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383)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82화(383/412)
#382화. 끝까지 버텨낸 남자
“장덕수 선수, 오늘 경기에서 홈런 2개 포함 3안타 맹타를 휘둘렀는데요. 그 비결이 뭔지 물어도 될까요? 고질적인 옆구리 부상은 다 완치되신 건가요?”
매지션스와의 3차전에서 홈런 2개 5타점을 기록하며 주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 장덕수가 리포터의 말에 신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머시냐… 저 정도 나이가 되면 여기저기 부상은 그냥 달고 가는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 홈런을 친 비결은 음… 사실 특별한 건 없구요. 그저 수혁이가 준 배트를 들고 평소보다 조금 가볍게 치려고 했던 게 주효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수혁 선수가 준 배트요? 아… 그 검은색 배트가 그럼… 어쩐지 평소보다 조금 가벼운 배트를 사용하는 것 같아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역시 그랬군요.”
“네, 이게 수혁이 말로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700호 홈런을 때렸을 때 사용한 배트라고 하는데…….”
“헉! 통산 700호 홈런 배트라고요? 그, 그런 걸 막 사용해도 되는 건가요?”
“…솔직히 잘 모르겠구만유. 저도 이런 배트는 박물관에 보관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수혁이가 하도 강하게 말을 해서… 어쨌든 모두 이 배트 덕분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난 매지션스와의 3차전 MVP로 선정된 장덕수는 자신의 맹타 비결을 한수혁이 선물한 배트 덕분이라 대답했다.
단순히 인사치레로 한 말이 아니었다.
700호 홈런을 기록한 배트답게 뭔가 영험한 기운이 깃든 것인지, 가볍게 맞추기만 해도 타구가 쭉쭉 뻗어나가는 통에 자신조차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 배트, 정말 아껴써야겠구만.’
부산 타이탄스와의 3연전 1차전 경기,
소중한 배트를 품에 꼭 안은 장덕수가 자신의 타석을 준비했다.
[4번 타자 1루수 장덕수]한수혁의 안타와 안치욱의 진루타로 만들어진 1회 말 2아웃 2루 찬스.
마운드 위에는 한수혁을 누구보다 존경한다는 부산 타이탄스의 3선발 박장열이 서 있다.
정교한 제구력보다는 빠른 공과 구위로 타자를 압박하는 전형적인 파워피처.
나이를 먹어 배트 스피드가 많이 떨어진 장덕수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상대이지만…….
‘가볍게, 일단 맞춘다는 생각으로.’
괜찮다. 이곳은 투수들이 100마일의 공을 뻥뻥 뿌려대는 메이저리그가 아니다.
박장열이 던질 수 있는 포심의 최고 구속은 152㎞/h 내외.
KBO 수준에서는 충분히 빠른 공이지만 그 정도는 느려진 장덕수의 배트로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장덕수의 시선이 박장열의 얼굴 쪽으로 향했다.
위기를 맞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바로 뒤 타자가 정교함에서 있어서는 자신보다 낫다 평가할 수 있는 최재민인 만큼 볼넷을 주려 하진 않을 것이다. 존 가장자리를 넘나드는 유인구가 날아올 확률이 높다.
파앙
“볼.”
예상대로 바깥쪽에서 더 바깥쪽으로 빠져 나가는 슬라이더가 날아왔다.
하마터면 따라 나갈 뻔했던 배트를 간신히 멈춘 장덕수가 자기도 모르게 2루 베이스 위 한수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자신이 백업 포수를 전전하며 황성민 그 쓰레기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시절,
갑자기 나타나 그 상황을 일시에 해결해버린 든든한 후배이자 고마운 은인 한수혁.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흐른 후 한수혁이 워리어스의 구단주인 걸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자신에게 얼마나 큰 행운이 따른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세상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든든한 동료로서, 그리고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선수단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 구단의 주인으로서,
한수혁은 이 세상 누구보다 뛰어난 존재였고, 그로 인해 장덕수는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꾸욱
그렇기에 장덕수는 지금 이 순간 2루 베이스 위 한수혁을 어떻게든 홈으로 불러들이고 싶었다.
