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70)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69화(70/412)
#69. 불문율
딸깍
[정팡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휘오레C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까칠구름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다크스나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blessing213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開闢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asdfsss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lyh990706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오! 예린 누나, 갑자기 웬 라방이에요?
└오늘은 야구장 안 갔어요?
└언니, 어제 야구장에서 쓴 모자는 어디 거예요?
└누나, 앨범은 안 내요? 가수 접음?
└왜 누나 보려면 음방이 아니라 야구 중계를 켜야 하는 거예요?
└이봐, 친구들 여기 누구 영어 가능한 사람 없나? 여왕님이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만, 다들 조용, 감기 때문에 오늘은 야구장 안 가고 집에서 경기 보는 중. 일단 이번 승부까지만 보고 얘기 시작할 테니까 잠시 쉿.”
└감기 걸렸으면 약 먹고 좀 자지. 또 야구?
└그나저나 뭐지, 야구 보는 민예린을 실시간으로 구경하는 컨셉의 방송인 건가
└누나, 왜 야구장만 가면 맨날 안전망 기어오르세요?
순식간에 풀방이 되어버린 민예린의 개인 방송, 당황한 플랫폼 매니저가 즉시 입장 가능 인원을 최대치까지 늘렸지만 그마저도 순식간에 가득 들어차버렸다.
하지만 지금 민예린의 관심사는 그게 아니었다.
워리어스가 2 대 0으로 앞선 가운데 진행 중인 매지션스의 7회말 공격.
아직까지 매지션스를 상대로 안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은 노장 이만식이 4번 타자를 상대하고 있었다.
따악!
“안 돼!”
└누나 왜! 무슨 일인데? 전쟁이라도 났음?
└왜요? 뭔데? 뭔데?
└스트리밍이라 야구 중계 타이밍이 늦네. 안 되겠다. 나도 일단 야구 켠다
└나 야구는 별로 관심 없는데 누나랑 얘기하려면 어쩔 수 없네. 나도 방금 켬
└빌어먹을, 누가 여왕을 공격이라도 한 거야? 대체 뭐야? 누가 설명 좀 해 달라고
잘 맞은 타구가 3-유 간으로 총알같이 날아가자 민예린이 저도 모르게 비명을 꽥 질렀다.
오랜만에 라방을 킨 민예린을 보러 왔을 뿐 야구에는 아무 관심 없던 절대 다수의 시청자들이 깜짝 놀라 채팅을 쳐 댔다.
하지만 민예린의 눈에 그런 채팅 따위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타격음이 들리고, 민예린이 저도 모르게 다리를 쭉 뻗고 사지를 벌벌 떨던 그때.
터억!
“꺄악!”
귀신같이 나타난 한수혁이 빠져나가는 타구를 덥석 낚아챈 후 1루로 송구, 아웃시켜 버렸다.
당연히 안타라고 생각했던 매지션스 타자가 허탈한 듯 허공을 한 번 바라본 후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7회말 현재 스코어 2 대 0, 볼넷 허용 1, 피안타 허용 0.
이만식의 기록은 계속되고 있었다.
“휴우…….”
그제야 심신의 안정을 찾은 민예린이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이온음료병에 빨대를 꼽고 쪽쪽 빨아 마시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워리어스 선수단에게 공급되기 시작한 브랜드의 음료였다.
└그거 그렇게 브랜드 막 보여도 돼요? 정식 PPL인가?
└갑자기 웬 이온음료? 언니, 커피만 마시지 않았어요?
└나도 운동하러 나왔는데 저거 보니까 땡기네. 편의점에서 파나?
“요즘에 이게 이상하게 맛있더라고. 입에도 짝짝 붙고.”
한수혁 앞에서는 고개도 잘 못 들지만 자신의 팬들과 소통할 때는 카리스마가 뿜뿜 뿜어져 나오는 민예린이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제 고작 나이 스물에 불과한 그녀이지만 지금 이 말투와 행동이 방송 컨셉이라는 걸 알기에 팬들 모두 나이를 잊은 채 그녀와 편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방송을 관리하기 위해 옆에서 대기 중이던 매니저의 입에서는 한숨이 푹 나오고 있었다.
지금 민예린이 저 음료를 방송에 노출시켜 준 건 얼마 전 음료 회사와 워리어스가 좋은 조건으로 광고 계약을 맺어서다. 말하자면 이익은 워리어스가 보고 일은 민예린이 하고 있다고나 할까?
