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72)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71화(372/412)
## 371. 딱 봐라, 무조건 해낸다.
남자라면 그날의 목표, 인생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나의 목표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게 하는 것이었다.
“보라, 저기 테드 윌리엄스가 지나간다. 지금까지 존재한 가장 위대한 타자이다.”
– Ted Williams(1918.8.30. ~ 2002.7.5.)
보스턴 레드삭스 한 팀에서만 20년 이상을 뛰며 만 42세 마지막 시즌에서도 0.316의 타율을 기록한,
한수혁 등장 이전 마지막 4할 타자라 불리던 위대한 야구선수 테드 윌리암스.
메이저리거로 활동하던 도중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전투기 조종사로서 전쟁에 참전하는가 하면, 괴팍한 성격 탓에 수차례 MVP를 놓치는 등 강한 개성과 자존심으로 유명했던 그는 먼 훗날 자신의 이름 앞에 가장 위대한 타자라는 호칭이 붙길 진심으로 바랐다.
하지만,
[타율 0.421, 출루율 0.530, 장타율 1.019, OPS 1.550, 79홈런, 172타점, 타자 WAR 18.1. 압도적이라는 말로도 설명 불가능한 성적을 기록한 한수혁… 신인왕, MVP, 행크 애런 상, 3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 등 타격 전 분야 타이틀 모두 휩쓸어] [단일시즌 장타율, OPS, 홈런 등 3개 부문 역대 1위 등극한 한수혁, 전문가들 “올 시즌 그가 기록한 타격 성적은 경이롭다는 말만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수준이다. 그는 베이브 루스와 테드 윌리암스 등 역대 최고 타자들의 장점만을 하나로 합쳐놓은, 그야말로 완전체에 가까운 선수이다.”] [메이저리그 팬들 “그는 이제 메이저리그 1년차에 불과하다. 하지만 역대 최강의 타자라 불리고 있다. 5년, 10년, 그리고 20년 후 그의 이름 앞에 어떤 호칭이 붙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아무리 야구가 기록과 통계의 스포츠라 해도 한수혁이 보여준 단기 임펙트가 너무 강했다.
창단 후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나가보지 못한 시애틀을 우승시키고, 거기에 타격 전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한 그를 사람들은 이제까지 존재한 가장 위대한 타자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가능성이 아닌 확신에 가까운 표현이었다.
타격뿐만이 아니었다.
206이닝, 22승 무패, 335K, ERA 0.52, WHIP 0.59, 투수 WAR 12.2.
단일 시즌 평균자책점과 WHIP 역대 1위를 기록한, 그런 객관적인 지표들을 모두 뛰어넘는 그야말로 무패의 신화를 써내려간 그의 투구 성적 앞에 사람들은 고개를 숙였다.
야구는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이다.
하지만 단 한 사람, 한수혁 앞에서는 그런 기본적인 야구의 근간마저 흔들릴 정도였다. 그는 실패가 아닌 성공을 전제로 야구를 하는 유일한 선수였다.
말 그대로 야구를 위해 태어난, 야구 그 자체라 불려도 마땅할 한수혁.
2030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한국에 잠깐 머물며 워리어스의 V4를 직접 관람한 그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MVP, 사이 영, 신인왕, 행크 애런 상,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 등 메이저리거가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싹쓸이한 그는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차단한 채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혼자는 아니었다. 그의 곁에는 세상 모두가 인정하는 한수혁의 연인 민예린이 있었으니까.
“오빠, 내일 떠나시는 거죠?”
“응, 예정보다 하루 일찍 들어가려고. 성훈이 형도 그렇고 얼굴 봐야 할 사람들이 좀 있네.”
“알았어요. 그럼 저는 스튜디오 작업 끝나는 대로 곧바로 따라갈게요.”
“굳이 안 그래도 돼. 어차피 후반부 작업은 뉴욕에서 한다며? 그냥 미국에 계속 있는 건 어때?”
“떨어져 있기 싫어요. 어떻게든 일정 조율해 볼게요.”
