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410)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409화(410/412)
#409화. 외전9 – 투웨이 VS 투웨이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내게 처맞기 전까지는.]아주 오래 전 한수혁의 코스튬 데이에 복싱 트렁크와 가운을 선물했던 전설적인 복서가 남긴 말이다.
그의 말처럼 분명 오클랜드 선수들은 한수혁에 대한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최대한 투구 수를 늘려서 지치게 만들어라, 루상에 출루하면 견제구를 난사해 체력을 갉아먹어라.
얼핏 듣기에는 정말 그럴듯한 계획이었다.
그게 가능했다면 말이다.
부웅
“스윙! 아웃!”
투구 수를 늘리기 위해 파울을 만들려했지만 말도 안 되는 한수혁의 구위에 눌려 실패,
따아아아아아악!
“우아아아아아!”
“퍼킹! 바로 이거지! 이걸 기다렸다고!”
“멍청한 오클랜드 자식들! 맛이 어떠냐!”
치는 족족 안타가 아닌 홈런이 되어버리며 견제구 작전도 실패,
야구의 신을 상대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한수혁의 홈런 세 방과 서형주의 적시타로 시애틀이 다섯 점을 앞서는 가운데 맞이한 9회 초 오클랜드의 마지막 공격.
오늘 92개의 공으로 12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오클랜드 타선을 완벽히 잠재운 한수혁이 마지막 타자를 상대하고 있다.
“죽여버려! 오클랜드 촌놈을 박살 내버리라고!”
“시애틀의 왕! 아니, 메이저리그의 신! 한수혁!”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며 발을 구르는 시애틀 팬들, 그 기세에 눌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오클랜드의 타자.
한수혁의 손에서 공이 떠나고 잔뜩 굳어버린 타자의 배트가 허공을 가로지르는 순간,
부웅
“스윙! 아웃!”
모든 것이 끝났다.
준비되었던 축포가 터지고, 야구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테마송이 구장에 울려퍼지며 경기장 내 모든 중계 카메라가 한수혁의 얼굴을 비쳤다.
빅리그 복귀전 첫 선발 무대에서 완봉승을 기록한 38세 투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고, 다음 날 미국 주요 일간지 첫 면에 그 사진이 도배되었다.
야구의 신이 돌아왔다는 헤드라인과 함께.
* * *
[빅리그 복귀전에서 9이닝 무실점 13K 완봉, 3홈런 4타점 기록한 한수혁] [누가 그의 앞에서 나이를 들먹였던가. 전력을 다한 한수혁의 플레이는 10년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 메이저리그 평론가 데럴 스테판] [시애틀 매리너스 우승 확률 +1500에서 +800으로 높아져] [美 스포츠 도박업체 “현 시점 가장 우승 확률이 높은 팀은 데이빗 블레이크와의 장기계약을 성공시키고 FA 투수 두 명을 영입한 양키스다. 하지만 향후 한수혁의 활약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지도 모르겠다.”] [1회 초 기록한 108마일 포심 패스트볼, 한수혁 “마음먹고 세게 던져봤다. 솔직히 말하면 좀 더 나올 줄 알았다.” 야구팬들 경악] [38세의 나이에 전성기 시절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와이프가 해주는 밥? 아들과 함께하는 산책?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가족은 내 가장 큰 힘이다.”] [인정사정없는 벤치 클리어링으로 그라운드의 악몽으로 불리던 한수혁, 결혼 뒤에 확 달라진 그의 모습] [PHOTO : 가족과 함께 공원 산책을 나선 한수혁]└ 한수혁에게 붙은 파파라치, 사진기자, 그게 뭐든 경고한다. 내 눈에 띄면 머리통에 샷건 구멍이 뚫릴 거다.
└ 빌어먹을, 자경단이라도 구성해야 하는 거 아냐?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이렇게 쉽게 노출되다니.
└ 아냐, 내가 알기로 이미 충분한 경호팀이 운영 중이야. 아마 저 사진은 일반인이 찍은 걸 거야.
└ 그렇다면 시애틀 시민은 아니겠군.
└ 당연하지. 틀림없이 오클랜드, 아니면 뉴욕에서 온 관광객일 거야. 한수혁의 심기를 어지럽히려는 속셈이겠지.
└ 듣고 보니 그럴싸하군. 그래, 뉴욕에서 보낸 스파이가 분명해. 젠장, 뉴욕 말씨를 쓰는 자식들은 다 잡아 족쳐야겠어.
턱
“…그러니까 저 사진 때문에 내 SNS가 또 이 꼴이 났다 이거지?”
“맞아. 자네뿐만이 아니라 양키스 선수들 SNS가 다 비슷한 상황이야.”
“진짜 제대로 미친놈들이군. 컵스나 레드삭스 놈들보다 더 끔찍하잖아?”
