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55)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54화(55/412)
#54. 남자의 승부
같은 직장에 근무할 경우 그래도 대충 서로 간의 연봉이 비슷비슷한 수준에 형성되는 일반인들과 달리 프로스포츠 선수들 사이의 몸값 차이는 가히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처음 프로에 들어올 때 받는 계약금만 해도 누구는 천만 원, 누구는 10억 원. 여기서부터 최대 100배까지 차이가 난다.
그렇게 프로에 들어온 후에도 누적되는 성적지표에 따라 몸값 차이는 점점 벌어진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비슷한 훈련을 하고, 매일 경기를 뛰는 것까지 똑같건만, 누구는 연봉 3천만 원에 만족해야 하는 반면 누구는 10억이 넘는 연봉을 수령한다는 것.
긍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선수들의 도전 의욕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선배님, 원래 그 투구 폼 아니시죠?”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워리어스 선수단 전체에서도 몸값 서열로 따지면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게 바로 양기철이다.
그런데 입단 전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설이 나돌던, 입단 계약금만 10억을 받은 거물급 신인이 자신같이 미미한 선수가 아주 잠깐 사용했던 투구폼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나 같은 선수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썼던 걸까?
“으음? 그걸 어떻게 알았어?”
“그냥요. 왠지 던지시는 거 보니 그럴 거 같아서.”
마치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수혁.
양기철은 점점 더 사고회로가 꼬여가는 것을 느꼈다.
지금 자신의 투구폼은 본래의 다이나믹한 사이드암을 억지로 오버핸드로 개조하려다가 만들어진 끔찍한 혼종 같은 것이다.
그런데 대충 던지는 거 몇 번 보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고?
하긴 165㎞/h를 던졌다고 했지.
타자뿐만 아니라 투수로서도 엄청난 재능을 가진 놈이니 자기 같은 미미한 투수의 투구폼 정도는 쉽게 꿰뚫어 볼 수 있는 것인가?
‘이게 바로 재능의 차이인가.’
양기철이 밀려오는 씁쓸함에 입맛을 쩝 다시던 그때, 그 재능덩어리 후배 놈이 귓가에 대고 뭐라 속삭이고는 다시 자기 수비 위치로 돌아가버렸다.
‘이거…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건가?’
자신의 청력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 양기철이 유격수 위치로 돌아간 한수혁에게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가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그냥 던지고 싶은 대로 편한 폼으로 던져보라고? 뒷일은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양기철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체 뭘 책임진다는 걸까? 무슨 수로?
‘음.’
하지만 양기철은 곧 자신이 그렇게 해도 아무런 문제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차피 자신의 폼을 억지로 뜯어고친 건 타이탄스 코치다.
워리어스 2군에서 만난 금발머리 투수코치는 자신에게 투구폼과 관련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끔 고개를 갸웃거리며 불편한 점은 없냐고 묻기만 했다.
하지만 코치가 먼저 나서지 않는 이상 자신이 다시 예전 투구폼으로 돌아가는 건 안 될 일이라 생각했기에 그저 하던 대로 야구를 했을 뿐이다.
저 멀리 덕아웃에 앉아 있는 이대준 감독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조금 굳어 있기는 했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한수혁에게 시선을 돌려보았다. 그가 또 한 번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차피 지금 개 망할 분위기잖아.’
방금 전 두 개의 타구는 사실 한수혁이 아니었다면 무조건 안타가 되는 코스였다.
투아웃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주자는 2루에 살아 있다. 그런 똥볼을 또 한 번 던졌다 한 방 맞으면 곧바로 역전이다.
‘좋아, 씨발.’
양기철의 오기가 발동했다.
3 대 3, 팽팽한 접전 상황에서 왜 자신을 올린 건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마운드에 올라선 이상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다.
그렇다면 돌아간다. 나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투구폼으로.
그래도 안 되면 이제는 정말 야구 따위 깨끗하게 접고 야구장 앞에서 치킨이라도 튀겨야겠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된 양기철이 오랜만에 자신의 투구폼으로 돌아갔다.
