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412)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411화 (외전 완결)(412/412)
#411화. 외전11 – 한수혁
“이봐, 데이빗, 그래 봐야 고작 첫 타…….”
“쉿, 클락. 그냥 내버려둬.”
“음…….”
첫 투웨이 선언을 한 이후부터 줄곧 한수혁과 비교당해 온, 그렇기에 한수혁을 뛰어넘는 걸 인생의 목표로 생각해온 양키스의 신성 데이빗 블레이크가 첫 번째 대결에서 완패를 당했다.
양키스 좌측 외야관중석 최상단에 떨어지는 투런 홈런.
실점은 둘째 치고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포심이 완벽히 박살 났다는 데 데이빗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좌절할 시간조차 충분치 않았다.
이번에는 데이빗이 타자로, 한수혁이 투수로 다시 맞붙을 차례다.
푹 떨궈져 있던 데이빗의 고개가 위로 들리고, 그의 시선이 마운드 위 한수혁에게로 향했다.
뻐어어엉!
“스윙 아웃!”
양키스의 리드오프가 삼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언제나 그렇듯 완벽한 폼이다. 전 세계 모든 아마추어 선수들이 가장 이상적인 투구 폼으로 꼽은, 한수혁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투구 폼.
데이빗이 힘차게 고개를 털었다.
지난 패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경기는 이제 시작이다. 아직 기회는 많이 남았다. 무엇보다 데이빗이 진짜 자신 있는 건 오히려 타자 쪽이 아닌가?
지난 2046시즌은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투고타저 시즌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데이빗 블레이크는 62개라는 엄청난 숫자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비록 한수혁이 기록했던 79홈런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현대 야구사에서 약쟁이들을 제외하면 단 세 사람밖에 밟아보지 못한 62홈런 고지 아닌가.
더군다나 자신은 장타 생산을 위해 타율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분위기가 된 메이저리그에서 3할이 넘는 타율을 유지하며 그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 그렇기에 자신이 받아낸 12년 8억 달러의 몸값 중 적어도 60% 이상은 타자 데이빗에서 기인한 것이라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이건 그냥, 저 괴물이 너무 규격 외…….
“이봐, 데이빗. 뭐 해? 네 차례잖아?”
“뭐? 내 차례? 벌써?”
대기타석에서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1번 타자에 이어 2번 타자까지 삼진으로 물러났다.
아니, 그 짧은 새에 삼진이라고? 이게 대체……?
살짝 얼빠진 표정을 한 데이빗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래, 투아웃에 주자도 없는 상황이니 역전 홈런은 틀렸다. 하지만 이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홈런을 쳐봐야 한 점이라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뻐어어어엉!
“스트라이크!”
“응?”
또 살짝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준비 동작도 없이 공이 날아 들어왔다.
105마일 포심.
그제야 생각났다. 한수혁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빠른 투구 템포를 가진 선수라는 게.
이를 앙다문 데이빗이 머릿속 모든 생각을 밀어내고 타격에만 전념했다. 인터벌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포수에게서 공을 잡자마자 투구 동작에 들어간 한수혁.
그의 손끝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105마일 포심에 맞춘 데이빗의 스윙이 힘차게 발사되었다.
부웅
“스윙!”
“응?”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현실을 깨닫지 못한 데이빗이 전광판의 투구 정보를 바라보았다.
“78마일? 78마일이라고?”
반칙이다. 105마일 포심을 기다리는 타자에게 78마일 체인지업을 던지다니.
한수혁이 위대한 투수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오프스피드 볼이다. 그는 105마일의 포심과 95마일의 포심, 90마일의 체인지업과 80마일의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한 가지 구종을 노려 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투수라는 뜻이다.
‘Fuck!’
마음속으로 욕설을 내뱉은 데이빗이 헬멧을 고쳐 쓰며 타격 자세를 취했다.