짧지만 달콤했던 휴식을 끝낸 한수혁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2월 1일부터 진행되는 2030 도하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메이저리거의 아시안게임 차출을 불허하려 했던 사무국은 한수혁이 대회 참가를 확정 짓자 언제 그랬냐는 듯 선수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스탠스를 전환했다.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한수혁, 아시안게임 대표팀 참가 확정… 금메달 노리던 일본과 대만 대표팀 초비상] [당초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던 일본 대표팀 다카하시 감독 “빅리그 4할 타자, 22승 투수가 아시안 게임에 참가하는 건 반칙 아닌가?” 분통] [현직 빅리거와 마이너리거 모두 불러들이며 금메달을 노리던 대만 대표팀 “괜한 허세는 부리지 않겠다. 그가 참가한다면 목표를 수정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일본을 꺾고 은메달을 따내는 데 집중하겠다.”] [한수혁의 팀 동료이자 일본 대표팀 에이스로 발탁된 하야시 렌타로 “한수혁의 약점을 알려달라고? 전 세계 최고의 두뇌들과 최첨단 시스템이 집약된 메이저리그에서도 그 누구도 한수혁의 약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겠다. 그와 만나게 되면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일본 네티즌들, 기백이 없다며 분노] [보스턴 레드삭스 불펜투수 왕 레이 “만약 한수혁이 중국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선다면 그냥 몰수패를 당하고 체력을 보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혹시 모르는 일 아니냐고?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그런 소리를 하다가 박살 난 놈들이 한 트럭이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 중국 네티즌들, 대국의 기상을 잃었다며 왕 레이를 비난]└ 틀린 말 하나도 없구만, 쟤들은 왜 저 난리래.
└ 모두가 메이저리그를 보는 건 아니니까. 자기 나라 야구가 최고인 줄 아는 멍청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거지.
└ 하긴, 중국에서는 진심으로 왕 레이가 한수혁 이상의 투수로 성장할 거라 믿는 놈들이 있다더라.
└ 멀리 볼 것도 없지. 한수혁 한국에서 뛸 때 부산 애들이 뭐라고 했더라. 자기네 유격수가 더 낫다고…….
└ ㅋㅋㅋㅋㅋㅋ
└ 아무튼 이럼 금메달 하나는 일단 먹고 들어가는 건가.
└ 일본이 좀 세긴 한데… 한수혁이 들어왔으니 우리 멤버도 만만치 않지. 특히 천상진에 서형주, 안치욱, 최마루, 박동석, 유인철… 워리어스 출신 6명만 봐도 존나 든든함.
└ 개사기인 게 저기 천상진만 빼면 전부 만 24세 이하임. 앞으로 10년은 워리어스가 다 해먹을 듯
* * *
“우와… 진짜 한수혁이다…….”
“쓰읍! 야, 오경태. 너 지금 수혁이 형 이름 부른 거냐?”
“헉! 아뇨, 선배님. 그게 아니라 너무 신기해서… 죄송합니다!”
“조심해라. 확 일러버리기 전에. 어? 이쪽으로 오시네? 수혁이 형님!”
아시안게임 대표팀 첫 소집일, 난생 처음 태극마크를 달게 되어 가슴이 한껏 부풀어 오른 선수들 앞에 한수혁이 등장했다.
공항에서 곧바로 훈련장으로 넘어온 탓에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있는 그가 후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고, 이를 발견한 최마루가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쪼르르 달려갔다.
“형님! 형님! 수혁이 형님!”
“시끄러. 귀청 떨어지겠다. 그리고 항상 말하지만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형님, 형님 하지 말라니까?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라고.”
“아뇨! 제가 어찌 감히. 그나저나 비행은 편안하셨습니까?”
“그래. 그나저나 감독님은 어디… 아, 저기 계시네. 인사 좀 하고 와야겠다.”
“다녀오십쇼, 형님!”
지난 올림픽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지휘봉을 잡게 된 전 인천 레인저스 감독 구용식을 발견한 한수혁이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수혁의 걸음 하나하나에 대표팀 모든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한국에서 뛸 때도 그랬지만, 이제 한수혁은 그야말로 야구계의 정점에 선, 더 이상 논란의 여지조차 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였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에 각각 야구단을 보유한 구단주이기도 했고 말이다.
수억, 수십억의 연봉을 받는 야구선수들에게도 한수혁은 감히 올려다보기조차 힘든 별과 같은 존재였다.
“감독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야! 이게 누구야? 수혁아, 잘 왔다. 안 그래도 너 언제 오나 기다렸는데. 몸은? 어디 불편한 데 없고?”
“전혀요. 푹 쉬었더니 시즌 때보다 더 좋아진 거 같은데요.”
“그래? 다행이다. 아, 그나저나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 주선해준 거 진짜 고맙다. 아무 기반도 없이 미국 가려니 좀 막막했는데 네가 도와준 덕에 숨통이 트였어.”
“별 말씀을. 그럼 전 가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어, 맞네. 그래야지. 아직 자유 시간 1시간 정도 남았으니까 천천히, 천천히 해.”