억지로 수직 무브먼트를 주기 위해 쥐어짜는 투구폼이 아닌, 타고난 긴 팔과 유연한 허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본래의 폼.
타이탄스 투수코치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예전 투구폼을 꾸준히 연습해 왔기에 어색함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완전히 옆에서 돌아나온 양기철의 팔이 마치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힘차게 공을 뿌린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공이 타자를 향해 날아갔다.
“흐억!”
타석에 서 있던 인천의 9번 타자가 몸 쪽으로 날아오는 공에 깜짝 놀라 뒤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타자 몸 쪽으로 날아가던 공은 안쪽으로 급격하게 궤도를 꺾으며 존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스, 스트라이크!”
어처구니없는 공의 궤적에 한참 동안 망설이던 심판의 입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이 내려졌다.
뒤로 몸을 피하다 넘어지기까지 한 인천의 9번 타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심판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저, 저, 저게 대체 뭔가요, 고동식 위원님.”
“슬라이더네요! 네, 슬라이더가 맞습니다!”
“무슨 슬라이더가 저렇게 심하게 휘나요? 아니, 그보다 구속이 142㎞? 방금 전까지 양기철 선수가 던진 포심보다도 빠른데요?”
“네, 양기철 선수의 투구폼이 갑자기 오버핸드에서 사이드암으로 바뀌었는데요… 아니, 저건 솔직히 사이드암이라고 보기에도 좀…….”
“아무튼 대단하군요. 타자는 몸에 공이 맞는 줄 알고 뒤로 넘어졌는데 그게 존 안으로 들어오네요.”
“이거… 3 대 3 상황에서 왜 신인 투수를 올렸나 했더니 믿는 구석이 있었군요.”
“양기철 선수가 부산에서는 1군 등판 기록이 있었나요?”
“아뇨. 타이탄스와 워리어스, 양팀을 통틀어 오늘이 첫 정규 시즌 1군 등판입니다.”
“그렇군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양기철 선수, 2구 던집니다! 허억! 저건 또 뭔가요, 위원님? 포심이 150㎞/h가 나왔습니다!”
“허어… 구속도 구속이지만 저 선수 투구폼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등 뒤에서 150㎞/h짜리 공이 날아오는 거 같을 겁니다. 저건 못 쳐요!”
“대단하네요! 양기철 선수, 마치 쉴 시간도 필요 없다는 듯 바로 3구!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양기철 선수가 위기 상황에서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무사 2루 찬스를 무사히 막아냈습니다. 이거 이러면…….”
“위원님, 위원님?”
“이런 말씀드리는 게 조금 죄송하기는 하지만 사실 브룩스 선수가 3타점 2루타를 맞고 강판당할 때만 해도 오늘 워리어스가 조금 힘들지 않을까 했습니다. 한수혁 선수에게 홈런 2방을 맞기는 했지만 임준영 선수가 아직 멀쩡히 마운드에 버티고 있으니까요.”
“그렇죠. 워리어스의 불펜이 약한 건 뭐 야구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생각을 조금 달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양기철 선수가 방금 보여준 투구가 우연이 아니라면.”
“아니라면?”
“오늘 경기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정말 신만이 알 수 있겠군요.”
* * *
인천 레인저스(원정) VS 서울 워리어스(홈)
스코어 3 : 3
워리어스 투수 양기철
7회초 – 인천 레인저스 공격
1번 타자 강우찬
1구 스트라이크
2구 스트라이크
3구 스트라이크
아웃
└ㅋㅋ 씨발 장난하나…
└아니 뭐 하냐? 공 던지고 옆으로 쓰러지는 투수 공을 왜 못 침?
└그냥 지켜보면 다 볼인데 그걸 못 참고 휘두름?