이 구단을 누구보다 아끼는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게 전부였기에,
전성기의 힘과 스피드를 잃은 신장 2미터의 거한이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끌어 모아 투수의 공을 후려쳤다.
따아아아아아악!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자신조차 깜짝 놀랄 정도의 타격음이 울려퍼졌다.
그라운드 위 모든 선수들이 자리에 멈춰 멍하니 타구를 바라보았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홈런임을 직감한 장덕수가 자신의 배트를 아주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고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3년 전부터 시작된 옆구리와 무릎의 통증은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경기를 뛰는 게 힘들 정도로.
그렇기에 장덕수는 항상 마지막을 준비했다. 오늘이 자신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왔다.
하지만,
“우아아아아!”
“워리어스! 최고다!”
“장덕수! 장덕수! 장덕수!”
홈플레이트를 밟은 후배가 자신을 향해 큰 웃음을 짓는 것을 보니 조금 욕심이 들기 시작한다.
아주 조금만 더, 이런 시간이 계속될 수 있기를.
한수혁, 그리고 다른 소중한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계속되기를.
장덕수의 입에서 그런 진심을 담은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
* * *
새 시즌의 희망과 열기가 넘쳐나는 봄이 지나고, KBO의 10개 구단이 서로 한 번씩 승부를 마친 시기가 오자,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가 한국무대에서 뛰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
[31승 9패 승률 0.775, 막아설 자 없는 서울 워리어스의 질주] [지난 시즌 승률 5할에 간신히 턱걸이 했던 워리어스, 한수혁의 합류로 KBO 역대 최고 승률(0.706 / 1985년 대구 버팔로스)에 도전] [팀 타율 0.331(역대 1위), 팀 홈런 69개(경기당 1.73개/ 역대 1위), 팀 평균자책점 2.27(역대 1위) 등 역사를 쌓아가고 있는 무적함대 서울 워리어스] [2위 서울 매지션스, 3위 부산 타이탄스, 4위 수원 커맨더스 등 라이벌 팀 관계자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워리어스를 따라가는 건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해도 그들을 막을 수가 없다.”] [40경기 타율 0.488, 출루율 0.595, 장타율 1.219, 홈런 27개 62타점, 평균자책점 0.25, 7승 무패 기록한 한수혁 “지금까지는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야구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야구팬들 경악]팀 역대 최다 승률을 비롯, 투타 모든 면에서 KBO 수십 년 역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서울 워리어스.
그리고 4할 후반대의 타율과 0.25라는 말도 안 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팀의 중심을 잡은 한수혁.
지난 시즌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투수 WAR 11.9, 타자 WAR 17.1이라는 말도 안 되는 지표가 진실임이 입증되었다.
그는 혼자 힘으로 팀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그야말로 만화에나 등장할 법한 야구의 신이었다. 더불어 다른 팀들에게는 재앙이었고 말이다.
[한수혁이 빠져나간 시애틀 매리너스, 48경기 25승 23패로 5할 승률 턱걸이] [LA다저스의 에이스 조슈아 칼루(2039시즌 ERA 2.45, 18승 5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중심타자 그랜트 딕슨(2039시즌 타율 0.345, 홈런 25개, 도루 41개)의 영입에도 불구하고 한수혁의 공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 [매리너스 다니엘 미첼 사장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그야말로 야구 그 자체인 선수였다. 아무리 대단한 선수를 영입한다 해도 그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우는 건 불가능하다. 그저 현 상태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한수혁의 거취에 따라 이리저리 출렁거리는 전 세계 야구계, 그런 한수혁의 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야구팬들은 행운아]어느새 찾아온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워리어스의 진격은 계속되었다.