야구장에 갈 때마다 다량의 폭죽을 기증하고(주로 한수혁이 홈런을 치면 쏴 달라는 부탁과 함께), 틈만 나면 응원단상에 올라가 치어리더들과 함께 응원을 주도하고, 선수별 응원가를 작곡해 공짜로 퍼주고.
저런 식으로 아무 대가도 받지 못한 채 워리어스의 마케팅을 도와주고.
아니, 그런 건 다 좋다 치자.
도대체 왜 경기장만 가면 안전망을 기어오르는 걸까?
한 번만 더 그런 짓을 하면 경기장 출입을 아예 금지시키겠다는 구장 관리팀의 경고는 왜 무시하는 걸까?
지난번 민예린의 선동으로 경기장 안전망이 무너졌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 모든 뒤처리를 하고 다니는 자신의 입장도 좀 생각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오빠.”
“응? 왜, 예린아.”
“왜 날 보는 눈빛이 영 불손한 것 같지?”
“…내가 뭘.”
“흠.”
민예린의 지적에 매니저가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런 매니저를 한 번 위아래로 훑어본 민예린이 다시 방송을 이어갔다.
“여러분, 일단 후원은 다 막아놨으니까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아요. 나 돈 많아. 코 묻은 돈 필요 없어. 저번 소속사에서 유료 소통 앱인지 뭔지 하라고 해서 내가 뒤집었던 거 기억하지? 아무튼 후원은 그만 멈춰!”
└간지… 소통앱 때문에 매월 만 원씩 꼬박 나가고 있는데
└난 6개 쓰느라 3만 원 ㅋㅋㅋ
└그런 거 보면 예린 언니 진짜 혜자임. 도네도 안 받고 오히려 가끔 시청자 역조공도 하고
└암튼 방송 왜 키신 거예요? 6개월 만에 알림 온 거 보고 깜놀
시청자들의 질문에 민예린이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러분.”
└네, 누나
└언제든 하명하세요
└뭐든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음
└젠장, 나도 좀 같이 웃자고 친구들. 영어 가능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야?
“내가 야구, 아니, 워리어스라는 팀 좋아하는 건 다들 알지?”
└당연. 우리나라에서 그거 모르면 간첩이지
└야구 룰은 하나도 모르는데 누나 때문에 워리어스 응원가는 다 알아요
└나는 워리어스 선수들 이름까지 대충 외웠음. 한수혁이라든지…
└맞아, 그 오빠 얼굴하고 비율 진짜 장난 아님
“자, 그럼 간단하게 설명해줄게. 지금 내가 좋아하는 팀이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거든?”
이만식이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려면 아직 2이닝이나 남았지만 민예린의 행복회로는 이미 풀로 돌아가고 있었다.
└대기록이요? 그게 뭔데요?
└명예의 전당 입성 뭐 그런 건가?
└그건 메이저리그고
└메이저리그가 뭔데?
└미국 야구
└흠
“자자, 그 대기록이 뭔지까지 설명하기는 좀 힘든데… 그냥 간단히 말하면 내가 응원하는 워리어스가 상대팀을 완전히 개 박살 내게 됐다… 뭐 이 정도면 이해하면 돼.”
└오… 그런데요?
└그 역사의 순간을 같이 보자는 건가요?
└워리어스 선수 중에는 갠방 하는 사람 없어요? 가서 후원 쏴 주면 됨?
“아니.”
민예린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잠실 야구장 가까운데 사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그쪽으로 가서 퇴근하는 우리 선수들한테 박수 보내줄 준비해줘. 간단한 피켓 같은 것도 만들어가면 더 좋고. 아, 피켓에 들어갈 선수 이름은 이만식이야.”
└아, 뭐 별 거 아니네. 예린 누나가 원한다면야 그정도는
└폭죽이라도 좀 사갈까요? 경기장 앞에서 그런 거 터뜨려도 되나?
└저 누나는 맨날 야구장만 가면 불꽃놀이 하던데 괜찮지 않을까?
└히잉… 나는 지방 사는데
팬들의 반응을 흐뭇하게 바라본 민예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집이 먼 사람들은 지금부터 인터넷 검색창에 이만식 노히트노런이라고 쳐서 실검 1위로 만들어주면 돼. 적어도 오늘 하루는 거기서 안 내려오게.”
