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48)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47화(48/412)
#47. 새로운 전력
<서울 워리어스, 14대 5로 수원 커맨더스 대파하며 다시 4위로 한 계단 상승>
<4경기 쉬고 돌아온 한수혁, 홈런 2개, 도루 2개로 팀 승리 견인>
<수원의 좌완 에이스 최경재, 3이닝도 못 버티고 강판 “낮은 공, 낮은 공···” 대체 무슨 말?>
<충격에 빠진 수원 선수단, 인터뷰도 없이 구장 빠져나가>
<한수혁의 합류로 되살아난 공격과 수비, 하지만 한 이닝 동안 4점 내준 뒷문 불안은 숙제>
﹂간만에 진짜 야구다운 야구 본 듯
﹂필승조라는 것들이 한 이닝에 4점 주는 거 보면서 그런 말이 나옴?
﹂10점 차이인데 기어코 마무리까지 등판 ㅋㅋㅋ
﹂하아··· 좋은 거만 생각하자. 좋은 거만. 우리 수혁이 홈런만 생각하자
﹂그런데 진짜 한수혁 돌아오니까 팀이 완전히 달라지긴 하더라
﹂커) 시발, 한수혁 우리랑 무슨 원수졌음? 어제 왜 그렇게 이 악물고 치고 달림?
﹂커) 출장정지는 매지션스 때문에 먹어놓고 왜 우리한테 화풀이함?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최경재한테 털린 거 생각하면 아직 멀었음
﹂내가 최경재면 앞으로 워리어스 전에는 등판 거부할 듯 ㅋㅋㅋ
인간이 극심한 상실과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5단계로 나눈다 했다.
내가 빠진 지난 네 경기에서 부정과 분노, 타협을 넘어 우울과 수용의 중간 단계쯤까지 도달했던 워리어스 팬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인터넷을 휩쓸고 있다.
수원과의 1차전을 내준 우리는 내 복귀전인 2차전을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지만 3차전이 우천으로 취소되며 잠시 한 템포 쉬어가야 했다.
그렇게 시즌 시작 후 20경기가 지난 지금 10개 구단의 순위는 이랬다.
1위 인천 레인저스
2위 수원 커맨더스
3위 서울 매지션스
4위 서울 워리어스
5위 대전 팔콘스
6위 광주 재규어스
7위 창원 랩터스
8위 서울 파이터즈
9위 대구 버팔로스
10위 부산 타이탄스
근 10년 간 계속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와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한 인천 레인저스가 올 시즌에도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수원이 2위, 매지션스가 3위, 워리어스가 4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중위권에서는 만년 하위팀인 대전 팔콘스가 모처럼만에 힘을 내며 5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광주와 창원이 각각 1게임, 1게임 반 차로 그 뒤를 따르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피워가고 있다.
하위권은 조금 우울하다. 지난 시즌 꼴찌 워리어스와 9위 팔콘스의 순위가 확 상승해버리면서 파이터즈와 버팔로스, 타이탄스가 나란히 8, 9, 10위에 처박혀 있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9위 버팔로스와의 원정 3연전을 위해 대구로 내려와 있다.
“쟤들도 가만 보면 짠해. 팀 무너지는 꼴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단 말이야.”
“형님도 참, 오지랖이에요. 지금 우리가 남 걱정할 때유?”
“그렇기는 한데··· 하기사, 우리 코가 석자인데.”
경기 시작을 앞둔 대구 야구장,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던 조성오 선배와 이만식 선배가 상대팀 선수들을 보며 잡담을 이어갔다.
대구 버팔로스.
워리어스와 함께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창단해 지금까지 한국시리즈 8회 우승, 정규시즌 9회 우승을 차지한 명문 중의 명문 구단.
창단 후 지난 시즌까지 45년 간 단 한 번도 꼴찌를 해본 적 없는 그들은 어쩌면 올해 처음으로 그 치욕을 맛보게 될지도 모를 상황에 놓였다.
“우리 신인 때 말이야. 쟤들하고 붙으면 진짜 장난 아니었는데.”
“어휴, 그게 언제 적 얘기에요. 요즘 애들이 욕해요. 형님.”
워리어스가 2010년대 후반기 3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건설하기 전 버팔로스는 그에 앞서 2010년대 초반 4차례 우승을 차지한 팀이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워리어스와 함께 2010년대 한국야구를 양분한 팀이 바로 대구 버팔로스인 것이다.