좋다. 105마일 포심 뒤에 78마일 체인지업이 왔으니 이번에는 아마도 포심일 것이다. 자신의 적수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는 저 오만한 존재가 여기서 도망가는 공 따위를 던질 리 없다.
이번 공이 승부처가 될 거라 확신한 데이빗이 105마일 포심을 쳐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졌다.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스탠스를 살짝 오픈해 몸 쪽 공에 대비하고,
그 순간,
빠른 템포로 투구 준비를 마친 한수혁이 곧바로 공을 뿌렸다.
투구 폼만 봐서는 도저히 구종을 짐작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데이빗의 배트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분명 포심이 날아올 거라 확신했다.
슈웅
데이빗의 생각이 맞았다. 한수혁이 선택한 승부구는 포심이었다.
다만,
부웅
“스윙! 아웃!”
“What the…….”
데이빗이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다.
– 아앗! 110마일! 110마일이 나왔습니다! 한수혁 선수가 자신이 2040시즌 KBO에서 세운 세계 최고 구속 기록 110마일과 또 한 번 타이를 이룹니다! 엄청납니다! 누가 이 선수에게 나이 같은 걸 들먹였던가요! 돌아온 야구의 신이 뉴욕의 황제를 완벽하게 눌러버렸습니다!
* * *
“젠장…….”
“너무 끔찍하군. 이건 재앙이야…….”
“하느님 맙소사, 데이빗 저 친구 울고 있어.”
누군가는 오늘 한수혁과 데이빗 블레이크 간의 대결이 야구 역사에 남을 명승부가 될 거라 말했다. 그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이번 경기가 올 시즌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빅게임이라는 것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따아아아아아악!
“빌어먹을! 이제 그만 맞으라고!”
“그냥 볼넷으로 내보내!”
부웅
“스윙! 아웃!”
“데이빗! 너도 하나만 쳐봐! 뭐라도 좋으니 제발 쳐보라고!”
그 누구도 이렇게 일방적인 경기가 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첫 타석에서 데이빗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날린 한수혁은 두 번째 타석에서 또 하나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이어진 세 번째 타석에서 2루타, 마지막 네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앞 안타를 쳐내며 3루타가 빠진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반면 데이빗 블레이크는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 그리고 방금 전 세 번째 타석까지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며 3타수 3삼진이라는 굴욕을 당하고 말았다.
더더욱 굴욕적인 건 어느 순간부터 한수혁이 데이빗과의 승부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는 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사자인 데이빗은 그 사실을 너무나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경기는 계속되었고 결국 양키스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만이 남게 되었다.
오늘 볼넷 하나와 빗맞은 안타 하나, 실책으로 인한 출루 하나만을 허용한 한수혁이 양키스의 마지막 타자와 마주섰다. 오늘 세 번의 맞대결에서 완패를 당한 데이빗 블레이크 말이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데이빗을 향해 시애틀의 포수 레너드 존스가 말했다.
“이봐. 너무 실망하지 마. 내가 예전에 말했잖아. 저 녀석은 인간이 아니라고.”
“…….”
“적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웃기긴 하지만… 젠장, 그래, 분명 넌 차세대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가 될 거야. 한수혁 저 친구가 은퇴한 후에 말이지.”
“…….”
“안 해도 될 말을 해버렸군. 어쨌든 힘내라고, 친구.”
“레너드.”
“음?”
“대체 뭐지? 어떻게 하면 저렇게 야구를 잘할 수 있는 거지? 그것도 저 나이에?”
“그게 궁금하면 경기 끝나고 우리 덕아웃으로 찾아와. 내가 한과 만날 수 있게 해주지.”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대화가 중단되었다.
레너드가 입맛을 쩝 다셨다. 올 시즌 아메리칸 리그 정상을 두고 다투게 될 팀의 에이스에게 괜한 말을 한 건가 싶었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진심인 것을.