인천 레인저스 내 정치싸움에 밀려 감독직에서 쫓겨난 구용식은 미국에서의 지도자 연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한수혁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의 연수를 주선했고, 내년부터 그는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고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선진 야구기법을 배우게 될 예정이었다.
그 외에도 한수혁은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프로선수, 혹은 지도자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반대로 선수 말년을 한국에서 보내고 싶어 하는 빅리거들에 대해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런 한수혁의 행보를 두고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했다.
한수혁으로 인해 메이저리그와 KBO 사이의 간극이 점차 좁혀지게 될 것이라고, 그는 한국야구를 위해 신이 내려준 선물과도 같은 존재라고.
“안치욱, 서형주, 너희들 여기서 뭐 하냐? 유니폼 갈아입었으면 나가서 후배들도 좀 챙기고…….”
“한수혁!”
“와, 이놈 오자마자 잔소리하는 거 봐. 야, 우리도 이제 짬밥이 있지. 날도 추운데 빨리 나가서 뭐 해. 여기서 몸 좀 녹이다 나가는 거지.”
“흠, 밖에 용재 형은 벌써 나와 있던데.”
“헉, 그래? 그럼 우리도 나가야겠네. 야, 그나저나 너 승인해 줄 거지?”
“뭘?”
“뭐긴 뭐야, 포스팅이지.”
“승인? 승인이야 벌써 난 거잖아. 아시안 게임 끝나면 바로 포스팅 들어가는 거 아냐?”
“…되게 남 말 하듯 말한다. 그래, 그건 맞는데. 대표님이 그러시더라고. 포스팅 금액 기준치에 미달하면 그냥 한국에 남는 게 맞지 않겠냐고. 그러니까 네가 한마디만…….”
“서형주.”
“어?”
“어차피 구단 경영은 박성훈 대표님이 하는 거라 내가 이런 말 하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내 생각에도 그게 맞아. 안 그래도 너 연차 때문에 마이너리그 계약에 최저연봉 확정인데 거기서 포스팅 금액까지 낮게 가져간다? 장담하는데 너 마이너에서 푹 썩게 될 거다.”
“흠…….”
“최저 1천5백만 달러.”
“응? 뭐가?”
“포스팅 금액으로 그 정도 적어내는 구단 없으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몇 년 더 한국에서 뛰어. 정 안 되면 FA 취득하고 돈 많이 받고 가도 되잖아.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건데?”
그건 바로 너처럼 되고 싶어서, 아니, 정확히는 더 이상 한국에 머물면 너와 간격이 더 벌어질 거 같아서라는 대답을 서형주는 끝내 하지 못했다.
한수혁의 말이 맞았다.
데뷔 1년 만에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뛰며 리그를 박살 낸 한수혁이 이상한 거다.
일본 선수들 중에도 어정쩡한 조건에 일찍 빅리그에 진출했다가 커리어만 망친 선수가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쁜 놈…….”
“뭐라는 거야.”
“그래, 너 잘났다. 젠장, 내가 무슨 수를 쓰든 간다. 두고 봐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놈들 박살 내고 어떻게든 미국으로 갈 거다.”
“뭐, 그러던지. 아무튼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밖으로 나와.”
“당연하지. 오늘부터 특훈이다. 야, 안치욱 나가자.”
“어? 어, 그래.”
허둥지둥 그라운드를 향해 달려 나가는 두 동기들을 보며 한수혁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서형주는 꽤 좋은 선수였고 실제 빅리그 구단들 중에서도 그에게 관심을 드러내는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 0.345 / 0.439 / 0.517의 슬래시 라인에 홈런 21개, 도루 48개를 기록하며 KBO 최고의 중견수로 올라선, 그리고 여차하면 2루 내야 수비까지 가능한 젊은 타자.
당연한 말이지만 한수혁이 소유하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도 서형주의 영입을 적극 검토 중이었다.
라커룸에 자신 외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한수혁이 스마트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다니엘, 접니다. 네, 잘 도착했어요. 다른 건 아니고, 서형주 그놈 말인데. 음, 이렇게 하죠. 포스팅 당일 전까지 계속 언론을 통해 흘려주세요. 관심 있다, 지켜보고 있다, 아시안게임 활약 여부에 따라 포스팅 금액을 결정하겠다. 이렇게 말이죠. 제 말 이해했죠? 좋아요. 어쩌면 그 녀석이 내년 우리 팀의 새로운 2루수가 될 수도 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