하지만 모기업의 권력 승계가 이루어지고, 야구에 흥미가 없는 아들이 회장으로 취임하며 모든 것이 변했다.
그동안 그룹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던 야구단의 지휘권이 계열사로 넘어갔고, 지원금이 반 토막 이하로 줄어들었다.
급작스러운 변화에 적응 못한 선수들이 하나 둘 다른 팀으로 떠났고, 남아 있는 선수들은 의욕을 잃었다.
그렇게 버팔로스의 몰락이 시작되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워리어스와 많이 닮아 있는 모습이다.
물론 워리어스는 단 한 번도 저 버팔로스처럼 돈을 써본 적이 없지만.
세상에··· 창단 후 45년 동안 외부 FA를 영입한 게 딱 한 번이라는 게 대체 말이나 되는 건가?
그런 부족한 지원 속에 지금까지 여섯 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걸 보면 예전의 워리어스는 확실히 저력이 있는 팀이었던 것 같다.
“헤이, 천. 긴장하지 말고 릴렉스. 오케이? 일단 한 이닝 한 이닝 막는 데만 신경 쓰라고.”
“네, 코치님. 이해했습니다.”
“오, 영어가 꽤 능숙하군. 통역이 없어도 되겠어.”
“군대에서 시작해서 꾸준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좋아. 괜찮은 영어 실력이야. 그럼 공 몇 개만 던져볼까?”
불펜에서는 최근 중간계투진의 붕괴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잭슨 설리반 투수 코치가 오늘 선발로 나설 좌완 투수를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현재 우리 팀의 선발 로테이션은 용병 라이언 스타크와 브룩스 파커, 이만식, 정태호까지 4인 로테이션으로 돌아가고 있다. 5선발 자리는 그때그때 임시로 대체하고 있고 말이다.
사실 안정적이라 말하기는 힘든 선발진이지만 그래도 매 게임 불꽃쇼를 벌이고 있는 중간계투진에 비하면 사정은 한결 나은 편이다.
이에 이대준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올 시즌 최대한 선발에 무게를 두는 선발야구 쪽으로 가닥을 잡고 다섯 번째 선발 투수를 찾기 위해 이런 저런 실험을 하는 중이다.
“음, 좋아. 방금 구속이··· 141km/h. 전력을 다 한 건가?”
“조금 무리하면 143까지는 가능합니다.”
“그래, 알겠어. 좌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군. 음, 일단 알겠고, 내가 혹시 몇 마디 조언을 해도 될까?”
“경청하겠습니다. 코치님.”
“좋아, 선수단 숙소에서 자네가 밤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는 얘기를 들었어. 아, 오해하지 말게. 사생활에 참견하려는 건 아니야. 자네 정도 외모면 나 같아도 SNS에 정신을 못 차릴 거 같으니까 말이야. 하하.”
“······”
“아무튼 그런 거야. 당장 SNS 팔로워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나는 투수에게도 시력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혹시나 안경이나 렌즈 같은 걸 끼게 되면 그것 때문에 밸런스를 잃는 투수를 여럿 봤어.”
“알겠습니다.”
“이해해서 다행이군. SNS 팔로워 같은 건 자네의 멋진 사진 몇 장을 올리는 것보다 승리투수가 되어서 유명한 선수가 되는 게 훨씬 더 빠르게 늘 거라는 거야. 내가 경험해봐서 알거든.”
“조언 감사합니다.”
“좋아, 한밤중에 스마트폰 사용은 좀 자제하는 걸로 알고, 그럼 오늘 멋진 투구 기대하지.”
현역으로 군대에 다녀와 이제 막 팀에 복귀했다는 저 5년차 왼손잡이 투수는 이번이 첫 1군 등판인 모양이다.
예전 2군 코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폼이 너무 깨끗하고 공의 움직임이 밋밋해서 1군에서는 써먹기 어렵다고만 써 있었다. 더불어 성격이 별로라는 메모도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
무슨 야구팬이 끄적여놓은 낙서도 아니고, 현역 프로야구 코치의 보고서가 그 모양이라니.
이미 팀에서 내쫓은 놈을 다시 데리고 와 물어볼 수도 없고, 일단은 지켜볼 수밖에.
연습투구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교과서처럼 깨끗한 오버핸드 투구폼에 대략 140 정도의 포심과 씽커, 체인지업, 커브.
흠.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출 난 점도 안 보인다. 얼굴이 꽤 잘생긴 것을 제외하면 투수로서 첫 인상은 평범 그 자체다.
