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73)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72화(373/412)
## 372. 저승사자 강림
전통적으로 한국야구는 국제무대에서 가진 기량 이상의 성적을 만들어내는 효자종목 중 하나였다.
고교야구팀 숫자 100 대 5,000이라는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인프라 면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한국과 일본의 야구 수준 차이.
적게는 수년, 많게는 10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한국 야구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수많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는 기량의 차이를 극복할 정도로 강력했던, 적어도 일본에게만큼은 질 수 없다는 선수단의 강인한 정신력과 국민적인 성원에 힘입은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정신력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세계 야구계가 구속 혁명과 그에 따른 타격, 수비 매커니즘의 변환기를 맞이할 때 한국 야구는 여전히 구시대적인 마인드를 벗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했고, 어느 순간부터 한국야구에서 기적은 사라졌다.
연이은 국제대회에서의 대패, 망신, 일본만 만나면 작아지는 선수들.
누군가는 젊은 선수들의 마인드가 잘못되었다 말했고, 또 누군가는 한국 야구의 근간 자체가 잘못되었다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둘이 전부 맞는 말이었다는 거다.
그렇게 한국 야구는 멸망했다.
연봉 수십억을 받는 프로 선수들이 일본의 사회인 야구 선수단에게 대패를 당하는가 하면, 인프라 면에서 한참 뒤떨어졌다 평가를 받던 대만에게도 번번이 덜미를 잡히며 한국야구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런 암흑기는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2027년 프로에 데뷔해 WBC와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을 세계 최정상에 올려놓은, 몸값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빅리그 슈퍼스타들을 힘으로 압살해버린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 한수혁.
그가 2030년 겨울, 카타르 도하에 강림했다.
“한수혁 선수, 이쪽 한 번만 봐주십쇼! 혹시 2006년 참사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이번 대회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참가하신 겁니까?”
“이번 대회 성적,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일본을 꺾을 수 있을까요? 금메달을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국민들에게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그냥 가지 마시고, 제발!”
도하 공항,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린 한수혁을 향해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등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달라붙어 질문 공세를 펼쳤다.
가장 많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그러니까 2006년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이곳 카타르 도하에서 당한 망신에 대해 알고 있냐고, 흔히 도하 참사라 불리는 그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는 질문이었다.
2006년 카타르 도하 참사.
당시는 선수협회의 본격적인 활동과 FA시장의 활성화 등으로 인해 선수들의 권위가 부쩍 성장하던, 그렇기에 태극마크를 달았다면 목숨을 걸고 뛰어야 한다는 마인드가 서서히 힘을 잃던 그런 시기였다.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연봉 수십억을 받는 선수가 속속 등장했고, 미국과 일본 무대에 진출해 일확천금을 얻게 된 선수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협회는 그저 예전에 하던 대로 선수들의 희생만을 강요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모두 소화한 각 팀의 주축 선수들이 별다른 휴식조차 없이 한겨울 국제대회를 위해 대표팀에 소집되었고, 선수 선발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협회는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낙관론에만 기댔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어차피 일본에서는 프로선수들이 참가하지 않고, 대만 야구는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이니 언제나처럼 금메달을 갖고 돌아오겠지.
그런 방심 속에 대회가 시작되었다.
사실상 결승 진출이 걸렸다 평가받던 대만과의 첫 경기.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가 선발로 나선 그 경기에서 한국은 한 수 아래라 폄하하던 대만에게 4 대 2,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일본 대표팀과의 두 번째 경기.
대만전 패배로 인해 남은 모든 경기에서 승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데뷔 첫해 신인왕과 MVP를 휩쓸며 한국야구를 평정한 슈퍼루키가 마운드에 올랐다.
첫 경기 패배로 엄청난 비난을 받은 대표팀은 일본전에서 반드시 승리해 다시 한 번 희망의 불꽃을 되살리겠다 약속했다.
따아아아악!
