어! 어! 가, 간다!”
“우아아아아! 조쉬!”
“젠장, 믿었어! 널 믿었다고! 네가 해낼 거라 믿었어!”
“조쉬 올리버!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
조쉬 올리버의 모든 것을 담은 타구는 한수혁의 그것처럼 멀리 날아가진 못했다.
온 힘을 다해 때려냈지만 좌측 펜스를 살짝 넘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없었다.
오랜 시간 조쉬 올리버를 지켜봐온 시애틀 팬들의 함성이 T모바일파크를 뒤덮었고,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매단 조쉬가 빠른 걸음으로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잘했어! 조쉬, 본때를 보여줬군!”
“빌어먹을 양키스 개자식들이 깜짝 놀랐을 거야!”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조쉬 올리버는 기도했다.
야구를 하다 보면 참기 힘들 정도로 힘든 순간이 찾아오겠지만, 그럴 때마다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릴 수 있기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한 발 더 앞으로 나갈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 * *
[에이스급 2선발 라이언 티보우와 드웨인 영의 선발 맞대결, 2회 말 터진 조쉬 올리버의 석 점 홈런을 잘 지켜낸 시애틀 매리너스 3 대 2 신승] [한수혁과 타이 존슨에게 허용한 일곱 개의 고의 사구, 생각지도 못한 조쉬 올리버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그대로 침몰한 뉴욕 양키스] [디비전 시리즈 8이닝 무실점에 이어 챔피언십 2차전에서도 8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라이언 티보우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우리 팀의 유격수는 조쉬 올리버다. 올 시즌 마운드에서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오늘 그가 때려낸 홈런은 내가 본 가장 멋진 홈런 중 하나였다.”] [유격수 교체에 대해 묻는 양키스 기자의 질문에 한수혁 “그걸 대체 왜 나한테 묻는가? 한 번 더 그런 소리를 하면 클럽하우스 출입을 금지시킬 것.” 호통] [시애틀 매리너스 팬클럽 “모두가 한수혁일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조쉬는 올 시즌 주전 유격수로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팀에 많은 기여를 했다. 우린 그에게 지지를 보낸다.”] [1, 2선발이 등판한 경기를 모두 내준 양키스 감독 “우리는…” 말을 잇지 못하다] [한 곳이 막히면 다른 한 곳이 폭발하는, 최강의 응집력과 폭발력을 갖춘 시애틀의 타선…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타선에 도전장] [하루 휴식 후 양키 스타디움으로 자리를 옮겨 펼쳐질 3차전, 너클볼러 마이크 워렌 VS 영건 샤킬 레너드의 어깨에 모든 것을 건다] [한때 시애틀의 영입 대상 1순위였던 샤킬 레너드, 하지만 양키스로 트레이드 이후 시애틀에 갔으면 많이 실망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공공의 적 등극] [마이크 워렌과 샤킬 레너드 사이 고민하던 시애틀이 마이크를 고른 이유는? 매리너스 다니엘 미첼 단장 “솔직히 고백하면 한수혁의 조언이 큰 몫을 차지했다. 그가 말했다. 샤킬에 비해 마이크가 훨씬 더 좋은 투수라고.”] [인터뷰 기사를 접한 샤킬 레너드 극대노 “마운드에서 확실하게 보여주겠다. 그리고 나를 선택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해주겠다.” 시애틀에 가지 않아 다행이라 한 건 기억 안 나냐는 질문에는 노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