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400)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399화(400/412)
#399화. 누군가의 마지막
한수혁이 국내 무대 복귀를 선언하기 전 전문가들이 예상한 워리어스의 예상 승률은 0.530 내외, 가을야구 진출이 간당간당한 딱 중위권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즌 막판 18연승 내달린 서울 워리어스, 101승 5무 38패 승률 0.726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 시즌 우승!] [KBO를 넘어 메이저리그(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 0.716) 기록까지 넘어선, 라이브 볼 시대 이후 역대 최고 승률을 달성한 서울 워리어스] [KBO 역대 최초 100승 돌파 팀 서울 워리어스, 찬란했던 지난 1년간의 발자취] [1선발 한수혁부터 5선발 임준영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 두 자리 수 홈런 기록한 타자만 7명, 역대 최고의 팀 서울 워리어스] [야구 전문가들 “당초 5할 승률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었던 워리어스가 한수혁의 합류로 인해 7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선수 한수혁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현대 야구 수준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어떤 전문가의 말처럼 한수혁의 승리 기여도는 단순히 WAR 같은 것으로 측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의 합류로 인해 중위권에서 단숨에 우승팀으로, 그것도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승률을 기록한 압도적인 팀으로 거듭난 워리어스가 바로 그 증거였다.
한수혁으로 시작해 임준영으로 끝나는 5선발진 전원이 두 자리 수 승리에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마운드를 단단히 지켰고, 신인 두 명을 제외한 주전급 타자 전원이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려냈다.
팀 평균자책점 3.15, 팀 타율 0.319을 기록한 워리어스는 다른 팀을 완벽히 압도했다.
[국내 무대 복귀 첫 시즌, 마침내 80홈런을 돌파한 한수혁… 투수들의 집중견제 속에 이뤄낸 기적] [시즌 최종 타율 0.467, 출루율 0.625, 장타율 1.110, 81홈런 등 타격 4개 부분에서 한미 통산 역대 1위 달성한 괴물 중의 괴물 한수혁] [메이저리그 팬들과 전문가들 “한국과 미국 프로리그의 수준 차이가 분명 존재하지만 한수혁만큼은 예외다. 올해 그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만약 메이저리그에 있었다 해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을 것.”] [21승 무패, 평균자책점 0.32 기록한 무패의 투수 한수혁, 워리어스의 역대 최고 승률을 있게 한 1등 공신] [팀 선배 임준영 “수혁이가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계속 영상으로나마 그의 투구를 지켜봐왔다. 단언컨대 올 시즌 한수혁은 최고 중의 최고였다. 놀랍게도 그는 아직도 진화 중인 것 같다.” 극찬]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메이저리그를 박살 내고 돌아온 한수혁은 KBO 무대를 그야말로 초토화시켰다.
노골적으로 자신을 피해 다니는 투수들의 공을 쫓아다니면서도 역대 최고 기록에 해당되는 타격지표를 기록한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커리어에서도 처음 맞이하는 81홈런 시대를 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본인이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엄청난 대기록이었다.
“이제 곧 포스트시즌이 시작됩니다! 목표가 무엇입니까?”
“일단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는 게 저희 팀의 목표입니다. 그 다음 일은 야구의 신에게 물어봐야겠지요.”
2040시즌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게 된 나머지 네 팀,
부산 타이탄스와 수원 커맨더스, 서울 매지션스, 그리고 막판 인천을 누르고 마지막 티켓을 따낸 대전 팔콘스 등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현실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그 이후의 일은 야구의 신, 정확히 말하면 한수혁만이 알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압도적 1위 팀 서울 워리어스가 먼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있는 가운데, 네 팀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맞붙은 건 기적적으로 가을야구에 합류한 5위 팔콘스와 4위라는 성적에 조금도 만족할 수 없는 매지션스 간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었다.
한 번의 승리, 혹은 무승부만 기록해도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매지션스, 반면 업셋을 위해서는 2연승을 거둬야 하는 팔콘스.
두 팀 간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예상 외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한결이 형 운다.”
“어이구, 저 형 선수 때는 한 번도 안 울더니 코치 되니까 마음이 좀 다른가 보네.”
“저 형 운명도 참… 왜 하필 팔콘스냐. 쟤네들 지난달에도 용병 기용 문제로 감독하고 수석코치랑 사이 완전 틀어졌다며.”