1선발 한수혁을 필두로 2선발 최마루, 3선발 호세 카를로스, 4선발 천상진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이 상대 타선을 잠재웠고, 팀 타율 3할 3푼대에 달하는 막강 공격진이 다른 팀의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워리어스의 무패 행진이 계속되자 나머지 9개 팀들의 전략이 대폭 수정되었다.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워리어스전에 전력투구를 하느니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해서라도 다른 경쟁 상대와의 경기에 힘을 쏟겠다는, 쉽게 말해 노골적인 피하기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워리어스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5선발 로테이션 중 마지막을 차지하는, 올 시즌 44세의 나이로 은퇴 시즌을 맞이하게 된 노장 임준영.
지난 7번의 선발 등판에서 1승 5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하며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던 베테랑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안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지난 시즌 대체 선발로 그럭저럭 납득할 만한 성적을 거둔 신인급 투수들이 선발로 올라설 기회를 엿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구단과 조성오 감독은 임준영이 조금 더 버텨주길 원했다.
오랜 시간 팀을 위해 헌신한 베테랑이 마지막 좋은 기억을 안고 그라운드를 떠나길 바랐고, 그렇게 노장이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아직 어리기만 한 신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성장한 상태에서 선발에 도전하길 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긴긴 시간 임준영이라는 투수를 응원해온 팬들이 그의 마지막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담길 바랐다.
“준영아, 몸은 좀 어떠냐?”
“만식 형님, 아니, 코치님. 몸이야 항상 똑같죠, 뭐. 아주 좋습니다.”
“…짜식, 그래. 그래야 임준영이지. 그럼 오늘은 퍼펙트 한번 가나?”
“퍼펙트까지는 무리고, 잘하면 노히트노런 정도는 가능하겠네요.”
“좋아, 그럼 프런트에 얘기해서 미리 샴페인 준비해 놓으마. 수고해라.”
“고맙습니다, 코치님.”
대전 팔콘스와의 홈경기, 선발 등판을 앞둔 임준영이 이만식 투수코치와의 대화를 끝내고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별 생각 없이 주고받은 농담에 갑자기 가슴이 아련해진다.
언제였던가, 이것이 농담이 아니던 시절이 있었다.
커리어 통산 2번의 노히트노런과 1번의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임준영이기에 실제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대놓고 기록을 노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선발로 등판하는 날, 임준영이 원하는 건 어떻게든 5이닝을 무사히 버텨내는 것, 팀이 이기고 있는 상태에서 후배들에게 마운드를 넘겨주는 것.
오직 그것뿐이었다.
[관중 여러분! 다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워리어스의 영원한 에이스 임준영 선수를 위해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경기가 시작되기 전, 연습투구를 위해 임준영이 마운드에 오르자 응원단장이 큰 목소리로 그에 대한 응원을 유도했다.
언제나 한결같이 자신을 향해 박수를 보내주는 고마운 팬들,
그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에 파묻혀 있노라면 자기도 모르게 20대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온몸에 힘과 열정이 넘쳐흐르던, 정말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시절 젊은 임준영이 된 것만 같다.
“임준영! 잘해라, 인마!”
“아직 은퇴는 안 돼! 10년은 더 해먹어야지!”
“파이팅! 임준영!”
사실 이렇게 오래 야구를 하려던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남들처럼 적당히 돈을 벌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커리어를 쌓은 후에는 마운드에서 내려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생각보다 더 야구를 사랑하고 있음을, 그렇기에 그라운드를 떠난 순간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것이라 겁먹고 있음을.
그렇기에 계속 달렸다.
155㎞/h에 달하던 구속이 145, 140, 어느덧 130대까지 떨어지고, 손아귀에 힘이 떨어져 제대로 된 변화구 구사가 어려워지게 되었지만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내며 마운드를 지켰다.
