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58)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57화(58/412)
#57. 각성
경험이 부족한 신인 선수가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가 바로 멘탈에 따라 기세가 확확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말하면 단점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베테랑들의 경우 대부분 극단적인 변화 없이 일정한 수준의 멘탈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어느 정도 그 효과를 보곤 한다.
전날 연타석 홈런을 쳤다거나, 반대로 네 타석 연속 삼진을 당했다거나, 혹 그도 아니면 집에서 와이프와 크게 싸웠다거나, 아들내미가 속을 썩인다거나.
그런 극단적인 심리 상태가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바로 베테랑들이 프로에서 살아가는 노하우다.
이와 반대로 신인 선수들은 그 멘탈을 자기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기분이 좋은 날은 미친 듯이 맹타를 휘두르다가 한 번 슬럼프에 빠지면 계속 삽질을 하는 게 신인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빈볼로 시작된 벤치클리어링, 워리어스 장덕수 1게임 출장 정지에 사회봉사 40시간, 빈볼 던진 데릭 벨 7경기 출장 정지에 벌금 500만 원]어제 경기에서 혼자서 무쌍을 찍은 장덕수 선배는 1게임 출장 정지를 먹고 오늘 경기에서 빠졌다. 대신 용지훈 선배가 오랜만에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되었다.
사실 이 사람은 포수의 탈을 쓴 1루수라고 할 수 있지만… 뭐,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백업 멤버 강화를 위해 박재철 단장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는데, 팀에 가진 자원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성훈이 형이 트레이드 머니를 넉넉하게 책정해주었다고 하니 믿고 기다려보는 수밖에.
경기 전 사복 차림으로 선수단을 찾은 장덕수 선배에게 괜찮냐고 물었더니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인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괜잖여. 수혁이 너도 사회봉사 해야지? 우리 시즌 끝나고 같이 가면 되겠구먼.’
뭐, 그렇단다.
어쨌든 1경기 출장 정지에 그쳐서 다행이다.
KBO에서는 데릭 벨 그 새끼가 머리를 향해 빈볼을 던졌고, 명백하게 먼저 주먹질을 하려 시도했으며, 이에 단번에 놈을 제압한 장덕수 선배의 행동은 그런 폭력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정당방위 정도로 판단해준 모양이다.
외워 두자.
손발만 안 쓰면 된다. 다음부터는 나도 그냥 모가지를 잡아서 마운드에 고구마 하나 심겠다는 마음으로…….
흠.
일각에서 장덕수의 처분이 가벼운 것에 대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느니, KBO가 워리어스를 싸고 돈다느니 별 거지 같은 소리가 다 나왔지만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아.
선수의 멘탈에 따른 플레이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다른 쪽으로 말이 흘렀다.
왜 그런 이야기를 꺼냈냐 하면 어제 자신 때문에 벤클이 벌어졌고, 결국 장덕수 선배가 출장 정지를 먹었다고 생각한 안치욱이 오늘 맹타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장덕수 선배에 대한 마음의 부채와 죄책감, 고마움, 그리고 분노가 긍정적 에너지로 치환되었다고 봐야 할까.
인천 레인저스(원정) VS 서울 워리어스(홈)
스코어 0 : 0 원아웃
레인저스 투수 권길용 / 워리어스 투수 이영주
1회말 – 서울 워리어스 공격
1번 타자 이창모
볼
스트라이크
볼
스트라이크
파울
파울
스윙 삼진아웃
원 아웃
└야 권길용 쟤 볼끝 왜 저렇게 좋냐?
└인천 쟤네 진짜 투수 좋은 애들 많이 뽑아갔네. 쟤가 4선발이라는 거지?
└우리 4선발도 좋아. 천상진 호구로 봄?
└한 경기 반짝일 수도 있는데 설레발 ㄴㄴ
└ㅆㅂ 인터뷰 못 봄? 나 천상진 인터뷰 보고 울었는데 니들은 감정이란 게 없는 거임?
└우리 상진 오빠 욕하는 새끼들 기억해둘 거다
└벌써 얼빠들 생김?;;;
2번 타자 최민석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볼
볼
볼
타격
2루수 앞 땅볼
투 아웃
└와… 이번에는 잘 받아친 거 같은데 완전히 구위에 먹혔네
└포심이 아니라 투심이네. 각도 좋네
└결국 또 한수혁 앞에 주자 쌓는 거 실패
└이러면 보나마나 또 거르겠지
3번 타자 한수혁
자동 고의사구
1루로 진루
투 아웃 주자 1루
└ㅋㅋㅋ 이제는 자동 고의사구까지 나오네
└저번에 볼넷 주려고 완전히 뺀 거 한수혁이 받아쳐서 2루타 만들어서 그런 듯
└그거 진짜 장난 아니었지…
└그나저나 이러면 수혁이 또 뛰겠지
└분노의 도루
└근데 그래 봐야 다음 타자가 안치욱…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쟤를 4번에 놓은 거?