20년 가까운 시간을 빅리그에서 보낸 레너드는 그간 수많은 스타들의 등장과 퇴장을 지켜봐왔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데이빗 블레이크라는 이 선수는 레너드 자신이 은퇴한 후 다음 세대를 이끌 슈퍼스타가 될 것임에 분명했다. 아니, 이미 그럴 자격이 충분한 스타였다.
하지만,
‘한수혁이 있는 한… 조금 더 기다려야할 거라네, 친구.’
그 모든 가정은 한수혁의 퇴장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 그가 은퇴 계획을 철회하고 계속 그라운드에 머문다면 데이빗이 최고 스타가 되는 것 역시 몇 년 후로 밀릴 것이다.
예전 같으면 가서 젖이나 더 먹고 오라고 트래시토크를 날렸을 상대에게 호의 섞인 조언을 했다는 게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었지만…….
‘뭐 이제 나도 물러날 때가 되어서 그런 거겠지. 젠장…….’
레너드가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는 사이 한수혁의 마지막 투구가 시작되었다.
뻐어어어엉!
“스트라이크!”
102마일 투심,
부웅
“스윙!”
90마일 체인지업,
그리고,
뻐어어어어어엉!
“스트라이크! 아웃!”
길고 긴 승부의 마지막을 장식한 107마일 포심까지.
세기의 대결이 될 거라 예상되었던 승부가 시애틀 매리너스의 3 대 0 완승으로 끝났다. 그리고 투웨이 선수 간의 투타 맞대결은 한수혁이 4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 데이빗 블레이크가 4타수 4삼진을 기록하며 한수혁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버렸다.
“죽어! 이 개자식들아! 티켓 환불해줘!”
“우승? 이 쓰레기 같은 자식들! 너희는 틀렸어! 틀렸다고!”
“데이빗! 이 멍청한 자식아! 8억 달러? 넌 8달러도 아까워! 우리 집 개보다도 못한 자식아!”
경기가 끝나고, 점잖기로 유명한 양키스 팬들이 쏟아내는 거친 야유를 들으며,
오늘 경기의 패자인 데이빗 블레이크가 터덜터덜 원정팀 덕아웃으로 향했다.
자신을 완벽히 박살 내버린 한수혁을 만나기 위해.
“음, 진짜 왔군. 좋아, 기다려. 내가 한을 불러주지.”
“뭐야? 데이빗? 저 자식이 여기 왜 온 건데?”
“쉿, 너희들은 그만 떠들고 라커룸으로 돌아가.”
이번 만남을 주선한 레너드가 상황을 정리하고, 언더웨어를 갈아입으러 갔던 한수혁이 다시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그와 마주친 순간 데이빗의 입이 굳어버렸다. 지난 시간 동안 쌓여온 그에 대한 존경심, 열등감, 경쟁심, 약간의 우월감까지 온갖 복잡한 감정들이 휘몰아치며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런 데이빗에게 한수혁이 먼저 말을 걸었다.
“이봐, 무슨 일인지 몰라도 빨리 해줬으면 좋겠는데. 와이프와 아들이 기다리거든.”
“어? 아, 그러니까 그게…….”
나이 먹은 한수혁 정도는 조금도 두렵지 않다던, 승리는 자신의 것이 될 거라 큰 소리 치던 데이빗이 마치 우상의 앞에 선 소년 팬처럼 완전히 얼어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한참을 망설이던 데이빗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면…….”
“음?”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거지? 젠장, 그래. 내가 틀렸어. 당신이 나이 먹었다고, 한 물 갔다고 한 건 다 헛소리였던 거야. 나만 빼고 세상 모두가 알고 있었어. 당신은 나 같은 평범한 선수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그래서 묻고 싶어.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거지?”
데이빗의 말에 한수혁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글쎄… 일단 그 상태로 10년 정도 더 야구를 해봐. 중간에 어깨가 박살 나서 고생 좀 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다시 태어나서 또 야구를 하는 거야. 한 이십 년 정도? 그때쯤 되면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될 거야, 애송이.”