└오호… 그거야 뭐 지금이라도 당장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활동 복귀해주면 안 돼요? 신곡 듣고 싶어요
└맞아, 언제 누나 얼굴 나오나 하고 야구 중계 틀어 놓는 거 이제 시러요
“알았어. 오늘 대기록이 달성되면 내가 바로 신곡 낼 테니까 걱정 말고.”
여기서 말하는 신곡은 신기록을 달성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제 곧 달성할 워리어스에 바치는 헌정곡을 뜻하는 거다. 물론 팬들은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지만.
그녀의 말에 채팅창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오오! 신곡! 드디어 민예린의 신곡!
└진짜죠? 절대 다른 말 하면 안 됨?
└하아, 목 마르다. 신곡 얘기 나오니 민예린 노래 마렵다
그렇게 팬들이 떠드는 사이 워리어스의 8회초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고, 다시 이만식이 마운드에 올랐다.
민예린이 다시 입을 꾹 다문 채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가끔 야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에서 대기록을 앞둔 투수가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식으로 묘사될 때가 있다.
픽션에서만이 아니다. 실제 대기록을 달성한 투수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혀 모르고 던졌다고 말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빅리그에서 퍼펙트 게임 한 번, 노히트 노런 두 번을 달성한 입장에서 말하자면.
거짓말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모를 수가 없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동료와 코칭스태프의 태도는 둘째 치고, 관중들의 반응과 거기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들 때문에라도 눈치를 못 챌 수가 없다.
투수가 얼마나 예민한 종족인가.
와인드업을 하는 순간 오감이 활짝 열리며 주변의 소음들이 갑자기 귀에 날아와 박히는 것처럼 또렷하게 들려온다.
내가 세 번의 대기록을 달성했을 때도 그랬다.
어디선가 날아온 관중의 목소리, 제발 오늘 퍼펙트 게임을 볼 수 있기를.
주변에 입이 근질근질한 사람이 만 명 단위로 있는데 그걸 한 번도 못 듣는다고?
아무튼.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닌데…….
7회말과 8회초, 양팀의 공격이 모두 삼자범퇴로 끝난 가운데 8회말 수비가 시작되었다.
마운드로 올라가던 이만식 선배가 갑자기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수혁아, 나 이번 이닝까지만 던지고 9회에는 기철이랑 교대해 달라고 할 생각인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
“네? 왜요? 아직 투구 수 90개도 안 됐고, 완봉이 코앞인데요?”
차마 노히트노런이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완봉이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이만식 선배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에이, 다 늙어서 완봉하면 뭐 해? 오늘 경기 확실히 잡아내는 게 더 중요하지. 매지션스 스윕하는 게 대체 얼마 만이냐, 흐흐.”
“…….”
모르겠다.
정말로 눈치를 못 챈 건지, 아니면 내가 수비 부담을 가질까 봐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주려는 건지.
하도 답답해서 옆에 서 있는 안치욱에게 조용히 물어보았다.
“야, 안치욱. 너 만식이 형 팬이었다고 했지?”
“어? 만식이 형님은 왜?”
“쉿, 조용히 대답만 해. 저 형 혹시 예전에 노히트노런 한 적 있냐?”
“야 이 씨, 형이 들으면 어쩌려고…….”
“너나 목소리 조용히 하고, 아무튼 있어, 없어?
“내가 알기로는 없는데… 왜?”
흠.
암만 봐도 진짜 자신이 대기록 달성 직전까지 왔다는 걸 모르는 눈치인데…….
뭐, 상관없겠지.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최선을 다해야겠다.
대기록을 앞둔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다른 게 아니다.
빈틈없는 수비, 괜히 투수보다 더 긴장해서 허둥대지 않는 야수진들의 도움.
좋아. 이제부터 3-유 간은 통행 금지다. 아무것도 못 지나간다.
“안치욱, 수비 위치 살짝 뒤로.”
“응? 으응.”
노히트노런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안타를 맞지 않는 거다.
안치욱의 장점 중 하나가 어깨가 상당히 강하다는 거다. 조금 뒤에서 공을 잡아도 1루까지 충분히 송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녀석의 수비 위치를 조정해주고 2루 쪽을 보니 이창모 선배 역시 같은 생각인지 평소보다 수비 위치가 깊다.
확실히 좋은 수비수다.
“집중.”
정말로 자신이 기록에 도전 중이라는 걸 모르는 듯한 이만식 선배가 매지션스의 5번 타자에게 힘차게 초구를 뿌렸다.
