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pitcher hides 170km RAW novel - Chapter (83)
천재 투수가 170km를 숨김-82화(83/412)
#82. 이해할 수 없는 적의
한때 내게 접근하려던 수많은 여자들이 있었다.
그녀들 중 누군가는 스포츠 리포터였고, 저널리즘에 불타는 기자도 있었으며,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는 직원도 있었다.
운동선수를 마치 악세서리처럼 수집하는 인플루언서도 있었고,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돈을 뜯어내려는 사기꾼도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클리블랜드 시장의 딸이라는 여자도 있었다. 맞다. 꽤나 귀찮게 굴던 여자였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날 1년 넘게 죽어라 따라다니던 그 팝스타였다.
개막전 시구와 공연 때문에 몇 마디를 나누게 되었고, 이후 홈 경기뿐만 아니라 원정 경기에까지 따라다니곤 했지.
내 어깨가 망가져 홀로 병원 침대에 누워 있을 때는 유럽 투어고 뭐고 다 때려 치우고 당장 날아오겠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때 내가 뭐라고 했더라.
성가시니 그냥 꺼져버리라고 했던가.
음.
그때는 그냥 내가 철이 없었던 거다. 확실히 지금보다는 정신연령이 어렸으니까.
그리고 많이 지쳐 있었다.
야구선수로서의 성공만을 위해 달리다 보니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결국 어깨까지 망가져버린 상황에 누구와도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거다.
‘한, 당신은 누군가로부터 사랑 받는 법을 전혀 모르는군요. 불쌍한 사람.’
전화기 너머 그녀가 내게 마지막으로 했던 그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젠장…….
이런 건 떠오르면서 대체 왜…….
그 여자의 이름은 떠오르질 않는 걸까.
나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던 걸까?
“야, 뭐 하냐? 왜 이렇게 멍을 때려? 어제 잠 안 자고 뭐 했냐?”
“시끄럽고, 형님 햇볕 쬐는데 방해 말고 가서 방망이나 휘둘러라. 경기 시작 얼마 안 남았다.”
“하, 어디서 훈장질을. 야, 나 어제 안타 2개 쳤어.”
“그래, 난 2루타 하나에 홈런 한 개.”
“…젠장.”
수원과의 원정 3연전을 끝낸 우리는 이제 홈에서 대전 팔콘스와 3연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태호-서형주 간의 트레이드가 이뤄진 후 양팀 간의 첫 대결이다.
그 트레이드 이후 서형주의 맹활약에 열받은 대전 프런트와 팬들, 선수들이 우리를 향해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2선발 브룩스 파커, 저쪽에서는 에이스 류한결이 등판하는 경기.
여러모로 피 튀기는 경기가 예상되는 상황.
하지만 나는 훈련에서 잠깐 빠진 채 멍하니 초여름의 햇살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앞에서 귀찮게 굴던 서형주를 멀리 쫓아 보내고 나니 다시 어젯밤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집 앞에 놓여 있던 의문의 박스, 그리고 그 박스를 투척한 범인이었던 민예린.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그녀를 불러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 위험한 행동이었다.
아무리 우리 층에 세 집밖에 없고, 그중 한 집이 여전히 비어 있다 해도, 혹시나 누군가에게 그 모습이 찍히면 오해를 사기 딱 좋은 광경 아닌가.
어쨌든 나는 그녀를 다시 한번 집으로 초대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나를 위해 준비해준 음식 아닌가.
그 성의를 봐서라도…….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어제 나는 처음으로 혼자 밥 먹는 게 싫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턱
평소 거의 사용하지 않는 주방 식탁 위에 그녀가 만들어 온 전복죽 두 그릇이 놓아졌다.
초여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밤 공기는 시원했다.
하지만 전복죽을 먹는 민예린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
‘더우세요?’
‘네? 아, 아뇨. 그냥 긴장돼서요.’
‘아… 불편하시죠? 제가 괜한 짓 했나 보네요.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여자분을… 지금이라도 집으로 돌아가실래요?’
진심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녀 입장에서는 오밤중에 남자, 그것도 키 192에 달하는 시꺼먼 남정네 집에 혼자 들어온 것 아닌가? 무서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계속 전복죽만 떠먹었다.