그러다 주변을 돌아보니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워리어스 초대 왕조를 건설했던 선배들이 코치, 감독이 되었고, 동기들, 나중에는 후배들까지 차례차례 유니폼을 벗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혼자 남겨졌다는 생각에 조금은 외롭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옆을 지키고 있는 동료들과,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에 기대 묵묵히 공을 던졌다.
하지만 결국 한계가 왔다.
2039시즌, 포심 평균 구속이 133㎞/h까지 떨어진 임준영은 평균자책점 4.22, WHIP 1.49, 7승 8패라는, 임준영이라는 이름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기록했고, 마침내 유니폼을 벗을 각오를 하게 되었다.
20년 넘게 마운드를 지켜온 노장의 은퇴 결심,
세월의 무게를 담은 은퇴 발표가 막 임박했을 때쯤,
그 일이 일어났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후배이자 야구선수로 가장 존경하는 대상인 한수혁.
그가 한국무대 복귀를 선언했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어안이 벙벙해진 임준영, 그리고 그날 밤 한수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형, 은퇴하지 말고 저랑 한 시즌만 더 같이 뛰어요. 반지 하나 더 끼게 해드릴게요.’
‘반지? 야, 이 정도면 충분하지. 됐다. 이제는 어깨도 잘 안 올라가.’
‘아뇨, 어깨가 잘 안 올라가면 사이드암으로 던지던지, 정 안 되면 제가 너클볼이라도 가르쳐 드릴 테니 어떻게든 마운드에 서 있기만 하세요. 은퇴 발표는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하는 겁니다. 후배가 아니라 구단주로서 명령이에요.’
한수혁의 말에 임준영은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무슨 말인지는 충분히 이해했다. 자신의 마지막 무대가 좀 더 화려하길 바라는 후배의 배려심이 그의 굳건한 의지를 흔들어놓았다.
그렇게 임준영의 은퇴는 1년 뒤로 미뤄졌고, 오늘도 임준영은 삐걱거리는 몸을 이끌고 마운드에 올랐다.
“플레이!”
만년 하위권을 전전하다 최근에 와서는 중위권 팀으로 도약한 대전 팔콘스의 리드오프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자신을 노려보았다.
나이로 치면 조카뻘에 가까운, 까마득하다는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후배 중의 후배다.
KBO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던 구속과 구위, 그리고 변화구의 각,
임준영이라는 투수를 상징하던 그 무기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대신 그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경험과 직감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얻게 되었다. 20년 넘는 시간을 마운드 위에서 보낸 대가로 말이다.
타자의 표정과 호흡, 디딤발의 위치와 각도, 배트 그립의 위치,
그런 것들을 보면 상대가 어떤 공을 노리는지 자연스럽게 짐작할 수 있는, 흔히 말하는 야구도사의 경지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런 직감을 활용해 상대 타자의 노림수를 파악하던 임준영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프로에 첫 발을 디뎠던 후배 한수혁,
당시 녀석에게 느꼈던 알 수 없는 힘, 오직 한수혁에게서만 느껴졌던 그 힘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어쩌면,
아주 어쩌면,
자신이 20년 넘는 시간을 보내며 간신히 얻은 이 능력을 저 괴물 같은 놈은 프로에 데뷔하면서 이미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식
밀려오는 허탈감에 피식 웃음을 지은 임준영이 고개를 돌려 중견수 쪽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내내 천재라 불렸던 자신을 이토록 초라하게 만드는 천재 중의 천재, 괴물 중의 괴물.
그가 보기만 해도 든든한 표정으로 자신의 등 뒤를 지키고 있었다.
갑자기 가슴 속에서 뭔가 울컥한 임준영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오늘 공 놓치는 놈은 내가 가만 안 둔다! 다들 집중! 내가 어떻게든 막아낼 테니 무조건 이기는 거다! 워리어스 파이팅!”
“선배님 파이팅!”
“파이팅!”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이 된 임준영이 힘찬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슈웅
파아앙!
“스트라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