예전 같으면 좌완이 140을 던지면 계투로라도 요긴하게 썼을 법한데, 투수들의 구속이 전체적으로 상향되면서 다른 무기가 없는 이상 그 정도 구속으로는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도 활용하기 힘들다.
그래도 이 팀 투수력을 생각하면 한 번쯤 1군에서 테스트는 해봤을 법한데··· 어쩌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직접 던지는 걸 보면 알겠지.
대체 왜 1군에 한 번도 못 올라오고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건지, 새로운 투수코치는 왜 저 선수를 1군으로 올렸는지.
* * *
“좋아. 가서 저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
투수코치는 생각했다.
얼핏 보면 혼혈을 연상시킬 정도로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잘 생긴 이 친구가 그 얼굴의 반만큼이라도 오늘 던져준다면 이 팀에 새로운 스타 한 명이 탄생할 거라고.
코치가 덕아웃으로 돌아간 후 천상진은 생각했다.
‘딱히 SNS같은 걸 하는 건 아닌데 오해를 산 것 같군’
이제부터는 화면이 큰 태블릿 같은 걸 들고 다녀볼까?
떠오르는 상념을 밀어내며 천천히 연습투구를 시작했다.
오늘 호흡을 맞출 배터리는 장덕수.
어차피 이번이 첫 1군 등판인 천상진으로서는 누가 포수로 출장하건 낯선 건 마찬가지였다.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건 장덕수의 덩치가 워낙 큰 탓에 홈플레이트 근처 어디로 던져도 다 잡아줄 것 같은 안정감이었다.
그에 더해 리그 최강의 벤치 클리어링 억제능력을 감안하면 그와 배터리를 이룰 때는 조금 더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가져가봐도 좋을 것 같다.
팡
“좋아, 상진아. 공 좋다. 이대로만 가자.”
파이팅을 외치는 장덕수에게 슬쩍 고개를 숙여 보인 천상진이 자신의 뒤를 지켜줄 야수들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오늘 1루수로 출전한 조성오 선배는 적어도 수비에 있어서만큼은 꽤나 믿음직한 1루수다. 애초에 2루수로 커리어를 시작한 만큼 강습 타구 처리에도 일가견이 있다.
2루수 이창모는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지난 시즌에 비해 공격력도 소폭 상승했지만 역시 이창모 하면 수비가 먼저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선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당시 이창모의 팬이기도 했던 천상진이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 멀리 외야로 시선을 돌려보았다.
좌익수 김수학과 중견수 최민석, 우익수 맥스 워커.
최상이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외야 수비력에 있어서는 10개 구단 평균 이상은 되는 조합이다.
다시 내야로 시선을 옮겼다.
3루 위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커다란 덩치의 후배.
사실 안치욱이 지키는 3루는 좀 불안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만 있지 말고 발목이라도 풀어라. 괜히 접 질러서 민폐 끼치지 말고.”
“아, 글쎄. 말 안 해도 안다니까?”
천상진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안치욱의 옆으로 다가가 계속 잔소리를 해대는 한수혁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한수혁의 화려한 공격력에 시선을 빼앗기곤 한다.
하지만 천상진은 달랐다. 그가 진짜 관심있게 지켜본 건 유격수로서의 한수혁이다.
평소 국내 야구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까지, 시청 가능한 모든 야구경기를 보는 게 취미인 천상진은 한수혁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신이 내린 유격수, 최소한 20년, 어쩌면 50년 내에도 다시 나오지 않을 타고난 수비수.
처음 TV로 한수혁을 보았을 때 저 커다란 덩치로 어떻게 유격수를 볼까 싶었다.
하지만 한수혁이 가진 엄청난 스피드와 순발력, 순간 판단력, 그리고 도무지 그 근원을 알기 힘든 노련함을 확인한 후에는 그런 생각을 완전히 버리게 되었다.
그때부터 꿈꿨다. 한수혁이라는 유격수를 뒤에 두고 공을 던지는 꿈을.
그리고 오늘 마침내 그 꿈이 이루어졌다.
4선발 정태호가 가벼운 감기 기운으로 등판을 하루 미룬 가운데 마운드에 오르게 된 임시 선발 천상진.
난생 처음 밟는 1군 무대에서 곧바로 선발 등판을 하게 되었지만 천상진은 부담보다는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 그를 가르치던 2군 투수코치는 천상진을 대놓고 무시했다.