“뭐? 그게 대체 무슨…….”
한수혁의 입에서 나온 건 분명 진실이었다. 하지만 데이빗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있는 한수혁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래,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겠지. 어때, 너 애인은 있나?”
“애인? 그건 왜… 당연히 있지. 지금 당장만 해도 만나는 여자가…….”
“아니, 그런 거 말고 진짜 사랑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나?”
“…아니, 그게 야구랑 대체 무슨.”
“진짜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면 너무 야구에만 몰두하지 마. 힘이 들 거나 뭔가에 가로막혔을 때는 옆을 돌아보라고. 거기 누군가 널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그래, 넌 조금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야. 언젠가 내 뒤를 이을 선수가 될 수도 있겠지.”
“…….”
“야구라는 건 말이야. 정말 멋진 것이지만 그렇다고 인생의 모든 걸 걸 만큼은 아니야. 애송이, 네가 이 말을 이해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거다. 하지만 언젠가 내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 왔을 때 한번 생각해봐.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뭘까 하고 말이야.”
“한…….”
“가 봐, 더 이상 해줄 말은 없을 거 같으니까. 아, 그리고 조언 하나만 하자면 투구 코디네이터가 누군지 몰라도 당장 해고해. 네 공은 빠르지만 볼 끝이 너무 밋밋해. 타이밍만 맞추면 난타 당하기 십상이라고.”
“한!”
“여기까지. 이제 난 가족을 만나러 가야 하거든.”
얼빠진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후배를 뒤로하고 한수혁이 덕아웃으로 들어가 버렸다.
오래 전 자신과 꼭 닮은 녀석의 모습에 잠깐 흔들렸다. 하지 않아도 괜찮을 말을 해버린 느낌이다.
“뭐, 상관없겠지.”
그렇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내뱉어진 말이다. 오늘 일로 인해 데이빗이라는 녀석이 한 단계 더 성장한다 해도, 그래서 자신이 빠진 시애틀의 최고 걸림돌이 된다 해도,
그것은 모두 후세대의 일이다. 다음 세대를 살아갈 녀석들이 알아서 풀어가야 할 일인 것이다.
“아빠!”
“수혁 오빠!”
게이트를 타고 밖으로 나오니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둑어둑해져 가는 뉴욕의 밤거리가 한수혁을 맞이하고 있었다.
“시원아, 피자 사줄까?”
“피자요?”
“그래, 여기 근처에 괜찮은 집 있거든. 너희 엄마도 아주 좋아하는.”
“오빠, 근데 거기 호텔이랑 완전 반대편이잖아요. 시간 괜찮으세요?”
“헬기 타고 가면 금방인데 뭐.”
“아하!”
시간은 모든 걸 변하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누군가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이가 있을 때 사람은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걸 몰랐기에, 혼자서 나아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했기에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한수혁은 생각했다.
야구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묻는다면 확실히 대답해주기 어렵겠지만,
행복이 무어냐 묻는다면,
일이 끝난 후 가족과 함께 피자를 먹으러 가는 것,
어느새 시원해진 밤바람을 맞으며 거리를 걷는 것,
이런 소소한 것들이 행복이라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시간의 흐름에서 혼자 벗어나 있는, 야구의 신이라 불릴 자격을 가진 유일한 남자가 가족과 함께 한 발 앞으로 내디뎠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을 즐기며.
“가자! 강시원! 피자 먹으러!”
“이예! 아빠 최고!”
1845년 세계 최초의 야구팀인 닉커보커스가 창단된 후 근 2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긴 시간 동안 세계 야구사에는 수없이 많은 영웅들이 존재했다.