“뭐, 신경 쓰지 말고 내버려둬. 며칠 지나면 또 잠잠해질 테니까.”
“쯧…….”
스마트폰을 닫아버린 데이빗 블레이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물었다.
“디에고 트레이드 건은 어떻게 된 거야? 어디까지 진행된 거야?”
“최종 결정만 남았어. 양키스도 지금 비상이거든.”
“후… 좋아. 뭐가 어찌 됐든 그 친구까지 합류해야 안심이 좀 될 것 같아.”
시즌이 시작되기 전, 정확히는 한수혁이 빅리그 복귀를 선언한 직후,
전성기를 지난 그와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며 자신만만해하던 데이빗 블레이크는 한수혁의 첫 선발 등판경기를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 역시 투웨이의 길을 걷고 있기에, 팀의 1선발이자 유격수, 중심타자라는 포지션을 갖고 있기에,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한수혁이 얼마나 대단한 플레이를 해냈는지.
첫 타자를 상대로 108마일 포심을 던져 상대 타자들을 굳게 만들고, 이후에는 맞춰 잡는 투구로, 아니, 젠장, 삼진을 13개나 잡았는데 그걸 맞춰 잡는 피칭이라 할 수 있을까? 어쨌든 최소한의 투구로 타자들을 갖고 노는,
그야말로 투구의 교본이라 할 수 있는 플레이, 누구나 꿈꾸지만 감히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환상적인 투구.
그뿐인가.
첫 타석 초구 홈런, 두 번째 타석에서는 도망가는 공을 후려쳐 또 홈런, 마지막 타석에서는 멘탈이 무너진 투수의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장외홈런.
“적어도 한 가지는 인정해야겠어.”
“음?”
“…한수혁은 나이 같은 걸로 평가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야. 젠장, 그래. 이제부터 머릿속에서 그가 몇 살인지 그런 건 지워버릴 거야. 선수 대 선수로서, 온 힘을 다해 부딪혀주지. 월드시리즈 우승, 유격수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 MVP, 사이 영, 단 하나도 빼앗기지 않고 모두 가져오겠어. 두고 보라고, 나 데이빗 블레이크가 진심으로 마음먹었으니까.”
“멋진 말이군. 당연히 그래야지. 그 계획의 절반만 실현돼도 자네 몸값은 또 한번 상승할 거야. 나도 덩달아 부자가 될 테고. 흐흐, 아, 잠시만. 전화가 왔군.”
대화 도중 걸려온 전화, 잠시 통화를 마친 에이전트가 데이빗에게 말했다.
“축하해, 데이빗. 디에고 영입이 결정났어.“
“좋았어. 기다리던 소식이야.”
리그 최고의 포수가 트레이드를 통해 양키스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는 소식에 데이빗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애틀과의 3연전, 올 시즌 두 팀의 향방, 그리고 한수혁과 자신의 향방이 걸릴 그 경기에 사용할 최강의 패가 손에 들어왔다.
* * *
[뉴욕 양키스, 유망주 세 명 내주고 컵스로부터 디에고 로사 받아]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포수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동시에 수상한 이 시대 최고의 포수 디에고 로사,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다.] [디에고 로사 “내 목표는 월드시리즈 반지이기에 양키스 행이 결정되었을 때 말할 수 없이 흥분했다. 최고 명문구단에서 뛰게 되어 기쁘다.”] [양키스의 신성, 뉴욕의 황제 데이빗 블레이크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마지막 조각이 완성되었다. 올 시즌 양키스의 앞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한, 뭘 그렇게 열심히 봐?”
“아아, 레너드. 이거 웃기는 놈들이네. 누구 마음대로 지가 최고 포수야?”
“응? 누굴 말하는… 아아, 디에고? 그 자식 잘하지. 그래, 확실히 좋은 포수야.”
“너랑 비교하면?”
“나? 하, 이런 젠장. 아무리 내가 나이를 먹었어도 아직 저 자식 정도는…….”
“다행이군. 엄살을 피우면 그냥 마이너로 내려 보내고 다른 포수를 데려오려고 했는데.”
“흐흐, 그럴 줄 알고 연기 좀 해봤지. 어때, 이 정도면 은퇴 후 영화배우로 전업해도 괜찮지 않을까?”
브루스 매튜스가 떠난 후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시애틀의 안방을 지킨 레너드 존스는 은퇴 후 명예의 전당 헌액이 확실시 되는, 야디어 몰리나, 조 마우어, 제이슨 베리텍 등의 레전드들과 함께 거론되는, 아마도 시애틀 역사에 최고 포수로 남게 될 그런 선수다.
현재 기량만을 놓고 보면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디에고 로사 쪽이 우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너드에게는 그가 갖지 못한 수많은 우승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그렇기에 만약 두 선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해도 내 선택은 레너드일 것이다.