하지만 그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한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투수들이 일본의 사회인야구 선수, 그리고 대학 선수들에게 난타 당했다.
최종 스코어 10 대 7, 경기를 중계하던 아나운서는 혀를 깨물고 죽고 싶다 말했고, 해설위원은 한국 야구의 국치일이라 평가했다.
그야말로 한국 야구 역사의 가장 치욕적인 날이었다.
한수혁이 태어나기도 전에 벌어졌던 도하 대참사.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한수혁이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
“만약 그때와 비슷한 일이 생기면 그냥 은퇴하겠습니다.”
“네?”
“저뿐만이 아니라 저기 서형주, 안치욱, 두 놈 다 데리고 은퇴하겠습니다. 그런 망신을 당하고 야구해서 뭐 하나요?”
“야, 잠깐, 왜 네 맘대로 은퇴… 방금 그건 무효입니다, 기자님들!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생각지도 못한 한수혁의 답변에 기자들의 입이 일순간이 닫혔다. 반면 TV를 통해 한수혁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매리너스와 워리어스 관계자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 말을 남긴 한수혁은 더 이상의 인터뷰를 거부한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한 발 뒤에서 그 인터뷰를 지켜본 대표팀 후배들이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씨발… 목숨 걸고 뛰어야겠네. 우리 때문에 저 형 은퇴하면 한국에서 사는 건 포기해야 할 테니.”
* * *
“한수혁 선수의 포지션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대표팀 선발 당시 시애틀 구단과 이미 협의가 끝났습니다. 그는 이번 대회 지명타자로만 출전할 예정입니다.”
“아, 그럼 3루수는 안치욱, 유격수는 유인철, 이렇게 가는 건가요?”
“더 이상은 노코멘트입니다. 경기가 시작되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잠시만요. 그럼 한수혁 선수는 타자로만 뛰게 되는 건가요? 마운드에 설 일은 없는 겁니까?”
“그것도 노코멘트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별 경기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미디어 데이, 구용식 감독이 침착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미 답이 정해진 문제였다.
처음 대표팀 합류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한수혁은 지명타자로만 뛰겠다는 뜻을 정확히 밝혔으니까.
체력이나 부상 문제도 있었지만 그는 진정으로 동기와 후배들이 성장하길 바랐다.
자기 하나 없어도 아시안 게임 정도는 완벽하게 박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30 도하 아시안 게임 야구 종목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 VS 홍콩] [대만, 중국, 홍콩 등 3개국과 한 조에 속한 한국, 최소 조 2위에 들어야 다음 슈퍼라운드 진입 가능] [중국과의 첫 경기, 대한민국 대표팀 라인업 발표, 1번 박장열, 2번 한수혁, 3번 서형주, 4번 안치욱… 베스트 라인업 총 출동]조별리그 첫 경기 중국과의 경기에서 구용식 감독은 1번 박장열, 2번 한수혁, 3번 서형주, 4번 안치욱 카드를 뽑아 들었다.
당초 서형주가 1번, 한수혁이 2번, 안치욱이 3번에 배치될 거라는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감독님, 이게 정말 맞는 걸까요? 오늘 경기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형주가 1번으로 가는 게…….”
“아니.”
코치의 말에 구용식 감독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번 대회에서 한수혁에게 정면승부를 시도할 간 큰 투수는 거의 없을 것이다.
엄청난 견제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한국 대표팀 타격의 키는 한수혁 뒤에 배치될 타자에게 달려 있었다.
매리너스에서 타이 존슨이 맡은 바로 그 역할, 그것이 서형주에게 주어졌다.
“물론 서형주, 저놈을 타이 존슨하고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되지. 하지만 말이야. 내가 보기에 저놈만큼 수혁이에게 지기 싫어하는 선수는 없어. 두고 보라고. 앞에서 한수혁이 걸어 나가면 저놈 전투력이 확 올라갈 테니까.”