훈련을 마친 워리어스 선수들이 클럽하우스에 모여 TV를 보고 있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15 대 3으로 대패한 팔콘스의 덕아웃을 카메라가 비췄다. 그곳에는 팀이 무기력한 패배를 당하는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지켜봐야 했던 신입코치 류한결이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
“확실히 구단에 정치질이 시작되면 다 끝나는 거야. 우리 박 단장, 아니, 사장님이 다른 건 몰라도 그런 건 정말 칼 같이 잘 쳐냈지.”
“그치, 대전이나 부산이나 전력만 보면 저기서 헤맬 애들이 아닌데, 거참, 어려운 문제다. 안 그러냐, 치욱아?”
고교야구팀 숫자라 봐야 80개도 채 안 되는 좁은 바닥에서 한 다리 건너면 서로 다 얼굴을 아는 게 한국야구 판이다.
그 가운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카르텔을 형성하고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쳐 서로 힘겨루기를 벌이는 이들이 사라질 리 없다.
심지어 워리어스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10년간 워리어스 내에서도 그런 카르텔이 형성되려는 조짐이 몇 번 있었다.
특히나 한수혁이 미국으로 떠나고, 팀의 주축을 이루던 외국인 코치들이 하나둘 다른 곳으로 이적하며 그런 현상은 더더욱 심화되었다.
그걸 막은 게 바로 박재철 사장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숙청이 이루어졌다. 아무리 능력 있는 코치라 해도, 높은 연봉을 주고 스카웃해 온 직원이라 해도 조금만 정치질을 하려는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옷을 벗겨버렸다.
능력과 성과, 그리고 인성.
워리어스 구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건 딱 그 세 가지뿐이었다.
그런 박재철 사장의 노력으로 인해 워리어스는 오늘 날까지 건전한 기업 문화를 유지한 채 순항할 수 있었다.
[서울 매지션스 VS 수원 커맨더스 준 플레이오프 1차전, 매지션스의 3 대 1 한 점 차 극적인 승리로 끝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거친 매지션스,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커맨더스에 완승… 업셋까지 단 1승만 남겨놔] [완전히 무너진 커맨더스의 1, 2, 3선발진… 무기력한 3연패로 가을야구 탈락]워리어스에게 완벽히 짓눌리며 최종 순위 4위에 머무르긴 했지만 당초 우승까지 노렸던 매지션스의 전력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3위 수원 커맨더스가 반항 한 번 못하고 3연패로 무너져 내렸다.
로베르토 고메스와 마커스 로페즈, 두 명의 외국인 선발이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고, 한수혁에게 호구를 잡히긴 했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는 철벽이라 불리는 오동철이 완벽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서울 매지션스와 부산 타이탄스, KBO 인기 팀 간의 맞대결로 진행될 2040시즌 플레이오프] [41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노리는 타이탄스,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 매지션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 플레이오프를 연파하고 올라온 매지션스의 기세 VS 충분한 휴식을 취한 타이탄스의 선발진 간의 맞대결] [매지션스 김성수 감독 “목표했던 것보다 조금 낮은 곳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강하다. 반드시 부산을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워리어스와 경쟁할 것.” 각오] [부산 타이탄스 투타의 핵 박장열 “아주 오래 전부터 꿈 꿔오던 일이다. 야구의 신과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매지션스? 그건 그냥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밟고 지나가야 할 장애물에 불과하다.” 매지션스 팬들의 항의로 SNS 폐쇄]이 세상에서 한수혁을 가장 존경하는 어떤 야구선수의 광역 도발로 인해 플레이오프 무대가 활활 불타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매지션스, 그리고 41년 만에 찾아온 한국시리즈 진출의 기회를 살리고 싶어 하는 타이탄스.