야구 황제 베이브 루스, 역대 최고의 중견수 윌리 메이스, 홈런왕 행크 애런,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 인간승리의 표상 루 게릭, 스위치히터 하면 떠오르는 이름 미키 맨틀,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 최강 좌완 랜디 존슨, 가장 아름다운 스윙 켄 그리피 주니어까지.
그 수많은 스타들 중 누가 가장 위대한 선수인지,
예전에는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대답하는 사람마다 모두 다른 대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야구선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망설이거나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한수혁.
야구라는 스포츠가 존재하는 한 다시 나올 수 없는, 아니, 어쩌면 다시 나와서는 안 되는 생태계 파괴자이자 절대자.
그가 존재하니 말이다.
“아, 그런데 아빠.”
“응?”
“오늘 아빠가 이겼으니까 그럼 다시 아빠가 최고가 되는 거예요?”
아들의 물음에 한수혁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아들.”
“네.”
“네 아빠는 한시도 최고가 아니었던 적이 없단다. 이제부터 그걸 보여줄 테니까 잊지 말고 잘 기억해야 해? 나중에 커서 기억 안 난다고 하면 아빠 섭섭할 거 같거든.”
“알겠습니다. 히힛!”
** 천재투수가 170㎞를 숨김 외전 완결 **
[완결 후기] [1년 전]한때 몸담았던 야구계를 소재로 글을 써보자,
처음 그 생각을 한 후 주인공 캐릭터와 배경을 설정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본 장난스러운 게시물 하나가 제 눈에 들어왔죠.
[요즘 사람들이 현실에서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드라마 속 대사는?]“이 돈 줄 테니까 먹고 떨어져. 그리고 다시는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마.”
한때 드라마 속 빌런들의 단골 대사였던 이 말이 이제는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되었다는 게 좀 씁쓸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 글의 시작은 거기서부터였습니다.
정말 돈만 있으면 다 되는 건가? 성공만이 전부인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내가 성공하는 게 모두를 위하는 거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간 주인공이 어느 순간 자신의 곁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허무함,
그런 주인공이 회귀로 인해 두 번째 기회를 잡았을 때 다시 그 앞에 던져진 선택의 기회, ‘이 돈 먹고 떨어져’.
여기서 무얼 고를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끝없이 계속되는 질문,
이 글의 주인공이 성공한 전직 메이저리거가 된 건, 야구 선수 겸 구단주로 설정된 건 바로 이런 이유였습니다.
[히로인]-웹소설, 특히 스포츠물에 히로인이 등장하면 독자들이 경기를 일으킨다.
스포츠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이 0부터 시작해서 100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성장하고 성공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분들에게는 히로인의 존재 자체가 스트레스일 겁니다. 이건 취향의 부분이니 어쩔 수 없다 치고,
그런 케이스를 제외하면 독자분들이 히로인 캐릭터를 싫어하는 이유는 가지각색일 겁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말이죠. 누군가는 트로피형 히로인을 싫어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능동적인 히로인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고 등등.
그렇게 불호 요소가 수없이 산재해 있다는 걸 감안하면 사실 스포츠 소설에 히로인의 비중을 크게 가져가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의 근간이 주인공의 회귀, 히로인의 환생, 그리고 길고 긴 시간을 지나 마지막에 가서야 이어지는 두 사람의 인연임을 생각하면 제 글에서 민예린은 분량과 상관없이 너무나 중요한 캐릭터였습니다.
사실 위기는 있었습니다. 몇몇 에피에서 민예린에 대해 달린 부정적인 댓글과 실질적인 조회 수 하락 때문에 지금이라도 내가 생각한 스토리를 포기하고 그냥 야구만 하는 이야기로 가야 하나? 민예린은 그냥 야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스토커로만 내버려둘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요.
만약 거기서 포기했다면 이 글은 200화 정도에 생명을 잃고 완결하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흔들릴 때 끝까지 응원해주신 독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이유입니다.
[친구, 그리고 동료]야구와 축구, 농구. 웹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종목들의 특징은 팀 스포츠라는 겁니다. 특히나 그중 야구는 가장 강력한 팀 스포츠죠.