“레너드.”
“응?”
“지지 말라고, 친구.”
“하, 그야 당연한 소릴.”
음… 예전에는 꽤 겸손한 스타일이었는데, 내가 없는 동안 형주 놈에게 물든 걸까. 어쩐지 대사 하나하나에서 그놈 냄새가 물씬…….
내셔널리그 최고 포수의 영입으로 양키스의 전력이 한 단계 더 상승한 가운데 우리는 오클랜드와의 개막 4연전에서 3승 1패를 기록했다. 예전 데스몬드 킹 그 자식이 있을 때는 그래도 좀 반항하는 척이라도 하더니, 다들 어린놈들만 있어서 그런지 영 밟아주는 맛이 없다. 가만, 데스몬드 킹 그 자식은 뭐 하고 살려나?
그나저나 매번 느끼는 건데 오클랜드 놈들, 선수 하나는 정말 잘 키운다. 조금 컸다 싶으면 여지없이 팔아버리는 게 문제이긴 한데, 조금만 눈을 뗐다 돌리면 어디선가 나타난 루키가 그 자리를 채우니 말이다.
메이저리그 내 두 개 구단 동시 소유 불가라는 조항만 아니면 확 사버리고 싶다. 아니면 선수 육성과 관련된 인력들이라도 싹 다 스카웃 해버릴까?
[오클랜드에 3승 1패 위닝시리즈 거둔 시애틀, 지구 라이벌 텍사스 레인저스 3연전에서도 2승 1패 우위] [올 시즌 윈나우를 선언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던 텍사스 레인저스, 한수혁의 홈런 두 방에 침몰하다.] [라이언 티보우 감독 “당분간 선발 로테이션은 6선발 체제로 운영될 것이다. 한수혁 때문이냐고? 맞다. 그는 최고의 투수이고, 나는 감독으로서 그런 최고의 투수가 최고의 컨디션에서 공을 던질 수 있게 해줄 의무가 있다.”] [오클랜드 1차전, 텍사스의 2차전에 선발 등판해 2승, 25K, 16이닝 무실점 기록한 한수혁, 메이저리그 전문가들 “하위리그에서 뛰면서 실력이 녹슬었을 거라고? 어떤 머저리가 그런 소리를 했던가?”] [전성기 시절과 거의 다를 바 없는 타구각과 속도, BA분석팀 관계자 “굳이 따지자면 스윙 스피드가 아주 미세하게 떨어졌다. 하지만 현존하는 빅리그 투수들의 공을 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시즌이 계속 진행되었다.
KBO처럼 정해진 휴식일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쉽지만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오히려 늘어난 것 같다. 올 한 해 완전한 휴식을 선언한 예린이가 시원이의 손을 잡고 매일 경기장을 찾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든다.
저 애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니, 저 애가 내 팬이 아니었다면, 인간관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과거의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지 않았다면,
지금 내 삶은 어땠을까?
“오빠, 오늘 시원이가요.”
“쉿, 목소리 좀 더 낮춰야겠다. 얘 아직 잠 안 든 거 같아.”
“그래요? 아닌데, 잠든 거 같은데? 어쨌든요.”
“응?”
“오늘 경기장에서 그러더라고요. 저 조그만 주먹을 꽉 쥐고 나도 아빠처럼 되고 싶다, 막 그러더라니까요.”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 거라 생각했다.
내 아들이, 날 닮은 건지 아니면 예린이를 닮은 건지, TV를 볼 수 있게 된 후부터 매일 야구 경기만 보는 이 녀석이,
언젠가 야구를 하고 싶다 말하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까?
내 인생에서 야구는 어떤 의미일까? 이 힘들고 험난한 길을 이 아이에게 권할 수 있을까?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네. 벌써 진로를 결정하기엔 좀 이른 감이 있잖아?”
“맞아요, 그게 정답이겠죠. 그런데 전 시원이가 결국 야구선수가 될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드네요.”
“…….”
그렇게 4월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시즌 초반만 해도 정신을 못 차리던 애송이들이 점점 빅리그에 적응하고, 외부에서 데려온 FA들이 팀에 적응하며 우리는 4월 마지막 주를 승률 0.615,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 1위로 마감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아메리칸 리그의 천적 시애틀 매리너스와 뉴욕 양키스] [야구의 신 한수혁 VS 뉴욕의 황제 데이빗 블레이크의 선발 맞대결] [역사적인 승부가 펼쳐질 뉴욕 양키 스타디움 평균 티켓 가격 750달러에 육박, 그럼에도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의 아우성] [올 시즌 아메리칸 리그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양 팀 간의 맞대결에 전 세계 야구팬들 시선 집중]그날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