└맥스가 손가락 부상으로 빠졌으니 어차피 조성오 아니면 안치욱이 4번이기는 함
└그럼 차라리 조성오가 낫지… 안치욱 쟤 요즘 완전히 헤매는 거 같던데
4번 타자 안치욱
1구 볼
1루 주자 2루로 도루 성공
투 아웃 주자 2루
└아예 2루로 송구도 안 하네
└어차피 타자만 잡으면 끝이라는 거겠지
└근데 한수혁 보면 진짜 신기함. 덩치는 큰데 스타트가 장난 아님
└그럼 뭐 하냐고. 어차피 또 2루 땅볼 아웃일텐데
└요즘 안치욱 진짜 2땅 오지게 치더라. 왜 그러지?
└쟤 타격 매커니즘 자체가 정타로 맞으면 2루 쪽으로 가게 되어 있음. 상대팀에서 그쪽으로 시프트까지 걸어버리니 치는 족족 다 잡히는 거지
└방구석 전문가 나셨고요
2구 스트라이크
└저걸 안 치네
└방금 공은 치면 또 2땅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거 안 봐도 결과가 훤히 보인다. 또 2땅 치고 세상 억울한 표정 짓겠지
3구 타격
우중간 2점 홈런(120m)
2루 주자 홈인
타자 주자 홈인
인천 레인저스 0 : 서울 워리어스 2
└?
└??
└???
└방금 안치욱 욕한 새끼들 다 나와서 대가리 박아라
└누가 치욱 님을 욕함? 그런 정신 나간 놈들이 아직 있음?
└와 씨발, 몸 쪽으로 완전히 붙은 걸 저걸 잡아당겨서 넘기네
└ㅋㅋㅋ 한수혁 홈런도 멋있지만 얘가 치는 홈런도 장난 아니네. 빨래줄처럼 날아간다는 게 바로 저런 건가
└사실 타구각이 낮아서 홈런 될 타구가 2루타 되는 경우가 많은 듯
└야 저거 봐라. 안치욱 운다
└수혁이가 엉덩이 두드려주니까 감격한 듯
└둘이 진짜 친해 보인다. 좋아. 동기 둘이서 3, 4번 치면서 친하게 지내는 거 진짜 보기 좋다
└아, 작년에 황성민 그 새끼가 4번 치던 거 생각하면…
└에헤이, 어디 부정 타게 그딴 놈 얘기를
“안치욱! 야, 잘했어! 인마!”
“치욱아, 나이스! 잘했다!”
“그래, 진작 그렇게 치지!”
오늘 이대준 감독은 라인업을 짜면서 평소보다 오래 고민을 한 눈치였다.
주전포수 장덕수가 출장 정지를 먹었고, 용병 맥스 워커 역시 손가락 타박상으로 한 게임을 쉬게 되었다.
베테랑 조성오와 신인 안치욱을 놓고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결국 내 바로 뒤 4번 자리에 안치욱을 놓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적중했다.
어제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으로 인해 책임감과 의욕이 활활 타오르는 안치욱은 자신의 능력 이상의 플레이를 해내고 있었다.
“안치욱! 그래! 내가 너 해낼 줄 알았어!”
“감사합니다! 감독님! 제가 장덕수 선배 몫까지 꼭 해내겠습니다!”
음.
박재철 단장도 그렇고, 이대준 감독도 그렇고.
사실 처음에는 이 워리어스라는 팀에 40년 넘게 고여 있던 썩은 물들을 치우려고 뽑은 사람들이건만.
생각보다 능력도 아주 뛰어나다. 이대준 감독이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안치욱을 내 뒤에 놓았다면 소름이 다 끼칠 정도다.
어쨌든.
그 안치욱 놈이 내게로 다가오고 있다.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입가에는 침이, 그리고 왼쪽 콧구멍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까지 달고.
“야, 한수혁. 봤냐?”
“…스톱. 일단 콧물부터 닦아라. 더럽게시리.”
“뭐? 콧물?”