그렇기에 야구 소설을 쓸 때 동료와 친구 등 주변 인물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주인공에게 갈 분량이 주변 캐릭터에게 가는 걸 싫어하는 독자분들이 많으시다는 거죠.
거기에 극 중 한수혁의 캐릭터가 절대적 강자인 만큼 등장하는 모든 주변 캐릭터는 주인공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에피가 등장할 때마다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다, 민폐다, 라는 반응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과 도움을 주고받는 것,
실제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그 일이 웹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지는구나, 주변 캐릭터의 존재 자체가 독자들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구나,
깨달음은 있었지만 그냥 밀어붙였습니다. 팀 스포츠 물을 쓰면서 주변 캐릭터를 병풍으로 만들면 글의 한계가 금방 올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죠.
천상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그 화에 대한 독자분들의 댓글과 반응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소설 속 한수혁처럼 모든 걸 가진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천상진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의 도전기를 응원하고 싶어지는구나.
그 둘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일은 제 영원한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스포츠 소설, 앞으로의 계획]현존하는 스포츠 웹소설의 유형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서사를 모두 생략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성장과 성공에만 올인하는 소설,
그와 정반대 대척점에 위치한, 캐릭터성을 극대화해 야구를 잘 몰라도 글 자체만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소설,
마지막으로 야구라는 종목 자체에 대한 전문성을 극대화한 소설.
야구 소설을 두 질 쓰고, 또 지금도 신작을 연재 중이지만 앞으로 계속 스포츠물만 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쓰고 싶은 소재가 생각나면 그냥 바로 달려들 생각이니까요.
그럼에도 향후 스포츠물을 쓰게 된다면 제가 지향하는 소설은 아마도 두 번째와 세 번째 유형을 혼합한 그런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매력적인 주변 인물들을 조형하고, 주인공과 그들이 한데 어우러져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스포츠 물로서 기본적인 설정에 흐트러짐이 없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글을 쓰다 보면 작가이면서 동시에 내가 쓰는 글의 첫 번째 독자가 됩니다.
불행한 과거사를 극복한 주인공이 마지막에 가서야 행복해지는 글을 400화 넘게 연재하다 보니 제 마음까지 같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어차피 참가하지 않을 공모전 기간을 넘기기 위해,
이번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하나만 써보자,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에게나 너무 무겁지 않은 글을 써보자 하는 마음으로 신작을 연재 중입니다.
투타 겸업 주인공의 회귀라는 공통점이 있어 글의 분위기나 전개가 비슷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재투수와 함께 그 글도 함께 읽어주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 감사할 뿐입니다.
어쨌든 연재 속도라든지 멀티에는 좀 자신이 있는 터라 이번 신작을 연재하며 다음 글에 대한 구상도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행히 이번 글이 유료화에 들어가게 되면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좀 생겼으니 마음을 좀 느긋하게 먹어볼 생각입니다.
지금 생각 같아서는 제 데뷔작이었던 재벌 매니저 깽판물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써보고 싶기도 하고, 언젠가는 도전해야 할 무협이나 정통 판타지에 손을 대보고 싶기도 하고, 또 예전부터 머릿속에 갖고 있던 또 다른 스포츠 물을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모르겠습니다. 글이라는 건 실제 써보기 전에는 감이 잘 안 오는 터라 그때가 되어야 알 수 있겠네요.
어쨌든 앞으로도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재미있게 보던 글이 휴재되는 것만큼 짜증 나는 일이 없다는 걸 알기에,
어떤 글을 쓰든 글을 시작할 때는 처음과 끝을 확실히 정하고, 제 역량이 닿는 한도 내에서 깔끔한 마무리를 짓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1년 가까이 달려온 글을 마무리하며 조금 길게 떠들어보았습니다.
그간 보내주신 응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번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