자기가 만들고도 엄청나게 잘 먹는 걸 보면 원래 죽을 좋아 하나 보다.
나 역시 엄청나게 잘 먹었다. 따뜻한 음식이 그립던 내게 갓 끓인 전복죽은 완벽한 음식이었다.
거의 3인분에 달하는 전복죽을 해치우고 나니, 어느새 내 앞에 민예린이 타온 커피잔이 놓여 있었다.
10분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 안에는 그저 커피잔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먼저 입을 연 건 나였다.
‘민예린 씨, 음… 예전에 한 번 말씀드린 적 있지만 정식으로 다시 말씀드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내 말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 뭐가요?’
‘저희 구단을 위해 그동안 해 주신 것들이요. 축하공연, 마케팅 협찬, 관중 대상 이벤트… 그리고 매일 야구장 와서 응원해 주시는 거… 전부 다 감사해요.’
민예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창문 열어 놨는데도 더우신가 봐요? 에어컨을 틀어드릴까요?’
‘아, 아니에요. 아휴, 내가 왜 이러지?’
원래 더위를 많이 타는 성격인가 보다. 어쩌면 방금 먹은 따뜻한 음식 때문일 수도 있고.
‘그리고 아버님께서 저희 구단자금 맡아 주신 것도 정말 감사하고… 아, 저도 개인자금 좀 부탁드렸어요. 당연히 그건 수수료 따로 드릴 거고요.’
‘알아요, 들었어요.’
이 두 부녀가 재미있는 건 내가 450억에 달하는 큰돈을 맡겼건만, 그 출처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는 거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민예린이 보인 반응은 단 하나.
‘조금 의외의 종목에 투자하신다고 들었어요. 아빠 말로는 까딱하면 다 날릴 수도 있다고. 음… 하지만 괜찮아요. 남자가 큰 뜻을 품었는데 돈 같은 거에 구애받으면 안 되죠. 걱정 마세요. 혹시나 그 돈 다 날리시면 제가 빌려드릴게요!’
‘네?’
‘금액이 좀 많긴 하지만… 괜찮아요. 정 안 되면 다시 복귀해서 앨범 내고 중국 쪽 행사 좀 뛰고, CF 열심히 찍고… 한 번에 450억은 좀 벅차겠지만 최대한 노력할게요. 수혁 님은 야구에만 신경 쓰시면 돼요!’
그걸 왜 당신이 걱정하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쑥 들어갔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전의를 불태우는 모습에 차마 뭐라 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 돈을 날릴 거라 생각도 안 하지만 설사 날린다고 해도 왜 저 여자가…….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런데 민예린 씨, 왜 저한테 수혁 님이라고 부르세요?’
‘네? 그럼 뭐라고 불러요?’
‘그야 뭐 평범하게 이름 불러도 되고, 수혁 씨? 그건 좀 이상한가? 한수혁 씨? 아무튼…….’
‘아아…….’
‘무엇보다 야구장에서는 저한테 수혁아, 수혁 오빠 그렇게 부르시잖아요?’
‘그건…….’
내 말에 민예린의 얼굴이 다시 새빨갛게 달라올랐다. 이 여자 더위 진짜 많이 타네.
‘안 되겠다. 에어컨 틀고 올게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렇게 6월 초부터 조금 이른 에어컨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집 안의 온도가 금세 낮아졌다. 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번에 제가 병살타 쳤을 때는 야 이 새끼야라고 부르는 것도 들었어요.’
‘헉!’
‘괜찮아요. 야구 못하면 욕도 먹고 그런 거죠. 아무튼 다른 건 그렇다 치고 호칭이라도 편하게 정리하죠.’
‘아아… 소녀가 정말 그래도 되올는지…….’
‘네?’’
‘아니에요! 그럼 그냥 수혁 오빠라고 부를게요.’
‘근데 우리 동갑이잖아요.’
‘괜찮아요, 저 12월생이라 동갑 중에도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 많아요.’
진짜? 요즘은 같은 년생끼리 생일로 오빠라고 부른다고? 요즘 이 땅의 젊은이들은 다 그러고 사는 건가?
모르겠다.
어쨌든 그것이 그녀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의 끝이었다. 밤을 지나 새벽까지 이어진 길고 긴 대화의 끝.