따악!
잘 맞은 땅볼 타구가 3루 베이스 바싹 붙은 곳으로 날아왔다. 잔뜩 긴장한 안치욱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타구를 처리한 후 1루로 송구.
“아웃!”
다행이다.
매지션스의 5번 타자가 발이 느리기도 했고, 생각보다 안치욱의 송구도 좋았다.
평소 같으면 신이 나서 떠벌거렸을 안치욱이 내 쪽은 쳐다보지 않은 채 다시 허리를 숙이고 경기에 집중했다. 저 녀석도 지금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손발이 벌벌 떨리고 있을 거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아웃!”
매지션스의 6번 타자는 이만식 선배의 포심과 싱커, 체인지업에 맥을 못 추고 삼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노히트노런만은 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얼굴 가득 들어차 있었다.
69번 타자가 그렇게 물러난 후 매지션스의 발빠른 7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 순간 뭔가 느낌이 왔다.
내 세 번째 노히트노런이 어떻게 깨졌는지가 문득 떠올랐다.
이만식 선배가 듣지 못하게, 안치욱에게만 들릴 수 있도록 조용히 속삭였다.
“안치욱, 3루 쪽으로 기습번트 나오면 내가 처리할 테니 달려들지 마.”
“응?”
“반문하지 말고, 그냥 그렇게 해.”
그래, 그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지. 8회말이 아니고 9회말이라는 차이는 있었지만.
평소 나와 사이가 아주 좋지 않았던,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일방적으로 밟혀왔던 오클랜드의 1번 타자.
성질은 지랄 같지만 발 하나는 진짜 빨랐던 그놈이 노히트노런까지 아웃카운트를 하나 남겨둔 상황에서 기습번트를 대 버렸다.
그런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우리 3루수가 급하게 달려와 공을 잡았지만 이미 녀석은 1루에 도착한 후였다.
그렇게 내 세 번째 노히트노런이 허무하게 깨져버렸다.
음.
생각하니까 또 열받네. 그 자식이 나랑 동갑이었지 아마?
혹시 이번 WBC에서 만날 수 있으려나? 만나면 아주 가루로 만들어줘야겠네.
여하튼 그런 식으로 한번 당해본 나는 다른 선수들에게는 굳이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조용하게 대비했다.
1루 쪽에도 알려주고 싶지만 지금 당장 타임을 걸고 조성오 선배에게 가는 건 무리다.
야구판에서 십 년 넘게 구른 선배의 경험을 믿는 수밖에.
그리고 내가 타자라면 베테랑 1루수와 2루수가 지키는 쪽보다는 신인 안치욱이 지키는 3루 쪽으로 번트를 댈 거다. 양선우가 좌타자이니 확률은 더욱 올라가는 거고.
“볼.”
“볼.”
“스트라이크!”
볼카운트가 투 볼 원 스트라이크가 되자 양선우의 눈빛이 살짝 변하는 게 보였다.
내 예감이 현실이 될 것 같다.
슈웅
툭
– 아앗! 여기서 기습번트가 나왔습니다!
– 이거 대기록을 앞둔 투수에게 해서는 안 될… 아!
– 3루 쪽으로 기가 막히게 구르는 타구를 안치욱, 아니, 한수혁, 한수혁이 잡아서 1루로, 1루로, 아웃! 아웃입니다! 매지션스 덕아웃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습니다!
– 정말 대단하네요. 한수혁 선수가 마치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3루 라인 쪽으로 달려와 기가 막히게 타구를 건져냈습니다. 아, 안치욱 선수가 제자리에서 꼼짝도 안 한 걸 보면 사전에 두 선수 사이에 약속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 아웃! 판정 번복은 없었습니다! 아웃입니다! 관중석에서 엄청난 야유가 쏟아집니다!
– 기습번트로 대기록을 방해하려 했으니 저 정도는 감수해야겠죠. 미국에서는 기습번트로 노히트노런을 방해한 타자가 살해 협박을 받은 적도 있었으니까요.
– 아, 그 정도인가요?
– 네, 이게 정말 투수로서는 생애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영광의 순간이니까요. 어쨌든 한수혁 선수가 그 타구를 잘 처리하면서 8회말이 종료됩니다. 이제 이만식 선수는 한 이닝만 잘 막아내면 생애 첫 대기록을 달성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