그런 구용식 감독의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중국에 15 대 0, 6회 콜드 게임 승 거두며 조별리그 첫 경기 쾌조의 스타트] [5타석 연속 고의사구 한수혁, 홈런 2개 포함 3안타 6타점 화끈한 타격쇼 서형주… 구용식 감독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오늘 타선이 이번 대회 우리 팀의 베스트 라인업이 될 것”]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팀 무대에서 1안타 1볼넷으로 준수한 활약 펼친 부산 타이탄스 박장열 “고등학교 때부터 한수혁 선배의 플레이를 보며 투타 겸업의 꿈을 키워왔다. 그런 우상과 함께 뛸 수 있어 영광이었다.” 중국 대표팀은 어땠냐고 되묻자 “그딴 건 모르겠고 한수혁이 최고다.”]“존경합니다! 선배님!”
“음…….”
데뷔 첫해 한국프로야구에 투타 겸업 열풍을 불러온 한수혁, 그런 그의 영향을 받은 후배들이 너도나도 투타 겸업에 도전하는 통에 각 구단 프런트들은 한동안 골머리를 썩어야 했고, 사람들은 그런 선수들을 일컬어 한수혁 키즈라 불렀다.
서형주를 대신해 대표팀 리드오프로 전격 발탁된 박장열은 그런 한수혁 키즈 중 유일하게 투타 겸업에 성공한, 아니, 성공했다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인 유일한 선수였다.
최마루, 박동석과 동기인 그는 데뷔 첫 해, 타자로서 0.250의 타율에 12개의 홈런, 투수로서 5승 3패,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하며 부산 타이탄스 팬들의 엄청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그런 박장열에게 부상이 찾아왔다.
데뷔 두 번째 해, 어깨 부상으로 타자로만 뛴 그는 타율 0.287, 홈런 18개를 기록하며 부산 타이탄스의 주전 좌익수가 되었고, 데뷔 3년차인 올해 마침내 타율 3할, 20홈런, 거기에 투수로서 선발 10승을 채우며, 한수혁 이후 유일무이한 투타 겸업 선수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대표팀에까지 소집되어 한수혁과 함께 경기를 뛴 박장열은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단 한시도 머릿속에서 지워본 적 없는 자신의 롤 모델이자 우상, 영웅인 그와 한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처럼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이번 대표팀에서 한수혁의 인기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스타들의 스타, 모든 선수들의 우상,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힘이 솟는 정신적인 기둥.
그런 한수혁의 관심과 격려를 받으며 사기충천한 대표팀은 다음 상대인 홍콩마저 18 대 0, 콜드게임으로 꺾었고, 조별 리그 마지막 상대인 대만과의 경기를 갖게 되었다.
[서울 워리어스의 차세대 에이스 최마루, 대만전 선발 등판… 메이저리거까지 포함된 대만 타선 상대로 어떤 승부 펼칠지] [대만전 선발 투수 최마루 “수혁이 형과 함께하는 한 우리가 지는 일은 없을 것”]10년 넘게 한국야구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일본은 훌쩍 앞서갔고, 대만은 우리를 바싹 쫓아왔다.
전문가들은 한수혁을 제외할 경우 두 팀의 전력은 거의 엇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기에 대만이 한수혁을 잘 막아낸다면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평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따아아아아아악!
경기 내내 한수혁을 피해 도망 다니던 대만이 외통수에 걸렸다.
9회 초 3 대 3 동점 만루 상황에서 등장한 한수혁.
