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81)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80화(381/412)
#380화. Holy shit…!
“Holy shit…….”
세계 최고 수준의 돔구장 워리어스 필드의 개장식이자 한수혁의 역사적인 KBO 복귀전이 끝난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오늘 경기 영상을 복기하던 매지션스의 2선발 마커스 로페즈가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매지션스의 에이스와 한수혁의 선발 맞대결이 펼쳐진 이날 경기는 9 대 0, 워리어스의 완승으로 끝났다.
‘따아아아아악!’
마커스의 손에 들린 태블릿PC, 그곳에서 한수혁이 마지막 타석에 기록한 장외홈런이 또 한 번 재생되었다.
오늘 개막전에서 한수혁은 9이닝 1피안타 완봉승을 거둠과 동시에 타자로서 6타석 4타수 2볼넷 4안타 3홈런 6타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성적을 기록했다.
사상 최악의 서울 라이벌전을 치르게 된 매지션스는 한수혁과의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그것이 옳거나, 혹은 더 쉽다고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어차피 높은 확률로 가을야구에서 만나게 될 최악의 상대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와는 확연히 다른 KBO 무대에서 그가 어떤 식으로 플레이를 할지, 중요한 순간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데이터 말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모두 쓸데없는 짓이었다.
오늘 그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압도적인 구속과 구위로 타자들을 찍어 누르고, 타석에서는 스트라이크 존 비슷한 곳에 공이 들어오면 후려쳐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는 괴력을 보인 것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한국의 야구팬들과 전문가들은 깨달았다.
10년 전에도 이미 괴물이었던 한수혁이 더욱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어 돌아왔음을, 그렇기에 올 시즌 한국야구에 다시 나오지 않을 대기록들이 세워질 거라는 것을.
“Holy shit…….”
다시 한 번 나직이 욕설을 흘린 마커스 로페즈가 태블릿을 내려놓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뛰고 있는 용병 선수들끼리 만든 단톡방에 입장했다.
└ 다들 자나? 아직 안 자는 거 아니까 아무나 대답해봐.
└ 무슨 일인데, 마커스?
└ 너야말로 일찍 자야 하는 거 아냐? 내일 선발이잖아.
└ 젠장, 어차피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하기야?
지금 마커스가 이렇게 고민에 빠져 있는 건 내일 당장 자신이 한수혁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매지션스의 2선발로서 17승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투수.
김성수 감독은 선발등판을 앞둔 그에게 특명을 내렸다.
‘이번 3연전을 모두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한수혁 상대로 도망은 안 돼. 어차피 도망은 언제든 칠 수 있다. 희박한 확률이지만 녀석의 약점을 찾아야 해. 할 수 있겠지, 마커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커스는 생각했다.
지난 10년간 메이저리그를 지배한, 몸값만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투수들조차 하지 못한 일을 자신이 할 수 있겠냐고, 대체 당신은 제정신이냐고.
하지만 내년 시즌 재계약을 생각해야 하는 불쌍한 외국인 노동자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마커스, 만약 네가 내일 경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거라면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마트로 달려가는 걸 추천하고 싶군.
└ 마트? 마트는 왜? 술이라도 사다 마시라고?
└ 아니, 해산물 코너에 가서 생굴을 잔뜩 사다가 다 해치워버려. 그럼 아마도 높은 확률로 장염에 걸릴 수 있을 거야. 그를 피할 수 있게 되는 거지, 어때?
순간 그럴듯한 생각이라고 대답하려던 마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스마트폰을 닫아버렸다.
어차피 계속 이야기를 섞어봐야 지금과 비슷한 이야기만 나올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들에게도 그렇지만 특히 마커스처럼 미국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들에게 한수혁은 ‘신’ 그 자체였다.
마운드 위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쪼르르 달려가 사인을 요청하고 싶은 스타 중의 스타.
“Holy shit…….”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없는 문제라는 걸 깨달은 마커스가 침대에 몸을 기댄 채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한수혁의 장외홈런 영상이 끝없이 반복 재생되었다.
* * *
“최마루.”
“네, 형님!”
“목소리 너무 크다. 조용히 대답해도 돼.”
