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60)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59화(360/412)
#359. 승리의 이름
[이적생 선발 맞대결, 그리고 뉴욕 출신의 베테랑 마무리 투수가 총출동했던 볼 것 많았던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 시애틀 매리너스의 4 대 3 승리로 끝나]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9회 초 펼쳐진 양키스의 수호신 저스틴 자발라와 매리너스 한수혁 간의 투타 대결] [결승홈런 때려낸 한수혁 “포스트시즌 들어 볼넷이 더욱 늘어나며 타격감 조율에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내가 못 치면 다른 동료들이 쳐줄 것이다. 오늘 홈런은 운이 좀 따랐다.” 실력과 겸손을 겸비한 이 시대 최고의 베이스볼 플레이어] [디비전 시리즈에 이어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3선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 마이크 워렌 “솔직히 말하면 100구 정도 더 던지래도 던질 수 있었지만 애덤을 믿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마무리 투수다.”] [챔피언십 2, 3차전에서 연속 세이브를 거둔 양키스 출신 베테랑 애덤 머피 “그들에게는 불행일 수도 있지만 나는 양키스 타자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이제 1승만이 남았다. 우린 반드시 월드시리즈로 나아갈 것이다.”]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패와는 인연이 없었던 샤킬 레너드 “예전 내 경솔했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시애틀은 충분히 챔피언의 자격이 있는 팀이었고, 나는 도전하는 마음으로 그들과 맞섰다. 비록 승리 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승장 시애틀 매리너스 벤자민 레이놀즈 감독 “누군가는 4차전에 한수혁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휴식일을 줄여서까지 무리를 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 예정대로 4차전 선발은 하야시 렌타로다. 그는 정규시즌처럼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좋은 투수.”]“젠장, 최악이군.”
“팀이 3연승을 했는데 뭐가 최악이야, 자네 정신 나갔어?”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상태대로라면 이 팀의 첫 월드시리즈 진출 순간을 홈에서 볼 수 없게 되잖아?”
“흠.”
“왜 쓸데없이 3, 4, 5차전을 승률 2위 팀 홈구장에서 하는 거야? 빌어먹을 사무국 놈들.”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군. 좋아, 나도 사무국 홈피에 가서 깽판을 쳐야겠어.”
한수혁, 라이언 티보우, 마이크 워렌으로 이어지는 시애틀의 1, 2, 3선발이 나란히 호투를 기록하며 3연승을 달리자 시애틀 팬덤 내에서 행복에 겨운 불만이 터져 나왔다.
4연승, 혹은 4승 1패로 챔피언십 시리즈를 마무리할 경우 시애틀이 아닌 뉴욕에서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 짓게 될 거라는 게 그 이유였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은 홈이고 어웨이고 상관없으니 제발 사상 첫 월드시리즈 진출부터 확정 짓자는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운명의 장난일까, 아니면 사상 첫 월드시리즈 진출이란 압박감이 드디어 본격화된 것일까.
하야시 렌타로를 내세워 4연승을 노린 시애틀 매리너스.
9회 초 시애틀이 6 대 4 리드를 이어갈 때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롭게 끝날 줄 알았다. 53년간 이어진 저주의 사슬을 끊고 드디어 첫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따아악!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된 양키스의 주장 루카스 앤더슨의 배트에서 강렬한 타격음이 울려 퍼지는 순간 그 꿈이 다시 한 걸음 뒤로 멀어졌다.
시종일관 끌려 다니던 경기를 한 방에 뒤집는 루카스 앤더슨의 끝내기 쓰리런 홈런.