인기에 있어서는 리그 전체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두 구단이 정면충돌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1차전 결승 홈런, 그리고 완봉승… 완벽했던 박장열의 하루] [1차전 MVP 박장열 “오늘 경기로 투타 겸업을 계속할 용기를 얻게 되었다. 누군가는 무모하다 말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것이다.”] [4 대 0, 무기력한 패배 앞에 고개 떨군 김성수 감독 “팀을 잘 추슬러서 2차전에 대비하겠다.”] [기적은 없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과 3차전까지 싹쓸이한 부산 타이탄스, 41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쾌거] [시내를 가득 메운 인파, 어디를 가도 흘러나오는 부산 갈매기… 지금 부산은 축제 중] [오규원 부산 시장 “기적을 창출한 야구단을 위해 카퍼레이드를 준비하겠다.” 야구팬들, 한국시리즈 우승도 아니고 고작 진출에 카퍼레이드?] [3연승의 기세를 탄 부산 타이탄스, 이제 한수혁도 두렵지 않다.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2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서울 매지션스의 행보가 마침내 멈춰 섰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기다리던 부산 타이탄스에게 3연패를 당하며 그들의 가을야구는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후 김성수 감독의 경질 소식이 전해졌지만 야구팬들의 관심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마침내 성사된 서울 워리어스와 부산 타이탄스, KBO 양대 인기구단 간의 한판 승부]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한국시리즈, 과연 타이탄스는 한수혁, 최마루, 호세 카를로스, 천상진으로 이어지는 워리어스 막강 선발 4인방을 넘어설 수 있을까?] [워리어스 조성오 감독 “이번 시리즈에서 임준영은 셋업맨, 혹은 추격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은퇴를 앞둔 노장의 마지막 경기를 한국시리즈에서 치르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목표? 두말할 필요 있나, 당연히 우승이다.”] [국내 복귀 첫해, 또 한 번 우승에 도전하게 된 한수혁 “부산은 분명 좋은 팀이다. 하지만 우리 워리어스는 완벽한 팀이다. 지금 이 전력이면 메이저리그 팀들과도 한 판 승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진심이다.”] [한수혁의 우승 선언에 워리어스 팬들 환호 “우리는 이미 챔피언이다.”] [부산 타이탄스 구단주 “팀이 우승할 경우 선수단 전원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 약속”, 이를 전해 들은 한수혁 “한국시리즈 결과와 상관없이 선수단과 프런트 전원에게 역대 최고액 인센티브 지급할 것.”] [실력과 실력, 자본과 자본, 인기와 인기, 더 이상 치열할 수 없는 2040 한국시리즈 개막]“치열은 무슨, 솔직히 이게 게임이 되냐?”
“그치, 승부야 어차피 뻔한 거고, 홈런이나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흐흐, 그나저나 몇 년 만에 한국시리즈 보러 오니까 좀 어색한데?”
“이제부터는 매년 보게 될 텐데 뭐.”
한국시리즈 1차전이 예정된 워리어스 필드 주변이 인파로 뒤덮였다.
팬들이 바라는 건 그냥 우승이 아니었다.
파격적인 퍼포먼스, 그리고 압도적인 우승.
KBO 역대 최고 팀으로 선정된 워리어스가 그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따아아아아악!
– 아, 아! 갑니다! 또 갑니다! 데릭 플레밍에 이은 한수혁의 백투백 홈런! 워리어스가 1회 말 공격에서 두 점을 선취합니다!
– 박장열 선수 공도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타자들이 너무 잘 치네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반칙입니다. 저런 선수들이 KBO에서 뛰는 건 말이죠.
– 홈런을 허용한 박장열 선수가 동료 선수들을 향해 파이팅을 외칩니다. 아, 보기 좋네요. 그렇죠,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닙니다. 충분히 따라갈 수 있어요.
– 정말 그럴까요? 상대 선발이 한수혁인데도요?
– 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뒀던 박장열, 용병 투수들을 제치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한 그가 전력을 다해 워리어스를 막아섰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인 한수혁과의 맞대결, 박장열의 가슴이 활활 불타올랐다.
하지만,
따아아아악!
– 아, 또 넘어갑니다! 한수혁 선수의 연타석 홈런!
– 정면 승부도 좋지만… 음, 박장열 선수, 안타깝습니다. 상대가 너무 괴물입니다.
–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박장열 선수, 아, 결국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오는군요.
한수혁의 벽은 높고도 높았다.
고의사구 대신 정면 승부를 선택한 박장열이 전력을 다해 한수혁에게 덤벼들었다.
그리고 무참하게 박살 났다.
3연타석 홈런, 그리고 다섯 개의 타점,
반면 마운드 위 한수혁은 타이탄스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2040시즌 KBO 한국시리즈 1차전, 투타 겸업 선수들 간의 맞대결은 한수혁의 완벽한 승리로 끝나] [3홈런 5타점, 9이닝 무실점 한수혁 VS 4타수 무안타, 5이닝 5실점 박장열… 두 선수 간의 대결이 그대로 경기 결과에 반영되다.] [1차전 MVP 한수혁 “박장열은 좋은 후배이고 훌륭한 선수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패전 투수가 된 부산 타이탄스 박장열 “아쉽지만 패배를 인정한다. 역시 한수혁 선배는 대단한 선수였다. 많이 배웠고, 앞으로도 더 많이 배우고 싶다.”]1차전 경기가 워리어스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나는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부산을 응원하던 팬들조차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워리어스의 벽은 너무나도 높고 견고했다.
한수혁을 중심으로 뭉친 선수들은 자신이 가진 기량 이상을 선보이며 타이탄스를 압박했다.