└1군 처음 등판한 투수한테 삼구삼진이라…
2번 타자 손재후
1구 볼
2구 스트라이크
3구 스트라이크
4구 스트라이크
아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악 씨바 좆같아서 야구 못 보겠네 아니 이번에는 왜 멀뚱멀뚱 쳐다만 보냐고요
└한가운데 들어오는 볼인데 그걸 왜 안 침?
└투수 표정 봐라 지도 지가 뭘 던진지 모르는 눈치
└냅두면 스트라이크고, 스윙 하면 다 빠져나가고… 미쳤네
└갑자기 구속이 왜 140에서 150이 됨? 공 던지면서 실시간으로 약 빤 거?
└자, 저 친구의 전 소속팀을 보자. 어이쿠, 타이탄스네? 그럼 다 이해됨
└타이탄스… 타이탄스… 부산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아니 타이탄스는 저런 투수를 한진우랑 바꿔준 거임? 타이탄스 무슨 자선단체쯤 됨?
└꼴) 아니다 씨바 우리도 양기철이 저렇게 잘 던지는지 몰랐다
└꼴) 저런 투수인 줄 알았으면 트레이드 시켰을 때 사직에 불 질렀을 거임
└ㅋㅋㅋ 너네도 진짜 답 없다 투수 부족하다고 난리면서 저런 투수를 걍 놔준 거?
└꼴) 아 글쎄 몰랐다니까!
3번 타자 제이슨 포터
1구 타격
2루수 땅볼 아웃
공수교대
└지랄났네…
* * *
“나이스 피칭!”
“잘했어! 인마!”
“좋아. 그렇게만 하라고.”
7회초 인천의 1번 타자와 2번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한 후 3번 타자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낸 양기철을 코치와 선수들이 격하게 맞이했다.
정작 본인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마운드 바로 뒤에서 그가 던지는 것을 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이 선수가 바로 예전 말린스 유니폼을 입고 뛰던 그 Yang이라는 투수가 맞다는 확신.
그리고.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어? 어, 그래. 수혁아. 고마워. 정말 고맙다. 진짜로.”
이 팀에 제법 쓸 만한 중간계투 하나가 생겼다는 또 다른 확신.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폼으로 돌아간 양기철은 150에 가까운 포심과 140 넘는 슬라이더, 단 두 개의 공으로 상대 타선을 초토화시켰다.
직접 타석에 서 본 건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 체감 구속은 그보다 5㎞/h 이상 빠를 것이다.
저런 투수를 2군에 처박고 오버핸드로 개조시킨다라…….
부산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아무튼 워리어스는 한진우라는 연봉만 높고 쓸 데는 하나도 없는 폐급을 처리하는 대신 메이저리그에서도 뛸 수 있는 중간계투를 구하게 된 셈이다.
이거 뭔가 우주의 기운이 워리어스로 몰려드는 기분인데?
* * *
양기철 선배는 6회와 7회에 이어 8회에도 워리어스 마운드를 지켰다.
슈웅
던지면.
부웅
헛스윙.
슈웅
타자가 안 치고 쳐다보면.
“스트라이크!”
한복판에 스트라이크.
인천 타자들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공을 던지며 쓰러질 듯한 불안정한 투구폼, 나중에 정밀 분석이 들어가면 하나둘 약점이 드러나기는 하겠지만 당장은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괴상망측한 공들에 인천 타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다.
양기철 선배가 그렇게 호투하는 사이 임준영 역시 내게 맞은 홈런 두 방 외에는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 후반이 되자 그가 투구 패턴을 조금 변경했다.
힘을 빼고 맞춰 잡는 피칭으로 전환한 것이다.
“저 녀석, 열받았네. 오늘 완투하려는 생각인가 본데?”
그 속마음이야 누가 알겠냐만 그렇게 임준영은 매회 주자를 진루시키면서도 후속 타자를 완벽하게 범타로 처리하며 8회말까지 완벽하게 우리 타선을 막아냈다.
그리고 이어진 9회초 인천의 공격.
6회와 7회, 8회, 벌써 3이닝을 던졌건만, 양기철 선배의 어깨는 아주 멀쩡해 보였다.