모름지기 좌완 투수라면 사이드암으로 던져야 하고, 슬라이더의 각이 커야 한다는 철학을 가졌던 양반이다. 애초에 같은 학교 출신 선수가 아니면 말도 잘 섞지 않던 사람이다.
끝까지 오버핸드 투구폼을 포기하지 않은 데다가 슬라이더 같은 건 아예 던지지도 못했던, 거기에 워리어스와는 아무 연고도 없는 학교를 나온 천상진은 항상 그의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는 알고 있었다. 하드웨어적으로 특출 날 게 없는 자신이 그나마 1군 무대 커트라인인 140km/h의 구속이라도 지켜내려면 무조건 지금의 폼과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자신이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오는 동안 그 투수코치는 팀에서 쫓겨났고, 천상진은 이제 새로운 구단 시스템 하에서 첫번째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누구 말이 맞았는지, 이제 곧 결과가 모든 걸 말해주게 될 거다.
“플레이 볼!”
주심이 경기 개시를 알렸다.
최근 3연패를 당하며 팀 분위기가 축 쳐진 대구 버팔로스의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선다.
우투좌타 유격수 이태웅. 공수를 겸비한 대구의 주전 유격수.
천상진의 눈과 귀의 감각이 잠시 차단되었다.
그 대신 머리 속에 방대하게 쌓여 있던 타자들에 대한 DB가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유격수 이태웅··· 178cm에 75kg, 우투좌타, 미혼, 최근 애인과 다툼이 잦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 개인사가 잘 안 풀릴 때는 매운 음식을 즐겨 먹음. 하지만 장이 안 좋아 매운 걸 먹으면 설사가 자주 남. 원래는 바깥쪽 높은 포심을 잘 쳤지만 최근에는 밸런스가 흐트러진 상태, 투수들이 집중적으로 바깥쪽을 공략하는 것을 알기에 타석에 가까이 붙는 경향이 있음, 첫 타석에서 웃는 얼굴일 경우 볼을 차분히 지켜보지만 표정이 굳어 있을 때는 초구 승부도 서슴지 않음’
그의 두뇌가 맹렬히 회전하며 주인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빠르게 검색해낸다.
밤새 SNS나 하고 논다고 오해를 받은 그가 실제로 한 일.
오늘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는 통보를 받은 후 시간이 날때마다 대구 타자들과 그 일가친척, 친구, 애인들의 SNS를 싹 다 뒤지며 수집한 정보들.
생긴 것만 봐서는 SNS에 자기 사진을 올리고 팔로워나 수집하고 다닐 사람처럼 생겼지만, 천상진이 SNS를 사용하는 용도는 딱 하나였다.
상대 타자의 최근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분석도구.
그렇게 모은 정보의 대부분은 아무 쓸모 없는 것들이었지만 그 중에는 제법 요긴하게 사용할 만한 것들이 몇 개 있었다.
예를 들면 지금 타석에 서 있는 이태웅이 최근 애인하고 자주 싸워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잘 소화도 못 시키는 매운 음식을 먹었다는 것, 그리고 애인과의 화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 같은 거 말이다.
머릿속에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찾아낸 천상진이 이태웅의 표정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잔뜩 굳어 있는 표정으로 배터박스 가장 안쪽까지 바싹 붙어 있는 타자.
기존의 정보와 현재 타자의 움직임을 종합해볼 때 이태웅은 애인과의 저녁식사를 위해, 그리고 부글부글 끓는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빠른 승부를 가져가고 싶어할 확률이 높으며, 굳은 표정을 감안할 때 바깥쪽 초구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백프로는 아니다.
하지만 서로 눈을 감고 가위바위보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타자와 투수의 승부에서는 이런 정보 하나하나가 모여 엄청나게 큰 단서가 되기도 한다.
장덕수와 몇 차례 사인을 주고받은 천상진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진다.
중계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잡아냈다.
이번이 첫 1군 등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유있는, 거기에 잘 생기기까지 한 그의 미소에 중계를 보던 몇몇 여성팬들이 자지러질 듯한 비명을 질러댔다.
입단 5년만에 처음으로 1군 마운드를 밟게 된 천상진.
투수코치의 핍박에도 꿋꿋이 지켜낸 깨끗한 오버핸드 투구폼에서 공이 발사되었다.
슈웅
그가 제구력을 유지하며 던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공인 140km/h짜리 포심이 타자의 헬멧에 거의 맞을 듯한 위치로 날아들었다.
퍼억
깜짝 놀란 이태웅이 황급히 뒤로 몸을 빼며 욕설을 내뱉았다.
“이런 씨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