정규시즌 막판부터 이어져온 시애틀의 31연승, 그리고 포스트시즌 들어 무적이나 다름없었던 시애틀의 마무리 애덤 머피가 처음으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4연패는 없다! 양키스의 캡틴 루카스 캡틴, 벼랑 끝에서 팀을 건져 올리다. 시애틀 매리너스 VS 뉴욕 양키스 챔피언십 4차전 양키스의 7 대 6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나] [포스트시즌 3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던 매리너스의 수호신 애덤 머피, 끝내기 홈런 허용하며 무너지다] [승리의 주역 루카스 앤더슨 “적어도 뉴욕 팬들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아직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3연패 후 4연승,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양키스다.”] [사상 첫 월드시리즈 문 앞에서 무너진 매리너스의 벤자민 레이놀즈 감독 “지긴 했지만 우리에겐 아무 문제도 없었다. 어떤 투수라 해도 매 경기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애덤 머피가 홈런을 맞긴 했지만 그는 앞으로도 우리 팀의 마무리 투수다.”]연승가도를 질주하던 시애틀이 결정적인 순간 무너졌다.
31경기 동안 이어지던 연승이 끊어진 것에 대해, 그리고 53년간 이어져온 저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애틀 팬들, 그리고 그보다 많은 야구팬들은 시애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신하고 있었다.
루카스 앤더슨의 홈런이 양키스의 투혼을 끌어 올렸건, 끝내기 홈런을 맞은 애덤 머피의 기세가 사그라들었건, 월드시리즈 경험이 전무한 시애틀의 풋내기들이 잔뜩 얼어붙었건 어쨌건,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창단 후 53년 만의 첫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시애틀 매리너스 VS 21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 복귀를 꿈꾸는 뉴욕 양키스, 운명을 결정지을 5차전 선발 투수로 한수혁, 타이슨 바샴 각각 예정]4차전 경기가 끝나고 다음 경기 선발 투수가 예고된 순간,
시애틀 선수단,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한순간에 평온에 이르렀다.
선발 투수 한수혁.
현 시점 메이저리그에서 그건 바로 승리를 의미하는 마법의 단어였기 때문이다.
* * *
“지지 마!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에 먹칠을 하지 말라고, 개자식들아!”
“타이슨! 넌 뉴욕의 자존심이야! 어떻게든 막아내!”
챔피언십 시리즈 탈락의 순간에서 간신히 회생한 뉴욕 팬들의 처절한 울부짖음,
“시애틀로 돌아올 필요 없어! 여기서 결정 짓자고!”
“가자! 매리너스! 오늘 모든 걸 끝내는 거야!”
“한수혁! 세계 최고의 베이스볼 플레이어!”
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3루 측 관중석 상당 부분을 차지한 채 죽어라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시애틀의 팬들.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양키 스타디움을 보며 오래전 어느 날을 떠올려본다.
내가 이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었던 그때를.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그때는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만년 하위권에 박혀 있던 팀을 창단 후 첫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이끄는 일 말이다.
더군다나 그때의 나는 투수로서의 생명이 점점 끝나가고 있었고, 타자로서의 기량 역시 만개하지 못한, 여러모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곳 양키 스타디움에서 시애틀의 사상 첫 월드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던 기억,
지금도 눈을 감으면 마치 현실인 것처럼 눈앞에 일렁이는 그 기억들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플레이!”
마운드 위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한 타이슨 바샴이 데릭과의 승부에 돌입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투수가 나와의 승부를 피하느냐 마느냐는 내 앞뒤에 위치한 데릭과 타이, 두 명의 타자에게 달렸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데릭이 이를 악물고 타이슨과 맞섰다.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마지막 마무리를 짓는 것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어제 우리 팀이 그 마무리를 하지 못해 4차전에서 경기를 끝내지 못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오늘 경기는 올 시즌 시애틀의 길고 길었던 여정을 결정지을 마무리 찬스이기도 했다.
그 선봉에 선 시애틀의 리드오프 데릭 플레밍.
따악!
그가 때려낸 타구가 1-2루 간을 날카롭게 빠져나가는 순간, 나는 비로소 오늘 이 경기를 끝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2번 피처 한수혁]경기 전 어떤 기자가 물었다.
많은 것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그리고 중심타자로 나서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냐고.
전혀.