그 사실을 눈치챈 이대준 감독은 9회에도 양기철 선배를 그대로 내세웠다.
어차피 지금 불펜에 믿을 만한 투수라고는 단 한 명도 없다. 오늘 경기는 양기철로 간다.
난생 처음 투수로 인정을 받게 된 양기철 선배는 신이 난 얼굴로 계속 그 엄청난 공들을 뿌려댔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저런 공은 정말 아무나 던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등 뒤에서 튀어나오는 듯한 150㎞/h 포심과 142㎞/h에 달하는 슬라이더에 상대 타자들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헛스윙만 남발했다.
그렇게 양기철 선배는 인천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어깨에 아이싱을 한 채 싱글벙글한 양기철 선배의 얼굴을 보니 내가 다 기분이 좋아진다.
뭐랄까, 길가다 당첨된 복권을 주운 기분이랄까?
“자, 이제 우리가 기철이 승리 투수 한번 만들어줘보자. 응?”
“네! 선배님!”
3 대 3 동점으로 맞서고 있는 가운데 워리어스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조성오 선배의 목소리에 나머지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을 빛냈다.
무명 투수가 예상밖의 호투를 한 상황에서 인천의 에이스이자 국가대표 선발인 임준영을 잡아낸다면 이보다 더 완벽한 승리는 없을 것이다.
9회말이 시작되었다.
초반 홈런 두 개를 맞고 휘청거리던 인천의 에이스는 기어코 9회 마지막 이닝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수는 벌써 120개를 넘어선 상황.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그가 우리 팀의 8번, 9번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는 순간 잠실야구장이 침묵에 잠겼다.
한계 투구 수를 넘어선 상황에서 여전히 150㎞/h가 넘는 공을 뿌리는 괴물.
확실하다.
임준영은 내가 회귀 후 만난 가장 강한 투수였다.
“볼.”
하지만 워리어스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7구까지 가는 끝에 이창모 선배가 볼넷으로 1루로 진출했다.
그저 볼넷을 얻어낸 것뿐인데 그는 마치 월드시리즈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것처럼 포효했다. 잠실야구장을 가득 채운 팬들이 미친 듯이 그의 이름을 외쳐댔다.
워리어스 벤치가 움직였다.
1루에 발 빠른 대주자가 들어갔고, 최민석 선배가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임준영을 상대로 안타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최민석.
그가 초구에 3루 쪽 기습번트를 대는 순간 잠실야구장에 환호와 비명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내비둬! 잡지 마! 씨발, 잡지 말라고!”
인천 포수 손영진의 외침에 3루수가 멈칫했다.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시선이 고작 무게 145g에 불과한 야구공에 집중되었다.
뚝
3루 파울라인을 타고 구르던 공이 베이스 바로 앞에서 멈추는 순간.
“아아악!”
“와아아!”
“최민석! 최민석!”
누군가는 절망했고, 누군가는 환호했다.
임준영의 고개가 밑으로 푹 숙여졌다. 그의 얼굴에 짙은 피로감이 피어올랐다.
2사 주자 1, 2루.
인천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아마도 오늘 경기의 끝을 에이스에게 맡기기로 한 모양이다.
그리고 마침내 내 타석이 돌아왔다.
부웅
대기타석에서 힘차게 배트를 돌려본다.
그 별 것 아닌 동작 하나에 관중석에서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투수를 바라보았다.
임준영의 시선은 내가 아닌 포수 미트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승부에만 완전히 집중한 에이스의 모습.
순간 임준영이 나를 거르고 뒷 타자를 상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같은 건 저 멀리 날려버렸다.
이글이글 불길이 타오르는 두 눈.
저런 눈을 가진 남자가 나를 피해 갈 리가 없다.
승부다.
승부의 시간이다.
팽팽하게 이어졌던 오늘 경기의 향방을 결정할 승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임준영이 나를 노려보며 천천히 와인드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