“네… 형님…….”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기 죽으란 뜻이 아니라, 흠, 그냥 네 마음대로 해라.”
“네! 형님!”
매지션스와의 개막 3연전 2차전 경기를 앞둔 워리어스 클럽하우스.
오늘 선발 등판 예정인 최마루를 불러 매지션스 타자들에 대한 공략법을 알려주려던 한수혁이 자기도 모르게 씨익 웃음을 지었다.
처음 팀에 입단할 때부터 이상하리만치 자신을 따르던, 그리고 이제는 한 팀의 어엿한 에이스로 성장한 후배 최마루가 꽤나 기특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루야, 어제 쟤들 빠른 공에 하도 시달려서 배트 타이밍이 평소보다 조금 빨라졌을 거야. 이럴 때는 체인지업이나 커브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 거다.”
“체인지업… 커브… 알겠습니다! 형님! 정말 감사합니다!”
“크게 대답 안 해도 된다니까.”
“아닙니다! 가르침을 주셔서 영광입니다! 오늘 하신 말씀, 평생 제 가슴 속에 간직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아니, 체인지업하고 커브 위주로 던지라는 말을 굳이 평생 간직할 필요는… 음, 모르겠다. 그것도 너 알아서 해라.”
“감사합니다! 형님!”
말만 시키면 마치 군인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최마루를 뒤로하고 한수혁이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덕수 형.”
“어, 수혁아. 어제 잠은 잘 잤어? 오랜만에 한국에서 뛰니까 이상하진 않고?”
“이상하긴요. 어디서 하든 야구는 야구죠, 뭐.”
“하긴, 그것도 그렇지. 그런데 왜 불렀어?”
“아, 다른 게 아니고 어제 보니까 배트가 조금 무거워 보이길래…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사용하는 배트 하나 드릴 테니 한번 써보실래요?”
“네가 쓰던 배트? 오… 그래? 한번 줘봐. 써보자.”
지난 시즌 0.254/ 0.348/ 0.558의 슬래시 라인에 35개의 홈런을 기록한 워리어스의 주포이자 주전 1루수 장덕수.
전성기 시절 3할 40홈런을 밥 먹듯이 기록하던 그였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어느새 마흔을 앞두게 된 그는 매년 조금씩 타율과 OPS가 하락하고 있었고, 이는 워리어스 공격력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어제 개막전에서 워리어스 타선이 불을 뿜는 가운데도 장덕수는 홀로 안타 없이 희생플라이 하나만을 기록한 채 경기를 마쳤다.
오랜만에 장덕수와 함께 경기를 뛰어 본 한수혁은 생각했다.
거대한 체구답게 1㎏이 넘는 배트를 사용하는 장덕수에게도 이제 변화의 시기가 찾아왔음을.
잠시 후 한수혁이 배트 한 자루를 집어 들고 장덕수에게로 돌아왔다. 그가 갖고 있는 배트 중 가장 가벼운 900g짜리 검은색 배트였다.
“형, 여기요. 일단 한번 써보세요.”
“음, 900g짜리구만. 좀 가볍기는 헌디…….”
“제가 통산 700호 홈런 칠 때 쓰던 배트인데…….”
“컥! 뭐? 통산 700호 홈런 배트? 수혁아, 이런 건 야구 박물관에 보관해야 하는 거 아녀? 이렇게 아무렇게나 들고 다녀도 돼?”
“박물관은 무슨, 그냥 배트일 뿐이에요. 아무튼 저도 공이 잘 안 맞을 때는 이거 자주 썼거든요. 이제는 형이 쓰세요.”
“받기 부담되는데.”
“아뇨, 그냥 선수 복지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선수 복지? 아, 내가 좀 둔하긴 한가벼. 네가 구단주라는 걸 자꾸 까먹는 걸 보면. 그나저나 이거… 하, 좀 부담되긴 하는데, 그래, 일단 고맙게 잘 써볼게.”
“네, 형님 정도면 배트 좀 가벼운 거 들고 스윙 좀 짧게 해도 얼마든지 큰 타구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부담 갖지 않고 자기 스윙만 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배트 받은 걸로도 모자라 세계 최고 선수에게 특별 과외까지 받고… 그려, 고맙다. 열심히 해볼게.”