바로 그걸 위해 나는 회귀를 했고, 또 한 번 투타 겸업을 선택한 것이다.
나 혼자 모든 걸 끝내기 위해,
어떤 변수의 개입도 허용치 않는 완벽한 승리를 위해,
그동안 그 어떤 야구선수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타이틀,
팀보다 위대한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파앙
“볼.”
바깥쪽으로 한참 빠져나간 공을 던진 타이슨 바샴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한 경기만 지면 시리즈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1회 초 무사 1루에서 내게 고의사구를 던질 확률은 그닥 높지 않았다.
만약 저놈이나 양키스 덕아웃에 그럴 용기가 있었다면 올 시즌 아메리칸 리그 정규시즌 승률 1위는 우리가 아닌 양키스의 차지였을 테니까.
1회부터 대량 실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결국 승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 고전적이기는 하지만 무사 1루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답인 병살타를 유도할 수 있는 공이 날아올 것이다.
몸 쪽 역회전 공, 혹은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공, 아마도 그 둘 중 하나.
끄덕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올 시즌 빈볼 때문에 내게 박살이 났던 타이슨 저놈이 몸 쪽 공을 던지지 못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결국 승부구는 바깥쪽 공.
파앙
“볼.”
스트라이크 존보다 한참 높은 곳으로 향한 볼.
아마도 다음에 던질 승부구의 효과를 더욱 더 극대화시키기 위해 선택했을 게 확실한 그 공을 그냥 흘려보내고,
꾸욱
바깥쪽 공에 대처할 수 있도록 스탠스를 살짝 조절하고, 그립을 최대한 길게 잡아 배트 리치를 늘리고,
흘러나가는, 혹은 떨어지려는 공에 최적화된 어퍼스윙을 준비해본다.
스륵
1루에 몇 차례 견제구를 던진 타이슨 바샴이 드디어 결심을 굳힌 것인지 눈빛을 번득이며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슈웅
따아아아아악!
– 아아앗! 터졌습니다! 이건 뭐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습니다!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그대로 강타한 한수혁 선수가 배트를 땅에 짚은 채 타구를 감상합니다! 멀리, 멀리 날아간 타구가! 홈런! 홈런입니다! 우측 외야관중석 중단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 시애틀 매리너스가 1회 한수혁 선수의 홈런으로 두 점을 앞서갑니다! 챔피언십 시리즈 들어서만 벌써 3개째 홈런입니다!
– 한수혁 선수가 무서운 게 바로 저런 겁니다. 다른 선수들 같으면 리치가 닿지도 않을 저런 공을 퍼 올려서 홈런으로 만들어버리거든요. 캬아, 이게 기술도 기술이지만 말이죠, 투수들의 심리 상태에 대한 판단과 다음 공 예측이 정말 예술입니다. 하긴, 뭐 그럴 수밖에 없죠. 한수혁 선수 자체가 최고의 타자이기에 앞서 역사에 남을 위대한 투수이기도 하니까요.
– 양키스 팬들로 가득 찬 이곳 양키 스타디움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거립니다! 아! 대단하네요! 저기 저쪽을 보세요! 수많은 뉴요커들에 둘러싸여 한수혁의 이름을 연호하는 시애틀 팬들 말이죠. 응원하는 팀만큼이나 열정적인 팬들입니다. 그나저나 괜찮을까요? 양키스 팬들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욕설이 오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어쩔 수 없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창단 후 53년입니다. 무려 53년. 한국에도 38년째 우승을 못하는 팀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 팀도 한두 번은 우승한 적이 있단 말이죠. 그런데 시애틀은 아예 없어요. 결승전에 나간 적 자체가 없단 말입니다. 저기 시애틀 응원석에 머리가 허연 팬들이 보이죠? 제가 자세히는 몰라도 소년 시절부터 이 팀을 응원해온 팬들일 겁니다. 그러니 눈에 뵈는 게 있겠습니까? 저 같아도 아주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