그의 스윙이 대만 투수의 공을 경기장 너머 어딘가로 날려버리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5타석 4볼넷 1타수 1안타 1홈런 4타점 한수혁, 딱 한 번 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은 이 시대 최고의 타자] [9회 터진 한수혁의 만루 홈런, 대한민국 대표팀, 대만을 7 대 3으로 꺾고 조별리그 1위 질주] [대만 네티즌들 “차라리 한 점을 그냥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고의사구로 걸렀어야 했다. 세계 최고 타자에게 한가운데 포심이라니?” 자국 감독과 투수에 대해 맹비난] [야구 전문가들 “오늘 홈런으로 한수혁과 승부하는 간 큰 투수는 모두 사라질 것”]그렇게 3전 전승, 조별리그 B조 1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한국은 슈퍼라운드에서 대만, 중국을 연파하고 마지막 일본과 만나게 되었다.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을 결정지을 마지막 경기,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합류한 서울 워리어스의 에이스 천상진이 선발로 낙점되었다.
“수혁아, 여기 영상 한 번만 같이 봐줄래?”
“네, 선배님.”
일본전 등판이 확정된 후 틈이 날 때마다 일본 타자들의 영상을 돌려보던 천상진이 한수혁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국리그 프로선수들과 메이저리거까지 모두 불러 모은 막강 전력 일본. 아무리 한수혁이 있다 해도 전체적인 전력 면에서 한 수 앞선다는 평을 받는 게 일본 대표팀이었다.
천상진이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건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리드오프 겸 주전유격수 하마사키 아키노리였다.
“얘는 빠른 공보다는 브레이킹 볼에 약점이 있어요.”
“그래? 데이터상으로는 그렇게 안 보이는데?”
“그게 음… 정렬을 이렇게 해서 코스별로… 네, 됐네요. 여기 보시면 볼 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이 되면 몸 쪽 떨어지는 공 타율이 1할대로 뚝 떨어지거든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좀 쫄… 흠.”
한수혁은 기량 외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데이터베이스라 불러도 좋을 그런 존재였다.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을 법한 정보를 얻게 된 천상진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한수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맙다. 서울 가면 내가 크게 한턱 쏠게. 민예린 씨도 같이.”
“네, 식사 한번 같이 해요. 그럼 자료 너무 오래 보지 마시고 쉬세요. 형.”
“알았다.”
2군에 처박힌 채 단 한 번만이라도 1군 경기에 뛸 수 있길 소망했던 천상진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에이스라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채 일본과의 결승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단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야구에 대한 천상진의 열정과 집념, 어느새 중견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된 이 좌완투수는 처음 데뷔했을 때의 그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파앙
“아웃!”
9회 초, 마지막 타자를 범타로 잡아낸 천상진이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투구 수 110개, 9이닝 3K, 4피안타, 2볼넷 무실점.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일본 강타선을 막아낸 천상진에게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0 대 0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제 남은 건 한국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뿐.
일본이 자랑하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상대로 선두타자 박장열이 안타를 때려냈다.
일본 덕아웃이 침묵에 잠겨들었다.
한 점만 내주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상황, 한수혁을 거를 경우 무사 1, 2루에서 서형주, 안치욱을 상대해야 한다. 자칫하면 안타 없이 희생타나 작전만으로도 경기가 끝나버릴 수도 있다.
결국 일본은 오늘 경기 처음으로 한수혁과의 승부를 결심했다.
이번 시즌 NPB에서 0.7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수호신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힘차게 공을 뿌렸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힘차게 얻어맞았다.
따아아아아아아악!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었던,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초대형 홈런.
스윙과 동시에 배트를 집어던진 한수혁이 팔짱을 낀 채 자신의 타구를 감상했고, 덕아웃 난간에 기댄 채 승부를 지켜보던 한국선수들이 미친 듯이 고함을 치며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터어엉!
타구가 경기장 중앙 펜스를 넘어 외벽 최상단을 강타했고,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한수혁이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됐다! 됐어! 으아아! 금메달이다!”
“수혁이 형! 형님! 절 가지세요! 가지시라고요!”
“우아아아아아!”
턱
홈플레이트를 밟은 한수혁을 향해 동료들이 달려왔다.
한수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이게 그렇게 좋아할 일인가? 어어어, 잠깐, 막 들어올리지 말… 어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