“너무 열심히 안 하셔도 돼요. 그냥 즐겁게 해보자고요. 그럼 저 갑니다.”
한수혁의 신인 시절을 함께한 동료들 중 아직까지 현역으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선배인 장덕수.
그런 장덕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한수혁이 자신의 라커로 돌아왔다.
그곳에서는 그의 친구이자 동기인, 그리고 현 시점 KBO 최고의 좌타자라 불리는 안치욱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 덕수 형만 챙기지 말고 나도 배트 한 자루만 주…….”
“시끄럽고, 헛소리 할 시간 있으면 배트나 한 번 더 휘둘러라. 어제 보니까 팔로스로우가 제멋대로던데.”
“왜 맨날 나만…….”
* * *
[2번 타자 중견수 한수혁]꿀꺽
1회 말 원아웃 주자 없는 상황, 한수혁의 등장을 지켜보던 매지션스의 투수 마커스 로페즈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경기 전 김성수 감독이 지시한 내용이 머릿속에서 자동재생되었다.
‘어제는 그 녀석을 상대로 바깥쪽 빠른 공 승부를 하다가 박살이 났지. 음, 맞아. 역시 그곳은 녀석의 약점이 아니었어. 그렇다면 오늘은 역으로 몸 쪽 변화구를 중점 시험해 보겠다. 이봐, 마커스. 내 말 이해했지? 몸 쪽 브레이킹 볼로 가는 거야. 언더스탠?’
말처럼 그렇게 쉽게 몸 쪽에 자유자재로 브레이킹볼을 구사할 수 있으면 내가 한국에 남아 있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커스는 강한 인내심으로 그 말을 참아 눌렀다.
‘몸 쪽 커브’
도리도리
‘그럼 몸 쪽 슬라이더’
도리도리도리
‘그것도 아니면 몸 쪽 체인지업?’
도리도리도리도리
‘????’
포수가 그럼 대체 뭘 던지고 싶은 거냐는 듯한 눈빛으로 마커스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머리에 한 대 던져서 병원으로 보내버리고 싶군.’
순간 그런 생각을 떠올린 마커스가 자신의 생각에 흠칫 놀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수혁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 중 최다 벤치클리어링과 최다 퇴장 기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0시즌 동안 무려 55번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55번 모두 퇴장당하며 출장정지 일수만 115일에 달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이자 최악의 싸움꾼 한수혁.
주먹 한 방으로 상대의 갈비뼈를 으스러뜨리고, 따귀 한 방으로 썩은 이를 말끔히 발골해주는…….
‘음.’
자꾸만 아득해져 가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은 마커스 로페즈가 마침내 초구 사인을 확정했다.
끄덕
KBO에 진출한 이후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MVP에 빛나는 마커스 로페즈가 온 힘을 다해 한수혁을 향해 공을 뿌렸다.
슈웅
포수가 요구한 대로 정확히 제구 된 몸 쪽 낮은 코스의 체인지업.
일반적인 타자라면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거의 땅에 처박히는 듯한 완벽한 체인지업을 향해 한수혁의 배트가 뻗어 나갔다.
그리고,
따아아아아아악!
모골이 송연해지는 어마어마한 타격음과 함께 타구가 하늘로 새까맣게 솟구쳐 올랐다.
한수혁의 무지막지한 어퍼스윙에 걸려든 타구는 마치 영원히 날아가기라도 할 것처럼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비행했다.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중견수의 머리 위를 넘어, 정중앙 외야 관중석 1층을 넘어, 2층, 마침내 3층까지,
터엉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워리어스 필드 외야 최상단 관중석에 타구가 떨어지는 순간,
“우아아아아아!”
“미친! 두 경기 만에 홈런 4개야! 이런 식이면 100홈런도 가능하다고!”
“한수혁! 역시 네가 최고야! 한국으로 돌아와서 고마워!”
경기장 여기저기로 메아리치는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마커스를 더욱 힘들게 했다.
다리에 힘이 완전히 풀려버린 그가 자기도 모르게 마운드 위에 무릎을 꿇으며 중얼거렸다.
“Holy sh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