내 말에 깜짝 놀란 안치욱이 후다닥 덕아웃 거울 앞으로 달려가 질질 흘러나오기 일보직전인 콧물을 닦아내고 다시 돌아왔다.
“잘했다. 오늘처럼만 해.”
“내가 나중에 그 데릭 벨인지 뭔지 하는 새끼 만나면 진짜 죽여버릴 거다.”
“너 걔랑 싸우면 져.”
“…누가 주먹으로 싸운대? 야구, 야구 말이야.”
“당장은 야구도 걔한테 안 될 거 같은데.”
“…….”
괜히 들뜨지 않게 살짝 눌러주고.
어쨌든 이런 게 바로 신인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한번 흐름을 타면 계속 맹타를 휘두르고, 또 그러다가 슬럼프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천만다행인 건 상대팀에서 슬슬 나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와중에 어떤 이유에서든 안치욱의 타격감이 올라왔다는 점이다.
이렇게 내 뒤의 타자들이 홈런을 몇 방 쳐주는 것만으로도 상대 팀에서도 나를 쉽게 거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따아아아악!
“와아아!”
“조성오!”
“조성오! 조성오! 조성오!”
“또 넘어갔다! 성오 선배도 쳤어!”
거기에 신인들의 활약에 고무된 베테랑까지 저렇게 활약해 준다면 더더욱.
흐음.
처음 시범 경기에 들어갈 때만 해도 암울하게만 보이던 라인업에서 이제 제법 무게감까지 느껴진다.
1번 자리에서 이창모 선배가 출루에 집중해주고, 2번 최민석 선배가 내게 연결해주고, 4번, 5번, 6번 자리에 서는 세 명의 좌타자가 조금만 더 힘을 내준다면.
가을 야구에 대한 꿈을 조금 더 구체화시켜도 되지 않을까?
* * *
– 고동식 위원님, 오늘 이 경기가 끝나면 드디어 4월이 마감됩니다. 지난 한 달간 진행된 KBO 정규 시즌, 어떻게 보셨습니까?
– 일단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 어떤……?
– 시즌 초에 제가 말씀드렸죠? 한수혁 선수를 갖게 된 이대준 감독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감독이 될 거라고요.
– 기억 납니다.
– 그렇습니다. 한수혁 선수가 지난 4월 한 달간 기록한 성적을 보세요.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 출장 정지 4경기를 제외하고 23경기 만에 홈런 16개를 때려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 엄청나죠. 사실 저도 놀랐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9개 구단에서 한수혁 선수를 엄청나게 견제하기 시작했죠.
– 네, 모두가 예상한 결과죠. 사실 워리어스의 팀 전력상 한수혁 선수 뒤를 받쳐줄 중심타선이 그다지 강하다고는 볼 수 없거든요. 맥스 워커, 조성오, 안치욱… 솔직히 제가 투수라도 일단 한수혁은 거르고 볼 것 같습니다.
– 그래서인지 한수혁 선수가 최근 도루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 맞습니다. 자기를 거르면 무조건 뛰겠다는 걸 어필하고 있는 거죠.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엄청나게 빠른 선수이기도 하고요.
– 하지만 뒤 타선이…….
– 네, 그렇게 한수혁 선수가 득점권 상황을 만들어봐야 결국 다음 타자가 못 해주면 끝이죠? 그런 심각한 정신적 압박으로 인해 그동안 맥스 워커와 조성오, 안치욱 세 선수가 엄청난 부담을 받아온 게 사실입니다. 특히 올해 데뷔한 안치욱 선수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죠.
– 그런데도 이대준 감독은 과감하게 오늘 안치욱을 4번에 배치했습니다.
–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제가 이대준 감독을 높이 평가하는 겁니다. 뭐랄까, 승부사 기질이라고 할까요? 저 같은 쫄… 흠, 죄송합니다. 저 같은 소인배는 감히 시도도 못 할 카드를 막 던지거든요. 그런데 그중 몇 개가 저렇게 상대에게 날아가 꽂히면? 상대도 겁을 먹는 거죠. 아, 저 팀에 한수혁만 있는 건 아니구나 하고 말이죠.
– 해설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경기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 다른 건 볼 필요 없습니다. 한수혁 선수 위주로 경기를 봐…….
* * *
인천 레인저스(원정) VS 서울 워리어스(홈)
레인저스 투수 권길용 / 워리어스 투수 이영주
3회말 스코어 1 : 3
원아웃 주자 1루
3번 타자 한수혁
볼
볼
볼
볼
볼넷
타자 주자 1루로, 1루 주자 2루로
원아웃 주자 1, 2루
└저럴 거면 그냥 자동 고의사구 주지. 뭐 하러 힘들게 공 네 개나 던짐?