오늘 아침 구단 사무실에서 성훈이 형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바로 쌍욕이 날아오더라.
뭐라더라, 천하에 야구밖에 모르는 모지리 칠푼이라고 했던가.
흠.
뭔가 기분이 안 좋기는 하지만 일단 넘어가자.
아무튼 오늘 우리는 5위팀 대전과 일전을 치러야 한다.
일찌감치 구장에 도착해 먼저 훈련을 마친 대전 선수단이 저 멀리 원정팀 덕아웃 안에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 중 몇은 눈빛이 영 살벌한 게 보기만 해도 흉흉하다.
뭐지,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계약서에 도장 찍은 건 너희들이잖아?
* * *
“양 단장아, 나 지난주에 회장님 만나고 온 거 알지?”
“알죠. 송구합니다.”
“그래, 워리어스하고 경기에서 지면 그냥 대전으로 돌아오지 말고 서울에서 살라고 하시더라. 서울 계열사에 창고 관리직으로 발령 내 주겠다고.”
“…….”
“농담 아니야, 이거. 그나마 우리가 5위 자리 지키고 있어서 이 정도지, 진짜 까딱하면 너나 나나 바로 인생 하드 모드 켜는 거다.”
“아니, 애초에 서형주 저놈 보내자고 한 게 회장님인데… 그리고 정태호도 나름 괜찮잖습니까?”
“야, 넌 지금 그게 할 소리야? 남의 돈 받아먹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단장이나 되는 놈이 몰라? 지금 회장님 머릿속에 아 저 트레이드는 내가 지시한 거니까 설사 5위에서 밀려나도 이해해 줘야지, 뭐 그럴 거 같아?”
“하아아…….”
“닥치고, 가서 무조건 이겨. 무조건. 우리 뒤에 창원 바로 붙어 있는 거 알지? 만약 워리어스한테 깨지고 5위 자리까지 뺏기면 진짜 우리가 먼저 사직서 던져야 할 판이니까.”
사장실을 나온 팔콘스 양두석 단장이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통화를 연결했다.
벨이 몇 번 울리고 서울 원정에 동행한 운영팀장이 전화를 받았다.
“나예요, 문 팀장. 네, 어제 말한 대로 이번 잠실 3연전은 가을야구를 한다는 마음으로 치러야 합니다. 에이스고 뭐고, 필요하면 5회 전에도 내리고, 갖고 있는 투수 다 때려 박으세요. 설사 워리어스전 이후에 팀이 좀 흔들린다 해도 일단 이번 3연전에서는 무조건 우위를 점해야 합니다. 감독님에게 제 말 정확하게 전해주세요.”
* * *
나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만 똑바로 박혀 있다면 그 이상의 호들갑스러운 마음가짐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믿는다.
여기서 경기에 임하는 자세만 똑바로 박혀 있다는 건 별 것 아니다.
야구 외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건, 그리고 내적으로도 팀 내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건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다 하겠다는 마음가짐,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게 잘 안 되어서 수십 년째 하위권을 맴돈다거나 한국시리즈 근처에도 못 가보는 팀들이 즐비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워리어스 선수단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적당한 긴장과 적당한 여유 사이의 조화랄까.
문제는 오늘 상대할 대전 선수단이었다.
“야, 쟤들 분위기 왜 저렇게 살벌하냐. 그래도 아직 5위잖아.”
“회장이 또 불러다가 단체로 기합이라도 준 건가?”
“에이, 설마.”
“암튼 오늘 조심해야겠네. 눈에 전부 다 불이 들어왔어.”
“형주야, 괜히 쫄지 말고.”
“제가요? 쫄아요? 에이…….”
“흐흐, 그래. 쓸데없는 걱정이었나. 아무튼 쟤들이 뭘 하든 우린 우리 할 거만 하자.”
“네, 주장.”
저 멀리 단체로 삭발을 하고 양말을 농군처럼 올려 신은 대전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경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천천히 몸을 풀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팔콘스 선수들은 마치 국가대항전에 나온 선수들처럼 독기를 내뿜고 있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마치 누군가 자신들의 그런 기백을 봐줬으면 하는 그런…….
“저거 보여주려고 저러는 거 맞아.”
“보여줘요? 누구한테요?”