반면 KBO 전체 팀 중 가장 많은 우승트로피를 보유한 워리어스를 상대하기에 타이탄스 선수들은 너무 어렸고, 경험이 부족했다.
[최마루와 호세 카를로스로 이어지는 워리어스 막강 2, 3선발진, 타이탄스 연파하며 한국시리즈 3연승] [3차전까지 단 한 점도 내지 못한 채 완벽하게 막힌 타이탄스 타선, 전문가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가혹한 결과다. 타이탄스 선수들이 불쌍해 보일 지경.”] [한국시리즈 3차전이 끝난 후 침묵에 빠진 사직 야구장, 그 앞에서 만난 부산 시민 “분하다.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난다. 마치 어른과 초등학생 간의 싸움 같았다.”] [2040시즌 챔피언을 가릴 한국시리즈 최종전 워리어스 천상진 VS 부산 타이탄스 이규민 선발 맞대결]“수혁아, 오늘도 잘 부탁한다.”
“걱정 마시고 편하게 던지세요, 형님.”
“너무 든든한데? 완봉도 가능할 것 같아.”
“그럼 더 좋고요.”
경기 전 스스로 완봉까지 언급한 천상진은 전력을 다해 타이탄스 타자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긴장감과 압박감에 눌려 아무것도 못했던 타이탄스 타자들이 마지막 경기에 와서야 비로소 힘을 냈다.
7회 말까지 치열한 타격전이 이어졌고, 스코어 6 대 6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상황에서 선발 천상진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8회 말 그가 마운드에 올랐다.
[투수 교체, 천상진 물러나고 임준영, 투수 임준영]“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 끝난 것처럼 말하지 마. 오늘 경기 내주면 또 올라와야 할 텐데.”
“그런가요? 하하.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마운드를 인수 인계받는 두 노장 투수가 농담을 주고받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25년간의 길고 긴 현역 선수 생활을 마치고 코치 연수를 떠나게 될 임준영.
그가 마운드 위에서 고개를 꾸벅 숙이자 사직 야구장을 가득 메운 부산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냈다.
“임준영, 마! 수고했다! 참말로 수고했다!”
“한 번쯤은 우리 팀에서 좀 뛰어주지!”
“많이 보고 싶을 거다!”
소속을 떠나 임준영은 KBO 모든 선수들과 팬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대투수였다.
젊은 시절에는 워리어스의 암흑기를 지탱한 영건으로, 인천 레인저스의 전성기를 연 에이스로, 이후 친정팀으로 돌아와 역사적인 왕조를 건설한 에이스 중의 에이스로.
투수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부문 통산 기록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임준영의 마지막 투구가 시작되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어쩌면 기적일지도 몰랐다.
바로 얼마 전까지 포심 최고 구속이 135㎞/h에 불과했던 임준영이 140㎞/h를 넘나드는 공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다.
사람들은 깨달았다.
이 나이 든 투수가 그동안 힘을 아끼고 있었음을.
잘 올라가지 않는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다음 등판을 준비하기 위해 언제나 자신의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부웅
“스윙! 아웃!”
스스로 걸어놓았던 리미트를 해제한 44세 노장 투수의 공이 타이탄스 타자들을 유린했다.
8회 말, 타이탄스가 자랑하는 2, 3, 4번 타자들이 삼진과 범타로 물러났다.
그리고 이어진 9회 초,
6 대 6 동점, 투아웃 만루 상황에 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2번 타자 중견수 한수혁]“우아아아아아!”
“가자! 빨리 끝내고 트로피 들고 서울로 돌아가자!”
“한수혁!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
멘탈이 터진 마무리 투수를 대신해 다음 경기 선발로 예정되었던 용병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부산이 꺼내든 마지막 승부수였다. 어차피 여기서 한 방이면 모든 게 끝이었기에 뒤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올 시즌 200만 달러의 연봉을 주고 데려온 용병이 이 위기를 넘겨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드드득
포구를 준비하던 타이탄스 포수는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바싹 돋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도 무섭기 짝이 없던, 뒷모습만 봐도 위압감이 절로 느껴지던 한수혁에게서 그간 느낄 수 없었던 엄청난 집중력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25년간 몸담아온 야구판을 떠나는 선배, 그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한수혁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그리고,
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타격음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났다.
8회와 9회, 두 이닝을 완벽히 막아낸 노장 투수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고 눈물을 펑펑 흘렸고, 그런 그를 목마 태운 후배들이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크게 포효했다.
2040시즌, 워리어스의 야구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