└일부러 볼넷 준 거 아는데 투수는 왜 억울한 척함?
└한수혁 표정 봐라. 존내 허탈해한다 ㅋㅋㅋ
└미안하다. 수혁아… 뒤에 세워줄 타자가 없어서 ㅠㅠ
└진짜 확실한 4번 타자 하나만 있어도 저렇게 대놓고 거르지는 못할 텐데
└야 그래도 아까 치욱이 홈런 쳤음
└그건 아는데… 그래도 좀 뭔가 뭔가…
4번 타자 안치욱
인천레인저스 투수 교체
권길용 물러나고 안홍철
└뭐임? 4회말인데 벌써 선발투수를 내린다고?
└ㅋㅋㅋ 아까 치욱이 뽀록 한 방 쳤다고 쫄았나 보네
└지금이 웃을 때냐? 안치욱 쟤 좌상바인 거 세상이 다 아는데
└안치욱 좌투수 상대 타율이… 0.154
└보나마나 또 2루 땅볼이겠군. 난 화장실 다녀온다
1구 타격
우익수 옆 2루타
1루 주자 홈인
2루 주자 홈인
타자 주자 2루까지
원아웃 주자 2루
인천 레인저스 1 : 서울 워리어스 5
└이거 뭐임? 버그 아님? 화장실 다녀왔는데 왜 1:3가 갑자기 1:5가 되어 있음?
└ㅋㅋㅋ 안치욱 적시 2루타요
└쟤 오늘 왜 저럼? 좌타자 상대로는 그냥 암 것도 못 하는 애 아니었음?
└야 스윙하는 거 봐라. 예전 같으면 뒤에서 퍼져 나올 방망이가 옆구리에 딱 붙어서 나오네
└오… 안치욱이 저걸?
└쟤 또 우나 본데? ㅋㅋㅋ 수혁이가 안치욱 보고 놀리는 중
└쟤 둘 진짜 사이 좋아 보인다. 동기들끼리 저러고 다니니까 보기 좋네
└아닌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한수혁이 안치욱 쥐 잡듯이 잡는다던데
└왜?
└야구 더럽게 못한다고
└존나 치사하네. 자기랑 비교하면 그건 반칙이지;;;
* * *
“끄아아아!”
2타점 2루타를 친 후 곧바로 이어진 조성오 선배의 적시타에 홈까지 들어온 안치욱이 덕아웃 앞에서 포효했다.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크고 우렁찬 함성.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아는 선배들은 그저 말없이 웃으며 녀석의 엉덩이를 두들겨주었다.
“녀석.”
“잘했어. 정말 잘하고 있어.”
동기 놈의 눈동자가 붉게 달아오른다.
나는 저놈처럼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을 속죄하기 위해, 혹은 다른 동료를 위해 경기에 뛰어본 적이 없다. 지금 내가 워리어스의 우승에 집착하는 것 역시 개인적인 욕망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안치욱이 정확히 어떤 심정인지, 저 포효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자세하게는 모른다.
그저 짐작할 뿐이다. 이해하려 노력할 뿐이다.
언젠가는 나 역시 저런 마음을 갖을 수 있기를 바라며.
“덕수 선배님! 제가!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지켜보세요!”
“…야, 덕수 저기 1루 쪽에 앉아 있잖아. 하늘 말고 그쪽 보고 말해. 이상한 말투도 쓰지 말고, 불길하게시리.”
“아차차, 그렇지. 저쪽이지. 덕수 선배님!”
1루 관중석 한가운데 앉아 있던 장덕수 선배가 닭다리를 움켜 쥔 채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앞으로 달려가 소리를 질러 대는 안치욱, 모든 걸 알겠다는 듯 인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장덕수 선배.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함께 웃음 짓는 동료들.
“열심히 혀! 그렇게만 혀! 그럼 되는겨!”
“덕수 선배애애애!”
치열한 경기 중 찾아온 잠깐의 일탈 속에서 나는 뜬금없이 찾아온 감정들을 곱씹고 있다.
팀원들과의 동료애, 어리숙한 동기 놈에 대한 기특함.
이런 작은 감정들이 쌓이고, 또 쌓이면.
그러면 언젠가 나도 저 녀석처럼 저렇게 순수한 함성을 질러낼 수 있을까?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플레이할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