웬만해서는 누구한테도 말을 먼저 거는 법 없는 이창모 선배가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툭 던진다.
“원정에 동행한 프런트 직원 중 누구,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 사람을 통해 보고를 받을 팔콘스 구단주.”
“아하…….”
“먹고 살려면 별 수 있냐. 구단주가 분노한 상황이니 저렇게 눈에 보이는 쇼라도 해야지. 내가 빅리그를 한 번 경험해봐서 그런지 솔직히 이해는 안 간다. 저게 대체 뭔 짓이래.”
솔직히 동감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 선수들이 무슨 마음인지 머리로는 이해하겠다.
야구 선수에게 구단주는 감히 닿을 수조차 없이 멀리 떠 있는 존재에 가깝다.
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음 시즌 받아들 연봉 앞 자리가 달라질 수도 있고, FA 때 받아들 계약서 내용이 확 바뀌기도 한다.
반대로 한 번 잘못 찍히면?
야구 인생 꼬이는 거지 뭐.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음.
“오늘 내기 하나 할까?”
“무슨 내기?”
“글쎄, 아무 거나. 암튼 지는 놈이 한우 투뿔 쏘기, 어때?”
“너 돈 많냐?”
“나는 돈 없지만 집에는 돈 많지.”
“뭐… 굳이 내 앞에 한우를 바치겠다면야, 야, 한수혁, 너도 이리 와. 같이 하게.”
철딱서니 없이 한우 내기를 하려는 동기 두 놈.
“매지션스에서 이적한 후에 가장 좋았던 게 뭐냐고요? 글쎄요, 음.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아, 매지션스가 안 그랬다는 건 아니고요. 뭐랄까, 암튼 그런 게 있어요.”
구단 방송 제작 PD와 인터뷰를 하며 여유 있게 웃고 있는 최민석 선배.
“수혁아, 나 이거 뒷머리 괜찮냐? 오늘따라 더 풍성해 보이지 않냐?”
“네, 좀 잘 안 펴진 거 같아요.”
“…미치겠네. 왜 날이 갈수록 곱슬이 더 심해지는 거지.”
모자가 잘 안 써질 정도로 악성 곱슬이 악화되고 있는 양기철 선배.
“만식아, 애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학원은 뭐뭐 보내는 게 좋냐? 이제는 하다 하다 와이프가 줄넘기 학원까지 보내려고 하더라. 그런 게 대체 왜 필요한데?”
“형님, 애는 제가 먼저 키워봐서 잘 알아요. 줄넘기 그거 배워야 해요. 요즘은 우리 때처럼 체육 수업 잘 안 해서요. 한 번 못하면 계속 못하고, 그럼 놀림당해서 상처받거든요.”
“니미…….”
자식 교육 걱정에 여념이 없는 팀의 투타 베테랑 선수들.
이 사람들은 지금 이 팀의 구단주가 눈앞에서 자신들의 모든 걸 지켜보고 있다는 걸 상상이나 하려나.
음.
생각해보니 진짜 내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성훈이 형이 구단주를 맡고 있어도 결국 이 팀의 중요한 일들은 내 판단에 따라 움직일 테니까.
적어도 저기 팔콘스 선수들처럼 쓸데없이 머리를 밀고, 양말을 올려 신고, 누구 보란 듯이 억지 파이팅을 외치는 일 같은 건 만들지 말아야지.
“자, 다들 이쪽으로 집합.”
“넵.”
“팔콘스 애들이 뭘 하든 우리는 그냥 우리 야구만 하면 된다. 요즘 브룩스가 두 경기 연속 승리 추가 못 한 거 알지? 상대가 류한결이라고 쫄지 마. 저번에 이미 한 번 이겨봤잖아. 자, 하나 둘 셋 하면 파이팅. 하나, 둘, 셋.”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나니 저 멀리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대전 선수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모르겠다. 지금 저놈들이 왜 저런 눈빛을 하고 있는 건지.
한 가지 확실한 건 밑도 끝도 없이 쏟아지는 저들의 적의가 내 안에 숨어 있는 감정을 자꾸만 자극한다는 거다.
분노? 아니, 그것과는 조금 다른, 상대를 완전히 부숴버리고 싶다는 그런 감정.